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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서율은 이미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마침 2층에서 촬영 중이던 사람이 우연히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기 때문이다.

도혁은 그 사실을 듣고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서율을 바라보며 차분히 말했다.

“정효연은 그냥 놔둬. 내가 나중에 보상해 줄게.”

서율은 도혁의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반문했다.

“나중에? 3년의 약속이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지금 와서 보상을 해주겠다고?”

도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이혼하지 않아도 돼.”

서율은 놀란 눈빛으로 도혁을 응시했다.

“변도혁, 그동안 계속 이혼을 서두르던 사람이 이제 와서 이혼하지 않겠다고? 고작 정효연을 감싸기 위해 이런 큰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거야?”

도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답했다.

“지민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네가 지민을 그렇게 괴롭히지 않았다면, 나는 이혼을 고려하지 않았을 거야.”

서율은 과거의 도혁을 떠올렸다. 결혼 후 도혁은 늘 차갑고 무심했지만, 한 번도 이혼을 언급하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서율은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지민이 돌아오자마자 그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과거라면 서율은 도혁의 이런 말을 듣고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서율은 이미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서율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변 대표님, 당신은 자극적인 걸 좋아하나 보네. 집 안에는 본처, 집 밖에는 애인, 두 여자를 동시에 두고 싶다는 말이야?”

서율의 차가운 말투에도 도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물에서 구해냈던 그날이 떠올랐다.

도혁은 서율의 죽음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무겁게 울렸다.

“지민은 나를 구해 준 사람이야. 나는 서지민에게 큰 빚을 졌어.”

서율은 냉소를 띤 채 도혁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네가 그 빚을 갚는 방식이 바로 두 여자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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