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우리...”태훈은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태준의 태도만 봐도 하연과 서준을 접촉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를 알 수 있었다.하지만 하연은 피할 수 없는 건 언젠가 마주쳐야 한다는 걸 알았기에 태연하게 안으로 들어가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한 대표님이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주인이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네요.”서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무심코 말을 내뱉었다.“HT 그룹은 지금껏 이 분야에 손 댄 적 없었어. 너와 협력할 생각에 처음 시도한 거니까.”하연은 싱긋 웃으며 물었다.“지금 HT 그룹이 우리 DS 그룹과 손잡고 싶다는 말인가요?”“그런 셈이지. 세부 사항은 이걸 보면서 조율해 봐.”서준은 여유롭게 비서 손에서 서류 하나를 받으며 말했다.그 말에 하연은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아, 혹시 뭐 궁금한 점이라도 있나요?”“이익 분배가 조금 불합리하다고 생각돼서 말이야.”그 말을 들은 태훈이 무의식적으로 안경을 밀어 올리며 속으로 한서준이 협력할 마음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한 대표님, HT 그룹도 이 업계에서는 햇병아리나 다름없는데 이 정도 이익 배분은 아주 합리하다고 생각되는데요? 혹시 아예 협력할 의사가 없는 건 아닌가요?”태훈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공격적으로 쏘아붙였지만 서준의 시선을 하연에게 돌리며 말했다.“참 똑 부러지는 비서를 뒀네. 이익은 우리 HT 그룹이 너무 많이 차지한 것 같아 불합리하다고 한 거야. 5대 5가 아니라 7대 3으로 하자고, DS 그룹이 7, 우리가 3.”태훈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준을 빤히 바라봤다. 그럴만한 게, 이건 협력이 아니라 돈을 DS 그룹에 가져다 바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2할이나 되는 이익은 시가로 따져도 몇백억이니 말이다.“최하윤 사장님 생각은 어떤가요?”하연은 점점 한서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한 대표님, 이건 사업이 아니라 자선사업인 것 같은데요?”서준은 느긋하게 대답했다.“돈 더 벌게 하려는 것뿐이야. 돌아가서 이사회
“최하연, 잠깐만.”하연은 걸음을 멈추고 귀찮은 듯 물었다.“또 무슨 볼일 있나요?”“최하연, 나...”하지만 서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서준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반가운 얼굴로 서준에게 말을 걸던 이수애는 하연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표정이 굳었다.“아들, 너 설마 얘랑 아직도 만나? 엄마가 화병 나 죽는 꼴 보고 싶어서 이래?”이어지는 이수애의 잔소리에 서준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이건 내 일이니까 참견하지 마세요.”이윽고 하연의 팔을 잡으며 밖으로 끌었다.“우리 가자.”하지만 하연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뒤로 뺐다.“한 대표님, 자중하세요.”이윽고 이수애를 보며 거리감 느껴지는 말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제 한 대표님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하연의 도도한 태도를 보자 이수애는 전에 하연에게 못되게 굴어 최씨 가문과 인연이 닿을 기회를 잃었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잘못이니 돌이킬 수도 없었다.다행히 아들이 훌륭한 덕에 아직도 좋아하는 여자가 널리고 널려 최하연이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이렇게 생각한 이수애는 얼른 자기와 함께 식사하러 온 여자를 끌어 서준 앞으로 밀었다.“서준아, 이 아가씨가 바로 내가 저번에 말했던 임모연 씨야. 명문가 출신인 데다 유명한 디자이너래, 너랑 천생연분이야!”이수애는 모연이라는 여자를 소개하면서 턱을 한껏 치켜올렸다. 그 교만한 태도는 마치 하연에게 자기 아들은 아무렇게나 찾아도 너보다 몇백 배 나은 여자를 찾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 듯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세요.”서준은 하연이 오해할까 봐 다급히 부인했다.하지만 하연은 여전히 태연한 모습으로 언짢은 기색 하나 없이 뒤돌아 떠나 버렸다.그런데 그때,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모연이 갑자기 하연을 불러 세웠다.“최하연 씨 맞죠? 소문 많이 들었는데, 오늘 보니 역시 명불허전이네요.”모연은 하연에게 걸어가더니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만나서 반가워요. 임모연이
“어머니, 또 무슨 헛소리예요?”서준은 다급히 이수애를 막아 나섰다. 본인의 어머니 하연에 대한 악의가 이토록 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예전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게 또 실감 났다.그에 반해 하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한 대표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그 말을 하고 떠난 하연을 서준은 따라 나가고 싶었지만 이수애가 갑자 그를 잡아끌었다.“아이고, 아들. 나 안 되겠어. 가슴이 갑자기 답답해서 숨이 안 쉬어져...”“어머님, 괜찮으세요?”모연이 다급히 묻자 상황을 본 서준도 얼른 다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래요?”그랬더니 다음 순간, 이수애는 서준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아들, 엄마 말 들어. 절대 최하연 저 계집 건드리지 마. 모연 씨 좀 봐 봐. 얼마나 좋아. 진짜 너와 어울리는 사람은 모연 씨 같은 분이라고.”순간 눈치챈 서준은 눈살을 팍 구기더니 입꼬리를 비틀며 차가운 미소를 지짓더니 이수애를 밀어내며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어머니 진짜 연기 잘하시네요. 전에는 왜 그걸 몰랐을까??”“아들, 왜 그렇게 말해? 서준아...”이수애가 아무리 불러도 서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하연이 떠나간 방향으로 쫓아갔다.하지만 여전히 한발 늦었다. 서준이 쫓아 나갔을 때 하연의 차는 이미 떠난 뒤였다.차 안에서 하연은 방금 받은 명함을 손에 쥐고 임모연이라는 세 글자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분명 아까 인사할 때도 모연은 다정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곧이어 하연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했다.그리고 얼마 뒤, 전화 건너편에서 여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래? 나 보고 싶었어?”하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어때? 요즘 바빠?”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여은은 곧바로 하소연했다.“바빠! 아주 요즘 소처럼 일해! 왜? 무슨 일 있어?”이에 하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한테 사람 하나 알아보려고.”“어떤 대단한 사람이길래
하연은 피식 웃으며 설명했다.“네가 안 믿을 수도 있지만, 그 여자 오늘 이수애랑 식사하더라. 사이 꽤 좋아 보였어.”“헐, 네 전 시어머니? 설마 한서준과 결혼시키려는 건 아니겠지?”하연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이 대화를 계속하지 않았다.“고마워. 나중에 내가 밥 살게.”“그래. 난 계속 일하러 간다.”전화를 끊은 하연은 명함을 따로 챙겼다. 물론 모연과 교점이 없지만 왠지 또 만날 것 같다는 예감이 어렴풋이 들었으니까.하연의 그런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불과 며칠 만에 예나의 전화를 받게 되었으니까.“하연아, 큰일 났어.”“왜 그래? 천천히 얘기해.”“얼른 인터넷 찾아봐. 누가 실명으로 우리 브랜드숍 대부분 드레스가 표절이라는 제보를 했어. 지금 인터넷 검색어 난리도 아니야.”너무 황당하다는 생각에 하연은 얼른 인터넷을 확인했다.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브랜드숍 이름이 검색어 맨 위에 떡하니 있었고 제목들 뒤에는 모두 표절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띄게 붙어 있었다.워낙 브랜드숍 장사가 잘되고, 팬들도 많은 데다, 단골도 많은지라 실명으로 제보되고 나니 검색어 순위는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헐, 이 브랜드숍 드레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였는데, 표절이라니.][한 벌뿐만 아니라 대부분이래요. 게다가 똑같은 디자이너 작품을 베꼈다고 함. 정말 너무 뻔뻔해.][디자이너가 돼서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는 거지? 어쩜 이렇게 양심 없는 짓을 할 수 있어?][오리지널은 영원하고 표절한 사람은 영원히 벌받아야 함. 이 브랜드숍 얼마 못 가 문 닫는다고 봄.]...기사 아래에 쏟아지는 욕설을 보자 하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었다.“하연아, 누가 우리 숍에 와서 문 닫으라고, 쇼핑몰에서 나가라고 고래고래 소리쳐.”“우선 조급해하지 말고 먼저 문 닫아.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다급히 대답한 하연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태훈이 급히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어디 가세요?
“하연아, 이것 봐. 이게 너를 실명 제보한 사람의 트위터 계정이야...”하연은 핸드폰을 받아 들고 트위터에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하연의 브랜드숍을 표절했다고 제보한 사람은 본인의 실명을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 원고와 하연의 숍에서 잘나가는 실제 드레스 몇 벌을 대조하며 하연이 표절했다고 주장했다.화면에 뜬 원고를 본 순간 하연은 믿을 수 없었다.브랜드숍에서 인기 있는 드레스는 모두 하연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지 절대로 표절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두 벌은 하연의 졸업 작품이다.“이럴 리 없어... 이건 말도 안 돼.”하연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을 때, 상혁이 부하가 알아낸 소식을 알려주었다.“알아냈어. 표절당했다는 디자이너가 Jion래. 요즘 핫한 디자이너인 데다 국제 디자인 업계에서 발언권도 있는 사람이래. 게다가 방금 인스타에 저작권을 주장했어.”“Jion?”하연은 웃음이 났다.“임모연이 내가 본인 걸 베꼈다고 했다고요? 정말 어이없네.”상혁은 하연에게 iPad를 건넸다. 화면 속에는 모연의 인스타 계정이었는데, 맨 위로 설정한 게시물이 바로 이번 표절 사건에 관한 내용이었다.“하연아, 아직 조급해하지 마. 이 일은 분명 뭔가 수상쩍어, 우리 쪽 사람들 말로는 이번 실검도 누가 돈 들여 조작한 거래, 연속 3일 동안 검색어 1위에서 내려가지 않게 하라고. 내가 우선 모든 실검을 내렸지만 진실은 우리가 끝까지 알아내야 해. 안 그러면...”상혁은 뒷말을 잇지 않았지만 하연은 그 결과를 당연히 알고 있다.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표절은 금기 사항이니까.하연이 만약 자기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면 브랜드숍은 영원히 문 닫아야 할 뿐만 아니라 하연의 평판도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이번 일 무조건 밝혀내야 해요.”그때 상혁이 가장 중요한 걸 짚어냈다.“문제는 이 작품이 분명 네 작품인데, 상대가 왜 오히려 너를 도둑으로 몰까? 아마 그 키는 상대가 갖고 있을 거야.”하연은 상혁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마치 약속이라도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모연은 천천히 걸어오며 마치 반갑기라도 한 듯 부드럽고도 우호적인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이번에 하연은 절대 모연의 이런 겉모습에 쉽게 속을 리 없다.“임모연 씨, 저한테 뭐 설명할 거 없나요?”그 말에 모연은 피식 소리 내 웃더니 억울하다는 듯 두 손을 편 채 어깨를 으쓱거렸다.“설명? 무슨 설명이요? 여기까지 온 건 나랑 배상에 대해 논의하러 온 게 아니에요? 제 작품을 그렇게나 많이 표절했으면서 그동안 그거로 수입이 꽤 짭짤했겠어요.”“전에 가게 매출 괜찮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 배상은 문제없죠? 아니면 배상으로 끝나지 않고 법률적 절차를 밟고 싶나? 그렇다면 뭐 끝까지 싸워 드리죠.”“...”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마치 진짜인 것처럼 줄줄 말하는 모연을 하연은 싸늘하게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전 표절한 적 없어요.”하연이 짤막한 한마디로 제 태도를 표명하자 모연은 씩 웃었다.“그 말을 누가 믿어요? 사실이 눈앞에 있는데, 아직도 발뺌할 생각인가요?”“진실이 무엇인지는 잘 알 텐데? 그런데 좀 궁금하네요, 그 원고는 대체 어디서 났어요?”모연은 깊은숨을 내쉬었다.“최하연 씨, 표절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뭐 하러 쓸데없는 변명을 해요? 원고는 당연히 제가 그린 거죠. 그것도 최하연 씨보다 훨씬 전에.”“그럴 리 없어요.”“최하연 씨는 참 포기를 모르네요? 끝까지 가보자는 거예요? 뭐, 괜찮아요. 증거는 언제든 내놓을 수 있으니까.”모연은 말이 끝나자마자 부하를 시켜 본인이 디자인한 원고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확인해 본 결과, 그 디자인은 하연의 디자인과 싱크로율이 90퍼센트에 달했다.게다가 디자인 마감일은 모두 7년 전으로 되어 있고, 종이 역시 시간이 꽤 오래 지난 것처럼 보였다.“잘 봤죠? 최하연 씨?”하연은 너무 믿을 수 없어 그대로 굳어버렸다.‘이, 이럴 수가?’그때 모연이 말을 이었다.“최하연 씨, 이 얘기는 이만하고 배상 건에 대해서 예기합시다. 그래도 합의 볼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
‘2천억?’‘정말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네.’“꼴에 2천억을 요구해? 진짜 뻔뻔하네!”화를 못 이긴 예나는 거리낄 것 없다는 듯 모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도 그럴 게, 하연이 절대 다른 사람 작품을 표절했을 리 없다는 자신은 있었기 때문이다.“누가 진짜 표절한 사람인지 사실은 언젠가 밝혀져. 당신이 아무리 국제적으로 유명하다 해도 사실을 전도하면 안 되지. 당신을 좋아하는 팬들이 당신의 진짜 모습을 알까 봐 두렵지도 않아?”“...”모연은 이런 말을 듣고도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하더니 미소 지으며 무시해 버렸다.이윽고 팔짱을 끼며 하연에게 천천히 걸어와 약 반 발짝 정도 남은 거리에 멈춰 서더니 눈을 들어 하연을 빤히 바라봤다.“떳떳한 사람은 절대 뒷말하지 않는 법이죠. 선택권은 최하연 씨한테 있으니 선택해요. 돈을 받고 조용히 이 일을 넘길 건지, 아니면 다 같이 피 튀기며 싸울 건지. 뭐가 더 손해인지 하연 씨는 잘 알죠?”하연은 말없이 손을 그러쥐었다.이 순간 모연이 저한테 대한 적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 적의가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게, 일전에 절대로 교점이 없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으니까.“임모연 씨처럼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그 말에 모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최하연 씨가 전에 했던 짓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죠.”‘내가 전에 했던 짓?’이 말은 너무 의미심장했다.하연의 눈에는 순간 의심이 빛이 스쳐 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본인의 추측을 더 확신했다.그때 모연이 손가락으로 셈을 세더니 손가락 세 개를 폈다.“3일. 돈 마련할 시간은 3일 주죠. 만약 3일 내로 돈 안 가져오면, 명예가 바닥에 떨어질 준비 해요.”“...”모연의 말이 떨어진 순간, 공기 속에 표한 정적이 흘렀다.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상혁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말했다.“그래요. 동의할게요. 하지만 요구한 자금이 너무 많아 각 은행과 조율해
하연은 뭔가 고민하는 듯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다가 상혁을 바라보며 그의 생각을 추측했다.“상혁 오빠, 일주일로 시간 연장한 목적이 따로 있죠?”상혁은 하늘이 무너져도 무섭지 않다는 기세로 팔짱을 끼더니 꿀 떨어지는 말투로 대답했다.“역시 너한테는 뭘 숨기지 못하겠다니까.”하연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상혁과 눈빛을 교환하며 싱긋 웃었고, 옆에 있는 예나만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리둥절해했다.“최하연, 지금 둘이 나 따돌리는 거야?”“걱정하지 마. 이 세상에 일을 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은 없어.”“그래서?”“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거야. 임모연이 표절이라고 제보한 디자인은 모두 내가 대학생 때 그린 작품들이라 원고는 아마 학교에 남아 있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야.”증거를 찾을 충분한 시간.예나는 그제야 두 사람의 목적을 알아차렸다.“그래서, 학교에 다녀오려고?”“응. 가볼 때도 됐어.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상혁 오빠...”하연이 이제 막 말하려 할 때, 상혁은 하연의 뜻을 읽은 듯 대답했다.“나도 같이 갈게.”하연은 순간 가슴이 따뜻해졌다.“그래요.”그날 오후, 하연은 DS 그룹의 모든 일을 뒤로 미룬 채 상혁과 함께 G국으로 떠났다.전용기에 앉은 하연은 피곤했는지 의자에 기대 휴식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옆에 있던 상혁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하연이 잠자는 옆모습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온 세상 조용해진 것 같아 상혁은 조심스레 담요를 하연에게 덮어주었다.그때, 테이블 위에 놓았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위성을 통해 신호가 전해지기에 비행 중이라도 전화는 받을 수 있다.상혁은 얼른 일어나 반대편으로 가더니 핸드폰 액정을 터치했다.그 순간 액정에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 상혁을 향해 인사했다.“형, 흑흑흑. 한 번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소진환이 주절주절 쉴 새 없이 말하자 상혁은 곧바로 끊어버렸다.“본론이나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