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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배진호는 다시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웨터는 왼쪽 드레스룸에 있으니, 도우미한테 말하면 된다고 하십니다.”

여이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외투는요? 베이지색 외투.”

“그 외투는 옷장에 걸려있어요.”

온지유가 전화 건너편에서 듣고 대답했다.

“스웨터는 됐고 양복을 챙겨줘. 파란색 넥타이도 같이.”

“하... 파란색 넥타이는 여러 개 있어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세로 줄무늬 있는 거.”

“그건 넥타이 상자 28번째 칸에 있어요.”

온지유는 이제 여이현의 질문을 예상한 듯 한꺼번에 말을 퍼부었다.

“양복과 셔츠는 드라이클리닝 맡긴 걸 제외하고 모두 옷장에 있어요. 겨울옷은 제가 분류해서 드레스룸에 정리해 놨어요. 도우미 아주머니한테 말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넥타이는 모두 같은 곳에 있고, 칸마다 색깔별로 분류해 뒀어요. 배 비서님이 가도 틀릴 일 없을 거예요...”

여이현이 무엇을 묻든 온지유는 바로 답할 수 있었다. 그녀는 외투, 스웨터, 심지어 넥타이의 무늬와 손목시계의 브랜드까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그녀는 술술 대답할 수 있었다. 여이현의 비서로 일한 3년 동안 그의 취향과 스타일을 완벽하게 파악한 덕분이었다.

그녀는 이를 비서로서의 본분, 그리고 아내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온지유가 말을 마친 다음 전화 건너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대답이 없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배 비서님, 더 필요한 게 있을까요?”

배진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여이현을 바라보았다. 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온지유가 빈틈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지유도 알았다. 여이현이 일부러 트집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

온지유는 배진호가 대답할 틈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 같으면 그녀는 여이현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곧바로 배달해 줬을 것이다. 지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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