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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술을 권한다면

“그럼 제가 마실게요.”

하민이 응답하지 않자, 상혁은 바로 술잔을 들어 올려 단숨에 들이켰다. 독한 술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가슴이 뜨거워졌다.

“좋은 술이군요.”

하민은 술자리 문화를 추구하지 않았고, 그가 굳이 술을 마셔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는 이런 자리에서 타협할 생각은 더더욱 없어서 직설적으로 말했다.

“네가 스스로를 망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하연이를 슬프게 한다면, 나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이 자리에 남을지, 나랑 갈지 빨리 선택해.”

하연의 이름이 언급되자, 멈칫하던 상혁이 더욱 빠르게 술을 따랐다.

“슬프게 한다고요? 하연이가 정말 아직도 저 때문에 슬퍼할까요...”

주변 사람들은 그제야 하민이 이곳에 온 이유가 최하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원빈의 얼굴이 단단히 굳어졌다.

“최 대표님, 최씨 가문은 우리 집안을 대체 뭐로 보는 겁니까? 우리를 최씨 가문의 놀이 도구로 생각하는 겁니까? 우리 슬기도 명문가에서 제대로 교육받으며 바르게 자란 딸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행동은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주슬기가 부상혁을 오래도록 좋아해 왔다는 사실은 F국의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우리 동생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오늘 저도 여기 오지 않았을 겁니다.”

하민이 직접 나선 것은 오로지 하연의 요청 때문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 말이었다. 실은 이것 자체가 상혁에게는 일종의 타협이자 약간의 양보였다.

그러나 상혁의 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연이 다른 사람을 통해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상혁은 또 술 한 잔을 들이켜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 먼저 돌아가세요. DL그룹과 ZT그룹 간의 일은 제가 여기 남아서 처리해야 하니까요.”

그의 말은 단호했지만, 주씨 가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남겨둔 것이었다.

하민의 얼굴은 서서히 어두워져 갔다. 주원빈이 다시 한번 술잔을 들며 권하려는 낌새를 보이자, 하민이 갑작스럽게 테이블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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