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있는 명문가의 사모님들은 딱히 더 이상 나눌 말도 없어서 간단한 카드놀이를 시작했다.사람이 셋밖에 없어 한 자리가 비자, 백수미 여사는 누군가를 불러 자리를 채우려고 전화를 걸었다. 기다리는 동안 하연이 그 자리에 앉았다.“연 사장님의 부인 정원선 여사가 전화를 안 받아요. 무슨 일일까요?”“못 들었어요? 어젯밤에 정원선 여사가 골드 크라운에 가서 칼부림했나 봐요. 정원선 여사가 거기에 가보니까 로비의 홀 스크린에서 연 사장과 어떤 아가씨가 함께 있는 동영상이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었대요.” 진미라 여사는 들은 소식을 매우 실감 나게 전했다.“무슨 영상이었대요?”“그거 있잖아요, 다 알면서.”세 명의 명문가 사모님이 갑자기 한꺼번에 웃음이 터졌다.“누군가에게 약점 잡힌 거 아니에요? 연씨 집안도 재산 꽤 있는 집인데, 그 집안을 모욕하는 거잖아요.”“골드 크라운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쉽게 알려주지 않아요. 그런데도 들켰다면 아마 중간에 대단한 인물이 있는 거 같아요.”하연은 손에 든 카드의 패를 응시하며 말없이 웃었다.여자들끼리의 대화가 지겨워진 하경은 나가서 바람을 쐬겠다며 나가서 하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밖에서 기다릴 테니, 두 판만 더 치고 나와.”하경이 말하지 않아도 하연은 그럴 생각이었다. 마지막 카드를 내려놓고 예의 바르게 일어나려던 순간,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 가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 사모님들, 제가 늦었습니다.”하연이 뒤를 돌아보았다.아주 분위기 있는 중년의 여성이었다. 비록 눈가에 잔주름도 보였지만, 손짓 하나 발짓 하나마다 모두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매혹적인 자태를 띠고 있었다.“혜선 여사, 혜선 여사를 기다린 셈이 됐네요.” 진미라 여사는 특히 반갑게 앞으로 나가 송혜선을 맞이했다.“사모님의 전화 받자마자 나왔어요. 누구 부탁인데 감히 거절할 수 있겠어요?” 송혜선은 자리에 앉아 하연을 한 번 훑어보았다.“어머, 보기 드문 미인이네, 어느 집 딸이에요?”하연은 이렇게
송혜선이 하연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이 사회에서는 법적 배우자와 애인의 구분이 매우 확실했다. 남자들은 아내나 애인들 중 누구를 공개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비록 부동건은 조진숙과 일찌감치 이혼한 사이였지만, 그 후에도 단 한 번도 송혜선에게 아내 자리를 인정해 준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아들 부남준과의 관계를 내세워 돈을 많이 받아서 그 돈으로 이런 부인들과의 모임에 낄 수 있었다.이런 모임에서 송혜선을 부동건의 아내로 인정해 준 이유는 첫째로 조진숙이 콧대가 높아 이런 가십이 넘치는 모임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부남준이 앞으로 DL 그룹의 경영자 자리에 오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그룹의 핵심 자리에 들어가면 송혜선도 좋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혜선 이모께서 농담하신 거잖아요, 동건 삼촌의 얼굴을 봐서라도 제가 예의를 갖추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하연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송혜선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부동건을 봐서 예의를 갖추겠다는 의미였다.하지만 송혜선은 하연의 말에 화내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남준이 통해서 네 이야기 들었다.”“뭐라고 하던가요?”“최씨 집안 넷째이자 막내딸, 당차고 활달하다고. 아가씨를 아주 좋게 이야기하던데?”하연은 갑자기 속이 불편하고 메스꺼워졌다.“저는 부남준 씨에 대해 기억나는 게 별로 없어요. 그냥... 배가 좀 나오고, 떡진 머리카락에 키가 160이 조금 안 되는 것 같고... 여기 계신 혜선 이모를 많이 닮은 것 같네요.”하연의 남준에 대한 평가가 끝나자 송혜선의 얼굴이 굳어졌다.“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요? 우리 남준이가 얼마나 잘생기기로 유명한데요.”진미라 여사도 얼른 거들었다.“그래, 전에 남준이를 본 적이 있는데, 키가 185야. 다 둘러봐도 우리 남준이만큼 뛰어난 사람은 드물지.”하연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들고 다시 말했다.“그럼 부상혁 씨와 비교하면 어떤가요?”하연의 입에서 ‘상혁’의 이름이 나오자
상혁이 문을 두드리자 웨이터가 문을 열고 상혁을 맞이했다. 백수미가 고개를 들자 깔끔하고 매끈한 이목구비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상혁은 손가락을 세워 입에 대고 눈을 마주친 백수미에게 소리 내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신호를 보냈다.그때 하연은 이미 10여 게임을 연속으로 이기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판을 정확히 읽고 계속해서 하연에게 유리한 카드를 내주었다. 게다가 하연은 계산이 빨라 송혜선과 진미라는 거의 게임에서 지고 있었다.책상 위에 한 무더기의 칩들이 쌓여 있었다.송혜선은 좋지 않은 안색으로 마지막 게임을 마치고 게임에서 손을 털었다.“하연 아가씨가 참 톡톡하네, 이쯤에서 내가 진 걸 인정할게.”테이블에 앉아있던 하연의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네, 사실 지는 건 겁나지 않는데,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더 겁나죠. 혜선 이모는 카드 실력은 더 분발하셔야겠어요.”하연의 말을 듣고도 송혜선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하연은 게임에서 이겨서 딴 칩들을 모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고 돌아서다 뒤에 서 있던 남자의 품에 갑자기 부딪혔다. 코가 아파서 문지르며 고개를 들었다.“상혁 오빠?”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상혁에게로 쏠렸다.상혁은 웃음을 참고 부딪친 코를 아파하는 하연을 대신해 하연의 코를 문질러주었다.“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예요?” 하연이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방금, 게임 하느라 지치지 않아?”“조금요.”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누가 봐도 분명히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송혜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상혁이구나, 여기는 어떻게 왔어?”상혁은 손을 들어 하연의 구겨진 셔츠 깃을 정리하면서도 송혜선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일이 있어서요. 하연이가 여기에 있다고 해서 보려고 온 겁니다.”“진 여사가 그러더구나, 여기 최하연 씨는 부 회장님의 딸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러면 최씨 가문에 위로 오빠가 셋이나 된다던데, 그럼 상혁이 네가 넷째인 건가? 네가 넷째 오빠가 되겠네.”송혜선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재 공급업체 최종 인선이 확정되었다. 계약서에 서명하려던 상혁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이번 민생 사업은 어떠한 부정 행위나 속임수도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하나라도 적발된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공급업체 담당자는 상혁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지만 상혁의 기세에 압도되어 연신 땀을 닦으며 말했다.“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물론입니다.”계약의 모든 프로세스가 끝나자, 상혁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잠시 쉬었다. 새로 임명된 비서는 상혁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주었다.“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 차량이 이미 준비되었는데요, 어디로 가시겠습니까?”상혁의 눈이 잔뜩 충혈되어 있었다.“저는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비서는 곧바로 커피잔을 도로 가져왔다. “다른 음료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됐어요.” 부상혁은 겉옷을 들고 밖으로 나가면서 비서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어머니 댁으로 가.”피터는 상혁에게 보고하기 위해 차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상혁은 차에 오르기 전에 멈춰 서서 피터를 보았다. 셔츠의 윗 단추 두 개를 풀었다. 밤바람이 불어 셔츠깃이 흔들리자 그 사이로 선명한 근육의 윤곽선이 드러났다.“무슨 일이야?”“임모연... 저희쪽 사람들이 놓쳤습니다.”피터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푹 숙였다.상혁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어떻게 놓칠 수가 있어? 국경은 네 구역 아니었나?”“저희 쪽에서 임모연의 뒤를 따라붙었는데, 임모연이 의심이 많아 금방 눈치채더니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모습을 감췄습니다.”피터는 재빨리 말했다.“저희도 뒤따라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아마도 그 밑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 통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상혁의 가슴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차갑게 식은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더욱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내뿜었다.잠시 후 상혁이 입을 열었다.“오늘부터 네 목표는 임모연 감시가 아니라 국경 전체를 감시하는 거야. 미세한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누가 됐든 즉시 보고해!”“네!”
“현재 매출이 두 배로 늘었지만, 전자상거래의 사후 서비스 관련 문제는 여전히 우리의 최우선 당면과제입니다. 각 부서는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데에 최대한 집중해야 합니다.”침착하게 말을 마친 하연의 입이 바짝 말랐다. 곁에 있던 하민이 하연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하연은 입 모양으로 하민에게 고맙다고 말했다.정태훈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입을 열었다.[연말이 다가와서, DS 그룹의 송년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사장님, 올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하연은 HT그룹에 있을 때도 적지 않은 송년회에 참석해 왔지만 대부분 아주 지루하고 따분한 행사였다. 형식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임원들에게 아부해야 하는 자리였다. 하연은 잠시 생각한 후 태훈의 질문에 대답했다.“올해 이렇게 좋은 성과를 냈으니 파티를 열어 모두가 즐기는 게 어때요?”화상회의 참석 중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반응하기 시작했다.[그것 참 좋은 아이디어네요!][컨셉은 어떤 것이 좋을까요?]하연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직원들에게 공지해서 투표로 정합시다.”회의를 마치고 하연이 고개를 들자 하민이 웃는 얼굴로 하연을 보고 있었다.“꽤 민주적이네.”하연이 웃었다.이때 하민의 비서가 밖에서 들어왔다.“골드 크라운은 오늘 밤 만석이라고 합니다.”하민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상혁이가 선물을 보냈나 보군.”하연도 하민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상혁이 골드 크라운에 선물을 보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도시 곳곳에 퍼졌고, 오늘 저녁 골드 크라운에 빈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상혁이 보낸 선물의 정체에 대해 하연이 물었지만, 하민은 곧바로 대답해 주지 않았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비서는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골드 크라운이 곧이곧대로 실토하지는 않을 겁니다. 선물은 단지 명분일 뿐이고, 부 대표님이 큰 이슈를 만들어 고위 관료들이 그곳에 몰리도록 한 겁니다.”하민의 비서는 문득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하지만 고위층 인사들
남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서류봉투를 받아서 들었다.그가 손을 내밀자 여자는 즉시 옷을 걸치고 일어나 그에게 안경을 건네주었다.중년 남자의 얼굴에 광대뼈가 높이 솟아 있었고, 고리타분한 검은 뿔테 안경을 쓰자 매우 근엄하고 진지해 보였다.그는 서류봉투를 찢어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여러 장의 계약서였다. 그는 한장 한장 뒤적거리다가 마지막 서명을 보고 이를 갈았다.“그래, 너로구나, 부상혁.”SQ그룹은 부동산 사업으로 자산을 불려 부를 축적했고, 몇 세대가 돈을 쓰기만 해도 문제없을 정도의 자산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SQ그룹의 전 회장이 낳은 아들 중 둘째가 주식에 빠져 자산 전체의 절반가량을 날렸다. 마침 갓 졸업한 상혁이 그 기회를 잡아 저가 매수를 통해 처음으로 큰돈을 벌었다.그 후 상혁은 DL그룹을 운영하면서 이 돈으로 FL그룹을 설립했다.여자가 궁금해서 다가와 서명란에 ‘이방규’라는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방규에게 물었다.“대표님, 부상혁과 전에 함께 사업한 적이 있었어요?”“함께 사업한 사이가 아니라 절대 잊을 수 없는 원수야.” 이방규는 눈을 가늘게 떴다.여자는 어리둥절해하며 다시 물었다.“무슨 원수요?”이방규는 눈을 들어 여자를 세게 밀쳐냈다.“네가 참견할 일 아니니 그 입 닥쳐!”그녀는 한쪽으로 넘어져 한동안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고 두 주먹을 꼭 그러쥐었다.이방규는 계약서를 구겨 차 안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분노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연중훈은 이방규에게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상대가 부남준이었다면 연중훈에게 간단히 경고하고 끝냈을 일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상대는 부상혁이었다. 이방규는 죽을힘을 다하지 못하고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혁은 뜻밖에도 직접 당시의 계약서를 보내왔다.이방규는 이 서류를 계기로 당시의 실패를 새롭게 다시 보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그 당시 초짜였던 부상혁에게 저가 매수 방식으로 당한 것
그러나 하연은 부동건이 송혜선을 데리고 왔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외투를 벗어 웨이터에게 건넸다. 부동건과 나란히 서 있는 송혜선은 온화하고 얌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연은 곧장 그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하경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말했다.“아저씨,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고령인 할아버지께서도 항상 손자들의 행복을 염려하시는데, 당연히 나도 신경 써야지.” 부동건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소개하마, 여긴 송혜선 혜선 이모란다. 하연이는 이미 만난 적이 있어.” 하연을 힐끗 바라본 하경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하경이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 “하경이지? 며칠 전엔 너를 보지 못했는데, 몇몇 사모님들이 너를 두고 외모뿐만 아니라 매너까지 훌륭한 청년이라고 칭찬하더구나. 과연 그분들의 말씀대로구나.”송혜선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왔다.“이건 내가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란다. 백 년 된 영지버섯인데, 일하느라 바쁜 요즘 젊은이들에게 제격이라 할 수 있어. 항상 몸도 잘 챙겨야 하는 법이란다.”그녀가 빨간 상자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물론 하연이 선물도 있어. 하연아, 우리 사이에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았으면 좋겠구나.” 눈썹을 살짝 찌푸린 하연은 그 선물을 받지 않았다.“제가 이모의 돈을 땄으니, 사과도 제 몫인 것 같네요. 이 영지버섯은 혜선 이모께서 드시고 몸보신하는 걸로 하시죠.”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지자, 부동건의 안색이 가라앉았다. 이 모습을 본 하경이 선물을 받으며 말했다.“하연이를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리에 앉은 송혜선은 바쁘게 요리를 주문하며, 피해야 하는 음식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온화하고 친절한 모습은 여느 안주인과 다름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하던 하연은 부동건이 질문할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오늘은 둘째 오빠의 소개팅 날이잖
하경은 부동건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하여 최대한 참으려 했고, 차분하게 식사를 끝내려 했다. ‘저 여자가 집안에 관한 이야기까지 눈을 돌릴 줄은 몰랐어. 정말 미칠 노릇이네.’같은 시각. 조진숙은 벌써 도착했다는 하연의 연락을 받았다. ‘하연이랑 쇼핑을 약속한 건 맞지만...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잖아?’커피숍의 창가에 앉은 하연은 재빨리 핸드폰을 꺼냈고, 상혁에게 메시지로 사건의 경과를 알려주었다. 화가 조금 풀린 그녀가 말했다.[내가 충동적인 거예요?]잠시 답장이 없던 상대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상혁이 가볍게 웃었다.[아가씨께서 화를 내신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연이 화가 나서 말했다.“농담할 때가 아니라고요!”[그 여자가 그런 방법으로 최씨 가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하경이가 그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텐데,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하긴, 오빠 같은 성격의 사람이 명품에 눈독이나 들이는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지.’ 이렇게 생각하자, 하연의 마음은 많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급하게 오느라 삼촌을 곤란하게 만든 것 같아요.” [그래도 통쾌하긴 했잖아?]‘솔직히 통쾌하긴 했어.’고개를 끄덕이던 하연이 수화기 너머의 상혁에게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네.”상혁이 낮게 웃었다.[너만 통쾌하면 된 거야. 큰일도 아니니까, 뒷수습은 내가 할게.]갑자기 자신감이 솟아오른 하연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커피를 휘저으며 물었다.“지금 뭐 해요?” [야근.]하연은 상혁의 뒤에 보고를 기다리는 고위 간부들이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바삐 회의 중이던 상혁은 그녀의 메시지가 팝업창에 뜨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답장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하연의 메시지를 본 상혁은 결국 회의를 멈추고, 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