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훈은 며칠간 하연을 찾지 못해 애가 탔다. 그러던 중,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먼지를 뒤집어쓴 하연이 내린 것이었다. “최 사장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태훈은 하연을 보고 안도했지만, 그녀의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농장에선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하연은 왕대천 부인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차림새는 다소 특이하고 이질적이었다. 하지만 하연의 타고난 기품 덕에 묘하게 어울렸다.“부상혁은 어떻게 됐어?” 하연은 인사도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며칠째 소식이 없어요. 외부 여론이 거세서 FL그룹의 홍보팀도 막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DL그룹도 아무런 지원이 없고요. 아마 누군가가 명령을 내린 것 같아요.”‘DL그룹...’ 하연은 이를 악물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주식 사건의 배후가 누구야?”사실 묻지 않아도 답은 알 수 있었지만, 그녀는 확인이 필요했다.“대부분 한서준이라고 봐요. 실명으로 고발했고, 실질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까 금융감독원이 바로 움직인 거죠.”과거의 거액 사건이 연루되어 있었고, 국제증권감독기구와 금융감독원의 수사 방식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한서준이 이방규와 손을 잡은 거야.” 하연이 단언했다.곁에 있던 연지가 입을 열었다. “이방규는 오랫동안 부 대표님의 과거에 대해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증거를 손에 넣은 걸까요?”하연은 창가로 걸어가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그녀가 정태훈을 향해 말했다. “하선유의 근황을 좀 알아봐 줘.”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하연은 휴게실로 들어가 급히 샤워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녀가 나오자 창가에 서 있는 손이현이 보였다.그는 깨끗한 사무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풍겼지만, 이현의 시선은 오로지 하연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하연이 연지에게 말했다. “손 사장님은 이제 돌아가셔도 돼요.”하연은 빠르고 강단 있는 모습으로 일을 처리했고, 이현은 그런 그녀의 새로운 면모를 처음 본 듯했다. 두 사람 사이에 투명
부하직원의 보고를 들은 나운석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알겠어, 기다리고 싶다면 그냥 기다리게 둬.”부하직원은 어쩔 수 없어 자리를 떠났다.한서준은 그 대답을 듣고 비웃으며 일어섰다. “한때는 네가 신처럼 떠받들던 사람이잖아. 이제는 친구라면서, 그렇게 매정하게 구는 거야?” “이러지 않으면 어쩔 건데? 최하연한테 부상혁의 증거를 제공한 사람이 나라고 실토라도 하라는 거야? 최하연이 날 죽이려 할지도 몰라.” 운석이 자조적으로 말했다.서준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선유에 대한 집착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큰가 보네. 부상혁을 배신한 이상, 최하연은 분명히 너에게 실망할 거야. 지금쯤 최하연의 표정이 어떨지 나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어.”‘분명 실망과 절망이 가득한 표정일 거야.’운석 역시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와 이방규의 협력, 정말 가짜야?”“CCTV 영상까지 너한테 줬잖아. 아직도 의심하는 거야?”그 영상은 진짜였고, 하선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방규를 궁지로 몰 가능성도 컸다.“WA 그룹의 사업은? 세 건의 자살 사건도 이방규의 짓이야?”이 질문에 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야. 하지만 부상혁이 사람을 잘못 본 거 아니겠어? 스스로 자초한 일일 수도 있지.”“그리고 서태진 같은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를 신뢰하고 거래했으니, 부상혁도 대담한 짓을 벌인 셈이지.” 서준의 눈에는 냉혹한 기운이 서렸다.그가 운석의 사무실 창밖을 내려다보니, 기다리고 있는 하연이 보였다. 그녀는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매우 초조해하고 있었다.“한 번 만나보는 게 어때? 최하연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성격이잖아. 네가 만나지 않으면, 네가 아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인상을 줄 거야.” 서준이 운석의 옆으로 다가가 경고했다. “안 만나면 오히려 더 의심받게 될 거야.”운석이 서준의 말을 들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얼마
정태훈은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하연이 급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의 초조한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나 부 사장도 자기 일을 했을 뿐이예요. 그분을 탓한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해결되진 않을 겁니다.”하연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니야. 예전에는 그런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야 깨달았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익이 모든 것을 우선한다’는 말의 의미를.”그녀는 마음속 깊이 상혁에게 묻고 싶었다. ‘오빠, 이런 결말을 알았더라도, 나운석을 도왔을 거예요?’ 하연은 자신을 탓했다. 만약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상혁도 애초에 이 일에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고, 배신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저기, 한서준이에요...” 태훈은 앞을 응시하며 조용히 말했다.하연은 지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즈니스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정장을 입은 한서준이 차 옆에 서서 하연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가실 건가요...” 태훈이 말끝을 맺기 전에, 하연은 이미 차 문을 열고 내렸고, 태훈은 그녀를 말릴 새도 없었다.서준은 웃으며 다가오는 하연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얼굴빛이 좋지 않네.”하연이 멈춰 섰다.“너, 지금 굉장히 만족스러워 보인다.”서준이 손을 뒤로 깍지 끼며 말했다. “너랑 부상혁은 너무 자만했어. 그깟 작은 호의로 나운석을 매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이건 우리의 수십 년간의 우정을 과소평가한 대가야.” ‘우정이라니.’하연은 비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런 우정, 너나 잘 간직해. 언젠가 나운석은 너도 배신할 거야. 내가 그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서준이 재빠르게 반박했다. “네가 그걸 볼 수 있을 것 같아? 왕정이 너희 손에 들어가긴 했지만, 오래 살진 못할 거야. 왕정이 너희 손에서 죽는다면, 죽어서도 너희를 원망하지 않겠어?” 하연은 그 말에 충격을 받으며 몸을 떨었다. “뭐?!”“몰랐어? 왕정의 내장은 빠르게
하연은 한 번도 상혁이 이 일을 미리 언급한 적이 없었기에 더욱 불안했다.상혁도 마치...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하연의 침묵에 여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소문은 들었어. 진숙 이모가 부 대표님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더라고. 하지만 동건 삼촌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지. DL그룹은 지금 사면초가야. 부남준이 다시 실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조진숙의 힘이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상혁의 사건은 국제법까지 얽혀 있어 그녀에게도 벅찬 상황이었다.하연은 잠시 침묵한 후, 여은의 말을 듣고 생각이 정리되었다. “부남준?”여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도 본 적 있잖아. 결국 그 사람이 이득을 보게 됐어.”DL그룹이 이런 위기에 처한 것은 바로 서태진의 WA 그룹 사업 때문이었다. 하연은 생각에 잠겼다가, 마침내 깨달았다. “문제의 약점은 사설 금융 조직이 아니라 이거였구나.”여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라고?”하연은 늦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위클리 뉴스는 이번 사건을 보도할 예정이야?”“그럼, 이 사건은 너무 커서 내가 혼자 막을 수 없어.” 여은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네가 무사한 걸 보니 안심이야. 내 기자가 사진 한 장을 찍었는데, 아직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았거든.”하연이 이해하며 물었다. “무슨 사진인데?”여은이 사진을 인쇄해 하연에게 건넸다.위클리 뉴스가 이렇게 크게 성장한 것은 그저 운이 아니었다. 기자들은 진짜로 목숨을 걸고 독점적인 뉴스를 찍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한 기자가 고층 건물 외벽에 매달려 부상혁의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방 안에는 백열등이 켜져 있었고, 창문이 열려 있었다. 부상혁은 창백하고 마른 모습으로, 평소의 온화한 모습과는 다르게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다. 그는 손을 입에 대고 기침하고 있었고, 손등에는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했다.하연은 그 사진을 보자마자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에 눈물이 맺혔다. “오빠가 아프
과거의 인연 덕분에 부동건은 결국 하연을 만나주었다.하연은 병상에 앉아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삼촌, 상혁 오빠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비밀 거래 혐의이든, 세 건의 자살 사건이든 오빠가 연루될 리 없어요. 오빠는 삼촌의 친아들이잖아요. 이 사실을 삼촌이 누구보다 가장 잘 아셔야죠.”부동건은 방금 DL그룹과 관련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고 피곤한 상태였다.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상혁이는 성격이 너무 거칠어. 성격을 다듬지 않으면 큰일을 할 수 없는 법이지. 하연아, 네가 상혁이를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어.”그의 말은 당분간 상혁을 구해줄 생각이 없다는 의미였다.이때, 송혜선이 한 손에 전복죽을 든 채로 들어와 다정하게 말했다. “하연아, 이건 최고급 전복죽이야. 아침 내내 준비했는데, 회장님이 아직 드실 수 없으니 네가 먹고 마음을 진정시켜 보는 게 어때?”하연이 그녀를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드시고 싶으면 드세요. 저는 필요 없어요.”송혜선은 말문이 막혀 한 걸음 물러섰다. 이때 병실 문이 열리고, 부남준이 들어섰다. 송혜선은 재빨리 전복죽을 내려놓고 아들을 끌어내며 말했다. “지금 들어갔다간 욕만 먹을 거야.”남준이 벽에 기대어 창문 너머로 하연의 가녀린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언제 왔어요?”“얼마 안 됐어. 부상혁 때문이지.” 송혜선은 방금 손톱을 정리한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찍어준 사진 덕분에 네 아버지가 부상혁을 그대로 내버려두게 됐어. 지금은 조진숙의 약점을 잡았으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겠어.”그녀는 평생 자기 관리에 온 신경을 쏟아왔고, 모든 면에서 부유한 여인의 분위기를 풍겼다. 남준이 송혜선을 흘깃 보며 말했다. “최하연과 부상혁이 결혼할 날이 얼마 안 남았어요. 그 사실만으로도 아버지는 형을 구할 거예요.”“그건 다른 이야기란다. 부상혁이 늦게 풀려날수록 우리는 더 유리하니까. 어차피 지금 당장은 구해줄 수
남준은 직접 차를 몰고 병원을 빠져나갔다.하연은 안전벨트를 꼭 잡고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사망자 가족들을 위로하러.” 남준은 하연을 보지 않고,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차는 계속 도시 외곽으로 나아가 한적한 교외에 도착했고, 남준은 그제야 차를 멈췄다. 그가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 “내려.”그는 트렁크에서 몇 가지 선물을 꺼내 어떤 집으로 걸어갔다. 집 근처에 다가가자마자 안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소리가 너무 참혹해서 마음이 아팠던 하연은 들어가기를 주저했다. 문을 연 사람은 말끔한 차림의 남준을 보고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서 온 사람이지?”이전에 이미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은 듯했다.“DL그룹에서 왔습니다.”“그렇다면 그 최고 책임자인가?”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사람은 화가 나서 빗자루를 들고 남준과 하연을 내쫓으려 했다. “꺼져! 사람이 죽었어. 우린 너희의 보상금 같은 거 필요 없다고! 당장 나가!”하연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 거의 넘어질 뻔했지만, 남준이 재빨리 그녀를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그러나 그 행동 덕분에 집주인은 재빨리 문을 닫아버렸다.하연이 숨을 고르며 남준과 눈을 마주쳤다.그 후에도 두 집을 더 방문했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았고, 모두 두 사람을 내쫓았다.차 안에서 하연이 결론을 내리며 말했다.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사람들은 서태진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한 게 문제였지, 상혁 오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어. 오빠는 그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지만 말이야.” 남준이 냉소하며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서태진이 운영하는 사설 금융 조직의 자금은 어디서 나왔을까? 전부 공사에서 빼돌린 돈과 체불한 임금이야.”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방금 만난 그 사람들, 모두 저소득층 가정이야. 두 집은 자녀가 올해 대학에 갔고, 한 집은 노인이 중병에 걸렸지. 치료할 돈이 없으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거야.” 하연은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허! 상혁 오빠는 이미 다 알고 있었구나...’하연의 발걸음이 흔들리며, 그녀의 표정은 혼란에 휩싸였다. ‘정말 부남준이 말한 것처럼, 지금 벌어진 모든 일이 상혁 오빠와 관련이 있는 걸까?’ “최 사장님...” 연지가 걱정스러워하며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하연의 시선이 연지의 손에 든 서류로 향했다. “연지 씨는 계속 상혁 오빠를 만나려고 애쓰고 있네요. 조만간 만날 수 있겠네요?”연지는 거짓말을 하고 싶었지만, 서류가 너무 눈에 띄었다. “네. 이따가 부 대표님이 계신 곳에 가서 처리해야 할 문서를 드릴 겁니다. 단, 공무를 처리하는 시간은 30분이고,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어요.” 하연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연지가 서둘러 덧붙였다. “이럴 때는 만나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DS그룹까지 연루되면 안 좋잖아요.”하연이 결심한 듯 말했다. “저도 같이 갈게요.”“최 사장님...”“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 하연이 설명했다.연지는 결국 이를 막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부상혁은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조사를 받고 있어도 자유가 제한된 것 외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연지는 28층으로 직행해 신분증을 보여주고 검사원에 의해 안으로 안내되었다. 상혁은 소파에 앉아 수액을 맞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부 대표님, 많이 아프세요?” 연지가 조용히 물었다.상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며칠 동안의 강도 높은 심문에 지친 그의 모습은 피로해 보였다.“폐렴일 뿐이야. 큰 문제는 없어.” 상혁이 가볍게 기침하며 몸을 일으켰다. “FL그룹은 어떤 상황이야?”“대표님께서 예상하신 대로, 일부 연루는 있었지만, 홍보팀이 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DL그룹이에요. 세 건의 자살 사건이 큰 논란을 일으켜서 국제 뉴스에 보도되고 있어요. 부 회장님께서도 몹시 화가 나셨어요.
상혁은 왕정의 상태를 묻지도 않았다. 그저 연지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만으로 왕정의 상황을 이미 추측한 듯했다.“왕진? 이 사람은 실종된 거 아니었어요?” 연지가 놀라서 물었다.상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침묵은 이미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면회 시간이 끝났고, 연지는 더 머물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는 하연이 아직도 로비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하연의 가녀린 뒷모습은 추워 보였고, 외롭게 느껴졌다. 그녀는 오래도록 그렇게 앉아 있었던 것 같았다.연지가 다가가며 말했다. “최 사장님.”생각에 잠겨 있던 하연이 정신을 차렸다. “오빠 어때요?”상혁의 당부가 떠오른 연지가 선택적으로 대답했다. “몸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큰 문제는 없어요. 계약서도 검토했고, 서명도 했어요. 상황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아요.”하연이 연지의 말에 기대감을 가지고 묻기 시작했다. “또 다른 건요?”연지가 순간 당황하며 물었다. “다른 거요?”“...”“오빠한테 저도 왔다고 말했어요?” 연지가 불안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말했어요. 하지만 부 대표님께서 지금은 외부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외부인이요?” 하연은 자신이 ‘외부인’이라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하연은 속으로 씁쓸한 숨을 내쉬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괜찮아요, 제가 이 일에 말려들까 봐 일부러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걸 거예요” “최 사장님...”“이만 가볼게요.” 하연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하연은 상혁이 WA 그룹의 사업을 일부러 계획한 것도 알고 있었고, 그 세 건의 자살 사건에도 의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유 없이 상혁을 믿고 있었다.하연이 서여은에게 말했다. “나도 너와 함께 F국으로 갈 거야.”“미쳤어? 왜?” 여은은 이해하지 못했다.“우선, 정말 비밀 거래 혐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해. 이씨 집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