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밤은 이미 춥지 않았지만, 이현은 자리에 앉아있으면서도 몸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부 대표님이 그렇게 좋은데, 왜 나중에 한서준을 좋아하게 된 거예요?”하연의 머릿속에는 한서준이 아니라 한명준이 떠올랐다. 그녀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아마 어렸을 때, 잠깐의 설렘을 진짜 사랑으로 착각했기 때문일 거예요.”“인제 와서야 진정으로 저를 사랑해 주고,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된 거죠.”이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놓치지 마세요. 부 대표님이 하연 씨한테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상혁 오빠가 저를 오래 기다려줬거든요.” 하연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늦은 시간에 둘이 함께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일어나 인사했다.문이 닫히고 나서, 무언가가 문에 무겁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연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소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그녀는 그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했다....연지는 하연에게 자신을 돌봐달라고 부탁했지만, 실제로 하연이 해야 할 일은 많지 않았다. 하연의 하루는 다소 심심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농장 마당에서 보냈다.왕대천은 농장의 책임자이자 이 마을의 이장이었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고, 집에는 손님이 자주 들락거렸다. 하연을 본 마을 사람들은 예쁘다고 말하며 묻곤 했다. “이장님 아들이 데려온 며느리인가요?” 왕대천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대답하고 싶어 했지만, 이현의 충고에 의해 그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은.”하연은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이현에게 농담을 던졌다. “이장님은 손 선생님이 빨리 결혼하길 바라시는 것 같은데,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이때 이현은 나무를 톱질하고 있었고, 하얀 민소매를 입어 건장한 팔 근육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있어요.”하연이 깜짝 놀라 물었다. “만난 지 얼마나 됐어요?”“같이 있지
하연이 왕진의 딸을 데려간 후, 한서준은 곧바로 부상혁을 고발했다. 이는 부상혁 측이 반격할 시간을 주지 않는 선제공격이었다. 이방규가 그저 비웃으며 말했다. “부상혁은 그저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는 거예요. 그렇지 않았으면 어떻게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겠어요?”“열여덟 살에 유명해졌다는 이야기는 소설에나 있는 얘기죠. 나는 절대 부상혁이 나를 짓밟고 올라가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이방규는 격앙된 감정으로 서준의 앞을 돌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비밀 거래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사실로 만들어야 해요. 게다가, 나는 아직 숨겨둔 카드가 있어요.” “뭐라고요?” 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숨겨둔 카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WA 그룹의 사업 현장에서 세 명이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세 사람은 죽기 전, 몸에 ‘서태진이 공사 대금을 체불했다’는 혈서를 썼는데, 이는 책임자를 직격하는 것이었다. 세 건의 자살 사건은 여론을 잠재울 새도 없이 곧바로 뉴스에 등장했고,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조사를 받던 상혁은 곧장 또 다른 혐의를 받게 되었다.WA 그룹의 사업은 결국 DL그룹의 것이었다. 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DL그룹의 주가는 전면 하락했으며, 이를 막을 시간조차 없었다.한편, 부동건은 송혜선의 집에서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하며 심장 발작을 일으켰다. 송혜선은 놀라 급히 부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에 있든 당장 돌아와!”부남준과 함께 서둘러 도착한 사람은 조진숙이었다.두 대의 차가 저택 앞에서 마주쳤고, 차가 멈추기도 전에 조진숙은 급히 차에서 내려 안쪽으로 달려갔다. “부동건!”“진숙 이모.” 남준이 차 문을 닫으며 조진숙을 불렀다.조진숙은 평소의 품위를 잃고, 젊고 당당한 남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빨리도 왔구나.”“이모도 늦지 않으셨네요.” 남준은 앞으로 나와 조진숙에게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상혁이 형 일 때문에 오신 거죠? 저도 들
“친아들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 말도 안 되는 죄명으로 아이를 비난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조진숙은 사진을 세게 내려놓으며 남준을 힐끗 쳐다봤다. “일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모든 걸 잠재우려면 상혁이를 빨리 구해내야만 할 거야.” “DL그룹의 주가가 전면 하락했는데, 나더러 상혁이를 구해내라고? 그건 내가 초능력을 갖고 있어도 불가능한 일이야!!” DL그룹이 위기에 처한 이상, 부동건은 쉽게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자기가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는 직접 치러야지!!” 과거의 주식 거래에 관한 문제였다면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DL그룹 자체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부동건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조진숙은 이 말을 듣고 손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 부남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부동건의 태도는 이와 달랐기 때문이다.“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고 해도, 설령 모든 게 상혁이가 한 일이라 해도, 상혁이가 자초한 결과라고 해도, 당신은 아버지로서 아들을 도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순간, 넓은 방 안에 침묵이 흘렀다. 몇 초간의 침묵 후, 조진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돕지 않겠다면... 그렇게 해. 나도 인맥이라는 게 있으니까. 나는 모든 체면을 버려서라도 내 아들을 구할 거야.” 말을 마친 조진숙은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부동건이 다급하게 외쳤다. “조진숙!” 송혜선이 부동건을 부축하며 말했다. “언니, 제발 지금은 회장님을 더 화나게 하지 마세요.” 남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모, 설마 그분을 찾아가시려고요?”조진숙이 남준의 말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그제야 부남준의 손에 두툼한 봉투가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뭐?”“아버지가 먼저 보시는 게 좋겠네요.”남준이 봉투를 열며 부동건에게 건넸다.부동건은 남준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잠시 망설인 후 봉투를 받아 재빨리 열었다. 그 안의 사진을 본 순간, 부동건은 연신 숨을 들이켰는데, 충격을 받아 거의 쓰러
사실 부동건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결혼 후 1년, 정태산은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미련을 끝내기 위해 F국에 온 적이 있었다.부동건은 소유욕이 강했고, 조진숙은 남편이 괜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정태산과 몰래 만났다.바로 그 만남이 사진으로 찍혀 두 사람의 다툼과 갈등을 불러일으켰지만 말이다.부동건이 송혜선과 함께했던 그날 밤은 조진숙과의 싸움으로 인한 취중 실수였다.비록 부동건이 백번 사과하고 후회했지만, 그날의 일이 두 사람 사이에 해결되지 않는 벽을 만들었고, 세월이 지나면서 그 간극은 점점 더 커졌다.그리고 여러 해가 지난 지금, 그때의 사건이 다시 재연된 것이다.조진숙은 자신이 같은 방식으로 또다시 덫에 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사진을 구기며 말했다. “우린 이미 이혼했어. 내가 누구를 만나든 당신들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지. 상혁이에 대해선, 당신이 구하지 않겠다면 내가 알아서 할 거야!”조진숙은 단호하게 돌아서며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조진숙!” 부동건이 병마와 싸우며 낮게 외쳤다. “당신이 정태산에게 도움을 청하면, 난 계속 상혁이가 풀려나지 못하게 할 거야. 어디 한번 해보자고!”조진숙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다시 빠르게 걸어 나갔다....같은 시각.농장에서는 하연이 아주 평온한 환경 속에서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불안감이 그녀를 계속 괴롭혔고, 하연은 반복적으로 이현에게 물었다. “상혁 오빠에게서 전화 왔어요?”“네, 전화 왔어요.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고, 그냥 휴가라고 생각하라고 하셨어요.” 이현은 즉석에서 대답을 지어냈다.하연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서 있다가 말했다. “거짓말이네요.”이현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말했다. “제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거예요?”“상혁 오빠가 손 선생님에게 전화했다면, 반드시 저한테 직접 전화를 받으라고 했을 거예요. 우리 두 사람은 매일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 적어도 통화 정도는 했거든요. 지금
정태훈은 며칠간 하연을 찾지 못해 애가 탔다. 그러던 중,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먼지를 뒤집어쓴 하연이 내린 것이었다. “최 사장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태훈은 하연을 보고 안도했지만, 그녀의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농장에선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하연은 왕대천 부인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차림새는 다소 특이하고 이질적이었다. 하지만 하연의 타고난 기품 덕에 묘하게 어울렸다.“부상혁은 어떻게 됐어?” 하연은 인사도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며칠째 소식이 없어요. 외부 여론이 거세서 FL그룹의 홍보팀도 막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DL그룹도 아무런 지원이 없고요. 아마 누군가가 명령을 내린 것 같아요.”‘DL그룹...’ 하연은 이를 악물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주식 사건의 배후가 누구야?”사실 묻지 않아도 답은 알 수 있었지만, 그녀는 확인이 필요했다.“대부분 한서준이라고 봐요. 실명으로 고발했고, 실질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까 금융감독원이 바로 움직인 거죠.”과거의 거액 사건이 연루되어 있었고, 국제증권감독기구와 금융감독원의 수사 방식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한서준이 이방규와 손을 잡은 거야.” 하연이 단언했다.곁에 있던 연지가 입을 열었다. “이방규는 오랫동안 부 대표님의 과거에 대해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증거를 손에 넣은 걸까요?”하연은 창가로 걸어가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그녀가 정태훈을 향해 말했다. “하선유의 근황을 좀 알아봐 줘.”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하연은 휴게실로 들어가 급히 샤워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녀가 나오자 창가에 서 있는 손이현이 보였다.그는 깨끗한 사무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풍겼지만, 이현의 시선은 오로지 하연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하연이 연지에게 말했다. “손 사장님은 이제 돌아가셔도 돼요.”하연은 빠르고 강단 있는 모습으로 일을 처리했고, 이현은 그런 그녀의 새로운 면모를 처음 본 듯했다. 두 사람 사이에 투명
부하직원의 보고를 들은 나운석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알겠어, 기다리고 싶다면 그냥 기다리게 둬.”부하직원은 어쩔 수 없어 자리를 떠났다.한서준은 그 대답을 듣고 비웃으며 일어섰다. “한때는 네가 신처럼 떠받들던 사람이잖아. 이제는 친구라면서, 그렇게 매정하게 구는 거야?” “이러지 않으면 어쩔 건데? 최하연한테 부상혁의 증거를 제공한 사람이 나라고 실토라도 하라는 거야? 최하연이 날 죽이려 할지도 몰라.” 운석이 자조적으로 말했다.서준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선유에 대한 집착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큰가 보네. 부상혁을 배신한 이상, 최하연은 분명히 너에게 실망할 거야. 지금쯤 최하연의 표정이 어떨지 나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어.”‘분명 실망과 절망이 가득한 표정일 거야.’운석 역시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와 이방규의 협력, 정말 가짜야?”“CCTV 영상까지 너한테 줬잖아. 아직도 의심하는 거야?”그 영상은 진짜였고, 하선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방규를 궁지로 몰 가능성도 컸다.“WA 그룹의 사업은? 세 건의 자살 사건도 이방규의 짓이야?”이 질문에 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야. 하지만 부상혁이 사람을 잘못 본 거 아니겠어? 스스로 자초한 일일 수도 있지.”“그리고 서태진 같은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를 신뢰하고 거래했으니, 부상혁도 대담한 짓을 벌인 셈이지.” 서준의 눈에는 냉혹한 기운이 서렸다.그가 운석의 사무실 창밖을 내려다보니, 기다리고 있는 하연이 보였다. 그녀는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매우 초조해하고 있었다.“한 번 만나보는 게 어때? 최하연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성격이잖아. 네가 만나지 않으면, 네가 아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인상을 줄 거야.” 서준이 운석의 옆으로 다가가 경고했다. “안 만나면 오히려 더 의심받게 될 거야.”운석이 서준의 말을 들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얼마
정태훈은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하연이 급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의 초조한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나 부 사장도 자기 일을 했을 뿐이예요. 그분을 탓한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해결되진 않을 겁니다.”하연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니야. 예전에는 그런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야 깨달았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익이 모든 것을 우선한다’는 말의 의미를.”그녀는 마음속 깊이 상혁에게 묻고 싶었다. ‘오빠, 이런 결말을 알았더라도, 나운석을 도왔을 거예요?’ 하연은 자신을 탓했다. 만약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상혁도 애초에 이 일에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고, 배신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저기, 한서준이에요...” 태훈은 앞을 응시하며 조용히 말했다.하연은 지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즈니스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정장을 입은 한서준이 차 옆에 서서 하연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가실 건가요...” 태훈이 말끝을 맺기 전에, 하연은 이미 차 문을 열고 내렸고, 태훈은 그녀를 말릴 새도 없었다.서준은 웃으며 다가오는 하연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얼굴빛이 좋지 않네.”하연이 멈춰 섰다.“너, 지금 굉장히 만족스러워 보인다.”서준이 손을 뒤로 깍지 끼며 말했다. “너랑 부상혁은 너무 자만했어. 그깟 작은 호의로 나운석을 매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이건 우리의 수십 년간의 우정을 과소평가한 대가야.” ‘우정이라니.’하연은 비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런 우정, 너나 잘 간직해. 언젠가 나운석은 너도 배신할 거야. 내가 그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서준이 재빠르게 반박했다. “네가 그걸 볼 수 있을 것 같아? 왕정이 너희 손에 들어가긴 했지만, 오래 살진 못할 거야. 왕정이 너희 손에서 죽는다면, 죽어서도 너희를 원망하지 않겠어?” 하연은 그 말에 충격을 받으며 몸을 떨었다. “뭐?!”“몰랐어? 왕정의 내장은 빠르게
하연은 한 번도 상혁이 이 일을 미리 언급한 적이 없었기에 더욱 불안했다.상혁도 마치...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하연의 침묵에 여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소문은 들었어. 진숙 이모가 부 대표님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더라고. 하지만 동건 삼촌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지. DL그룹은 지금 사면초가야. 부남준이 다시 실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조진숙의 힘이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상혁의 사건은 국제법까지 얽혀 있어 그녀에게도 벅찬 상황이었다.하연은 잠시 침묵한 후, 여은의 말을 듣고 생각이 정리되었다. “부남준?”여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도 본 적 있잖아. 결국 그 사람이 이득을 보게 됐어.”DL그룹이 이런 위기에 처한 것은 바로 서태진의 WA 그룹 사업 때문이었다. 하연은 생각에 잠겼다가, 마침내 깨달았다. “문제의 약점은 사설 금융 조직이 아니라 이거였구나.”여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라고?”하연은 늦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위클리 뉴스는 이번 사건을 보도할 예정이야?”“그럼, 이 사건은 너무 커서 내가 혼자 막을 수 없어.” 여은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네가 무사한 걸 보니 안심이야. 내 기자가 사진 한 장을 찍었는데, 아직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았거든.”하연이 이해하며 물었다. “무슨 사진인데?”여은이 사진을 인쇄해 하연에게 건넸다.위클리 뉴스가 이렇게 크게 성장한 것은 그저 운이 아니었다. 기자들은 진짜로 목숨을 걸고 독점적인 뉴스를 찍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한 기자가 고층 건물 외벽에 매달려 부상혁의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방 안에는 백열등이 켜져 있었고, 창문이 열려 있었다. 부상혁은 창백하고 마른 모습으로, 평소의 온화한 모습과는 다르게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다. 그는 손을 입에 대고 기침하고 있었고, 손등에는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했다.하연은 그 사진을 보자마자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에 눈물이 맺혔다. “오빠가 아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