“옷 가져왔어요.”온지유는 가방에서 옷을 꺼내며 말했다.“이거 맞죠?”불쾌한 듯 찌푸려진 여이현의 미간도 그녀가 가져온 옷을 보고 나서 조금 풀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옷을 가져왔으면서 왜 다른 사람을 보내?”온지유는 주소영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건 주소영 씨한테 물어봐야겠네요. 제가 말렸는데도 고집을 피운 사람은 주소영 씨예요. 그 책임까지 저한테 묻지 마요.”여이현의 시선이 다시 주소영에게로 향했다. 주소영은 그의 동정을 얻고 싶었지만, 냉랭한 시선에 잘못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저... 저는 단지 오빠를 신경 써서 돌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죄송해요. 제 잘못이에요. 다음번에는 주의할게요.”여이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나가.”주소영은 여이현에게서 이런 냉정함을 처음 느꼈다. 지금의 그는 그녀를 가여워하던 예전의 그와 전혀 달랐다.‘전에는 날 대학까지 보내주려고 했으면서... 이제는 나도 팔자 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주소영은 온지유 때문에 여이현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온지유가 없었다면, 여이현은 여전히 그녀에게 친절했을 것이다. 여이현의 냉정함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주소영은 눈물을 닦으며 병원을 나섰다. 그렇게 급하게 길을 가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아!”노승아는 서둘러 오다가 누군가와 부딪혔고,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하이힐을 신었던 그녀는 발목을 살짝 삐끗하고 얼굴을 찡그렸다.주소영은 울며 말했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눈은 장식이에요? 그러게 왜 병원에서 뛰어다녀요?”김예진이 화를 내며 노승아를 부축했다.“언니, 괜찮아요?”노승아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어린 소녀를 보며 안심시키듯 말했다.“발목 삔 거 아니에요? 병원에서 검사 받아보는 게 어때요?”“아니에요, 괜찮아요.”여이현이 걱정됐던 노승아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나는 신경 쓰지 말고 할 일 해요.”잠시 후, 노승아는 여이현의 병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를 본 배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오빠가 병원에 입원했잖아요. 제가 입원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저는 다시는 오빠가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도 너무 힘들었다고요. 촬영이 뭐가 중요해요. 차라리 촬영을 안 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빠 곁에 있을래요.”노승아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이 말을 듣고, 여이현은 예전에 그가 크게 다쳤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노승아가 그를 구해줬다.“그런 일은 없을 거야.”노승아는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전에도 같은 약속을 했어요. 저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면 제발 다치지 말아요. 오빠 몸을 혹사하지 말라고요!”여이현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노승아는 7일 밤낮을 지키며 거의 눈을 붙이지 못했다.그 이후로, 여이현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노승아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작은 상처조차 그녀에게는 큰 상처였다. 그녀는 그가 다시 혼수상태에 빠질까 봐 두려워했다.이게 바로 그녀가 촬영장을 떠나 병원으로 달려온 이유다. 그녀는 그를 잃을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선을 긋더라도, 그녀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삶에 그녀의 일부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여이현도 그 사실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노승아가 그에게 베푼 은혜는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그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주려고 했다. 그녀가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었을 때도 그녀가 다시 삶의 희망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었다.“알겠어.”여이현이 대답했다.같은 시각, 온지유는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밖에서 음식을 사 왔다. 배진호가 여이현이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체력이 떨어졌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건강을 회복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녀는 여이현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사 왔다. 그는 매운 음식이나 단 음식은 좋아하지 않고, 주로 담백한 음식을 선호했다. 온지유는 그의 입맛을 잘 알고 있었고 맞춤하게 준비
“예진아, 쉿.”노승아가 그녀의 말허리를 자르곤 다시 여이현에게 입을 열었다.“난 괜찮아.”시선을 돌리자 붉게 부어오른 그녀의 발목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배 비서, 얼른 승아를 데리고 의사한테 가세요.”“네, 대표님.”그러자 노승아가 말했다.“병원 갈 필요 없어. 이 정도는 그냥 파스 뿌리면 괜찮아져. 촬영할 때는 이것보다 더 많이 다쳐서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비서님, 의사 대신 약 좀 사다주세요.”배진호는 여이현을 보면서 그가 지시를 내리기를 기다렸다.여이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가서 약 사와요.”“네, 대표님.”배진호는 바로 자리를 떴다.오랜만에 만났던지라 노승아는 그간 그가 아주 그리웠었다. 촬영하느라 바쁘다고, 온지유 앞에서 자신을 난처하게 한 일로 삐진 척하면서 그를 보러 가는 것을 참고 있기도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잘 찾아온 것 같았다. 적어도 여이현이 전처럼 그녀를 대해주고 있지 않은가.전과 다르지 않은 그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안심이 되었다.노승아는 과도를 들어 그에게 사과를 깎아 주었다.“다쳤으면서 나한테 연락도 안 하고. 아주머니 아니었으면 난 지금도 몰랐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그의 대꾸를 기다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여이현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대체 누구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멈칫하던 그녀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지유 언니를 지켜주다가 다친 거지? 그런데 지유 언니는 어디에 있어? 몸까지 날려서 구해줬는데 널 간호하러도 안 온 거야?”여이현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온지유는 날 위해 도시락 사러 갔어.”노승아는 입술을 틀어 물었다. 온지유의 행동이 딱히 맘에 들지 않았다.“밖에서 파는 음식은 대부분 깨끗하지가 않아. 네 입맛에도 잘 맞지 않을 거야. 그럴 바엔 차라리 아주머니나 집안 도우미한테 도시락 싸다 달라고 해. 아니면 내가 만들어서 가져와도 돼.”“번거롭게 그럴 필요
그녀는 시동을 다시 끄고 노승아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노승아는 그녀가 산 도시락을 들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왜 들어오지도 않고 가요? 제가 오빠랑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불쾌하던가요?”“할 말 있으신 건가요?”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앞까지 다가온 노승아를 보았다.“아직 제 말에 대답하지 않으셨잖아요.”온지유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혹시 그거 알아요? 아무것도 없으면서 뭔가 있는 척 연기를 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으스댈수록 원하는 걸 더 얻을 수 없다는 말이 있거든요.”노승아가 이 틈을 타 자신을 비웃으려는 의도를 눈치채고 있었다.아마 그녀의 앞에서 자랑질할 생각이겠지.노승아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온지유의 모습을 아주 싫어했다.“뭘 연기하고 있어요. 분명 불쾌하잖아요. 제가 이현 오빠랑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현 오빠 마음엔 항상 제가 있거든요. 그쪽도 잘 알 거 아니에요. 이현 오빠는 절 위해 연예 기획사도 세웠어요. 제가 연기하고 싶다고 하니까 바로 좋은 감독과 배역을 알아봐 주었다고요. 이것이 뭘 의미하고 있겠어요? 이현 오빠 마음속에 저밖에 없다는 소리잖아요. 그리고 온지유 씨는 어차피 버려질 패에 불과하죠. 이현 오빠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패 말이에요!”그녀의 말에 온지유는 결국 주먹을 움켜쥐었다.순간 여이현과 여희영의 대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확실히 하나의 패에 불과했다. 여이현에게 회사 지분을 가져다줄 수 있는 패였다.3년 결혼 생활의 희생자기도 했다.이렇게 모욕을 당하고 있어도 나중엔 쉽게 버려지는 패였다. 그럴 바엔 마지막까지 자신의 체면이라도 지키는 것이 나았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노승아를 보았다. 노승아는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전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거예요. 이현 오빠에겐 쓰레기가 필요 없거든요!”말을 마친 뒤 노승아는 온지유의 앞에서 그녀가 사 온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노승아는 일부러 그녀의 앞에서 버린 것이었다.온지
그러나 여이현은 쉬고 싶다는 이유로 만나주지 않았다.배진호는 병실 문 앞을 가로 막고 서 있으며 공손하게 말했다.“노승아 씨, 대표님께선 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시라고 하셨습니다.”노승아가 말했다.“괜찮아요. 전 이미 오늘 쉬고 싶다고 감독님한테 말씀드렸거든요. 감독님도 그러라고 하셨으니 오빠가 퇴원할 때까지 여기 있어도 돼요.”배진호는 조금 난감해져 에둘러 말했다.“대표님께선 지금 쉬고 싶답니다.”노승아는 병실 안을 힐끔 보았다. 배진호의 뜻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더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그럼 이것만이라도 오빠한테 전해 줘요. 마침 집으로 돌아가 아주머니께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할 생각이었거든요.”“네, 노승아 씨.”배진호는 그녀가 건네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서류에 적힌 글씨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노승아는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하곤 떠났다.그녀의 매니저가 말했다.“언니, 왜 안 들어가요? 어렵게 온 기회인데...”“괜찮아. 조급할 것 없어. 어차피 앞으로 나한테 기회가 많이 차려질 테니까. 일단은 이현 오빠네 집으로 가자.”그녀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병실 안.배진호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다.노승아가 건넨 서류를 여이현에게 전달해야 할지 말지 말이다.여이현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가 곁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입을 열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배진호는 하는 수 없이 그 서류를 그에게 건넸다.“대표님, 이건 아마 온 비서님의 서류 같습니다.”그제야 여이현은 눈을 떴다. 하지만 그의 두 눈에 ‘이혼 신고서'라는 커다란 글씨가 들어왔다.그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언제 온 거죠?”배진호가 답했다.“노승아 씨가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아마 온 비서님이 노승아 씨한테 준 것 같습니다.”여이현은 이혼 서류를 손에 들었다. 믿을 수 없어 서류를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해 보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온지유의 사인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원래부터 좋
그녀는 온지유가 가지 못하게 꽉 붙잡았다. 지금 이 순간 온지유를 죽이고 싶은 충동도 생겼다.“넌 처음부터 불운을 몰고 다니는 년이었지. 너만 없었으면 우린 전부 다 잘살고 있었을 거야. 네 아빠도 우리 가족을 도와주고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 네가 중간에서 이간질하는 바람에 네 아빠는 더는 내 남편을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 거야. 이 악랄한 X! 오늘 반드시 널 죽여버릴 거야!”장수희는 손을 뻗더니 그녀의 머리채를 잡으려고 했다.그녀는 반사적으로 피하면서 장수희를 밀어내려고 했다.장수희의 손톱은 조금 길었기에 결국 그녀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저기요, 아주머니. 여긴 경찰서예요. 경찰서에서 이러시면 폭행죄로 구치소에 들어갈 겁니다!”장수희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잡아가! 어디 한번 잡아가 보라고! 그전에 내가 반드시 이 X부터 죽이고 갈 거야! 이 X 죽이고 지옥 갈 거라고!”경찰의 만류에도 계속 손을 뻗는 장수희에 결국 경찰은 그녀를 제압하는 수밖에 없었다.제압당한 장수희는 버둥거리며 온지유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온채린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눈물이 떨어졌다.“엄마, 제발 진정 좀 하세요. 엄마가 구치소에 들어가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온채린은 온지유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빌었다.“언니, 잘못했어요. 전부 저랑 엄마 탓이에요. 그러니까 한 번만 봐주세요. 맹세할 수 있어요. 앞으로는 절대 언니 가족 찾아가 힘들게 하지 않을게요.”온지유는 자신의 볼을 만졌다. 그러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장수희의 손톱에 긁힌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이제 더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떨구어 온채린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절대 합의는 없다고.장수희는 그렇게 경찰에게 끌려나갔다. 끊임없이 저주를 퍼부으며 말이다.“죽어! 죽어버리라고!”온채린은 울면서 따라갔다. 그럼에도 장수희의 두 손엔 차가운 철수갑이 채워졌다....노승아는 여이현의 본가로 왔다.여진숙은 그녀가 올 것을 알고
여진숙이 급히 말했다.“서로 만난 적이 있다고 했으니 잘됐구나. 승아야, 저 아이는 주소영이라고 한단다.”“그리고 얘는 노승아란다.”주소영은 노승아를 자세히 훑어보았다.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다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주머니, 이분이 혹시... 대표님의 첫사랑인가요?”그녀는 여진숙이 자신의 아이를 받아주었으니 자신도 받아줄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아니었다.노승아는 여이현의 첫사랑이란 칭호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안녕하세요. 아주머니께서 이미 저한테 소영 씨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이현 오빠 아이를 배서 지금 집에서 태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요.”주소영은 무의식적으로 배를 감쌌다. 행여나 노승아가 자신의 아이를 해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노승아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말했다.“아, 걱정하지 말아요. 이현 오빠 아이라고 했으니까 당연히 잘 대해줘야죠. 아이를 낳고 나면 소영 씨는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주소영은 그래도 의심이 갔다.“정말로 제가 아이를 낳아도 괜찮아요?”노승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에요. 절 믿지 못하시겠다면 아주머니를 믿으셔도 돼요. 어차피 그 아이는 아주머니 손주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해칠 리가 없죠.”여진숙은 당연히 손주를 원했다.“소영아, 넌 아무 걱정 말고 태교에 집중하거라. 승아는 내 친딸이나 다를 바 없는 아이란다.”그 말을 들은 주소영은 어딘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노승아가 여이현의 첫사랑이라고 했으니 그럼 언제든지 그녀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었다.온지유를 쫓아내고 나니 이번엔 노승아가 나타났다.딱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하지만 노승아를 아주 살갑게 대하는 여진숙의 모습을 보니 노승아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두 사람과 계속 대화를 이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핑계를 댔다.“아주머니, 전 피곤해서 방으로 돌아가서 쉴게요.”여진숙은 주소영의 핑계를 눈치채지 못했다.“그래, 올라가서 쉬어라.”노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여진숙이 받아들이지 않았는가.그녀는 여진숙의 앞에서 대놓고 싫은 티를 낼 수 없었다.그리고 악녀가 되기도 싫었다.한참 후.누군가가 노크했다.방에 있던 주소영은 노크 소리에 물었다.“누구세요?”“저에요. 노승아.”주소영은 머뭇거리다가 문을 열어주었다.노승아는 무언가가 담긴 그릇을 들고 서 있었고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쉬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국 좀 떠왔어요. 아주머니께서 끓이신 건데 아주 맛있거든요.”주소영이 대꾸했다.“전 입맛이 없네요.”주소영은 국그릇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혹시 저 때문에 입맛이 없는 거예요?”주소영이 급히 말했다.“아녜요. 정말 그런 거 아녜요.”“그럼 됐어요.”노승아는 친근하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직 어리니까 그냥 언니라고 불러요. 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도 돼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다 도와줄게요.”열정적인 그녀의 모습에 주소영은 조금 당황했다.“전...”“괜찮으니까 불러봐요. 전 외동딸이라 어릴 때부터 여동생이 그렇게 갖고 싶었거든요. 마침 소영 씨가 저랑 닮았으니까 언니 동생처럼 지내고 싶어서 그래요.”노승아는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참, 제가 비서한테 아이 옷 좀 사 오라고 했어요. 마음에 드나 안 드나 한번 봐줘요. 혹시 마음에 안 들면 우리 같이 가서 다른 거로 바꿔요.”말을 마친 뒤 노승아는 쇼핑백에서 아이의 옷을 두 벌 꺼냈다.순간 주소영은 그녀에게서 친근감을 느꼈고 바로 모성애가 가득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괜찮은데 뭘 이런 걸 다 사 오셨어요. 제 아이 옷을 선물해준 사람은 언니가 처음이에요. 하지만 아직 임신 4주 차라 배도 그렇게 나오지 않았어요.”그녀는 노승아가 꺼낸 아이의 옷을 받았다.아직 아이의 옷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자그마한 옷을 보니 아주 귀엽게 느껴졌다.노승아가 말했다.“일찍 준비해두면 좋죠. 소영 씨 아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