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지민의 행동은 의리와는 거리가 멀었다.그녀는 서율에게 자신이 한마디만 하면 효연 같은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서율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지민 씨, 오해하셨네요. 이번 일은 제가 한 게 아니에요.”서율의 부인에 효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넌 내가 바보 같아 보여? 네가 경호원들과 짜고 나를 화장실에 가둔 거 다 알아!”효연은 자신이 겪은 일을 다시 반복했고, 지민은 이미 들었던 이야기였지만 다시 들으니 더욱 불쾌했다.효연은 이야기가 끝나자 도혁에게 호소했다.“도혁 오빠, 이 여자는 절대 가만두면 안 돼요!”지민은 불쾌함을 억누르며 서율을 바라보았다.“서율 씨, 저한테 불만이 있다면 직접 말하세요. 효연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서율은 무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지민 씨, 말씀드렸지만 이번 일은 저와 무관합니다.”“하지만 효연이가...”지민이 말을 잇기 전에 서율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지민 씨,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우리 사이의 일은 다른 사람과 상관없다고요. 만약 제가 뭔가를 했더라면, 왜 굳이 정효연 씨를 찾겠어요?”서율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이었다.“정효연 씨가 당신의 친구니까 그녀를 믿는 건 당연하겠지만, 우리 모두 정효연 씨가 거짓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봤잖아요.”“물론, 당신들이 저를 범인으로 지목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모든 일은 증거가 있어야죠. 정효연 씨가 억울하다면...”서율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경찰에 신고하세요.”순간 병실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지민은 도혁에게 물었다.“도혁아, 화장실 입구 CCTV는 확인했어?”도혁은 차분하게 대답했다.“고장 난 지 오래됐어.”화장실 내부에 CCTV가 없었고, 입구의 CCTV도 고장 나 있었다.효연은 서율을 분노에 찬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이건 분명히 계획된 일이야! 그 여자들이 내 앞에서 어떻게 흔적을 지울지 떠들어댔어!”효연의 분노로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도혁 오
그 한 대의 뺨은 모든 힘을 쏟아부은 듯 강렬했다.효연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서율은 빨갛게 달아오른 손을 천천히 내리며 무심하게 말했다.“미안해요. 너무 갑작스럽게 덤벼들어서, 자기 방어 차원에서 어쩔 수 없었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사과를 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미안함이라고는 전혀 없었다.효연이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 행동을 멈추게 했다.“그만해.”도혁의 목소리는 무겁고 냉정했다. 더 이상의 소란은 무의미하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도혁은 차분하게 지민에게 말했다.“지민아, 너는 여기 남아서 효연을 돌봐. 문서율, 너는 나와 얘기 좀 하자.”서율은 지민과 효연을 흘낏 보며 무심히 말했다.“그럼 난 나가 있을게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세요.”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도혁은 서율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차가운 벽에 그녀를 밀어붙인 채,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서율을 응시했다. 그 안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엉켜 있었다.“문서율, 이건 네 복수야?”서율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증거가 없다고 네가 무죄일 거라 생각해?”서율은 조용히 웃었다.“의심만으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잖아.”도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네가 했다는 거네.”서율은 그를 올려다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변도혁,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 왜 나한테 묻는 거지?”도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서율은 가까이 다가온 그를 밀어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넌 날 한 번도 믿지 않았잖아. 내가 물에 빠졌을 때 네가 물은 첫 번째 질문이 내가 스스로 뛰어든 거 아니냐였지.”“그리고 지금은 효연이가 다치자마자 나한테 와서 추궁하네. 역시 변하지 않더라.”서율의 눈빛은 피로와 냉소로 가득했다.“변도혁, 이 자리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 법이 정의를 찾아주지 않으면, 나만의 방식으로 찾아야겠지.”도혁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서율은 이미 등을 돌리고 걸어 나갔다.도혁은 그녀의
“지금 서율 씨는 아직 네 아내니까, 일을 더 크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러니 서율 씨가 효연이에게 사과하도록 하고, 내가 효연이를 잘 달래보는 건 어때?”도혁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낮았다.“문서율은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야.”서율의 최근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도혁은 그간의 충돌에서 하나는 분명히 깨달았다.서율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지민은 차가운 감정을 억누르며 부드럽게 물었다.“너한테도 방법이 없는 거야?”도혁은 깊은 눈빛으로 지민을 바라보며 답했다.“정효연이 서율을 물속에 밀어넣었을 때, 사과한 적 있어?”지민은 순간 말을 잃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지만, 그 안의 감정은 읽을 수 없었다.“정효연의 행동은 명백한 증거가 있어. 네가 부탁해서 넘어간 거지. 하지만 서율 입장에서 보면, 정효연은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과 다를 게 없어. 그런 사람에게 사과를 할 것 같아?”지민은 도혁의 미묘한 변화에 당황하며 서둘러 말했다.“그래도 서율 씨가 효연이한테 한 행동은 과했어...”도혁은 그녀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그건 전부 정효연의 주장일 뿐이야. 우리는 그 자리에 없었고, 더군다나...”도혁은 차가운 눈으로 지민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정효연을 감옥에 보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큰 관용을 베푼 거야. 지민아, 정효연은 네 친구일 뿐이야. 너는 내가 아무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내 아내를 굴욕적으로 만들기를 원하는 거야? 사람들이 이 사건을 더 떠들게 하자는 거야?”지민은 도혁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입을 다물었다.도혁이 서율을 위해서는 끝까지 그의 편에 서겠지만, 정효연과의 문제에서는 결코 서율을 배신하지 않을 것임을 지민은 깨달았다.서율이 여전히 그의 아내인 이상, 도혁은 더 큰 소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지민은 더 이상 말을 하면 상황이 악화될 것을 직감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내가 효연이한테 잘 말해볼게.”...서율은 효연의 일이
내 남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잊지 못한 첫사랑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결혼한 지 3년, 남편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애썼다. 그가 원하는 온화하고 현명한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려고 했다.남편은 내가 요리를 못한다고 무심한 핀잔을 주었고, 나는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수없이 요리를 배워 손에 상처가 가득했다. 집안일을 못 한다며 냉정하게 꾸짖을 때도, 나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가며 그가 원하는 아내가 되려 애썼다.그러나 내가 아이를 잃던 날, 남편은 첫사랑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망설임 없이 나를 뒤로하고 떠나버렸다. 피투성이가 된 나를 남겨둔 채, 그는 주저 없이 돌아섰다.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혼을 결심했다.이혼하는 날, 전 남편은 드물게 죄책감이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나중에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를 찾아.”나는 고개를 떨군 채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때 오빠에게서 온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어려운 일이 생겨도 절대로 나를 찾지 마.”...“윽!!” 익숙한 통증이 입술에 스며들었다. 누군가가 문서율의 입술을 거칠게 물어뜯고 있었다. 서율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번쩍 떴다.어둠 속에서 남자의 크고 날렵한 실루엣이 흐릿하게 드러났다. 그는 서율을 완전히 제압한 채, 포식자가 먹잇감을 탐닉하듯 그녀의 몸을 탐욕스럽게 더듬고 있었다. 익숙한 향수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서율은 그 향이 누구의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번엔 전혀 느껴본 적 없는 구역질이 밀려왔다. 서율은 남자를 거칠게 밀어냈다.변도혁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빛은 차갑고도 날카롭게 번뜩였다.“네가 오늘 꼭 돌아오라고 했잖아. 그 이유가 이거 아니었어?”도혁은 비웃으며 말을 던졌다. 서율의 가슴이 아릿하게 저려왔다.지난주 서율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 기쁜 소식을 도혁에게 전하려 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받았을 땐 짜증을 내며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얼마 후, 잠시 정신을 잃었던 서율이 깨어났다.아랫배에서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고, 마치 삶의 중요한 무언가가 사라진 듯한 공허함이 가슴을 짓눌렀다.피 냄새가 진동했고, 서율의 몸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그제야 서율은 상황을 깨달았고다. 커다란 불안과 공포가 그녀를 집어삼켰다. “아기... 내 아기...” 서율은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힘겹게 손을 뻗어 옆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어 떨리는 손으로 도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길고도 지루한 신호음 끝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그러나 서율이 말도 꺼내기 전,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건 한 여자의 요염한 목소리였다. [도혁아, 더 이상 못 참겠어... 나 정말 못 견디겠어...] 서율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그 여자의 숨소리는 저주처럼 귓가에 맴돌았다. 서율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 눈이 따가워졌다. 그러나 그녀는 그 고통이 몸에서 오는 것인지 마음에서 오는 것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점점 눈앞이 흐려지더니, 서율은 다시 의식을 잃었다....“환자 대량 출혈 상태야. 바로 수혈 필요해. 어서 혈액준비해!” “이 환자 RH-O형, 희귀 혈액형입니다. 방금 서지민 씨가 수혈용으로 가져가서 병원에 남은 혈액이 거의 없습니다. 남은 혈액으로는 이 환자 못 살립니다.” “가져갔다고? 이 환자 도착했을 때, 미리 혈액 신청하라고 했잖아! 전부 넘긴 거야?” “우리 병원은 변도혁 대표님 소유고, 서지민 씨는 변 대표님의 연인으로 유명하잖아요. 누가 그걸 막을 수 있겠어요?”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환자의 가족에게 연락해서 헌혈할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 “이분의 핸드폰에 단 세 명의 연락처만 있어요. 그중에 성이 ‘문’인 사람은 없습니다.” “일단 그 세 명에게 전화해 봐.”...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서율의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천천히 눈이
지민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마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따라온 거 아닐까?”도혁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더 깊이 찌푸렸다.“문서율, 날 따라온 거야?” 이전 같았으면 서율은 서둘러 변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지민이 돌아온 이후로 이런 일은 수없이 반복되었고 서율은 이제 지쳐 있었다. 아이를 잃고,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것이 득인지 실인지 모르겠는 마음이었다.서율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변도혁, 우리 이혼하자.” 도혁은 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뭐라고 했어?” 서율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또렷하게 다시 말했다. “이혼하자고.” 도혁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우며 냉소가 흘러나왔다. “다른 수가 안 통하니까 이제는 이혼으로 장난을 치는 거야? 문서율, 난 네 장난에 시간 낭비할 여유 없어.” 옆에서 지민도 비웃는 듯 서율을 바라보았다. 지민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서율 씨, 밀당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여자가 쉽게 이혼 얘기를 꺼내는 건 현명하지 않아요. 차라리 더 지혜롭게 행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도혁 역시 그녀의 말에 동의한 듯 서늘하게 말했다. “문서율,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 마. 끈질기게 매달리는 여자는 질색이니까.” 지민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도혁아, 아마 서율 씨가 네 관심을 끌고 싶어서 그랬던 거겠지.” 서율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정말 이혼을 원하는지 아닌지, 곧 알게 되겠지.” 그녀는 두 사람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너희가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내가 물러나 주겠다는데 왜 기뻐하지 않는 거지?” 도혁은 여전히 그녀가 이혼을 미끼로 자신을 협박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서늘한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 “문서율, 어떤 수를 쓰든 소용없어. 네가 더 싫어질 뿐이니까.” 서율은 그런 도혁을 보며
지옥순은 깜짝 놀라 말문이 막혔다. 서율이 감히 자신에게 이렇게 대들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지옥순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서율을 가리키며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문서율, 난 네 시할머니다! 어떻게 감히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서율은 미소 지으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어르신, 당신은 변도혁의 할머니일 뿐이에요. 제 할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어요.” 지옥순이 무어라 반박하기도 전에 지민이 나서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서율에게 말했다. “서율 씨, 어르신께 그렇게 말씀드리면 안 되죠.” 서율은 지민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답했다. “그게 지민 씨와 상관있나요? 지민 씨 남의 일에 너무 간섭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동안 고분고분하던 서율의 반격에 지옥순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건방지게 굴지 말거라! 지민이만큼도 못하면서 그새 내가 가르쳐 준 것들을 다 잊은 게야?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러나 서율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정말 죄송하네요, 마침 그 규칙들을 다 잊어버렸거든요. 지민 씨가 시범을 보여주면 어떨까요?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것처럼 아주 우아하게 무릎을 꿇겠죠?” “너...!” 지민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지옥순은 충격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숨이 막혀 기절할 듯 보였다. 지민은 서둘러 약을 꺼내 지옥순에게 먹이며 진정시켰다. 약을 먹고 나서야 지옥순의 얼굴이 조금 나아졌다. 그때 도혁이 다가왔다.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검은색 맞춤 정장을 입은 모습은 우아하고 당당했다. “도혁아!” 지민은 눈을 반짝이며 도혁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듯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도혁아, 서율 씨가 여기까지 따라온 것도 모자라 방금 할머니를 화나게 만들었어. 할머니가 심장병이 도졌는데 내가 서둘러 약을 드리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어...” 지민은 울먹이며 서율을 가리켰다. “문서율?” 도혁은 눈썹을 찡그리며 서율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서율이 고개를 돌리자, 잘생기고 온화한 모습을 한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지성 오빠?”“저 멀리서 봤을 때, 네가 맞는 것 같아서 혹시나 했는데... 진짜 너였구나.”고지성은 서율 곁으로 다가와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난 오빠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결혼 전, 지성은 서율에게 고백하며 도혁과 결혼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서율은 도혁과의 결혼만을 생각하며 망설임 없이 지성을 거절했고, 그 후로 두 사람은 연락을 끊었다.그 후 지성은 해외로 떠났고, 서율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말이다.최근에 서율은 경남을 통해 지성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자신이 도혁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중에는 자신이 진심으로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 지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를 다시 마주한 지금, 서율의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옆에 있던 관리인은 지성을 보자마자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지성 도련님.”지성은 고개를 돌려 관리인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야?”관리인은 낮은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방금 이분이 초대장 없이 연회에 들어왔다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도련님도 아시다시피 저희는 규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지민과 지옥순은 지성과 서율이 아는 사이라는 사실에 놀란 눈치였다. 지민은 곧바로 의심하며 말했다.“지성 도련님께서 문서율 같은 여자를 아신다니,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신 건 아닌가요?”지성은 지민을 흘깃 쳐다본 뒤 차갑게 말했다.“내가 내 친구도 못 알아볼 것 같나요? 그리고 '그런 여자'라니, 도대체 뭘 말하는 거죠?”지옥순은 경멸스럽게 덧붙였다.“당연히 출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지! 온종일 일도 안 하고, 우리 손자의 돈만 펑펑 쓰며 옷만 화려하게 입고 다니는 그런 여자!”지성은 무심한 목소리로 지옥순을 향해 말했다.“어르신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지, 가짜와 진짜를 잘 구분하지 못하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