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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파티를 준비했어

Penulis: 손라떼
“정략 결혼도 서로 방해되지 않는 이상 괜찮을 것 같은데?”

한서준은 자기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넌 괜찮겠지만 난 아니거든?”

“내 아내가 될 사람은 첫눈에 반할 정도로 미인이어야 해.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답고 높은 IQ, 모든 것을 압도하는 아우라를 가지고 있어야지 그 여자는 절대 내 취향이 아니야.”

나운석은 손을 저었다.

“넌 내가 아니라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런 친구의 모습을 본 서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박람회로 화제를 돌렸다.

“박람회는 네 선에서 처리할 수 있어?”

운석은 당당하게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번 박람회는 나씨 가문이랑 DS그룹이 공동으로 주최한 거야. 내가 책임지고 처리해 줄게. 나중에 밥이나 사.”

그는 말을 하다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상대방의 응답이 없자 운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상대가 전화를 거절했다. 분명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화가 난 마음에 전화를 끊은 운석은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지며 난감했다. 조금전에 당당하게 말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호언장담했는데 이렇게 눈 앞에서 거절당하다니. 서준이가 나한테 부탁하는 일도 잘 없는데 창피하게 이게 뭐야.’

그는 코를 긁적이며 미안한 듯 말했다.

“많이 바쁜가 봐. 오랜만에 만났는데 환영회라도 열어야지, 박람회 건은 내가 나중에 얘기해 볼게.”

서준은 운석을 따라 대표실 밖으로 나갔다.

당연히 자신이 퇴짜 맞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운석이가 이 일을 해결할 가능성은 희박해. 하연이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어.’

한편, VIP를 대상으로 한 맞춤 드레스 명품 매장 안.

최하민은 고상하고 심플한 Y국산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하민은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를 거절하고 사이즈를 재고 있는 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서준이 D국에 와서 나운석을 만났나 봐. 나랑 대화를 하고 싶대.”

그는 동시에 하연의 표정에 집중했고, 여동생이 정말 그에게 마음이 없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하연은 어떠한 표정변화도 없이 디자이너가 편하게 허리둘레를 잴 수 있도록 몸을 돌리며 말했다.

“오빠, 그건 나한테 맡겨.”

그 후, 그녀는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안색이 돌아오고 눈빛이 밝아져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확실히 한씨 집안에 있을 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하연은 누구보다 눈부시고 빛나는 사람이었다. 어떤 남자도 뒤 돌아볼 만한 외모였다.

“하연아, 보고 싶었어!”

쾌활한 모습의 누군가가 하연을 향해 달려오더니 그녀를 꼭 안고 오랫동안 놓아주지 않았다.

하연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장 친한 친구인 정예나라는 것을 알고 목이 메이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나도야!”

예나는 하연을 놓아주며 말했다.

“너 진짜 너무해. 3년 동안 연락 한 번 없고, 네가 이혼했다는 사실도 네 셋째 오빠한테 들어서 알았어! 넌 나를 친구로 생각하긴 하는 거야?”

“내가 널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하연의 눈가가 부드러워졌다.

“그냥 부끄러워서 그랬어.”

그녀는 잠시 후 말을 덧붙였다.

“네가 진심으로 이 결혼을 막았을 때, 이럴 줄도 모르고 너랑 싸웠었는데 이혼했잖아... 널 볼 면목이 없었어.”

그녀가 서준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날, 충동적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포기하고 HT그룹의 비서가 되겠다고 얘기했을 때 예나는 서준이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으며 눈을 더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예나는 적극적으로 하연을 설득했다.

그러나 성급한 하연의 성격 탓에 예나의 말은 무시하고 두 사람이 함께 설립한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일방적으로 닫았다.

절친한 친구에 의해 꿈이 짓밟힌 예나는 화가 나 F국으로 떠났고, 자연스레 두 사람은 연락을 끊었다.

예나는 하연의 손을 잡고 화를 내며 말했다.

“면목이 없어야 할 건 네가 아니라 보는 눈도 없는 한서준이야, 이 바보야!”

“하연아, 이제 나도 돌아왔으니까 그 누구도 널 괴롭힐 수 없어!”

“널 괴롭히는 놈은 내가 죽여버릴 거거든.”

하연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만 울어, 하연아.”

예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휴지를 꺼냈다.

“가자, 오늘 내가 널 위해 파티를 준비했어. 쓰레기한테 벗어난 걸 축하해!”

“좋아!”

하연은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오빠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예나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박하고 무정한 남자한테 잘 보이겠다고 정작 지켜야 할 내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있었어.’

‘가족애와 우정..., 헛된 사랑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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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1. 09. AM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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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이 막혔다. 수십 대의 차량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상혁은 운전석에 앉은 채 전방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에서 분노가 솟구쳤고, 그 눈빛은 세상을 집어삼킬 듯 매서웠다.그는 거침없이 액셀을 밟았고, 양옆 건물들이 빠르게 뒤로 밀려나갔다.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춰 섰고, 흙먼지가 거세게 일었다.차가 멈추자, 상혁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상혁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남준의 몸이 본능적으로 긴장됐다. 그리고 팔에 안긴 하연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형... 왔네?”상혁은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리고 시선이 천천히 전방을 향했다. 하연을 팔에 가둔 채 비웃는 듯한 표정의 남준, 그 눈빛엔 노골적인 도발이 담겨 있었다.“딱 맞춰 왔네. 이 여자가 형한테 그만큼 소중하단 얘기겠지?”상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하연에게 옮겼다.하연은 눈에 띄게 겁먹은 듯했지만,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칼 사이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상혁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아주 살짝 저었다.‘걱정하지 마요...’그 짧은 눈빛 하나에 상혁의 숨이 멎는 듯했고, 주먹을 꽉 쥐었다. ‘죽여버리고 싶다... 당장이라도.’“놓아.”차가운 두 글자,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단호함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었다. 황연지조차 숨을 삼켰다.이런 모습의 상혁은 처음이었다. 연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길은 없었다. 상혁을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이미 그녀는 상혁과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었다.남준은 코웃음을 쳤다. 전혀 위축되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확실히, 최하연이 진짜 형한테 중요한 사람인가 보네.”그는 하연의 뺨을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고, 하연은 몸을 돌려 고개를 피했다.상혁의 눈빛이 번뜩이며 한 걸음 내디뎠다.“하연이한테 손대지 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1화 너도 같이 끝장이야

    “부상혁한테는 뭐든 다 해주면서, 너도 같은 부씨 집안 자식인데 왜 이런 대접을 받고 살아야 해?” “남준아, 정신 좀 차려. 절대 부상혁한테 밀리면 안 돼.” “부씨 가문의 재산, 절반은 네 몫이어야 해.”“...”‘도대체 얼마나 지겹게 들었으면 머릿속에서...’ 송혜선의 목소리가 남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저주처럼, 귓가에 맴돌고 또 맴돌았다.남준은 무의식적으로 양쪽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터질 듯한 분노 속에 외쳤다.“그만해! 제발 좀 그만하라고!” 사냥감을 놓친 짐승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본 남준은, 다음 순간 거침없이 다가가 그녀의 목을 거세게 움켜잡았다.“닥쳐!”악을 쓰듯 소리친 남준의 손에 핏줄이 불거졌다. 순식간에 하연의 얼굴은 붉게 질려올랐고, 숨이 막히는 듯 거칠게 헐떡이기 시작했다. “부남준... 놓아줘... 제발...!”하연은 힘겹게 말을 잇고 있었지만, 남준의 눈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온몸이 찌릿하게 울렸고, 하연의 머릿속은 새하얬다.‘죽는 건가...?’질식해오듯 점점 줄어드는 숨, 하연의 눈앞이 흐려지며 고개가 툭 떨어지려는 순간, 황연지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상무님!!”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남준의 팔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외쳤다.“상무님, 제발 그만두세요! 하연 씨 죽어요!”하지만 남준은 여전히 미동조차 없었다. 연지는 조급하게 남자의 손등을 치기 시작했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이러다 진짜 큰일 나요!”순간, 손등으로 전해진 통증 때문에 이성을 잃었던 남준이 그녀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얼이 빠진 듯 손을 풀었고, 하연은 그대로 주저앉듯 바닥에 쓰러졌다.다행히 연지가 재빨리 하연을 붙잡았다.“하연 씨! 괜찮아요?”하연은 바닥에 손을 짚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터뜨렸다.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눈물이 맺혔다.연지는 급히 고개를 돌려 외쳤다.“상무님, 부상혁 대표 쪽 사람들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0화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남준의 손등을 하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세게 악물었다. 남준의 이마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팔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그녀를 붙잡고 있는 손아귀는 강철처럼 단단했다. 결국, 참지 못한 남준이 손을 놓았다. 하연은 비틀거리며 두 걸음 물러섰고, 경멸과 경계가 뒤섞인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남준은 피가 흘러내리는 손등을 바라보며, 다른 손으로 상처를 눌렀다. 붉은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최하연, 너 개냐?”그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한 걸음 다가갔다. “오지 마!”하연은 경고하듯 외쳤고,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쳤다. “그렇게까지 나를 싫어하는 거야?”남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너한테 난 그저 비열하고 파렴치한 그런 놈이라는 생각뿐인 거야?”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하연의 앞에 멈춰 섰다. 하연이 또다시 물러나려 했지만, 남준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최하연, 오늘 나랑 같이 가기만 하면, 부씨 가문의 모든 걸 버리겠어.”하지만 하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손목을 힘껏 뿌리쳤다.“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왜 나한테 하는 건데? 넌 날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감춰둔 연인? 아니면, 형제 간 싸움에서 이용할 도구?”“아니야!”남준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목젖이 떨렸다. “만약 내가 널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게, 오직 너와 함께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면?”하연의 눈빛에 놀라움이 스쳤지만, 곧 의심과 경계가 자리 잡았다.“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남준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네 눈엔 난 온갖 술수를 부리는 교활한 놈으로밖에 안 보이겠지.”그는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아니면, 네가 바라볼 수 있는 남자는 오직 부상혁 하나뿐인 거야?”남준의 시선이 하연을 꿰뚫듯이 바라봤다.“최하연, 네 눈에 내가 그렇게도 한심해? 정말 넌 나를 사랑해 줄 수는 없는 거야?”그 순간, 뒤편에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89화 진심이야

    “하연 씨, 곧 도착할 테니까 힘 빼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예요.”연지는 옆에 앉아 있던 세븐을 힐끗 보았다. 세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액셀을 힘껏 밟았다. 차량이 갑자기 급가속했고 강한 출력으로 몸이 쏠리며, 하연은 반사적으로 옆 좌석을 꽉 잡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주변 풍경은 점점 더 외진 곳으로 변해갔다.개인 헬기 이착륙장. 헬리콥터 한 대가 이륙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상무님, 세 사람이 도착했습니다!”멀리서 익숙한 검은색 차량이 점점 가까워지자, 부남준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이륙 준비하고, 계획대로 진행해.”“네, 상무님!”검은색 차량이 점점 다가와 마침내 멈춰 섰다.“하연 씨, 도착했어요.”연지가 먼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 주었다.차에서 내린 하연의 시선은 곧장 저 멀리 서 있는 남준에게로 향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남준은 먼저 하연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하연 앞에서 멈춰 서며,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방식으로 모셔와서 미안하군.”그러나 남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연은 성큼 다가가 단호하게 손을 뻗었다. 짝!거침없는 손길이 남자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순간 얼어붙었다.연지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다가섰다.“상무님, 괜찮으세요?”남준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 하연이가 얼마나 세게 뺨을 때렸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짓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이걸로 화가 풀린다면, 한 대 더 때려도 괜찮아.”하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부남준,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남준은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 신호에 따라 연지를 비롯한 부하들이 한 걸음 물러섰다.하연은 경계심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바로 그때, 남준의 뒤편에서 헬리콥터 엔진이 가동되었다. 회전 날개가 점점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88화 만약 돈이 아니라면?

    ‘이 사람... 상혁이 너 같은데 아니야?'하성이 무심결에 내뱉었다. 하지만 이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쳤다.“아니다!”그는 몸을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상혁의 얼굴은 이미 어두운 먹구름이 낀 듯 굳어 있었다. 그리고 눈은 화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모니터 속에서, 하연은 세븐에게 붙잡혀 있었다. 여자의 허리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깊숙이 눌려 있었다.하연이 몸부림치려 하자, 세븐이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댔다. 두 사람은 멀리서 보면 마치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처럼 보였다.세븐은 한 손으로 하연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피부의 촉감이 남자의 손끝을 간지럽혔다.세븐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가만히 있어. 누군가가 눈치라도 챈다면, 난 당신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순간 하연의 몸은 떨렸다. 본능적으로 손을 배 위로 가져가 보호하듯 감쌌다. 결국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세븐은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렇게 순순히 따라오면 돼. 그럼 난 널 해치지 않아.”하연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천천히 문 쪽을 향해 걸어가며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당신 누군데 나한테 이러는 거야? 돈이 필요해서? 아니면 무슨 다른 목적이라도 있어?”세븐은 한쪽 눈썹을 올리며 웃었다.“당신 생각엔 내가 왜 이러는 것 같아?”“돈 때문이라면 원하는 금액을 말해. 난 최씨 가문의 딸이야. 당신 요구를 최대한 맞춰줄 수 있어.”세븐은 비웃듯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만약 돈이 아니라면? 내가 다른 요구를 한다고 해도 네가 들어줄 수 있어?”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연의 허리를 거칠게 감쌌다. 단검을 거두며 그녀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았다. 하연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괜히 머리 쓰지 말고 가만히 따라오기나 해.”그렇게 두 사람은 호텔 문을 빠져나갔고, 곧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로 사라졌다.상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화를 이기지 못하고 벽을 세게 내리쳤다. 상혁의 몸 전체에서 뿜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87화 하연을 데리고 나간 적 없어

    상혁이 다시 로비로 돌아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하연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하지만 익숙한 실루엣은 보이지 않았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통화가 끊겼다.상혁은 미간을 좁히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차가운 자동 응답 음성이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왠지 모르게 상혁의 눈꺼풀이 떨렸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올랐다.그는 발걸음을 서둘러 인파 속에서 하성을 찾아냈다. 곧장 하성의 팔을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하연이 못 봤어?”하성은 주위를 둘러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너희 같이 있던 거 아니였어?”상혁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재빨리 하성을 놓고 출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하성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따라붙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상혁은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아니야. 아마 쉬러 갔을 거야. 가서 확인해 볼게.”하성은 더 묻지 않고 상혁와 함께 휴게실 방향으로 향했다.“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그렇게 말하면서도 상혁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두 사람은 호텔 내 모든 휴게실을 확인했지만 하연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핸드폰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상혁은 점점 초조해졌다.그때, 정예나가 급하게 뛰어왔다. 그녀는 상혁을 보자 놀란 듯 말했다.“부 대표님, 아까 하연이랑 부 대표님 같이 나가지 않았어요?”순간, 상혁의 몸이 굳어졌다.“뭐라고?”하성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되물었다.“상혁이는 계속 나랑 같이 있었어. 네가 착각한 거 아니야?”예나는 당황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까 분명이 로비에서 ‘부상혁'이 하연을 감싸 안고 호텔 문을 나서는 걸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다.심지어 장난스럽게 한마디 던지기도 했다.“신혼부부는 아니랄까 봐 떨어질 생각이 없나 보네. 어디 가서 둘이 꽁냥꽁냥 거리기라도 하려는 건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86화 모든 증거를 경찰에 넘겨

    “이 한 잔을 사과의 의미로 받아 주세요.” 다영은 그렇게 말하며 먼저 잔을 비웠다. “아주버님, 형님.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여자의 말은 매끄러웠고, 태도 역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하연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난 후. 다영은 더 이상 긴장을 숨길 수 없었다. ‘끝까지 침착해야 해. 실수는 절대 용납되지 않아.’ 손의 떨림을 억지로 참아내며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은 후, 급하게 잔을 채우고 나서 단숨에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녀는 자신의 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 한 걸음을 내디딘 이상,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한편, 상혁은 한쪽 팔로 하연을 살며시 감싸 안았다. 하연은 의아한 눈길로 상혁을 올려다보았다. “왜 그래요?” 그러자, 상혁은 하연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 순간, 하연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 “정말이에요?” 상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여 여자의 시선을 가리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연의 잔과 자신의 잔을 교체했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그 한마디에, 하연은 비로소 안도한 듯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어디선가 강렬한 시선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둘은 자연스럽게 눈빛을 교환하며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 ...다영은 정신을 가다듬고,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했다. 즉, 하연이 아무런 의심 없이 잔을 들어, 그 안의 음료를 마시는 순간을. 그 순간, 다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됐다...!’ 이제, 하연의 뱃속 아이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니까. ‘길어야 3일... 그 안에 반드시 아이를 잃게 될 거야.’ ‘하지만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85화 완벽한 기회

    “그러고 보니, 연지 씨가 부상혁 대표 곁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사실상 부 대표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던데... 그런데 지금은 부남준 상무를 위해 일하고 있네.”“내가 좀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떻게 그렇게 부씨 가문의 두 형제 사이를 능숙하게 오갈 수 있는 거지?” 세븐이 입을 열자, 연지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좁혔다. 그 말투와 어조가 거슬려 저도 모르게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 “부상혁 대표는 원래 이런 말투로 말하지 않아.” “그리고 쓸데없는 일에는 관심 끄시지.” 그리고 이어서 단호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일이나 제대로 신경 쓰는 게 좋을 거야. 괜히 약점 보였다가 후회하지 말고.”그러나 세븐은 개의치 않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연지 씨, 정말 부상혁 대표에 대해 꽤 잘 아는 것 같단 말이야?” “그건 당신이 궁금해할 필요 없고.” 연지는 냉랭하게 받아쳤다. 오늘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면, 세븐은커녕 이 공간에 발 들이는 것조차 끔찍했을 것이다.“그리고 부남준 상무님이 하신 말씀 잊지 마. 본인이 할 일이나 제대로 해.” 세븐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살짝 올렸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지는 손목시계를 올려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곧 예식이 시작돼. 모든 건 계획대로 진행하면 돼.” “걱정 마. 발목 잡을 일은 없을 테니까.” 그 대답은 나쁘지 않았다. “차 안에서 얌전히 있어. 내 연락 기다려.” 마지막으로 단단히 일러둔 후, 연지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호텔 안. 비록 약혼식이지만, 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 이들 모두 이를 굉장히 중시했다. 사소한 부분까지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로비의 장식만 봐도, 백 명이 넘는 직원들이 작년부터 준비해 온 결과물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홀 중앙에는 은하수처럼 쏟아지는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고 있었고, 대리석 바닥에 비친 금빛 패턴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관을 이루었다. 하객들은 이미 자리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84화 내가 있잖아

    “네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네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어.” 다영은 원래 조금 망설였지만, 그 말을 듣자 마음속에서 은근히 결심이 섰다. ‘반드시 아버지를 구해야 해.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어.’ “어머님, 걱정 마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습니다.” 송혜선은 다영의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면 충분해. 나를 실망시키지 않길 바랄게.” ...대기실 밖. 상혁은 잘 맞춘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훤칠한 체격에 비율까지 완벽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하성은 장난스럽게 상혁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 한번 말해 봐. 지금 기분이 어때?” 상혁은 거울을 가볍게 흘깃 쳐다보았다. 비록 자신은 전날 밤 한숨도 못 잤지만, 지금은 이상할 정도로 들떠 있었다. 오히려 얼굴엔 생기가 돌았고, 눈빛도 반짝였다. 그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음, 좋아.”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렸는데, 고작 ‘좋아’ 한마디?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야?” 하성은 못마땅한 듯 고개를 저었지만, 이내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 “어쨌든, 우리 하연이한테 잘해. 만약 조금이라도 속상하게 하면, 우리 집안에서 널 가만 안 둘 거야.” 상혁은 가볍게 주먹을 쥐어 친구의 가슴팍을 툭 쳤다. “그 말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몰라. 이제 외울 지경이라고.” 그러다 갑자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걱정 마. 그런 일은 없을 거니까.” 하성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그럼 됐다.” ...대기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서여은과 정예나는 상혁을 보자마자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물러나, 둘만의 시간을 남겨 주었다. 하연은 거울 앞에 앉아 조심스럽게 눈썹을 그리며 메이크업을 손보고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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