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귀를 가까이 대자, 하연은 하민이 꾸지람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연은 꾸지람 듣기 싫어 혀를 내밀었다.상혁은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민의 꾸지람을 들었다.하민은 길게 얘기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나 오늘 회의에 참석했는데, 부남준을 만났어.]이 말을 들은 상혁은 하연에게서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하연은 원래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상혁에게 동생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데, 하민은 알고 있었다. F국의 최상급 계층에는 비밀을 지킬 수 없나보다.[무역 유통 회의였는데, 걔 몸에 상처가 있었고 제일 뒤에 앉아 날 알아보지 못하더구나. 네가 걔를 그냥 놔둔다고 하던데?]“잠시 그러는 거예요. 이제 쓸 때에는 다시 써야죠.”[회의가 끝나고 나가려고 하는데, 주차장에서 동건 삼촌이 걔를 교육하고 있더라.]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상혁은 말하지 않았다.“친부자니까 너 조심해.”하민이 걱정했다.[잘 알고 있어요, 형님.]똑똑한 사람은 요점만 말한다....통화를 마친 하민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때 비서가 물었다.“회장님, 무슨 생각 하고 계세요?”“미래 매제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상혁이 남준을 놓아버렸지만, 남준이 손해를 보더라도 본부로 돌아가려고 했고 동건이 남준에게 보상을 해주었다. 회의를 마친 상혁이 수시로 폭발할 수 있는 두 번째 폭탄을 묻었다.상혁은 속셈이 아주 깊었고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비서는 중점을 캐치하지 못했다.“아가씨 남자 친구 생겼어요?”하민은 표정 관리를 했다.“매제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네.”...상혁은 하연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자, 하연이 상혁의 팔을 쥐고 애교를 부렸다.“제가 저를 잘 돌보지 못한 걸로 우리 가족에게 꾸지람 듣게 해서 미안해요.”상혁은 웃었다.“꾸지람 듣는 게 맞아.”“그 동생분이랑 요즘 사이가 안 좋아요?”상혁은 하연이 통화 내용을 들었을 줄 알고 자리에 돌아가서 앉았다.하연은 다급히 말했다.“저한테 설사약 많아요!”상혁이 소리를 내서
현빈이 가자, 상혁은 쭈그려 앉아 빨개진 하연의 얼굴을 들었다.“네가 먼저 다가왔으면서 왜 부끄러워해?”하연은 현빈이 여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고 이럴 때 마침 지나갈 것으로 생각지 못했다.하연은 상혁을 바라보지 않았다.“다 오빠 때문이잖아요. 밖에서 날 꼬셔서 부끄럽게 하고.”상혁은 할 말이 없었다. 하연의 언어능력은 예전부터 아주 셌다.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태훈이 도착했다.“대표님, 호 이사님을 찾을 수 없어 은행에 연락해 봤는데, 호 이사님 카드에 돈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공지는 이 일 때문에 수사를 받고 있어 48시간 안에 자금 문제가 나올 것 같습니다.”하연은 예상했다.“호 이사는 임모연과 성동에 투자하기 위해 빚을 많이 졌던데, 우리가 호 이사를 못 찾아도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우리를 대신해 무조건 찾아낼 거야. 사람 시켜서 계속 감시하도록 해.”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DS그룹 내부에서 말이 많은데, 대응하실 거예요?”하연이 잠시 생각했다.호현욱을 처분해야 하는데, 다른 이사들까지 움직이게 하면 안 된다. “내일 월요일에 회의를 열어줘, 다른 건 내가 알아서 할게.”두 사람이 대화하고 나자, 어느샌가 밤이 되어 있었다. 부엌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났고 가정부가 음식을 하나둘씩 들고나왔다. 상혁도 서재에서 나왔다.“밥 먹고 가.”태훈이 다급히 손을 흔들었다.“안 됩니다. 저 저녁에 할 일이 있어서요.”하연도 같이 밥을 먹고 가라고 했는데, 태훈이 거절했다.“사장님을 지켜주시는 분이 계셔서 시름이 놓입니다.”“정 비서도 나이가 이젠 있으니 결혼해야 하지 않겠어?”이 화제가 나오자, 태훈은 부끄러워했다.“그런 적이 있었어요.”하연의 눈에서 빛이 났다.“누구랑?”“근데 상대 쪽 집안에 문제가 좀 있어서요.”하연의 눈이 동그래졌다.“원래는 몰랐다가 알고 나서 파탄이 났죠.”태훈이 급히 설명했다.하연이 계속 듣고 싶어 하자 상혁이 태훈보고 얼른 가라고 했다.연인이 되자 하연은 상혁의 곁
같은 시각, B시에서 가장 청결하고 가장 핫한 술집에서 권위가 오고 갔다.청결하다는 것은 환경이 아주 깨끗했고 핫하다는 것은 룸을 예약하기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제일 안쪽에 자리 잡은 룸에서 식사하는데, 식사할수록 분위기가 다운됐다.나호중이 넥타이를 풀더니 술잔을 들었다. 식탁 주위에는 도련님들이 앉아 있었다.“운석아, 갑자기 일이 생겨서 이 술 다 마시고 갈게. 생일 축하한다.”나호중은 잔의 술을 비우고 가려고 했다.그러자 운석과 태현이 눈빛을 교류하고 다급히 막아 나섰다.“아저씨, 이재 10분 앉아 있었는데, 벌써 가시게요? 제 어머니, 아버지도 아직 안 오셨는데, 되게 만나고 싶어 하세요. 조금만 더 있다 가세요.”나호중은 말하지 않았다.나씨 집안은 국제 상회를 운영하고 있어 장사를 하기에 안 좋은 것들과 접촉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떨 때 나호중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나호중은 항상 그들을 도와주지 않아, 나씨 집안에서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나호중은 청렴한 경찰이다.그래서 나호중은 운석의 말을 믿지 않았다.나호중은 뒷짐을 지고 말했다.“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야? 무슨 부탁이 있으면 그냥 말해.”운석은 서준을 마음속으로 욕하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그러죠. 요즘 사상에 문제가 생겨서 교육 좀 받고 싶어요.”“장난 그만 쳐! 교육받고 싶으면 경찰서에 와서 날 찾아!”나호중은 다리를 꼬고 앉자, 단정해 보이는 남자가 선물을 들고 예의 바르게 호중을 불렀다.“서장님.”그 사람은 나호중을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고 국장이라고 불렀다.나호중은 뒤로 물러서서 그 사람을 다시 보았다.“한씨 집안 도련님이시네요?”“회의가 있어서 늦었습니다. 제가 운석을 시켜서 서장님 가시지 못하게 했어요. 죄송합니다.”나호중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운석과 태현 등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주어 두 사람만 남았다.“그날 일에 관해 묻고 싶은 거라면 묻지 마세요.”서준이 대각선 자리에 앉아 말했다.“서장님,
명준은 한씨 집안의 장남으로 어머니께서 아이를 낳다가 돌아가서 아버지께서 곧바로 새 아내인 이수애를 맞아들였다. 이수애는 집안의 재산을 싹쓸이하고 서준과 서영을 낳았다. 이상한 것은 서준과 명준이 아주 닮았다. 그래서 수애는 명준을 끔찍이 싫어했다.할머니의 보호가 없었다면 명준을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조금 큰 뒤에 명준이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집에 잘 오지 않았다.그래서 사람들은 한씨 집안에 장남이 명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명준이 사고를 당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연이 나타났다.이 이상한 여자는 서준을 잡고 이상한 말을 했다. 서준은 그녀가 아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명준임을 알고 있었다.하연이 서준을 이렇게 오랜 시간 좋아한 것은 명준이지 서준이 아니었다.왜인지 모르게 서준은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고 일이 이렇게까지 번져버렸다.지금 명준이 소리 없이 다시 돌아왔다.룸 밖에서 도련님들이 문에 귀를 대고 엿들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때 태훈이 손님을 모시러 가고 있는데, 이 모습을 보게 되었다.“운석 도련님?”운석이 고개를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 비서님, 왜 여기 계세요?”“여기서 뭐 하세요...?”귀를 대고 한참 있었는데,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운석은 서준이 나호중을 무슨 일로 찾는지 몰라 손을 저었다.“오랫동안 최 사장님을 못 뵜는데, 어디 계세요? DS그룹이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는데, 대표님은 왜 소식이 없으시죠?”태훈이 대답했다.“저희 사장님께서는 떠벌이는 분이 아니라서요. 혹시 무슨 일 있으시면 사장님께 직접 연락하시면 됩니다.”예전 같으면 그렇게 할 텐데 지금은 친구가 되었으니 쉽게 연락할 수 없었다.운석은 손을 흔들며 친구들보고 장소를 바꾸자고 했다.사람들이 가자 태훈은 문이 닫힌 룸을 바라보았다.서준은 나호중의 얘기를 다 듣고 일어나 문을 열었다.“서장님, 감사합니다. 서장님께서 제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때 일은 제가 직접 형님께 사죄를
하연의 머리는 전형적인 검은 긴 생머리로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상혁은 인내심 있게 하연의 머리를 조금씩 말려줬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향기가 조금씩 났다하연이 감탄했다.“부상혁, 우리 오빠 말고 다른 남자가 제 머리 말려준 적 없어요.”바람 소리가 너무 커 상혁은 하연을 놀리고 싶었다.“한서준은?”“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저를 무슨 병균처럼 피해 다녔으니 머리를 말려주는 건 꿈이랑 다름없어요.”하연은 말하고 나니까 이상한 일을 말한 것 같아 웃었다.상혁은 그녀의 머리를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서준은 예전과 지금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하연이 매력이 없는 여자가 아닌데, 서준이 다치고 싶어도 꾹 참았을 것이다. 이혼하고 나서 갑자기 후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설마 무슨 이유가 있어서 하연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나?’상혁이 갑자기 말하지 않자, 하연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헤어드라이이에 말려들어 가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상혁은 다급히 전원을 끄고 하연의 머리를 정리하고는 어루만져 주었다.“아파?”상혁이 걱정하듯 다가갔다.하연은 그런 상혁한테 설레어 아픔을 잊어버렸다.“무슨 생각 했어요?”상혁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연이 오해했다.“혹시 서준과 제가 결혼했던 거 신경 쓰여요?”여자한테 재혼한다는 것은 넘기 어려운 문턱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하연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걱정이 됐다. 상혁은 하연의 볼을 꼬집었다.“너랑 장난친 거야. 난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거짓말, 남자라면 다 신경 쓸걸요?”하연은 고집을 부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상혁은 미소를 지었다.“네가 지금 가정이 있는 여잔데, 나랑 바람 피자고 하면 그래도 난 동의할걸?”“불륜남 하게요?”하연의 눈에서 빛이 났다.상혁은 웃으며 대답했다.“사랑을 위해 불륜남이 되는 거지.”하연은 상혁의 다리에 누워 해맑게 웃었다.한참을 웃고 하연은 상혁의 부드러운 얼굴을 보며 물었다.“이제는 한서준을 완전히 놨어요. 그때는
상혁은 멍해진 하연의 코끝을 톡톡 건드렸다. 하연은 상혁이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뺏아갔지만 평소 그녀가 피던 것에 비해 너무 독했던 탓에 기침을 콜록거리고 말았다. 이에 상혁은 하연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럼 언제면 되는데요?” 하연이 못내 아쉬워하며 물었다. 겨우 참고 있던 상혁은 이마를 탁 짚으며 말했다.“이렇게 열정이라고?” 생각해보면 욕구 불만인 것 같기도 했다. 이 말에 하연은 혼자서 이불을 휙 뒤집어쓰고는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럼 후회하지 마세요!” 상혁은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는데 이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한 가사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 “밖에 누가 왔는데 꼭 하연 아가씨를 만나 뵙겠다고 합니다.” 하연은 몸을 기웃거리며 물었다.“누군데?” “문지상이라는 분입니다.” 이 말을 들은 하연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후, 대문이 열렸고 하연이 자리에 앉기 바쁘게 문지상이 헐레벌떡 달려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최하연 씨, 최 사장님! 저 좀 살려주세요.” 이에 하연은 깜짝 놀랐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문 사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문지상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날 전 최 사장님이 건설자재를 몰래 빼돌리지 말라고 귀띔해준 말씀 충분히 알아들었어요. 그 뒤로 확실히 모든 건설자재 공급을 멈추게 했고요. 하지만...” 이 말을 듣고 나서야 하연은 생각이 났는데 그 뒤로 아무 일 없는 줄 알았는데 지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정말 부실한 건설자재를 공급하고 있었던 겁니까?” “이미 그런 일에서 손을 뗀 지는 꽤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양재성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 겁니다.”“그 자의 손에 아주 오래 전 제가 부당거래를 했던 증거들이 남아있는데 제가 성동 사업에 협조하지 않을 시 그 증거들을 세상에 전부 까발리겠다고 했습니다.” “전 도저히 그 협박을 이길 수 없어
오늘은 월요일이었고 하연은 DS그룹의 회의에 출석해야 했다. 상혁은 하연이 옷 입는 걸 도와주었는데 그녀 목에 난 상처와 키스 흔적도 함께 가려주고는 직접 DS그룹까지 바래다주었다.회의실로 들어가기 전 하연은 약간 긴장한 듯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물었다. “저 지금 괜찮아요?” “내 눈엔 충분히 멋져.” “아니, 진심으로요.” “진짜로 말이야.”상혁이 웃으며 대했다. 회의실 안, DS그룹의 12명의 이사진 중 11명만 출석해 있었는데 호현욱이 빠져 있던 것이다. “DS그룹 제4분기 재무 보고서는 이미 여러 이사님들께 나눠드렸으니 한 번 확인하시죠.” 보고서는 매우 상세하게 작성되어 있었는데 제4분기의 수입은 3분기의 58.8%를 훨씬 초과했고 이건 아주 놀라운 숫자였다. 이때 누군가 감개무량한 듯 입을 열었다. “DS그룹의 거래액은 동기대비 629.9%나 늘어났습니다. 최 사장님이 이룬 성과가 참 대단하십니다.”하연은 자리에 앉아 PPT 화면을 넘기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올해 DS그룹이 참여한 몇 가지 프로젝트의 형세가 모두 좋았던 것뿐입니다. 연말 실적은 이미 지난해의 50%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는 DS그룹 모든 직원들이 노력한 결과입니다. 전 감히 저 혼자만의 성과라고 할 수 없습니다.” 회의실은 순간 조용해졌다. 하지만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하연의 안목이 좋고 수단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여러 이사님들의 지지도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 연말 이익 배당금은 5%씩 올려드릴 겁니다.” 갑자기 회의실이 들끓기 시작했는데 5%는 아주 높은 자금 비율이었다. “최 사장님, 그게 정말입니까?” “내년에도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지지가 필요하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웃으며 말하던 하연은 갑자기 입꼬리를 내리며 물었다. “호현욱 이사님은 안 보이시네요? 오늘 같은 좋은 날에 왜 출석하지 않은 거죠?” “최 사장님과의 내기에서 졌으니
하연은 연속 이틀 동안 아크로리버파크에 묵었고 상혁은 직접 그녀의 출퇴근을 시켜주었다. 지나가던 한 직원이 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는 뒷모습을 찍었는데 선남선녀에 천생의 한 쌍이 따로 없었다. 크리스마스 연회가 끝난 뒤 모든 기업들은 DS그룹이 거대한 승리를 거두었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여은이 경제 잡지에 담은 홍보까지 더해져 하연의 기세는 한동안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은 등 친구들은 얼른 하연에게 상혁과 식사자리를 마련하라고 등 떠밀었고 하연은 마지 못해 그 채팅 기록을 상혁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상혁은 피식 미소를 지었고 B시에서 인당 천만 원씩 하는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기 전 차 안에서 핸드폰을 붙잡고 있던 하연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상혁이 몸을 기웃대며 그 채팅기록을 보려 하자 하연은 잽싸게 피해 버렸다. “왜요?” “보면 안 되는 거라도 있나 봐?” “이성관계를 확인하고 싶은 거라면 얼마든지 봐도 되지만 제 친구들과의 단톡방은 안 돼요!” 단톡방 안의 채팅기록에는 하연의 흑역사들이 너무 많았기에 절대 상혁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그러자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내 욕이라도 했나 보지?” 하연은 빨간 목도리에 얼굴을 푹 숨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 다른 이들은 도착하기 전이었고 두 사람만 레스토랑 룸 안에서 다리고 있었는데 이 위치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B시 야경 태반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때 상혁이 하연의 목도리를 벗겼는데 백옥 같은 피부에 빨간 상처에 키스 마크까지 뒤섞여 유독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상혁은 얼른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며 말했다. “해외에서 수입해온 건데 흉터 제거에 도움이 될 거야.” “임모연이 저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이런 판을 짠 것 같아요. 일단 돈이 입금되면 권상용은 바로 움직이니까요. 정말 저를 죽이려 했던 것 같아요.”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하연은 아직도 치가 떨렸다. 상혁은 하연의 상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