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연은 붉어진 눈을 치켜뜨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문서율, 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거만하게 굴 수 있을 것 같아? 도혁 오빠가 너랑 이혼하면, 너한테 뭐라도 떨어질 거 같아? 그때가 되면 내가 널 짓밟아 죽이는 건, 마치 개미를 밟는 것만큼이나 쉬울 거야!”서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의지할 게 없다면 스스로 일어서야지. 이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완전히 의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들은 매번 일이 터질 때마다 남자에게 매달리더라. 남자가 없으면 죽을 것처럼 말이야.” 서율은 효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 “더군다나, 너 같은 사람을 혼내는 데 남자의 힘은 필요 없지.” 효연은 서율을 증오하는 눈빛으로 노려보며 무언가 떠오른 듯 웃음을 터뜨렸다. “문서율, 그날 네가 얼마나 초라했는지 알아? 물속에서 허우적대던 모습이 네가 얼마나 실패한 인간인지를 보여주고 있었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는데, 아무도 널 구하려 하지 않았지?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퍽! 또다시 뺨 소리가 울려 퍼졌고, 효연의 얼굴은 옆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효연은 겁을 먹지 않고 더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문서율, 네가 물속에서 발버둥치던 그 모습 정말 우습더라! 그때 찍은 영상 내 핸드폰에 아직도 남아있어. 하루에 몇 번씩 그 영상을 봐. 속이 다 시원해져!”“변씨 가문의 며느리? 외딴 길거리의 들개만도 못한 주제에!” 서율이 손을 들어 효연의 뺨을 때리려 하자, 효연은 계속 도발했다. “더 때려봐! 네가 날 때리는 건 화가 났다는 증거겠지. 몇 대 맞는 거쯤이야 아무 상관없어. 돌아가서 그 영상을 몇 번 더 보면 그만이니까.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야.” 서율은 때리던 손을 멈추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지.” 이때 서율은 효연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사람을 죽이려다 만 범죄자에게는 너무 가벼운 처벌이지.” 서율은 효연을 내려다보며
서율은 화를 내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입이 너무 더럽네. 좀 깨끗하게 씻어줘야겠어.”그 말을 들은 경호원 중 한 명이 천천히 가방에서 장갑을 꺼내 끼기 시작했다. 효연은 상황을 눈치채고 두려움에 휩싸여 소리쳤다. “문서율, 넌 그저 아무나와 자는... 아악!” 경호원은 휴지통에서 사용한 휴지를 집어들어 효연의 입에 쑤셔 넣었다. 효연은 뱉어내려 했지만, 다시 머리가 변기 속으로 처박혔다. 서율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얼굴엔 동정이나 연민은 없었다.효연이가 자신을 거의 죽일 뻔했던 일을 생각하면, 목숨을 앗아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서율은 충분히 관대했다. 시간이 지나 서율은 손짓으로 경호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제 그만 가자.” 경호원들은 그제야 효연을 풀어주었다. 효연은 변기 옆에 축 늘어져 숨을 헐떡이며 구역질을 했다. 생전 처음 겪는 굴욕에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이건 단순한 처벌이 아닌, 잔혹한 고문이었다. ...효연을 처벌한 후 기분이 한결 나아진 서율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음식을 반쯤 먹었을 때, 문이 열리며 그림자가 그녀 앞에 드리워졌다.서율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도혁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서율은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이혼 문제로 날 찾은 거야?”도혁의 차가운 눈빛이 서율에게 고정됐다.“내가 왜 왔는지 모르는 거야?”서율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왜 왔는지 어떻게 알겠어?”도혁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그녀를 깊이 응시했다.“정효연이 병원에 입원했어.”서율은 전혀 놀라지 않고, 냉담하게 물었다.“그래서?”“하고 싶은 말 없어?”서율은 그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변도혁, 넌 내가 목숨을 위협했던 사람을 동정할 거라고 생각해?”도혁은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정효연이 어떻게 됐는지는 궁금하지 않아?”서율은 무심하게 대꾸했다.
도혁은 잠시 서율을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지금 나랑 병원에 가자.”“좋아.”서율은 주저하지 않았다.“다만, 아직 식사를 다 끝내지 않았으니, 다 먹고 가자.”도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서율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 듯했다.서율은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계속했다.“너도 아직 못 먹었지? 같이 먹을래?”도혁은 잠시 서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은 그를 과거로 데려갔다.결혼 초반, 서율은 도혁의 건강을 걱정하며 항상 영양식을 준비해 기다렸다. 도혁이 위장이 약하다는 걸 알고, 도시락을 회사에까지 챙겨오기도 했다.하지만 당시 도혁은 서율을 싫어했고, 한 번은 그녀에게 회사에 오지 말라고 경고하며 도시락을 내던진 적이 있었다.그 후 서율은 더 이상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에게 식사를 챙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그러나 도혁은 그녀의 메시지를 거의 무시했고, 결국 서율도 메시지를 보내지 않게 됐다.대체 언제부터 문서율이 나를 신경 쓰지 않게 된 걸까?“변도혁.”서율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끊었다.“식사할 생각이 없다면, 나가 있어. 이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니 먹기가 불편하네.”도혁은 정신을 차렸지만,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서율도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도혁은 불편함을 느꼈다. 서율의 태도는 그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식사를 마친 후, 서율은 도혁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안, 효연은 붉어진 눈으로 분노에 찬 채 이를 갈고 있었다.“이번엔 서율 그년을 무릎 꿇게 하고, 백 번 머리를 찧게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어!”효연은 분노에 사로잡혀 상상 속에서 서율을 벌하고 있었다.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정효연 씨, 방금 발언은 저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겠네요.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이 첫 번째 용의자가 될 거예요. 방금 한 말, 서지민 씨와 변도혁 씨도 들었을 테니.”서율이 들어서자, 효연은 금방이라도 달
물론, 지민의 행동은 의리와는 거리가 멀었다.그녀는 서율에게 자신이 한마디만 하면 효연 같은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서율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지민 씨, 오해하셨네요. 이번 일은 제가 한 게 아니에요.”서율의 부인에 효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넌 내가 바보 같아 보여? 네가 경호원들과 짜고 나를 화장실에 가둔 거 다 알아!”효연은 자신이 겪은 일을 다시 반복했고, 지민은 이미 들었던 이야기였지만 다시 들으니 더욱 불쾌했다.효연은 이야기가 끝나자 도혁에게 호소했다.“도혁 오빠, 이 여자는 절대 가만두면 안 돼요!”지민은 불쾌함을 억누르며 서율을 바라보았다.“서율 씨, 저한테 불만이 있다면 직접 말하세요. 효연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서율은 무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지민 씨, 말씀드렸지만 이번 일은 저와 무관합니다.”“하지만 효연이가...”지민이 말을 잇기 전에 서율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지민 씨,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우리 사이의 일은 다른 사람과 상관없다고요. 만약 제가 뭔가를 했더라면, 왜 굳이 정효연 씨를 찾겠어요?”서율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이었다.“정효연 씨가 당신의 친구니까 그녀를 믿는 건 당연하겠지만, 우리 모두 정효연 씨가 거짓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봤잖아요.”“물론, 당신들이 저를 범인으로 지목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모든 일은 증거가 있어야죠. 정효연 씨가 억울하다면...”서율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경찰에 신고하세요.”순간 병실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지민은 도혁에게 물었다.“도혁아, 화장실 입구 CCTV는 확인했어?”도혁은 차분하게 대답했다.“고장 난 지 오래됐어.”화장실 내부에 CCTV가 없었고, 입구의 CCTV도 고장 나 있었다.효연은 서율을 분노에 찬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이건 분명히 계획된 일이야! 그 여자들이 내 앞에서 어떻게 흔적을 지울지 떠들어댔어!”효연의 분노로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도혁 오
그 한 대의 뺨은 모든 힘을 쏟아부은 듯 강렬했다.효연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서율은 빨갛게 달아오른 손을 천천히 내리며 무심하게 말했다.“미안해요. 너무 갑작스럽게 덤벼들어서, 자기 방어 차원에서 어쩔 수 없었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사과를 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미안함이라고는 전혀 없었다.효연이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 행동을 멈추게 했다.“그만해.”도혁의 목소리는 무겁고 냉정했다. 더 이상의 소란은 무의미하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도혁은 차분하게 지민에게 말했다.“지민아, 너는 여기 남아서 효연을 돌봐. 문서율, 너는 나와 얘기 좀 하자.”서율은 지민과 효연을 흘낏 보며 무심히 말했다.“그럼 난 나가 있을게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세요.”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도혁은 서율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차가운 벽에 그녀를 밀어붙인 채,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서율을 응시했다. 그 안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엉켜 있었다.“문서율, 이건 네 복수야?”서율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증거가 없다고 네가 무죄일 거라 생각해?”서율은 조용히 웃었다.“의심만으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잖아.”도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네가 했다는 거네.”서율은 그를 올려다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변도혁,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 왜 나한테 묻는 거지?”도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서율은 가까이 다가온 그를 밀어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넌 날 한 번도 믿지 않았잖아. 내가 물에 빠졌을 때 네가 물은 첫 번째 질문이 내가 스스로 뛰어든 거 아니냐였지.”“그리고 지금은 효연이가 다치자마자 나한테 와서 추궁하네. 역시 변하지 않더라.”서율의 눈빛은 피로와 냉소로 가득했다.“변도혁, 이 자리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 법이 정의를 찾아주지 않으면, 나만의 방식으로 찾아야겠지.”도혁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서율은 이미 등을 돌리고 걸어 나갔다.도혁은 그녀의
“지금 서율 씨는 아직 네 아내니까, 일을 더 크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러니 서율 씨가 효연이에게 사과하도록 하고, 내가 효연이를 잘 달래보는 건 어때?”도혁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낮았다.“문서율은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야.”서율의 최근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도혁은 그간의 충돌에서 하나는 분명히 깨달았다.서율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지민은 차가운 감정을 억누르며 부드럽게 물었다.“너한테도 방법이 없는 거야?”도혁은 깊은 눈빛으로 지민을 바라보며 답했다.“정효연이 서율을 물속에 밀어넣었을 때, 사과한 적 있어?”지민은 순간 말을 잃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지만, 그 안의 감정은 읽을 수 없었다.“정효연의 행동은 명백한 증거가 있어. 네가 부탁해서 넘어간 거지. 하지만 서율 입장에서 보면, 정효연은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과 다를 게 없어. 그런 사람에게 사과를 할 것 같아?”지민은 도혁의 미묘한 변화에 당황하며 서둘러 말했다.“그래도 서율 씨가 효연이한테 한 행동은 과했어...”도혁은 그녀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그건 전부 정효연의 주장일 뿐이야. 우리는 그 자리에 없었고, 더군다나...”도혁은 차가운 눈으로 지민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정효연을 감옥에 보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큰 관용을 베푼 거야. 지민아, 정효연은 네 친구일 뿐이야. 너는 내가 아무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내 아내를 굴욕적으로 만들기를 원하는 거야? 사람들이 이 사건을 더 떠들게 하자는 거야?”지민은 도혁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입을 다물었다.도혁이 서율을 위해서는 끝까지 그의 편에 서겠지만, 정효연과의 문제에서는 결코 서율을 배신하지 않을 것임을 지민은 깨달았다.서율이 여전히 그의 아내인 이상, 도혁은 더 큰 소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지민은 더 이상 말을 하면 상황이 악화될 것을 직감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내가 효연이한테 잘 말해볼게.”...서율은 효연의 일이
내 남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잊지 못한 첫사랑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결혼한 지 3년, 남편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애썼다. 그가 원하는 온화하고 현명한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려고 했다.남편은 내가 요리를 못한다고 무심한 핀잔을 주었고, 나는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수없이 요리를 배워 손에 상처가 가득했다. 집안일을 못 한다며 냉정하게 꾸짖을 때도, 나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가며 그가 원하는 아내가 되려 애썼다.그러나 내가 아이를 잃던 날, 남편은 첫사랑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망설임 없이 나를 뒤로하고 떠나버렸다. 피투성이가 된 나를 남겨둔 채, 그는 주저 없이 돌아섰다.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혼을 결심했다.이혼하는 날, 전 남편은 드물게 죄책감이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나중에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를 찾아.”나는 고개를 떨군 채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때 오빠에게서 온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어려운 일이 생겨도 절대로 나를 찾지 마.”...“윽!!” 익숙한 통증이 입술에 스며들었다. 누군가가 문서율의 입술을 거칠게 물어뜯고 있었다. 서율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번쩍 떴다.어둠 속에서 남자의 크고 날렵한 실루엣이 흐릿하게 드러났다. 그는 서율을 완전히 제압한 채, 포식자가 먹잇감을 탐닉하듯 그녀의 몸을 탐욕스럽게 더듬고 있었다. 익숙한 향수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서율은 그 향이 누구의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번엔 전혀 느껴본 적 없는 구역질이 밀려왔다. 서율은 남자를 거칠게 밀어냈다.변도혁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빛은 차갑고도 날카롭게 번뜩였다.“네가 오늘 꼭 돌아오라고 했잖아. 그 이유가 이거 아니었어?”도혁은 비웃으며 말을 던졌다. 서율의 가슴이 아릿하게 저려왔다.지난주 서율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 기쁜 소식을 도혁에게 전하려 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받았을 땐 짜증을 내며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얼마 후, 잠시 정신을 잃었던 서율이 깨어났다.아랫배에서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고, 마치 삶의 중요한 무언가가 사라진 듯한 공허함이 가슴을 짓눌렀다.피 냄새가 진동했고, 서율의 몸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그제야 서율은 상황을 깨달았고다. 커다란 불안과 공포가 그녀를 집어삼켰다. “아기... 내 아기...” 서율은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힘겹게 손을 뻗어 옆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어 떨리는 손으로 도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길고도 지루한 신호음 끝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그러나 서율이 말도 꺼내기 전,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건 한 여자의 요염한 목소리였다. [도혁아, 더 이상 못 참겠어... 나 정말 못 견디겠어...] 서율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그 여자의 숨소리는 저주처럼 귓가에 맴돌았다. 서율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 눈이 따가워졌다. 그러나 그녀는 그 고통이 몸에서 오는 것인지 마음에서 오는 것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점점 눈앞이 흐려지더니, 서율은 다시 의식을 잃었다....“환자 대량 출혈 상태야. 바로 수혈 필요해. 어서 혈액준비해!” “이 환자 RH-O형, 희귀 혈액형입니다. 방금 서지민 씨가 수혈용으로 가져가서 병원에 남은 혈액이 거의 없습니다. 남은 혈액으로는 이 환자 못 살립니다.” “가져갔다고? 이 환자 도착했을 때, 미리 혈액 신청하라고 했잖아! 전부 넘긴 거야?” “우리 병원은 변도혁 대표님 소유고, 서지민 씨는 변 대표님의 연인으로 유명하잖아요. 누가 그걸 막을 수 있겠어요?”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환자의 가족에게 연락해서 헌혈할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 “이분의 핸드폰에 단 세 명의 연락처만 있어요. 그중에 성이 ‘문’인 사람은 없습니다.” “일단 그 세 명에게 전화해 봐.”...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서율의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천천히 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