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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쓰는 왕관
이혼 후 쓰는 왕관
작가: 향원

제1화

내 남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잊지 못한 첫사랑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혼한 지 3년, 남편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애썼다. 그가 원하는 온화하고 현명한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려고 했다.

남편은 내가 요리를 못한다고 무심한 핀잔을 주었고, 나는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수없이 요리를 배워 손에 상처가 가득했다.

집안일을 못 한다며 냉정하게 꾸짖을 때도, 나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가며 그가 원하는 아내가 되려 애썼다.

그러나 내가 아이를 잃던 날, 남편은 첫사랑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망설임 없이 나를 뒤로하고 떠나버렸다. 피투성이가 된 나를 남겨둔 채, 그는 주저 없이 돌아섰다.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혼을 결심했다.

이혼하는 날, 전 남편은 드물게 죄책감이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나중에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를 찾아.”

나는 고개를 떨군 채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때 오빠에게서 온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절대로 나를 찾지 마.”

...

“윽!!”

익숙한 통증이 입술에 스며들었다. 누군가가 문서율의 입술을 거칠게 물어뜯고 있었다. 서율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번쩍 떴다.

어둠 속에서 남자의 크고 날렵한 실루엣이 흐릿하게 드러났다. 그는 서율을 완전히 제압한 채, 포식자가 먹잇감을 탐닉하듯 그녀의 몸을 탐욕스럽게 더듬고 있었다.

익숙한 향수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서율은 그 향이 누구의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느껴본 적 없는 구역질이 밀려왔다. 서율은 남자를 거칠게 밀어냈다.

변도혁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빛은 차갑고도 날카롭게 번뜩였다.

“네가 오늘 꼭 돌아오라고 했잖아. 그 이유가 이거 아니었어?”

도혁은 비웃으며 말을 던졌다. 서율의 가슴이 아릿하게 저려왔다.

지난주 서율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기쁜 소식을 도혁에게 전하려 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받았을 땐 짜증을 내며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오늘은 서율의 생일이었다. 그녀는 마침내 비서에게 부탁해 도혁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처음엔 주저하던 비서도 ‘서지민을 찾겠다’는 말에 마지못해 동의했다.

자기 남편에게 직접 전할 말을 비서를 통해 전해야 한다니 얼마나 비참한가.

서율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스탠드 조명을 켰다. 따뜻한 노란빛 아래, 도혁의 또렷한 얼굴이 드러났다.

높고 곧은 콧대,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차갑게 빛나는 까만 눈동자. 이 얼굴은 서율이 한때 너무나도 사랑했던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낯설기 그지없었다.

도혁의 미간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고, 짜증이 얼굴에 가득 서려 있었다.

“문서율, 또 무슨 수작이야? 경고하는데, 지민이를 건드리면 가만 안 둬.”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남편을 집으로 오게 하려고 다른 여자의 이름을 거론해야 한다니.

결혼 후 서율은 남편에게 첫사랑, 서지민이라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혁의 할아버지 변한석은 그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도혁과 그 여자를 떼어놓기 위해 서율과의 결혼을 강요했다.

도혁은 서율이 할아버지와 공모해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믿었고, 그녀를 음흉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서율은 지민의 존재조차 몰랐다. 그저 자신이 좋은 아내가 되지 못해 남편이 차갑게 대한다고 여겼을 뿐이다.

서율은 도혁의 마음을 얻기 위해, 손끝에 물 한 번 묻히지 않던 손으로 수없이 화상을 입으며 요리를 배웠다. 그러나 그녀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혁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서율은 깨달았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혁은 절대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얼마 전, 서지민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로 도혁은 더 이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한 서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하루 종일 서지민 씨랑 같이 있었어?”

지민의 이름이 나오자, 도혁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네가 감히 지민이를 입에 올려? 네가 뭔데?”

서율의 눈가가 붉어졌다. 3년간 쏟아부은 모든 노력에 대한 대답이 겨우 이것이었다.

그녀는 지민이 돌아온 이상, 자신이 물러나야 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도혁이 아이 소식을 들으면 혹시나 변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남아 있었다.

“나 사실은...”

서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서율은 간절한 눈빛으로 도혁의 손을 붙잡았다.

“도혁 씨, 내 말 좀 들어줘. 제발.”

이 시간에 그에게 전화를 걸 사람은 서지민 밖에 없을 것이었다.

도혁은 잠시 서율을 바라보더니, 이내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전화를 받았다.

핸드폰 너머로 서지민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혁아, 여기 갑자기 정전이 일어났어. 너무 무서워. 나 정전 제일 싫어하는 거 알잖아...]

도혁의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금방 갈게.”

서율은 그 대화를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도혁 씨, 제발 가지 마. 나 아직 할 말이...”

그 순간, 전화기 너머로 지민의 비명이 들려왔다.

“지민아, 무슨 일이야?”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을 밟았어. 피가 나는 것 같아. 너무 아파...]

“움직이지 마. 지금 바로 갈게.”

도혁은 더 이상 서율에게 신경 쓰지 않고 서둘러 방을 나가려 했다.

서율은 그를 막아서며 외쳤다.

“변도혁, 나 아직 할 말 있어!”

도혁은 냉정하게 서율을 밀어내며 말했다.

“문서율, 너 때문에 지민이 다치기라도 하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도혁은 서율을 밀쳐냈고, 그녀는 힘없이 뒤로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떠나가는 도혁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서율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남편이 집에 돌아온 지 겨우 10분. 그러나 서지민의 전화 한 통에 그는 급히 떠나버렸다.

서율은 문이 닫히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급히 방을 나와 도혁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려 했다.

그러나 서두르는 바람에 계단에서 발이 미끄러져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의식을 잃기 직전, 서율은 힘겹게 문 쪽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외쳤다.

“도혁 씨...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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