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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잠시만요

차량이 멀어지자, 하연은 무릎 위에 놓인 책들을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최 사장님, 집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DS그룹으로 갈까요?”

“공항으로 가주세요.”

운전기사가 의아한 듯 백미러를 보았지만, 하연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F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

주씨 가문은 F국에서 악명 높은 까다로운 집안으로 유명했다. 주원빈은 상공업으로 가문을 일으켰고, 수많은 술자리에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 오늘날의 이 위치까지 올라왔다.

지금, 주원빈은 그 술자리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주씨 가문과 사업을 논하고 싶다? 좋다, 먼저 술부터 마셔라!

...

한편, 부상혁은 이틀째 주씨 가문의 본가에서 머물고 있었다.

하연이 금천파이낸스의 명예를 회복시켜 상혁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지만, 힘센 사업가들 사이의 협상과 입장 표명은 여전히 그의 몫이었다.

지금 상혁은 미친 듯이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마치 술에 살고 술에 죽겠다는 결심이라도 한 듯, 누구의 술잔이든 마다하지 않고 과감하게 취해갔다.

심지어 주슬기도 상혁의 이상함을 눈치챘다. 소란스러운 술자리였지만, 그녀는 상혁의 곁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걱정 있어요?”

상혁은 셔츠의 단추를 몇 개 풀고, 목덜미가 붉게 달아오른 채로, 핏줄이 드러난 손으로 잔을 돌리고 있었다.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많이 마셨지만 정신은 여전히 맑았다.

“우리 아버지는 당신을 곤란하게 하지 않았어요. 오늘 여기에 있는 명문가 가족분들도 당신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능력은 모두 인정하고 있으니까, 무너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슬기는 상혁이 여전히 1000억에 관한 일을 마음에 두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상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슬기는 약간 당황한 듯 상혁의 옆에 있던 외투를 집어 들었다.

“비서는 어디에 있어요? 왜 안 보이죠? 제가 부축할게요...”

슬기의 손이 상혁의 몸에 닿는 순간,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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