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도혁은 지옥순, 지민, 효연과 함께 육경남의 초대를 받아 연회장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지옥순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도혁에게 말했다. “육경남이 이번 연회에 여동생을 데려온다고 들었어. 오늘 네가 잘해야 그 아가씨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거야.” 이 말에 지민의 표정이 살짝 굳었고, 도혁도 눈살을 찌푸렸다. “할머니, 전 이미 결혼했어요.” 지옥순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결혼이 무슨 대수냐? 서율과 이혼할 거잖아. 겨우 3개월이면 끝날 일인데, 그 전에 그 아가씨와 친해져야지. 이혼 후에 그 아가씨를 집에 들여오면 되는 일 아니야?” 지옥순의 태도는 마치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듯 확신에 차 있었다. 효연은 슬쩍 지민을 쳐다보았다. 이에 도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할머니, 제가 이혼하더라도, 그 아가씨와 결혼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옥순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 정말 어리석구나! 육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기나 해? 네 능력은 알지만, 여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전략이란다. 네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잡아야 해.” “그 아가씨와 결혼하면, 육씨 가문이 우리를 도와줄 테고, 네 능력에 더해지면 SH그룹도 5년 안에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절약되겠니?” “게다가 그 아가씨도 네게 관심이 있는 게 분명해.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해.” 도혁은 답답한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 저는 그 아가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분이 저를 좋아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지옥순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가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그 아가씨가 널 보지 않았다는 건 아니야. 이번 SH그룹과 LJ그룹의 협력 프로젝트가 어떻게 생긴 것 같니?” 도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LJ그룹의 협력 제안은 의상할 만큼 그들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지옥순은 말을 이었다. “도혁아, 육경남이 직접 여동생을 위해 SH그룹과의 협력
“아!” 그 순간, 지민이 갑작스러운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다. 도혁은 그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아, 무슨 일이야?” 지민은 눈가가 붉어지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도혁아, 나... 발목을 삐끗했어.” 도혁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지민의 발목으로 향했다. 그곳은 이미 붉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지민은 고통을 참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혁아,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육경남 씨랑 여동생에게 가서 인사해.” 그러나 도혁은 지민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먼저 네 발목부터 치료하러 가자.”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지옥순은 인상을 찌푸리며 개입했다. “도혁아...” 도혁은 지옥순의 말을 막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할머니, 지금은 지민이를 돕는 게 먼저예요. 게다가 지금 이 연회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서, 인사하러 가더라도 제대로 다가갈 수 없을 겁니다.” 지옥순은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혁이 없으면 혼자 인사하러 가는 것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상황을 모르는 이들에게 오해를 살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지민의 발목 치료를 마친 후, 도혁과 지옥순은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사이 경남과 그의 여동생은 이미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경남은 갑작스러운 일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웠고 곧 돌아온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지옥순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도혁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그들이 떠난 후, 효연은 그들의 뒤를 몰래 따라나섰다.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효연이 조심스럽게 방을 나서자마자, 그녀는 문 밖에서 남녀의 대화 소리를 엿듣게 되었다. “서율아, 본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처리하고 다시 올게.” “알겠어. 다녀와.” 여자의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모님께서 물에 빠지신 것 같은데, 이 아가씨는 그게 연기라고 하네요... 그런데 방금 보니 물속으로 가라앉은 것 같아서 진짜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도혁의 얼굴은 단번에 굳어졌다. 그는 망설임도 없이, 외투를 벗을 새도 없이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차가운 물을 가르며 서율을 구해냈을 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을 감은 채로 기척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순간 숨을 죽이며 긴장에 휩싸였다. 도혁은 급히 서율의 숨결을 확인하고, 곧바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자 서율은 물을 많이 토해내며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다. 그제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긴장했던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서율은 흐릿한 시야 속에서 눈을 뜨며, 익숙한 얼굴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서율, 괜찮아?” 도혁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서율은 겨우 입술을 움직일 뿐이었다. 기침을 하며 또다시 물을 토해냈다. 도혁은 주위를 둘러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구급차는 불렀어?” 주변의 누군가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 아직 안 불렀습니다...” 도혁은 더욱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장 구급차 불러.”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도혁은 서율을 안아 구급차에 태웠다. 서율과 도혁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떠난 후, 지민은 효연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효연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문서율이 갑자기 물에 빠진 거야?” 효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뭐긴 뭐겠어? 그 여우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 그런 거지! 도혁 오빠가 널 챙기는 걸 보고 질투심에 불타 일부러 물에 뛰어든 거야.” 지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연기를 했다고?” 효연은 과장된 몸짓으로 상황을 설명하며 말했다. “맞아, 아까 후원에서 서율을 마주쳤는데, 도혁
도혁은 오랜 침묵을 깨며 서율을 향해 물었다. “문서율,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러나 서율이 대답하기도 전에, 의사는 도혁의 무심한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경멸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봐요, 아내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는데, 당신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의사의 눈빛에는 은근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서율 씨는 과다출혈로 긴급 수혈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그때 병원의 혈액이 긴급히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해 수혈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닿은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죠.” 도혁은 그 말을 듣고 충격에 얼어붙은 채 서율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그의 표정은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도혁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혼란과 후회가 섞여 있었다. 서율의 창백한 얼굴은 더욱 빛을 잃었고, 그녀는 도혁의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병원에 있다고 말했으면 믿었을까? 아니면, 내가 또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고 생각했겠지?” 도혁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율의 말은 너무도 정확했기 때문이다.의사는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느끼고는, 서율의 상태를 최종적으로 점검한 후 병실을 떠났다. 그가 떠나자, 병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도혁은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입원하게 된 거지?” 서율은 마치 날카로운 바늘에 찔린 듯 마음속 깊이 아픔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도 도혁이 지민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도혁을 응시했다. “널 따라가다가 계단에서 굴렀어.” 서율은 도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내가 발견됐을 때는 이미 출혈이 심했고,
“수영장 쪽에는 CCTV가 없어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할 수는 없었어. 하지만 이미 사람을 시켜서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 도혁의 차분한 말에 서율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날카롭게 물었다. “조사? 어떻게 조사할 건데?” 도혁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감시 카메라가 없으니 목격자를 찾아야겠지.” 서율은 물에 빠졌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자신이 물속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칠 때, 물가에 서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며 구경만 했을 뿐, 아무도 구해주려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해줄까?’ 서율의 목소리는 점점 거칠어졌고,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 “추운 날씨에 심심해서 내가 스스로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도혁은 여전히 차분했다. “정효연은 네가 내가 지민에게 약을 발라주는 걸 보고 질투해서 일부러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너는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거라고.” 서율의 눈빛은 냉소로 가득 찼다. “고작 그것 때문에 내 목숨을 담보로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그 애가 그만한 가치가 있나?” 서율의 말에는 깊은 경멸과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도혁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냉정하게 말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결론을 내리진 않겠어. 네 몸 상태도 아직 좋지 않으니 너무 무리하지 마.” 서율의 눈빛이 갑자기 번뜩였다. 그녀는 도혁의 차가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변도혁, 설마 정효연 편을 들 생각은 아니겠지?” 서율은 도혁이 늘 지민과 효연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효연의 편을 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녀는 항상 도혁의 마음에서 가장 마지막에 놓여 있는 사람이었다. 도혁은 변함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일단 네가 회복하는 게 먼저야.” 서율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도혁은 한동안 병실에 머물다가, 전화가 걸려오자 자리를 떠
경남은 원래 연회에서 서율의 신분을 공개해, 변씨 가문과 서율을 깔보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이 실현되기도 전에 서율이 물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율은 경남의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깊은 눈빛을 띠며 대답했다. “우리 관계에 대해서는 도혁에게 말하지 마. 지옥순은 이익에만 눈이 먼 사람이야.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아마 쉽게 도혁과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을 거야.” 서율은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이어서 말했다. “도혁은 주식 지분 때문에 나와 3년이나 결혼 생활을 이어간 사람이야. 그가 그 정도로 헌신적일 리 없지. 굳이 알릴 필요도 없어.” 경남은 최근 들려오는 소문들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도혁과 서율이 아직 이혼하지도 않았는데, 지옥순은 벌써 변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혼인을 성사시키겠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지옥순의 뻔뻔한 성격을 고려하면, 서율의 진짜 신분이 밝혀질 경우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쳤다. 경남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율아, 밖에서는 네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아. 사람들은 네가 변씨 가문의 돈을 노리고 결혼했다고 비웃고 있어. 신분을 공개하지 않으면 그들의 비난은 계속될 거야.” 서율은 물에 빠졌을 때 사람들이 보였던 비웃음 가득한 얼굴들을 떠올렸다. “내 신분을 알게 된다고 해서 그들이 변할 것 같아? 오히려 더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겠지. 하지만 그건 내게 아무 의미도 없어.” 그녀는 경남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육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신분 없이도 난 그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어. 오빠, 난 내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거야.” 경남은 서율의 확고한 의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며칠 후, 서율의 몸 상태는 점차 회복되었다. 도혁은 의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나서인지, 아니면 서율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 때문인지, 거의 매일같이 병문안을 왔다
효연은 도발적인 눈빛을 번뜩이며 오만하게 말했다. “너 도혁 오빠한테 일렀겠지? 하지만 오빠가 널 믿었을까? 문서율, 넌 도혁 오빠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죽어도, 오히려 이혼 문제까지 깔끔하게 해결될 테니 상관없겠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율은 옆에 있던 물컵을 들어 힘껏 효연을 향해 던졌다. 쨍그랑! 컵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서율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창백한 입술 사이로 차가운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나가.” 그러나 효연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비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내가 한 말이 맞았나 보네?” 효연이 더 말을 잇기 전에,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도혁의 시선은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에 잠시 머물렀고,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침대에 누워 있는 서율을 바라보았다. 요즘 서율은 눈에 띄게 야위었고, 혈색 없는 얼굴은 그녀를 더욱 병약해 보이게 했다. 도혁은 차분하게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거야?” 서율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변도혁, 뻔히 알면서도 묻는 거야? 누군가 날 불쾌하게 만들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도혁은 잠시 침묵했다. 서율이 지민을 좋아하지 않는 건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지민을 비난했으리라 짐작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효연과 지민에게 말했다. “너희는 먼저 나가 있어.” “도혁아...”“나가서 이야기하자.” 지민은 잠시 서율을 바라보고는 병실을 떠났다. 도혁은 서율을 향해 짧게 말했다. “난 잠시 밖에 나갔다 올게.”...병실 밖에서 효연은 여전히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불평했다. “문서율이 분명 도혁 오빠에게 내가 밀었다고 고발했을 거야! 물에 빠진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모르겠어. 지금 연약한 척하면서 도혁 오빠의 관심을 다 끌어가고 있잖아! 정말 얄미운 여자야!” 효연은 멈추지 않
“제가 밀었다고 치면 어쩔 건데요? 그냥 장난으로 한 거잖아요! 수영장이 그렇게 얕은데, 빠졌다고 죽을 뻔했다니, 웃기지 않나요?” 효연은 뻔뻔한 태도로 도혁을 도발하듯 말했다. 도혁의 눈빛은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아까는 서율이 스스로 물에 뛰어들었다고 하더니, 이제는 장난이었다고 말을 바꾸는 거야?” 효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그녀는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맞아요, 제가 밀었어요. 그년이 눈에 거슬렸으니까!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는 거죠?” 효연은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예전에 그 여자가 꼼수를 부려서 오빠랑 지민이가 3년 동안 떨어져 지내게 만들었잖아요! 최근에도 서율이 얼마나 기고만장하게 굴었는지 몰라요? 지민이를 얼마나 괴롭혔는데! 심지어 할머니까지 화나게 해서 병원에 입원하게 만들었다고요.” 효연은 자신감이 붙은 듯 목소리를 더 높이며 말했다. “난 그냥 지민을 대신해서 그 여자를 혼내준 것뿐이에요. 이건 내 책임이니까, 지민이랑은 상관없어요. 뭐든 나한테 화풀이하세요.” 도혁의 얼굴은 서리처럼 싸늘해졌다.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 “나와 서율 사이의 일에 너는 끼어들 필요 없어.” 효연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지민은 무거운 표정으로 도혁을 바라보았다. “도혁아...” 지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효연이는 아마 충동적으로 그랬을 거야.” 도혁의 표정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갑기만 했다. “충동으로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고?” 효연은 고개를 숙이며 억울한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물에 빠진 것뿐인데, 그게 죽을 일인가요?” 도혁은 더욱 차갑게 말했다. “넌 문서율이 물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잖아.” 효연의 눈에 잠시 죄책감이 비쳤다. 지난번 지옥순의 생일 파티에서 서율이 아이에게 밀려 수영장에 빠졌을 때, 서율은 과장될 정도로 물을 두려워했다. 그때 서율이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 효연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