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궁지에 몰린 호현욱은 바로 하연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즉시 태훈에 의해 제지당했다. “호 이사님, 죄목이 더 늘어나고 싶으신 겁니까?” 태훈 뒤에 선 하연은 싸늘한 눈길로 호현욱을 바라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제 들어오시면 됩니다, 경찰관님.” 얼마 지나지 않아 한빈이 여러 경찰들을 데리고 도착했고 호현욱에게 수갑을 채우며 말했다. “당신을 특수 상해, 납치, 사생활 침해 등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호현욱은 거의 경찰에게 끌려 나가다시피 했다. “경찰관님, 다 오해입니다! 저 여자가 일부러 유도한 겁니다! 이건 법적 효력이 없단 말입니다!” “저희 둘의 대화가 법적 효력이 없을 순 있어도 호 이사님의 비서가 한 말은 법정에서 꽤 유력한 증거로 될 텐데요?” 호현욱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고 문어귀에 서 있는 정민호를 바라보았다. “너? 너였어?” “이사님, 저도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제가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저도 감방에 들어가야 할 처지라 어쩔 수 없었어요!” “너!” “호 이사님의 비서가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어요. 저희 하성 오빠의 열애설도 바로 이사님이 직접 계획한 거라고 하던데요?” “오늘 모든 걸 그대로 돌려드릴 테니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어떤 건지 한 번 뼈 저리게 느껴보세요!” 호현욱은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최하연! 이 망할 년! 너도 절대 좋게 죽진 못 할 거야!” 호현욱의 목소리는 점차 멀어지더니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제야 하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드디어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때 태훈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 호 이사에게 임모연의 행방은 묻지 않은 겁니까?” “임모연은 호 이사에게 귀띔도 해주지 않고 혼자 도망간 아주 치밀한 여자야. 그런데 호 이사가 임모연의 행방을 알 리가 있겠어?” “그렇긴 하네요.” 태훈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호 이사의 지분까지 더해졌으니 사장님의 지분은 30%, DS그룹 내에서 가장 높습니다. 이제는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봐도
[연말이 다가오자 각 그룹이 올해 재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중 DS그룹의 데이터가 특히 눈에 띄고 있습니다.] [DS그룹이 최근 합작한 몇 가지 프로젝트는 모두 거대한 수익을 거두었고 같은 해 대비40%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모연은 습하고 차가운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술을 꿀꺽꿀꺽 마시고 있었다. 텔레비전의 뉴스를 보던 모연이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던졌는데 텔레비전 스크린은 완전히 부숴졌고 아나운서의 얼굴은 찌그러져 버렸다. “망할 년!” 모연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짙은 술 냄새에 서준을 코를 틀어막았고 침착하게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술병을 주었다. “그래도 민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인데 이렇게까지 망가진 걸 보면 민 회장 마음이 꽤나 아프겠는 걸?” 모연은 싸늘한 눈길로 서준을 째려보았다. “한서준,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척하지 마. 지금 내가 이렇게 된 건 너 때문이기도 하니까!” 그러자 서준은 술병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너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도 주었지만 그 기회를 차버린 건 바로 너야.” 이 말에 모연이 콧방귀를 뀌었고 비틀거리며 서준의 앞으로 다가갔다. “난 처음부터 최하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돌아왔어. 그 여자가 내 집안을 완전히 망하게 했는데 내 복수가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왜 다들 그 여자만 감싸고 도는 건데!” “그럼 지금은?” 서준이 싫은 듯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는데 아직도 멀쩡하게 살아 있잖아. 민혜주, 내가 말했지? 넌 하연의 상대가 아니라고.” “아니, 1대1의 승부였다면 난 분명 최하연을 이길 수 있었을 거야.” 모연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 여자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만해! 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건데! 호 이사는 이미 경찰에 잡혔어. 전부 다 잃은 그 사람이 네 이름을 분다면 네가 B시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이 말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모연은 서준의 팔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한명준이 돌아온 거면 난 더더욱 B시를 떠나야 해. 안 그럼 최하연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될 수도 있잖아?” “넌 그 여자를 미치도록 사랑한다며? 그냥 이렇게 둬도 되겠어?” 하지만 서준은 예상 외로 너무 냉정했고 바로 모연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B시에 있는 게 좋지 않겠어?” “무슨 말이야?” “네가 이리 저리 숨어 다니는 것보다 한명준을 B시에서 떠나게 하는 게 어때?” 이 말에 모연은 미간을 찌푸렸고 말도 안 된다는 듯한 눈길로 서준을 쳐다보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해? 한명준은 나라 밥 먹는 사람이야! 게다가 그 자가 B시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남은 사람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 거고 말이야.” “지금 B시에서의 내 권력으로 너 하나 숨기는 건 문제가 아니야.” 서준은 뭔가 자신 만의 생각이 있는 듯 말했다. “한명준을 떠나게 하려면 한 가지 방법 밖에는 없어.” “그게 뭔데?” 한명준과 관련된 더욱 큰 사건을 만드는 거지.” 서준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말해봐. 도대체 권상용은 왜 너를 돕고 있는 거야?” 모연은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일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더 이상 다른 방법은 없었다. “한서준, 널 믿어도 되는 거야?” 이에 서준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긴 하고? 네 말처럼 우린 이익공동체야.” 잠시 후 모연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내가 권상용을 구한 적 있어.” “언제?” “교통사고 났을 때 말이야.” 그때 한씨 가문과 민씨 가문은 사이가 꽤 좋았고 모연도 한명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 당시 G국에서 여행을 하고 있던 모연은 길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한서준?” 모연은 얼른 다가가 그 사람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 사람은 가족 재킷을 입고 있었고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눈빛은 아주 날카로웠는데 모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맨 입으로 그렇게 말해서는 소용없어. 난 절대 당신을 믿지 않아.” 그러자 권상용은 바로 목에 차고 있던 자신의 목걸이를 혜주에게 넘겼다. “이걸 담보로 걸게.” “만약 구하러 오지 않으면 내가 반드시 당신 찾아내서 죽일 거야!” 혜주는 민씨 가문이란 부잣집에서 크면서 부모님들이 거래하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봐왔기에 거래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때문에 권상용을 도와주기로 했고 자신은 명준과 갱단에 남기로 했다. 이 갱단은 사람 죽이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들 무리였지만 다행이도 혜주와 명준을 스파이가 아닌 난민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을 잃었고 얼굴까지 망가진 혜주는 반격할 방법이 전혀 없었고 게다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명준은 기억을 잃어버렸다. 이는 혜주에게 있어 엄청난 충격이었고 두 사람은 계속 갱단에 노예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1년이 지나도록 권상용은 구하러 오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도 우연한 기회로 명준이 기억을 되찾았고 엄청난 기지를 발휘하여 혜주와 함께 이 갱단을 벗어날 수 있었다. “전에 완전히 벼랑 끝까지 몰렸을 때 난 권상용이 생각났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써가며 그 자 앞에 당시 그가 건넸던 목걸이를 전달했어.”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안 권상용은 겁에 질렸고 내가 자신의 생활을 헤집어 놓을까 두려워 나와 함께 B시로 돌아와 최하연을 대신 납치해준 거야.” 이 모든 걸 듣고 난 서준은 그제야 당시 그런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당시 그렇게 찾아도 너희 두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더라니!” “우리는 그 갱단에서 탈출한 뒤 B시로 돌아왔어.” 모연이 말했다. “언제?” 이에 서준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 “갱단에서 탈출한 뒤 가장 먼저 온 곳이 바로 B시야. 그런데 그때 이미 너와 최하연은 결혼을 했었고 아주 행복해 보였지.” “게다가 우리 민씨 가문도 가업이 나날이 번창하고 있었어. 나 하나 사라진 건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말이지.”
호현욱의 진술을 받은 날 경찰서에서 하연을 찾아왔다. 한 시종이 차를 내왔고 그렇게 하연과 한빈은 두 시간이 넘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호현욱은 임모연과 작당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 여자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고 저희는 전력을 다해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 DS그룹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한빈이 공손하게 말했다. 그러자 하연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번거롭게 직접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최 사장님은 지금 B시에서 업무가 가장 많으신 분인데 저희가 오는 게 당연한 거죠.” 한빈이 펜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저희 같은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까?” 그러자 하연은 서류 가방을 건네며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들은 민중을 위해 일하는 더욱 대단한 분들인 걸요.” 문까지 배웅하고 있을 때 태훈이 돌아왔는데 한빈과 태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누고 스쳐 지났다. 이때 태훈이 빨간 초대장 하나를 하연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오전에 사장님의 저택에 다녀왔는데 이 초대장을 발견하여 가져왔습니다.”이에 한빈이 휙 돌아보았는데 마침 하연이 그 초대장을 열고 있었다.“뭘 보는 거야? 왜? 최사장이 미모가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떼지 못 하겠어?” 동료가 짓궂게 장난을 쳤다. 그러자 한빈은 팔꿈치로 그 동료를 툭 치며 대답했다.“아니, 난 저기 저 초대장이 뭔가 눈에 익은 것 같아 본 것뿐이야.” “소울 칵테일바가 완공된 거야?”하연이 놀란 듯 물었는데 이 초대장의 아래에는 이현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네, 한 달이 다 되어 가니 말입니다. 내일 다시 개업한다고 합니다. 초대장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하마터면 이 엄청난 소식을 놓칠 뻔했습니다.” 이현은 최근 하연이 아크로리버파크에서 지내고 있다는 걸 모르는 듯했지만 그녀는 초대장을 보면서 아주 기뻤다. “선물 준비해 둬. 내일 가야겠어.” 그런데 태훈이 아직 대답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이
“그런 뜻이 아니라 진숙 이모와 동건 아저씨가 오빠가 다쳤다는 걸 알면 분명 속상하실 거예요.” 하연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 말했다. “작은 부상일 뿐인걸.” “부모님들에게 있어서는 작은 상처라도 마음이 아픈 건 다 똑같을 거예요.” 하연의 이 말에 상혁은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겼다. 아주 오래 전 조진숙과 부남진은 이혼을 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이혼을 하지 않은 것과 별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 둘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봤을 때는 그게 아니었고 부동건은 늘 송혜선과 남준을 보러 자주 나가곤 했다. 감정의 깊이가 어떤 지는 막론하고 필경 남준은 부동건의 친자식이었기에 그는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른이 된 후, 가끔 송혜선을 만날 때에도 상혁은 자신의 온전했던 가족을 망가뜨린 그 여자를 보면서 상황상 공손하게 혜선 아주머니라고 불러야 하곤 했다. 상혁은 만약 부동건이 정말 자신을 마음 아파했다면 상황을 그 지경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하연이 찌푸려진 상혁의 미간을 펴주며 물었다. 그제야 상혁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별 거 아니야. 아마 3일 후면 떠나게 될 거야.” 이 말에 하연은 상혁을 껴안으며 말했다.“이렇게 빨리요?” “방금은 떠났으면 했던 거 아니야?” 그러자 하연은 얼굴이 빨개져 말했다. “오빠가 안 갔으면 좋겠어요. 아쉬워졌어요.” 하연은 자신이 몇 년 만에 다시 시작한 첫 연애가 장거리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모두들 장거리 연애가 어렵다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번에 돌아가면 오래 B시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게.” 상혁이 약속했다. 하지만 하연은 DL그룹처럼 엄청난 규모의 회사에서 상혁은 떠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자주 보러 갈게요.” 하연과 상혁의 알콩달콩한 모습에 태훈은 바로 물러났다. 다음날 아침 피터에게서 전화가 왔다. [문지상이 제공한 정보는 정확했고 저희 쪽에서 이미 양재성을 찾았습니다. 그
개업식에 온 사람들은 전부 B시에서 알아줄 만한 지위 높은 사람들이었다. “B시의 시중심에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가계를 낼 수 있는 걸 보니 분명 인맥이 꽤 넓은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러 왔네요.” 하연이 자에 앉으며 말했다.“그래? 한서준도 왔어.” 이 말에 하연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과연 맞은편 룸으로 들어가는 서준의 모습이 보였고 줄곧 칵테일을 즐겨 마시지 않던 서준이 왜 여기 온 건지 의문이 들었다. 이때 상혁도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여기 사장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점점 더 궁금해지는 걸?” ‘어떤 사람이냐고?’ 사실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고 심지어 매일 마스크를 쓰고 다녔기에 얼굴을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 한편 방금 막 다른 손님의 접대를 끝낸 이현에게 강성훈이 다가와 말했다.“저번 달에 누군가 룸을 하나 예약했는데 오늘 보니 그 사람이 한서준 대표였습니다. 그 자가 여기에 온 걸 보니 이미 사장님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말에 마스크를 쓰고 있던 이현이 약간 움찔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알아서 마시고 가던지 말던지 하게 둬. 난 그 자를 만나지 않을 거니까.” 하연을 구했던 그날 밤, 이현은 이미 자신의 신분이 까발려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하연 사장님도 오셨습니다. 바로 한서준 대표의 맞은편 룸에 계시는데 사장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이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동시에 하연이 상혁에게 술을 한 잔 따르고 있었다.“전에 함께 마시기로 했었죠? 그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요.”그러자 상혁이 술잔을 들며 대답했다. “그러게 말이야.” “고작 요만한 B시에서 임모연은 대체 어디에 숨은 걸까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잖아?” “혹시 가장 위험한 곳이 오히려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말이예요? 그러면 설마 우리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바로 이때 누군가 룸의 문을 두드렸다. 하연이 문을 열어보니 바로 손이현이었다.“이제는 손 사장님이라고 불
“개인 취향일 뿐입니다.” 이현은 상혁을 훑어보았는데 서준과는 완전히 다른 남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준은 늘 권력과 이익의 다툼 속에서 컸기에 세속의 때에 물들었지만 상혁은 그런 풍파는 전혀 겪지 않는 느낌이었다. 상혁의 분위기는 분명 아주 화목하고 느슨한 환경에서 자란 것처럼 보였다. “손 사장님은 눈이 꽤 정확하신 분 같아요. 이런 사업 추진에 능한 걸 보니 말이예요.” 이때 상혁이 입을 열며 이현의 눈길을 끊어냈다. 그제야 이현도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그보다 최하연 씨가 너무 과분한 선물을 주셔서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네요.” “저와 하연이 모두 배은망덕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물며 오늘 개업식 같은 바쁜 날에 특별히 저희에게 룸도 남겨주지 않았습니까?” “이 고마움은 앞으로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상혁은 손가락에 멋으로 차고 있던 반지를 만지작거렸는데 진심 반, 장난 반이 섞여 있었다. ‘하연이라고 불렀어?’ 이현은 상혁이 너무도 다정하게 하연을 부르는 모습이 약간 신경에 거슬렸는데 이때 하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보탰다. “맞아요, 손 사장님.” “참, 그 연회가 있던 날 저희 하성 오빠를 소개시켜 드리기로 했는데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해요.” 하연은 그날의 일을 언급했고 이에 이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그 분의 진심 어린 고백을 듣는 것으로도 이미 저에겐 충분히 복받은 일입니다.” 그러자 하연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오빠는 허세 부리는 걸 좋아해서 분명 그날 고백하고 나서 자아도취하고 있었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다면 그보다 멋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충분히 스스로에게 취할 만합니다.” 이현이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어갔다. “그날 최하성 씨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가 참 예쁘던데 사랑하는 사람의 손재주가 엄청 뛰어난 것 같더라고요. 혹시 디자이너 맞나요?” “세상에!” 하연이 깜짝 놀란 듯 물었다. “눈썰미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