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쪽에는 CCTV가 없어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할 수는 없었어. 하지만 이미 사람을 시켜서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 도혁의 차분한 말에 서율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날카롭게 물었다. “조사? 어떻게 조사할 건데?” 도혁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감시 카메라가 없으니 목격자를 찾아야겠지.” 서율은 물에 빠졌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자신이 물속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칠 때, 물가에 서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며 구경만 했을 뿐, 아무도 구해주려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해줄까?’ 서율의 목소리는 점점 거칠어졌고,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 “추운 날씨에 심심해서 내가 스스로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도혁은 여전히 차분했다. “정효연은 네가 내가 지민에게 약을 발라주는 걸 보고 질투해서 일부러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너는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거라고.” 서율의 눈빛은 냉소로 가득 찼다. “고작 그것 때문에 내 목숨을 담보로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그 애가 그만한 가치가 있나?” 서율의 말에는 깊은 경멸과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도혁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냉정하게 말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결론을 내리진 않겠어. 네 몸 상태도 아직 좋지 않으니 너무 무리하지 마.” 서율의 눈빛이 갑자기 번뜩였다. 그녀는 도혁의 차가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변도혁, 설마 정효연 편을 들 생각은 아니겠지?” 서율은 도혁이 늘 지민과 효연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효연의 편을 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녀는 항상 도혁의 마음에서 가장 마지막에 놓여 있는 사람이었다. 도혁은 변함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일단 네가 회복하는 게 먼저야.” 서율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도혁은 한동안 병실에 머물다가, 전화가 걸려오자 자리를 떠
경남은 원래 연회에서 서율의 신분을 공개해, 변씨 가문과 서율을 깔보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이 실현되기도 전에 서율이 물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율은 경남의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깊은 눈빛을 띠며 대답했다. “우리 관계에 대해서는 도혁에게 말하지 마. 지옥순은 이익에만 눈이 먼 사람이야.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아마 쉽게 도혁과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을 거야.” 서율은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이어서 말했다. “도혁은 주식 지분 때문에 나와 3년이나 결혼 생활을 이어간 사람이야. 그가 그 정도로 헌신적일 리 없지. 굳이 알릴 필요도 없어.” 경남은 최근 들려오는 소문들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도혁과 서율이 아직 이혼하지도 않았는데, 지옥순은 벌써 변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혼인을 성사시키겠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지옥순의 뻔뻔한 성격을 고려하면, 서율의 진짜 신분이 밝혀질 경우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쳤다. 경남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율아, 밖에서는 네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아. 사람들은 네가 변씨 가문의 돈을 노리고 결혼했다고 비웃고 있어. 신분을 공개하지 않으면 그들의 비난은 계속될 거야.” 서율은 물에 빠졌을 때 사람들이 보였던 비웃음 가득한 얼굴들을 떠올렸다. “내 신분을 알게 된다고 해서 그들이 변할 것 같아? 오히려 더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겠지. 하지만 그건 내게 아무 의미도 없어.” 그녀는 경남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육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신분 없이도 난 그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어. 오빠, 난 내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거야.” 경남은 서율의 확고한 의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며칠 후, 서율의 몸 상태는 점차 회복되었다. 도혁은 의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나서인지, 아니면 서율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 때문인지, 거의 매일같이 병문안을 왔다
효연은 도발적인 눈빛을 번뜩이며 오만하게 말했다. “너 도혁 오빠한테 일렀겠지? 하지만 오빠가 널 믿었을까? 문서율, 넌 도혁 오빠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죽어도, 오히려 이혼 문제까지 깔끔하게 해결될 테니 상관없겠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율은 옆에 있던 물컵을 들어 힘껏 효연을 향해 던졌다. 쨍그랑! 컵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서율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창백한 입술 사이로 차가운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나가.” 그러나 효연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비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내가 한 말이 맞았나 보네?” 효연이 더 말을 잇기 전에,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도혁의 시선은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에 잠시 머물렀고,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침대에 누워 있는 서율을 바라보았다. 요즘 서율은 눈에 띄게 야위었고, 혈색 없는 얼굴은 그녀를 더욱 병약해 보이게 했다. 도혁은 차분하게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거야?” 서율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변도혁, 뻔히 알면서도 묻는 거야? 누군가 날 불쾌하게 만들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도혁은 잠시 침묵했다. 서율이 지민을 좋아하지 않는 건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지민을 비난했으리라 짐작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효연과 지민에게 말했다. “너희는 먼저 나가 있어.” “도혁아...”“나가서 이야기하자.” 지민은 잠시 서율을 바라보고는 병실을 떠났다. 도혁은 서율을 향해 짧게 말했다. “난 잠시 밖에 나갔다 올게.”...병실 밖에서 효연은 여전히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불평했다. “문서율이 분명 도혁 오빠에게 내가 밀었다고 고발했을 거야! 물에 빠진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모르겠어. 지금 연약한 척하면서 도혁 오빠의 관심을 다 끌어가고 있잖아! 정말 얄미운 여자야!” 효연은 멈추지 않
“제가 밀었다고 치면 어쩔 건데요? 그냥 장난으로 한 거잖아요! 수영장이 그렇게 얕은데, 빠졌다고 죽을 뻔했다니, 웃기지 않나요?” 효연은 뻔뻔한 태도로 도혁을 도발하듯 말했다. 도혁의 눈빛은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아까는 서율이 스스로 물에 뛰어들었다고 하더니, 이제는 장난이었다고 말을 바꾸는 거야?” 효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그녀는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맞아요, 제가 밀었어요. 그년이 눈에 거슬렸으니까!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는 거죠?” 효연은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예전에 그 여자가 꼼수를 부려서 오빠랑 지민이가 3년 동안 떨어져 지내게 만들었잖아요! 최근에도 서율이 얼마나 기고만장하게 굴었는지 몰라요? 지민이를 얼마나 괴롭혔는데! 심지어 할머니까지 화나게 해서 병원에 입원하게 만들었다고요.” 효연은 자신감이 붙은 듯 목소리를 더 높이며 말했다. “난 그냥 지민을 대신해서 그 여자를 혼내준 것뿐이에요. 이건 내 책임이니까, 지민이랑은 상관없어요. 뭐든 나한테 화풀이하세요.” 도혁의 얼굴은 서리처럼 싸늘해졌다.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 “나와 서율 사이의 일에 너는 끼어들 필요 없어.” 효연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지민은 무거운 표정으로 도혁을 바라보았다. “도혁아...” 지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효연이는 아마 충동적으로 그랬을 거야.” 도혁의 표정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갑기만 했다. “충동으로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고?” 효연은 고개를 숙이며 억울한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물에 빠진 것뿐인데, 그게 죽을 일인가요?” 도혁은 더욱 차갑게 말했다. “넌 문서율이 물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잖아.” 효연의 눈에 잠시 죄책감이 비쳤다. 지난번 지옥순의 생일 파티에서 서율이 아이에게 밀려 수영장에 빠졌을 때, 서율은 과장될 정도로 물을 두려워했다. 그때 서율이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 효연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서율은 이미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마침 2층에서 촬영 중이던 사람이 우연히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기 때문이다. 도혁은 그 사실을 듣고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서율을 바라보며 차분히 말했다. “정효연은 그냥 놔둬. 내가 나중에 보상해 줄게.”서율은 도혁의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반문했다. “나중에? 3년의 약속이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지금 와서 보상을 해주겠다고?” 도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이혼하지 않아도 돼.”서율은 놀란 눈빛으로 도혁을 응시했다. “변도혁, 그동안 계속 이혼을 서두르던 사람이 이제 와서 이혼하지 않겠다고? 고작 정효연을 감싸기 위해 이런 큰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거야?” 도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답했다. “지민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네가 지민을 그렇게 괴롭히지 않았다면, 나는 이혼을 고려하지 않았을 거야.”서율은 과거의 도혁을 떠올렸다. 결혼 후 도혁은 늘 차갑고 무심했지만, 한 번도 이혼을 언급하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서율은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지민이 돌아오자마자 그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과거라면 서율은 도혁의 이런 말을 듣고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서율은 이미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서율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변 대표님, 당신은 자극적인 걸 좋아하나 보네. 집 안에는 본처, 집 밖에는 애인, 두 여자를 동시에 두고 싶다는 말이야?” 서율의 차가운 말투에도 도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물에서 구해냈던 그날이 떠올랐다. 도혁은 서율의 죽음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무겁게 울렸다. “지민은 나를 구해 준 사람이야. 나는 서지민에게 큰 빚을 졌어.” 서율은 냉소를 띤 채 도혁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네가 그 빚을 갚는 방식이 바로 두 여자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거야?”도
서율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변도혁,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도혁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서율은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변도혁, 난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아. 이혼은 나에게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해방일 거야.” 서율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경멸이 서려 있었다. “너와 서지민 사이에 무슨 일이 있든 나와는 상관없어. 그러나 정효연은 날 죽이려 한 살인자야. 그녀가 서지민의 친구든 부모든, 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도혁의 얼굴이 점점 차가워졌다. 그는 더 이상 서율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문서율, 목격자가 제공한 영상은 이미 삭제했어.” 서율은 오랜 침묵 후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이걸 알려주려고 온 거야?” “문서율, 너도 알잖아.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도 지민이한테 손댈 수 없어.” 서율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도혁은 일어나며 말했다. “몸조리 잘해. 퇴원할 때 내가 데리러 올게.” 도혁이 병실 문을 나가려던 순간, 서율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를 멈추게 만들었다. “변도혁, 난 절대 정효연을 그냥 두지 않을 거야.” 도혁은 잠시 멈춰 섰다가,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나갔다....퇴원하는 날, 서율은 도혁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았고 미리 육경남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 돌아가는 길에 경남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변도혁이 목격자 영상을 삭제하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어. 서율아, 오빠가 도와줄까?” 법적으로 이 일을 해결하려면 증거가 필요했다. 증거가 없으면 서율이가 소송을 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필요 없어.” 서율은 눈을 감고 기대어 앉았다. 차창 밖으로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날리자 차갑고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가 알아서 할게.” 경남은 서율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효연
정효연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너희들, 문서율 그년이 보낸 거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여자가 효연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이 여자들은 모두 훈련을 거친 사람들이었기에 그 손길은 매섭고 강했다. 효연은 그 한 대에 그대로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여자들은 효연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입 조심해. 누구를 그딴 식으로 부르는 거야?” 한 번도 이런 모욕을 당해본 적 없는 효연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독하게 욕설을 퍼부었다. “내가 말한 건 바로 문서율 그년이야! 그년, 그년, 그년! 왜 지난번에 물에 빠졌을 때 죽지 않았던 거야!” 퍽! 또다시 뺨을 세게 맞았다. 효연은 맞은 충격으로 눈앞이 흐려지고, 머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한 여자가 효연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다시 말해봐, 누가 그년이라는 거지?” 효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문서율... 그년이야!” 그러자 또다시 뺨을 맞게 되었다.이번에는 치아마저 흔들렸지만, 효연은 끝까지 입을 다물지 않았다. 바로 그때, 문 밖에서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효연을 데려왔어?”서율의 목소리가 들리자, 효연의 머리카락을 잡고 있던 여자가 손을 풀었다. “아가씨, 이미 데려왔습니다.” 서율이 나타나자, 차가운 표정을 보이던 젊은 여자들은 마치 이웃집 소녀처럼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이들은 서율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된 경호원들이었다. 서율은 도혁과 결혼한 후 경호원을 돌려보냈지만 이제 다시 불러들였다. 가장 앞에 있던 여자가 서율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가씨께서 손을 대실 필요 없어요. 증거가 절대 남지 않도록 잘 처리하겠습니다.” 효연은 그 대화를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증거조차 남기지 않겠다고?' 효연은 고개를 들고 서율을 향해 말했다. “문서율, 네가 감히 나한테 손을 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두고 봐!” 서율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물었다. “어떻게 날 가만두지
효연은 붉어진 눈을 치켜뜨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문서율, 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거만하게 굴 수 있을 것 같아? 도혁 오빠가 너랑 이혼하면, 너한테 뭐라도 떨어질 거 같아? 그때가 되면 내가 널 짓밟아 죽이는 건, 마치 개미를 밟는 것만큼이나 쉬울 거야!”서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의지할 게 없다면 스스로 일어서야지. 이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완전히 의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들은 매번 일이 터질 때마다 남자에게 매달리더라. 남자가 없으면 죽을 것처럼 말이야.” 서율은 효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 “더군다나, 너 같은 사람을 혼내는 데 남자의 힘은 필요 없지.” 효연은 서율을 증오하는 눈빛으로 노려보며 무언가 떠오른 듯 웃음을 터뜨렸다. “문서율, 그날 네가 얼마나 초라했는지 알아? 물속에서 허우적대던 모습이 네가 얼마나 실패한 인간인지를 보여주고 있었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는데, 아무도 널 구하려 하지 않았지?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퍽! 또다시 뺨 소리가 울려 퍼졌고, 효연의 얼굴은 옆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효연은 겁을 먹지 않고 더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문서율, 네가 물속에서 발버둥치던 그 모습 정말 우습더라! 그때 찍은 영상 내 핸드폰에 아직도 남아있어. 하루에 몇 번씩 그 영상을 봐. 속이 다 시원해져!”“변씨 가문의 며느리? 외딴 길거리의 들개만도 못한 주제에!” 서율이 손을 들어 효연의 뺨을 때리려 하자, 효연은 계속 도발했다. “더 때려봐! 네가 날 때리는 건 화가 났다는 증거겠지. 몇 대 맞는 거쯤이야 아무 상관없어. 돌아가서 그 영상을 몇 번 더 보면 그만이니까.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야.” 서율은 때리던 손을 멈추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지.” 이때 서율은 효연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사람을 죽이려다 만 범죄자에게는 너무 가벼운 처벌이지.” 서율은 효연을 내려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