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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둘이 사귀는구나

하연은 짜증이 났다.

“행동하기 전에 내 의견을 물어봤었어? 하서준, 넌 여느 때처럼 자만심에 차 있어. 너의 소위 선의는 필요없어.”

“응, 인정해. 이 일은 내 탓이야.”

서준은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사과하러 왔어. 날 용서했으면 좋겠어.”

주씨 가문 생일 연회에 참석한 것도 하연 때문에 온 것이다.

“생각해 봤는데,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야. 사업가 사이에 이익 문제가 있는 건 정상이야. 네가 한 일은 네 일이야. 내가 널 비난할 자격이 없어. 그래서 네가 사과할 필요도 없어.”

하연은 차분하게 선을 넘지 않게 말했다. 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가슴이 내려앉았다.

“하연아.”

“하서준, 네가 JJ를 무시하고, 내 안목을 무시하는 걸 알아. 하지만 너도 주현빈에게 은혜를 베푸려고 뛰어내려서 주진을 구했잖아?”

하연은 그저 아이러니했다. 서준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건 사실이었다.

“다음부터는 고상한 척하지 마. 역겨워.”

말을 마치자 하연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 했다. 그러자 서준은 하연을 잡았다.

“그럼 부상혁은? 나랑 비하면 부상혁이 더 고상한 척하고 있어.”

상혁의 얘기가 나오자 하연은 손을 뿌리치려 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부상혁 얘기를 해?”

서준은 하연을 꼭 잡고 또박또박 말했다.

“여러 번 국내외를 오가는 건 공무 때문에 아니야. 부상까지 입었어. 알고 있어? 너한테 솔직하게 말했어? 그게 고상한 척 아니야?”

하연이 확실히 모르는 것 같았다. 하연은 더욱 황당한 것 같았다.

“그건 우리 사이의 일이야. 네가 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말해!”

우리라는 말이 서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건 그들의 사이에 이미 자기의 개인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둘이 사귀는구나.”

서준은 말했다. 하연은 인정하고 싶었지만, 상혁과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아니.”

하연은 서준의 손을 뿌리쳤다.

“그건 너와 상관 없어.”

말을 마친 후 하연은 문을 닫고 차를 찾으러 갔다. 서준은 백미러에 비친 결연한 하연의 모습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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