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몇 달 뒤면 너도 낳을 건데 지금 무섭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심장이 두근두근 세차게 뛰고 있었다.“처음에는 이 정도로 무서울 줄은 몰랐지. 요즘은 조금 후회되는 것 같아.”물론 이런 말을 전동하 앞에서 할 수는 없었다.소은정은 갑자기 전동하가 떠올라서 김하늘에게 말했다.“먼저 가. 나 동하 씨한테 전화 좀 하고.”김하늘은 손을 풀고 병실로 향했다. 어차피 병실 앞까지 왔으니 별일 없을 거라 안심했다.“이런 상황에도 전 대표가 보고 싶어? 출산 임박한 형님 보니까 마음이 심란하다고 말할 거야? 역시 유별나다니까!”소은정은 그러거나 말거나 빨리 들어가라고 손을 휘휘 저었다.김하늘도 더는 말없이 한시연을 보러 병실로 들어갔다.소은정은 전동하에게 전화해서 한시연이 출산 임박했다는 소식을 간략해서 전했다.전동하는 잠시 침묵하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잠시만 거기서 기다려요. 내가 곧 갈게요.”소은정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자신이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 싶기도 했다.하지만 공유를 안 하고는 배길 수 없었다.그녀는 임신한 뒤로 전보다 두 배는 예민해졌다.전동하가 보고 싶다고 하면 당장 봐야 하고 기다리기도 싫어했다.병실 안에서 신음 소리가 줄어들더니 소은해가 뭐라고 했는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소은호의 웃음소리도 들렸다.기분이 조금 좋아진 소은정은 안으로 들어갔다.창백한 얼굴을 한 한시연이 그녀를 부드럽게 맞아주었다. 그녀는 좀 지쳐 보였다.“어떻게 다 같이 왔어요?”소은정은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아기 태어나면 우리 가족들 얼굴 다 볼 수 있게 해야죠!”한시연은 웃으며 소은호를 타박했다.“의사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루 이틀 정도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는데 저 사람이 고새를 못 참고 배가 아프다니까 바로 병원에 데려왔지 뭐예요.”소은호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내를 바
한시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본 소은호는 박스를 받아 그녀에게 건넸다.“받아. 거절하면 내가 욕먹을 것 같아.”소찬식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시연은 더 사양하지 않았다.어차피 소은호도 평소에 선물을 잘해 주는 남편이었고 그녀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았다.하지만 박스를 열어본 한시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안에는 작은 보석함이 들어 있었는데 에메랄드 액세서리 세트가 들어 있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액세서리들이었다.일반적으로 이런 보석은 수집 애호가들이나 소장하는 제품인데 그 가치가 몇 억 이상은 될 것이다.보석함 밑에는 10억짜리 부동산 계약서도 같이 들어 있었다.시아버지의 통큰 선물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선물을 확인한 소은호도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었다.한시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일반 보석이나 액세서리면 몰라도 너무 귀한 물건이라 받기가 부담되었다.“아버님….”소은정은 옆에서 귤을 까먹으며 말했다.“언니, 우리 아빠 통 큰 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뱃속의 아기 준다고 생각하고 받아요.”한시연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너무 비싸요. 이럴 것까지는….”“새언니는 우리 가문의 첫아이를 출산할 건데 얼마를 줘도 과분하지 않아요.”소은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소찬식도 찬성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아기 나오기 전에 이걸 줬다는 건 사내애가 나오든 공주님이 나오든 똑같이 사랑할 거라는 뜻이기도 해요.”한시연은 그제야 눈시울을 붉히며 소찬식에게 꾸벅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아버님.”사실 소씨 가문 맏며느리로서 부담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소찬식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아도 손자를 바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소은호에게는 이런 말을 할 수 없었기에 혼자서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다.소은정의 한 마디에 그동안 느꼈던 부담감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소찬식은 손자든, 손녀든 똑같이 사랑할 거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만약 그녀가 출산한 뒤
소찬식은 그를 보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자네 회사 출근한 거 아니었어?”요즘 전동하는 줄곧 소은정과 붙어 있었기에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회사로 나간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퇴근하다니?전동하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웃고는 말했다.“형수님이 곧 출산하신다고 해서요. 장인어른이나 형님들은 형수님 돌봐야 하니까 은정 씨는 제가 챙겨야죠.”소찬식은 한숨이 나왔다.‘아무리 내 딸이지만 쟤는 너무 유별나!’전동하가 성격이 좋아서 그렇지 다른 남자였다면 진작 짜증냈을 것이다.소은호도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잘 왔어. 막내 데리고 들어가서 쉬어.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소은정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난 여기 있으면서 지켜볼래. 그래야 내가 나중에 출산할 때도 덜 긴장하지.”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밤.소찬식이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한시연이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소은호는 바로 달려갔다.잠시 후, 그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뛰쳐나오며 말했다.“의사 좀 불러줘. 이번엔 진짜인가 봐.”잠시 후, 한시연은 분만실로 들어갔다.이제 모두 돌아갈 필요가 없게 됐다.한 시간 뒤, 소은해와 김하늘도 다시 돌아왔다.소은정은 긴장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전동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전동하는 그런 그녀를 품에 안으며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한참 뒤에야 소은정은 안정을 되찾았다.소은호는 손 잡아준다고 분만실로 같이 들어갔다.저녁 열한 시.아이가 태어났다.남자아이였다.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는 울지도 않고 얌전히 자고 있었다.아이가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갔고 소찬식은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었다.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애가 분만실에서 그렇게 크게 울더니 지쳐서 잠들었나 봐요. 아기는 건강합니다.”소찬식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소은해와 김하늘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전동하는 아기를 힐끗 보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큰형님을 많이 닮았네요.”소은정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새언니를
돌아가는 길, 한유라는 소은정에게 하소연했다.“한 회사에서 능력 있는 관리 인사가 된다는 건 너무 재미없는 일상이야. 예전에 생각했던 거랑 전혀 달라. 심강열 그 사람은 내 속도 모르고 중요한 프로젝트만 골라서 나한테 맡긴다니까? 그거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엄청난 손실로 이어져. 우리 엄마가 알면 몽둥이 들고 달려올 거야.”소은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되물었다.“실권을 쥐는 거, 그게 네가 줄곧 원하던 거 아니야?”한유라는 입을 삐죽이며 대꾸했다.“지금은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들어. 매일 새벽까지 야근해. 너무 피곤하고 서러워. 그런데 사무실을 나서면 심강열 사무실에도 불이 켜져 있어. 그걸 보면 내가 가장 불쌍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은해 오빠한테 들었어. 우리 오빠랑 같이 추진하는 사업도 있었다면서? 너 잘한다고 칭찬하던데? 그러니까 심 대표도 안심하고 일을 너한테 맡기지.”한유라는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하지만 너무 피곤한걸!”하지만 하소연은 하소연일 뿐.소은정이 쇼핑하자고 한유라를 조르는 사이, 심강열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따가 회의 있으니 빨리 들어오라는 내용이었다.한유라는 단호하게 소은정을 혼자 내버려두고 회사로 돌아갔다.소은정은 하는 수 없이 김하늘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와서 쇼핑 좀 할까?”그러자 김하늘은 난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나 좀 바쁜데 다음에 할까?”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휴가 아니었어?”김하늘은 어쩔 수 없이 사실을 이야기했다.“은해 오빠가 요즘 회사 일이 바쁘다 보니 만날 시간이 별로 없어. 마침 드라마 팀에 일손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서 도와주기로 했어.”소은정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정말 대단하다. 쉬는 시간을 다 일로 채우네!”김하늘이 한탄하듯 말했다.“말도 마. 매번 은해 오빠랑 마주치면 자꾸 애 낳자고 눈치를 준다고. 그렇게 좋으면 자기가 낳든가.”소은정은 김하늘이 아이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냥 해본 말일 거야. 은해 오빠 성격
휴게실은 비좁고 초라했다. 오고 가는 제작진도 별로 없었다.하지만 아무도 소은정 쪽에 관심을 안 준다는 점은 괜찮았다.큰 코트를 입고 꽁꽁 싸맨 그녀는 유명인이라기보다는 그냥 견학 온 사람 같았다.김하늘은 감독과 일련의 문제를 상의하고 다시 돌아왔다.“저쪽에 우리가 아는 친구들이 있는데 인사 좀 할래?”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친구?”김하늘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손호영 씨랑 유준열 씨. 이번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랑 서브 남주야.”소은정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둘이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다고?”김하늘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상밖이지?”소은정은 이 바닥 참 좁다는 생각을 했다.요즘 연예계에 관심을 주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었다.이글 엔터의 메인 배우가 바뀐 것도 그렇고 유준열이 소속사와 계약을 파기하고 나가면서 팬들 사이에서 조금 소란이 있었다.두 사람이 서로 라이벌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그런데 같은 드라마를 촬영한다니?“그럼 누가 남자주인공이야?”김하늘은 웃으며 창밖을 가리켰다.“당연히 손호영 씨지. 요즘 연기가 아주 물이 올랐어. 게다가 이글 엔터의 메인이기도 하고.”유준열도 인기가 많았지만 애초에 풋풋한 이미지였던 그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열기가 식고 있었고 그를 밀어줄 만한 실력을 가진 회사도 없었다.이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해 봐야 할 시기인데 괜찮은 대본을 받으면 주인공이든 아니든 일단은 수락하고 봐야 할 시점이었다.소은정은 정말 별일이 다 있다며 속으로 생각했다.업계에서 얼굴을 붉힌 연예인들이 평생 작품을 같이 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였다.제작팀도 불필요한 소란을 피하기 위해 사이가 안 좋은 연예인들을 묶어서 출연시키지는 않았다.그런데 두 사람 모두 제안을 수락했다는 것이 놀라웠다.“손호영 씨는 유준열이랑 같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싫은 티 안 냈어?”김하늘은 웃으며 말했다.“손호영 씨 보통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웃는 자의 얼굴에 침을 못 뱉는 법이다.그녀는 가만히 서 있는 손호영에게 고개를 돌리며 인사를 건넸다.“손 주주님?”손호영은 몸값이 올라간 뒤에도 이글 엔터 측에 무리한 요구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속사와 이런 계약을 맺었다.1년 안에 매출을 1조 올리면 그 돈으로 이글 엔터의 주식을 사겠다는 내용이었다.물론 10퍼센트로 많지는 않았다. 손호영은 똑똑한 사람이었다.어렸을 때 크게 주목을 받은 연예인이 늙으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어차피 언젠가는 주연 자리를 더 어린 배우에게 내주고 중년 연기자 역할을 해야 한다.팬들에게는 잔인한 일이었다.그래서 일부 연예인들은 투자자로 직업을 변경했다. 괜찮은 신인이나 작품에 돈을 투자하기도 했다.일부는 엔터 회사를 차리는 경우도 있었다.손호영은 더 멀리 내다보았다. 그는 홀로 독립하는 대신 이글 엔터와 운명을 같이하기로 결정했다.이글 엔터의 지분을 원하는 사람은 정말 많지만 소은해가 싫다고 하면 어쩔 방법이 없었다.손호영이 이 정도로 이글 엔터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 소속사 뒤에 거대한 인맥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이글 엔터를 설립한 톱스타 소은해는 SC그룹의 셋째로 사실 상 이글 엔터는 SC 2세의 놀이터나 다름없었다.그는 이글 엔터에서 한자리 차지하면 업계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연예인은 언제 어디서든 이미지와 스캔들을 주의해야 한다. 많은 연예인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하지만 회사의 임원이 된다는 건 또다른 얘기였다. 그 회사에서 발언권이 있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준호가 소은해를 설득한 것도 한몫 했다. 그는 손호영은 자질이 뛰어난 배우이고 과분한 요구도 아니라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그래서 소은해는 지분을 나눠주는데 흔쾌히 동의했다.1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손호영은 이미 1조 매출을 달성했다.연예계에서는 충격적인 일이었다.손호영
소은정은 그가 말한 회사가 이글 엔터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SC그룹을 말하는 건지 분간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가 자신에게 이 정도로 관심을 가져주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그녀는 웃으며 얼버무렸다.“쉬고 싶어서 휴가 신청했죠.”손호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이따가 같이 식사하실래요?”옆에 있던 김하늘마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그에게 말했다.“조금 전에 내가 일부러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유준열을 거절했다고 생각해요?”손호영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솔직하게 말했다.“휴가 중인데 근처에 볼일 보러 왔을 리 없잖아요.”소은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돌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었다.김하늘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말했다.“호영 씨, 은정이는 나 만나러 온 거예요. 이따가 내가 집에 데려다줘야 해요. 안 그러면 얘네 남편이 나한테 뭐라고 할 거거든요.”선을 넘지 말라는 뜻이었다.손호영은 살짝 움찔하더니 입을 다물었다.소은정은 축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운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그제야 분위기가 좀 나아졌다.그녀는 손호영의 자존심을 꺾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키운 배우였고 이글 엔터의 핵심 인물이니 겉으로라도 관계를 잘 처리하는 게 맞았다.“호영 씨는 요즘 여자친구 안 사귀어요?”손호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소은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연기자란 스캔들 관리도 잘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자신을 억제할 필요는 없어요. 요즘 팬들은 관대해서 그런 일로 뭐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김하늘도 맞장구를 쳤다.“그건 맞지.”손호영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메이크업 수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유준열은 아직도 거기서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손호영을 보고 멈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그도 거기에 끼고 싶었다.하지만 소은정은 전처럼 그에게 스스럼없이 대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선을 그으려는 모습을 보였다.지금은 손호영이 그들과 더 친근
소은정은 웃으며 대답했다.“손 주주님, 장기 계약은 배우한테 불리할 텐데요. 이미지 변화를 줄 수도 없고요. 같은 제품을 계속 광고해야 하는데, 계속할지 말지도 사실 회사에서 종합적인 평가를 통과해야 하고요.”손호영의 눈빛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며 입을 다물었다.소은정은 그가 고작 홍보 대사 자리 하나 때문에 실망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는 홍보 대사 외에도 수많은 명품 광고를 찍었다.그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왜 저렇게 집착할까?손호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어쩔 수 없죠.”김하늘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이상한 기류가 신경 쓰였다.‘몸값이 올라가니까 은정이 앞에서 떨지도 않고 원하는 걸 얘기하네.’그들이 대화를 나누는데 휴게실 문이 열렸다.유준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소은정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에게 물었다.“어떻게 왔어요?”‘분명 알아서 돌아간다고 했는데?’전동하는 못 말린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넥타이를 풀며 느긋하게 말했다.“마침 근처에 미팅 있었거든요. 끝나고 데리러 왔죠.”말을 마친 그는 김하늘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호영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김하늘을 대하는 태도와는 확연히 달랐다.손호영도 그걸 느꼈다.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에게 인사했다.“전 대표님.”전동하는 이 업계에서도 꽤 유명한 인사였다.연예계 사업은 돈이 많이 나가는 분야이다.수많은 엔터 회사에서 어떻게든 전동하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선물도 보내고 여자도 보냈다.하지만 전동하는 단호하게 거절했고 업무적인 얘기만 하다가 돌아갔다고 한다.많은 예능프로에서 요청이 쇄도했지만 그것도 전부 거절했다.사람들은 전동하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이라며 혀를 찼다.그가 유일하게 일으켰던 스캔들이 바로 소은정과의 스캔들이었다. 하지만 그 소문도 점차 잠잠해졌다가 지금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일부는 그들 사이가 이미 식었다고 떠들었다.하지만 여기까지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