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은 하정인이 발표한 그 공식입장을 한번 훑어보았고 자신의 생각했던 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하정인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고 주현빈은 아무 것도 몰랐으며 알고 난 뒤에는 아이 아버지의 책임을 다했다고 밝혔고 미안함의 표시로 영원히 연예계에서 은퇴할 것을 선언했다. 전희진은 두 시간도 안 되는 새에 하정인을 구워삶았던 것이다. 하연은 그제야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때 전희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는 지금 제가 데려왔습니다.]“사모님 뜻대로 되신 걸 축하합니다.” [하연 씨가 저에게 부탁한 일은 모두 끝냈습니다. 이제 저의 제지가 있는 한 하정인은 평생 동안 다시는 대중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하연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창가로 걸어가 B시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하정인을 설득한 겁니까?” 그러나 전희진이 별 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한 엄마에게 있어 가장 큰 약점은 바로 그의 자식이니까요.][하정인에게 주현빈이 무너지면 그녀의 아이도 좋은 결과는 없을 거라 했을 뿐이예요. 그녀도 그런 결과를 바란 건 아닐 테니 자연히 자신이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알아차렸겠죠.][당연히 그 여자가 평생동안 놀고먹으면서 지낼 만큼의 돈도 두둑이 챙겨 주었지요. 그 조건으로 아이는 영원히 만나지 않기로 했고요.]“양쪽 다 득이 되는 상황이니 주 회장님도 만족하실 겁니다.” 하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전희진 사모님께서는 인자하신 분이니 아이를 곤란하게 하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이에 전희진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였습니까?][하연 씨, 이번 일은 제가 하연 씨를 도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연 씨가 저를 도운 거예요. 앞으로 제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하연은 알았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때 진미화가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이 물었다. “전희진 사모님의 방금 하신 말씀 무슨 뜻일가요?” “아이를 손에 넣
하연은 기쁨을 숨기지 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안 졸려.” [내가 맞춰볼까? JJ그룹의 스캔들이 드디어 해결돼 기뻐서 잠이 안 오는 거 아니야?]하연은 순간 놀랐고 이미 묻히기 시작한 이 일이 국외에까지 퍼질 리 없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현빈이 알려준 거야?” 상혁은 하연의 물음에 대해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나에겐 다 알아내는 방법이 있지. 왜, 아닐 것 같아?]“아이고, 그렇다고 치자.” 하연은 품에 안은 인형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오빠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말 안 한 거야.” [그래, 우리 하연이는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되니까.]상혁의 목소리는 아주 자상했고 다정한 말투까지 더해져 전화기 너머의 하연은 두 볼이 새빨개졌다. “오빠 일은 잘 되어 가요?” ‘잘 되어 가냐고?’하연이 이 물음을 던졌을 때 상혁은 DL그룹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이때 황연지가 커피와 샌드위치를 가져왔다. 며칠 만에 상혁은 엄청난 기세로 부남준의 인맥들을 전부 쓸어버렸고 DL그룹 전체가 한번 뒤집혔으며 누구도 감히 미래의 이 상속자를 무시할 수 없었다. [다 잘 되어가고 있어.]“절대 무리하면 안 돼. 부남준 그 사람이 오빠를 또 괴롭히면 말해. 내가 또 가서 혼 내줄게.” 분명 사나운 말투였지만 상혁의 귀에는 너무나 귀엽게 들렸고 그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전에 설사약 두 봉지로 이미 그 자식은 널 벼르고 있어. 널 다시 만나면 그가 먼저 널 괴롭히려 들 걸?]“난 하나도 안 무서워요.” 통화음이 전화기를 통해 새어 나왔고 황연지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에 순간 멈칫했다. 그녀의 다년간 쌓인 데이터로 분석해볼 때 하연은 능력도 좋고 총명하며 대담한 동시에 여인 특유의 우아함까지 잃지 않는 그런 여자였다. 그리고 상혁은 이미 하연에게 푹 빠진 듯했다. [크리스마스 전에 보러 갈게.]이에 하연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럼 DL그룹은 어쩌고요?” [걱정 마.]“혹시 나 때문에 오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JJ그룹의 사건은 완전히 해결되었고 해외와의 합작도 점차 순조로워지고 있었다. 하연은 점점 긴장이 풀려 홀가분했고 호현욱은 화가 잔뜩 난 채 배 아파했다. 이에 호현욱 곁에 있던 부하들은 조금이라도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모두 다 그를 피해 다녔다. 이 소식을 하연에게 전하던 정태훈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하연도 머릿속에 호현욱의 모습이 상상하면서 피식 웃음을 보였다. “동쪽의 그 땅에 관한 일은 어떻게 돼어 가고 있어?” “꽤 순조로는 것 같습니다.” 하연은 전에 상혁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잠시 침묵에 잠겼는데 필경 정부의 사업이니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정말 호현욱 이사와 임모연이 그렇게 득을 보게 놔둬야 하는 걸까?’ 하연은 이런 생각들이 잠깐 스쳤다. 저녁때쯤, 그녀는 정예나와 함께 쇼핑을 간 백화점에서 임모연을 마주치게 되었다. 심지어 전희진도 마주쳤는데 그녀의 곁에는 어린 남자 아이가 있었고 이 아이는 하연을 보고는 아줌마라고 불렀다. “이 분은 나이가 어리니 누나라고 부르는 게 맞아.” 하연은 웃으며 말했다. “아줌마라고 불러도 돼. 처음 만나는데 아줌마가 선물을 준비 못했네? 갖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봐. 아줌마가 사줄게.” 그러나 이 남자 아이는 긴장한 듯 전희진의 뒤에 숨어 버렸고 그녀는 그런 아이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누가 선물 사준다고 하면 고맙습니다 하고 당당하게 받으면 돼. 자꾸 그렇게 숨기만 하는 아이는 주씨 가문의 아들로 될 자격이 없어!” 전희진의 이 기세에 예나는 깜짝 놀랐고 하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전희진 사모님 너무 한 거 아니야?” 그런데 하연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말이야. 최하연 아줌마가 사준다고 할 땐 냉큼 받으면 돼. 어차피 저 아줌마는 넘치는 게 돈인 부자거든.” 이 사람은 바로 임모연이었고 방금 산 백을 들고 유유히 걸어왔다. 동시에 이 모습을 본 전희
모연은 하연의 말에 발끈하여 앞으로 3개월 간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활해야 할 참이었다. 하연은 한심한 그 모습에 우스꽝스럽다 생각했는데 모연이 내민 그 카드를 보는 순간 웃음기가 바로 사라졌다.이를 발견한 정예나가 물었다. “왜 그래?’ “저 카드, 뭔가 낯익어.”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정예나도 한번 확인하려 했지만 이미 모연이 그 카드를 감춘 뒤였다. 이때 모연은 쇼핑백을 들고 하연의 앞으로 다가왔다. “봤죠? 샀어요. 부디 최하연 씨가 저보다 못한 걸 사진 않길 바라요. 그러면 너무 웃기잖아요!” 하지만 하연은 그녀의 말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곧바로 매장으로 들어가 직원에게 백 하나를 포장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백은 아까부터 하연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데 가격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아주 독특했다. 이를 본 모연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겨우 4천만 원이야? 최하연 씨, 이걸 산다고요?” 하연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전 단지 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러 온 것뿐이지 임모연 씨와 비기러 온 건 아니니까요. 뭐 다른 문제라도 있나요?” 모연은 그제야 자신이 또 하연에게 당했다는 걸 눈치 챘다. 앞으로 3개월 간 B시 상류층들 사이의 의논 주제가 지금 또 하나 늘어난 것이다. 모연은 쇼핑백을 꽉 잡았고 전에 있었던 모든 일까지 통 털어 생각했는데 이제야 왜 민씨 가문이 하연에게 질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하연이 너무 교활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모연은 부랴부랴 현장을 떠났다. 이때 전희진이 하연의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저 여자 성이 임씨 입니까?” 하연이 대답했다. “네, 전희진 사모님도 아십니까?” “아뇨, 모릅니다. 하지만, 뭔가 낯이 익습니다.” 전희진은 상류 세계에 40여 년을 몸 담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여태껏 만나온 사람은 수없이 많았는데 왜 앤지 모연이 유난히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도대체 누구인지는 정확히 생각나지 않았다.
이미 월말이 되었지만 성동 부동산의 시공이 점점 느려지고 있어 모연은 조바심이 났고 전에 현장 검사를 갔을 때도 발견된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쇼핑을 마친 뒤 모연은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 안에 차량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건장한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양재성? 당신이 왜 여기 있어?” 양재성이라 불리는 남자는 몸을 돌리자마자 모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장님, 살려주세요!” 이에 모연은 순간 당황했다. 5분 뒤, 그녀는 테이블 위의 모든 물건들을 쓸어버렸고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이건 정부의 사업이야. 어떻게 감히 그 자금에 손을 댈 생각을 했어? 죽고 싶은 거야?” 양재성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렇게 많이 움직일 생각은 없었는데 점점 빚이 쌓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어요.” 모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식은땀이 흘렀다. “아직 얼마나 남았어?” “절반...” 양재성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절반도 안 남았습니다.” “너 정말!” 모연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야. 당신 잡아가라고 말이지.” “아뇨, 임 사장님! 절 잡아간다고 해도 이미 돈을 회수할 수 없어요. 제발요!” 양재성은 그녀의 다리를 붙잡은 채 처참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했다. “이제 책임을 묻게 되면 저뿐만 아니라 임 사장님도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순간 모연은 그대로 동작을 멈추었고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공사를 예정된 시일 내에 완성하지 못하면 우린 다 끝장이야!” 모연은 절반이 넘는 자금인 1400~1600억을 메꿀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양재성은 모연의 바지 가랑이를 꽉 잡고 있었고 눈에는 탐욕이 가득 찬 채 말했다. “전 임 사장님께 이 상황을 대처할 방법을 제시해 드리러 온 겁니다.” “그게 뭔데?” 그런데 이때 문 밖에서 차량이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고 모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가보니 서준이 차였다
“알았어요, 확인되면 고민해 볼게.”모연은 돌아섰다. 하지만 서준은 서두르지 않고 다시 한번 화장실을 바라보았다.“써도 돼?”“쥐가 있다고 했잖아, 서준 도련님은 쓰지 않는 게 좋을 거야.”“혜주야, 쥐가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쥐를 제때에 치우는 거야.”서준은 최대한 자비로운 태도로 말을 하고는 뒤돌아 차를 몰고 떠났다. 차가 점점 멀어지는 소리를 듣자 모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식은땀이 몸에 달라붙어 매우 불편한 것 같았다.“나와.”양재성도 땀에 흠뻑 젖은 채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한번 무릎을 꿇었다.“제발 살려주세요.”모연은 갑자기 다리를 내밀며 양재성을 차버렸다.“안 들려? 한서준까지 네 일을 알았어. 내가 숨겨주고 싶어도 때가 되면 계좌에 돈이 없어서 숨길 수 없어!”“숨길 수 있어요! 할 수 있어요!”양재성 은 빨리 말했다.“저한테 방법이 있어요.”모연은 의심했다.“무슨 방법?”양재성 은 침을 삼키며 모연의 몸을 기울이라는 신호를 주었다. 가까이 오자 몇 마디 속삭였다. 그 말을 듣자 모연의 표정이 변했다.“미쳤어?”“방법 없어요. 전에도 혼란의 틈을 탄 적이 있어요. 별일이 없었어요. 게다가 부동산도. 사실 다 그래요.”이달 초 주씨 가문 도련님의 생일날 주씨 가문의 사람이 가득했다. 리무진이 거리에서 줄을 지었고, 축하하러 온 손님들 모두 귀족 가문 사람들이다. 전희진이 아들을 인정하겠다는 걸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럼 미래도 아들에게 맡길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충 할 수 없다. 하연은 특별히 두툼한 선물을 준비하며, 눈에 잘 띄지 않는 옷을 입었다. 하지만 전희진은 하연이 일부러 눈에 띄게 했다.“하연아, 이리 와.”하연은 기태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서 사람을 대접해라는 신호를 보냈고, 하연은 전희진을 따라 떠났다.“아이가 여덟 번째 생일을 맞아 특별히 극단을 초대하여 집에서 하고 있어. 사람들은 모두 거기에 갔어. 난 지루한 것 같아. 차라리 차를 마시고 게임하는 게 좋을
“그냥 보기만 할게요. 놀지는 않아요.”여자들의 모임은 항상 그렇다. 하연은 오른쪽에 앉아 진지 해 보이지만 사실 머리를 쓰지 않았다. 라운드가 끝나기 전에 방의 문이 열렸다. 주현빈이 먼저 들어와서 전희진에게 물었다.“이겼어?”전희진은 피식 웃었다.“너무 일찍 와서 아직 결과를 보지 못했어.”하연은 멍해졌다. 주현빈 뒤에 있는 서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고, 서준도 마찬가지로 하연을 쳐다보았다. 목표는 명확했다. 왼쪽에 앉은 전희진도 보았다.“한 대표님 아니에요? 젊었지만 대단하신 분께서 우리 여자들이 노는 걸 봐도 되요? 너무 부끄럽네요.”서준은 재킷의 단추를 풀고 옆에 걸치며 하연의 곁에 앉았다.“사모님의 카드로 부끄러워하시면 안 돼죠. 너무 좋은 거잖아요.”전희진은 기뻐했다. 잘생긴 훌륭한 남자에게 칭찬을 받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다. 하연은 입술을 오물거렸다.“한 대표님께서 놀고 싶으시면 제가 자리를 내줄게요. 제가 마침...”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준의 손이 하연의 어깨에 놓고 눌렀다. “전 구경만 하면 되요.”하연은 서준을 노려보았다.‘놀기 싫으면서 왜 와, 날 상대하는 거야!’전희진은 그 모습을 보며 카드를 던졌다.“평소 한 대표님을 만나기 어려운데, 오늘은 한가하시나 보네요. 어렵네요. 혹시 어느 가문 아가씨에게 마음이 있어서 소개해 달라고 하고 싶어요?”하연은 불똥이 튈까 봐 몸이 굳어졌다. 그러나 서준의 말이 예상치 못했다.“최하연 씨가 긴장을 많이 하시네요. 사모님께서 저에게 질문하는데 왜 두려워해요?”순간 여러 테이블의 시선이 하연에게 쏠렸다. 하연은 억지로 참았다.“바람이 통하는 곳에 앉아서 추워서 그래요.”하준은 하연 손에 있는 카드를 한 장 버렸다.“카드를 내는 걸 잊었군요.”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모호해졌다. 하연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았다. 하연의 일대일로 싸우는 모습이 유명해져 사람들이 하연에 대한 인상은 DS의 최 사장님, 아가씨이지, 서준의 전처가 아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이 있어서
하연과 서준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무대 쪽에 일이 생긴 것 같았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하연은 깜짝 놀랐다. 서준과 눈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그쪽으로 달려갔다.“도련님이 물에 빠졌어요, 도련님이 물에 빠졌어요!”가정부들의 놀란 외침이 울려 퍼졌다. 방 안에서 진행되던 게임판도 흩어지며 주현빈과 전희진이 동시에 달려 나왔다.“무슨 일이에요?”서준은 가정부를 잡고 물었다.“방금 도련님께서 호숫가에서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어요. 제가 한눈 판 사이에 떨어졌어요!”주진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서준은 눈을 부릅뜨며 바로 뛰어 내려갔다. 하연이 말릴 틈도 없었다. 서준은 수영을 할 줄 안다. 하지만 호수의 깊이를 몰라 사고가 있을 수도 있다.“한서준!”서준이 최선을 다해 주진을 향해 헤염치더니 주진의 손을 잡고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괜찮아, 아저씨가 있어.”주진은 숨을 헐떡였다. 주현빈의 마음이 급했다.“빨리!”다행히 수면 위와 멀지 않아 서준이 바로 구할 수 있었다. 가정부는 바로 수건을 가져와 주진에게 둘러주었고, 주현빈이 주진을 품에 안았다.“괜찮아?”“의사, 빨리 의사를 불러와!”전희진의 안색이 창백했다.“고마워요, 한 대표님.”서준은 맨팔로 있어 근육이 선명했다. 추운 겨울에도 전혀 떨지 않고 매우 유혹적이었다.“괜찮아요. 아드님이 괜찮은지 먼저 확인하세요.”주현빈은 아이를 안고 실내로 달려갔고, 전희숙도 서둘러 따랐다. 가정부가 서준에게 수건을 주었다. 하연이 다가왔다.“그렇게 깊은 곳에 뛰어들어?”서준은 수건으로 머리를 닦았다.“내가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이 아니야.”하연은 입술을 오물거렸다. 다른 의미로 서준은 확실히 좋은 남자이다. 그렇지 않으면 몇년 동안 서준에게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들어가자, 밖에 추워.”서준은 피뜩 보았다.“또 계속 고맙다고만 하겠지. 그런 게 익숙하지 않아. 먼저 가고 싶어.”하연은 이해했다.“그럼 차에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