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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작가: 손라떼

제1화 비행기 사고

<교토시간 0: 30분, B시로 향하던 여객기가 착륙 중 갑작스러운 사고가 났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사망자수가 136명을 넘어섰으며 생존자는 3명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병원 로비의 대형 스크린에는 이번 항공기 사고가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최하연은 세 명뿐인 생존자 중의 하나로 두 다리에 붕대를 감은 채 중환자실 병상 위에 누워 있었다.

그때, 손에 들린 핸드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

사고가 나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남편 한서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설마 그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여객기 사고를 모를 일은 없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승객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그녀는 사고의 충격과 죽음의 공포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결혼한 지 3년이나 되었지만 남편은 그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하연은 마음 한 켠이 시려 오는 것을 느꼈다.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이나 멍하게 있던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발신자를 확인했다.

할머니였다. 하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여보세요.”

그녀가 잔뜩 쉰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 건너편에서 친절하면서도 연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하연이, 이 할미가 너 때문에 너무 놀라서 제 명에 못 죽겠구나.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서준이가 옆에 같이 있지?]

강영숙은 서준의 친할머니로 한씨 집안 사람들 중 유일하게 하연에게 관심을 갖는 분이었다.

“서준 씨는...”

머뭇거리는 그녀의 말에 강영숙이 무언가를 눈치 챈 듯했다.

[이런 정신 나간 놈을 봤나! 비서로 또 아내로, 해외 출장간 남편 일을 다 봐주고 있는데 이렇게 큰 사고가 터졌는데도 코빼기도 안보여? 기다려봐라! 이 할미가 정신나간 그 녀석을 가만 두나!]

그녀가 다시 물었다.

[지금 어느 병원에 있어? 집사를 보낼 테니 기다리렴!]

하연이 병원 주소를 알려주자 강영숙은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없이 팔에 꽂혀 있던 주사 바늘을 빼냈다. 그리고는 통증을 참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환자분,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다리 부상이 심각하니 안정을 취해야 해요.”

마침 병실로 들어오던 간호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목발 좀 가져다주세요. 퇴원해야겠어요.”

하연의 말투가 얼마나 단호했던지 간호사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장기간 입원해야 한다면 병원보다는 서준의 본가에서 요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사실, 하연은 HT그룹 회장의 비서였다.

이번 두바이 출장은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전시회의 제품 배치와 근무인원을 확정 짓기 위해 HT그룹을 대표해 갔던 것이었다. 그리고 일의 결과를 즉시 보고하기로 되어있었다.

‘한서준 이 남자, 도대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결국, 간호사는 퇴원하겠다는 그녀를 막지 못했다.

하연은 곧장 중환자실을 나와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며 수납처로 향했다.

그때, 병원 1층 로비의 유리 벽 너머로 익숙한 차량번호판이 보였다. 고급 승용차 몇 대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HT 그룹 소유의 차들이었다.

먼저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검정색 수트를 입은 한 남자를 빼곡히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어떤 여자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 그녀를 몹시 아끼는 듯 보였다. 그의 검정색 코트가 그녀의 하얀 다리를 덮고 있었다.

남자는 하연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한 채 황급히 병원 본관 쪽으로 향했다.

하연은 그 자리에 서서 여자를 안고 전문의 진찰실로 들어가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결혼생활 3년 동안 저렇게 다정한 남편의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안고 있는 여자는 누구일까?

그녀는 갑자기 가슴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그때, 복도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간호사가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통화하며 그녀의 곁을 자나갔다.

“내가 그쪽으로 갈게. 저 사람이 경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HT 그룹 후계자 한서준이야. 실제로 보니 더 남자다운데? 우리 병원에서 보게 되다니 너무 신기해. 여자친구 데리고 산부인과에 진료받으러 왔나 봐.”

“산부인과? 확실해?”

“그럼 확실하지. 진료 차트에 적힌 걸 봤는데 벌써 태아가 12주나 됐던데? 태아 상태가 불안정한지 오늘 출혈이 있었대. 그래서 한사장이 안고 온 거라 던데?”

그 말을 들은 하연이 머릿속으로 날짜를 계산했다.

‘12주라면... 두 달 전?’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지원
좀 많이 놀랐을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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