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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사과하러 왔죠

비서가 말문이 막혀 쉽게 답하지 못하자, 정태산이 말했다.

“지난번 진숙이와의 만남을 절대 들키지 않았어야 했어.”

비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또다시 묻는 정태산의 질문에 대답했다.

“오늘 집사람의 일정은 무엇인가?”

이런 계층의 부부는 상호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가정과 인간관계를 관리한다. 특히 정태산의 아내처럼 사회적 위치가 있는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사회든 계층이 존재한다. 정태산의 아내 주경미는 가장 높은 신분을 지닌 ‘사모님’이며, 그녀 주변에는 여러 명문가나 정치인의 부인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마치 별들이 달을 떠받들듯, 그녀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태산의 지위가 워낙 비범하다 보니, 그는 행사에 부인을 동반해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렇게 주경미는 여러 민간조직이나 협회에서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 사모님께서는 B시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셨습니다.”

정태산은 생각난 듯 말했다.

“지난번 진숙이가 내 제자 중 한 명이 본인을 찾았다고 하던데, 그 제자가 누구인지 알아봐.”

비서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누군가 조진숙과 접촉하려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제가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마자 하연은 짐을 빠르게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서류를 제출하자, 이번 조사의 책임 조사관이 급히 달려왔다.

“최 사장님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소홀히 대했습니다. 곧 직원을 보내서 모시겠습니다.”

하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갈 수 있으니까요. 다른 서류도 처리되었나요?”

조사관은 조금 당황하며 대답했다.

“서류 부분은 곧 처리됩니다만,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의 이사님이 B시를 방문하셨는데, 최 사장님께서 누명을 썼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분노하셨습니다. 꼭 한 번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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