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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원수

남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서류봉투를 받아서 들었다.

그가 손을 내밀자 여자는 즉시 옷을 걸치고 일어나 그에게 안경을 건네주었다.

중년 남자의 얼굴에 광대뼈가 높이 솟아 있었고, 고리타분한 검은 뿔테 안경을 쓰자 매우 근엄하고 진지해 보였다.

그는 서류봉투를 찢어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여러 장의 계약서였다. 그는 한장 한장 뒤적거리다가 마지막 서명을 보고 이를 갈았다.

“그래, 너로구나, 부상혁.”

SQ그룹은 부동산 사업으로 자산을 불려 부를 축적했고, 몇 세대가 돈을 쓰기만 해도 문제없을 정도의 자산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SQ그룹의 전 회장이 낳은 아들 중 둘째가 주식에 빠져 자산 전체의 절반가량을 날렸다. 마침 갓 졸업한 상혁이 그 기회를 잡아 저가 매수를 통해 처음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 후 상혁은 DL그룹을 운영하면서 이 돈으로 FL그룹을 설립했다.

여자가 궁금해서 다가와 서명란에 ‘이방규’라는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방규에게 물었다.

“대표님, 부상혁과 전에 함께 사업한 적이 있었어요?”

“함께 사업한 사이가 아니라 절대 잊을 수 없는 원수야.”

이방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여자는 어리둥절해하며 다시 물었다.

“무슨 원수요?”

이방규는 눈을 들어 여자를 세게 밀쳐냈다.

“네가 참견할 일 아니니 그 입 닥쳐!”

그녀는 한쪽으로 넘어져 한동안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고 두 주먹을 꼭 그러쥐었다.

이방규는 계약서를 구겨 차 안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분노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연중훈은 이방규에게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상대가 부남준이었다면 연중훈에게 간단히 경고하고 끝냈을 일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상대는 부상혁이었다. 이방규는 죽을힘을 다하지 못하고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혁은 뜻밖에도 직접 당시의 계약서를 보내왔다.

이방규는 이 서류를 계기로 당시의 실패를 새롭게 다시 보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 당시 초짜였던 부상혁에게 저가 매수 방식으로 당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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