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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도혁의 자비를 베푸는 듯한 거만한 태도에 서율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변도혁, 이혼은... 반드시 할 거야.”

서율은 차가운 말과 함께 더 이상 미련 없이 등을 돌리고 떠났다.

...

서율은 후원을 한 바퀴 돌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이때 도혁과 지옥순은 연회장을 떴다.

아마도 창피함을 느꼈거나, 아니면 지민을 혼자 두기 싫었을 것이다.

한편, 경남 역시 연회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서율은 그를 발견하고 빠르게 다가가 물었다.

“오빠, 아까 어디 갔었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경남은 가볍게 웃으며 차분히 대답했다.

“고 어르신과 잠깐 이야기 나누고 왔어.”

경남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묻어났고, 서율을 바라보는 눈빛이 유난히 따뜻했다.

“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도 들었어. 지성이가 널 도와줬다며.”

서율은 뭔가를 눈치챈 듯 물었다.

“오빠, 일부러 자리를 비운 거야?”

경남은 웃으며 말했다.

“영웅이 미인을 구하는 장면을 지성에게 양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어? 그렇지 않으면 변도혁은 내 동생이 인기가 없다고 생각할 거잖아.”

서율은 그런 경남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빠, 언제 이렇게 유치해졌어?”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다시피, 난 지성 오빠에게 남녀 간의 감정은 없어. 그저 오빠처럼 생각해.”

경남은 그녀의 말을 듣고 한쪽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나 하나로 충분하지 않아? 오빠가 그렇게 많을 필요는 없잖아?”

서율이가 계속 말하려 했지만, 경남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그건 그렇고, 네가 3년 동안 한가롭게 지내는 동안 회사 일들을 모두 나한테 떠넘겼으니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어?”

서율은 말문이 막혀 그저 경남을 쳐다보기만 했다. 경남은 서율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서율아, 네가 변도혁과 결혼한 뒤에 집을 나갔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널 걱정하셔. 부모님이 너와 변도혁의 불화 소식을 듣고 걱정되어서 날 보낸 거야.”

“부모님께서 모두 아신 거야?”

서율은 놀라며 물었다. 경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변씨 가문은 우리 육씨 가문보다 못하지만, Z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그때 네가 아무것도 없이 결혼해서, 부모님은 네가 변씨 가문에서 무시당할까 봐 걱정하셨어. 그래서 도혁에게 큰 프로젝트를 주고, 육씨 가문 쪽의 사업도 전부 너에게 넘겨주신 거야.”

서율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변씨 가문과 계약을 맺은 거야?”

경남은 그녀를 힐끔 보며 대답했다.

“네가 나에게 전화하기 전날 계약을 했어. 너와 변도혁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지.”

서율은 경남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난 변도혁과 이혼할 건데, 협력 관계를 중단할 수는 없을까?”

경남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변씨 가문은 최근 몇 년 동안 꽤 괜찮은 성과를 이루고 있어. 도혁도 확실히 능력 있는 사람이야. 부모님은 네가 결혼했을 당시 너무 엄격했던 걸 후회하셔서, 보상 차원에서 변도혁에게 그렇게 큰 프로젝트를 주신 거야. 지금 계약을 파기하게 되면 육씨 가문의 손실이 너무 크지.”

서율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사과했다.

“미안해, 내가 그때 너무 철이 없었어.”

경남은 그녀를 비난할 생각은 없었기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율아, 넌 항상 부모님의 자랑이었어. 그리고 그건 그저 하나의 프로젝트일 뿐이야. 줄 건 주면 되는 거지. 그런데... 너와 도혁은 어떻게 된 거야?”

서율의 눈가에는 여전히 불쾌한 감정이 스쳤다.

“변도혁이 이혼을 안 하겠대.”

경남은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 때문인데?”

서율은 천천히 도혁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경남은 이야기를 다 듣고 잠시 침묵하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는 Z국이잖아. 변도혁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면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결국 3년 기한이 지나야 이혼이 가능하겠지?”

서율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남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3년 기한까지는 이제 3개월밖에 남지 않았어. 지금 이혼을 제기한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소송으로 가면 더욱 오래 걸릴 테고, 그 사이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몰라.”

경남은 서율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3개월만 참는 게 어때?”

서율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경남이 계속 말을 이었다.

“이혼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시간이 걸릴 테니 3개월이란 시간은 금방 지나갈 거야. 어차피 도혁도 자주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지 않겠어?”

서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불쾌한 감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도혁이가 육씨 가문에서 준 이익으로 나중에 지민과 행복하게 살게 될거라 생각하자 화가 치밀었다.

서율이가 분노에 휩싸이자, 경남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계약이 체결된 그날, 서지민이라는 여자가 도혁의 비서로서 함께 있었대.”

경남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이걸 직접 맡아서 변도혁에게 복수를 해보는 게 어때? 그동안 참아온 3년의 시간을 이렇게 되갚을 수도 있지 않겠어?”

서율은 경남을 흘겨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일을 떠넘기려고 핑계를 대는 건 아닌 것 같아.”

경남은 그녀의 말에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넌 3년이나 쉬었잖아. 그러니 내가 3개월 정도 쉬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

서율은 경남의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부모님도 경남을 통해 서율에게 돌아올 기회를 주고 있었다.

서율은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련을 버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할게.”

...

다음 날, 서율은 경남과 인수인계 시간을 정하고 나서 몇 벌의 옷을 사기 위해 백화점으로 향했다.

서율은 도혁이가 자신을 돈만 보고 결혼한 여자라고 오해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옷이나 장신구를 거의 사지 않았고 늘 절약하며 살았다.

그러나 도혁은 여전히 그녀를 탐욕스러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율은 백화점에서 옥팔찌를 골라 시험 착용해 보았다. 그녀는 결혼 전부터 옥팔찌를 좋아했고, 집에는 수억 원의 가치를 가진 팔찌들이 많이 있었다.

서율은 결혼 후 팔찌를 거의 사지 않았고, 오늘도 지나치게 비싼 것은 사지 않기로 했다.

마침 4억짜리 팔찌가 적당해 보였기에 마음에 든 팔찌를 착용해 본 뒤 포장해 달라고 하려 했다.

그때 뒤에서 비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돈도 없으면서 사려고 하다니? 여긴 거지들이 올 곳이 아닌데.”

한 여자가 뒤에서 자신만만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팔찌 세척해 줘. 우리가 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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