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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너도 나도 눈이 멀었지

“내가 서준 씨한테 말해야 할 필요가 있나?”

최하연은 여유롭게 일어나 시큰둥한 표정으로 답했다.

한서준은 그들이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하연에게 물어볼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연의 몸과 마음은 한때 자신의 것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남자의 것이라는 생각에 미간이 찌푸려지고 그 조차도 알 수 없는 소유욕이 마음 속에 솟아올랐다.

“이혼한 진짜 이유가 뭐야?”

서준은 우울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연은 붉은 입술로 헛웃음을 쳤다.

“오랜 만에 만나서 이런 걸 묻는다고? 재밌어?”

그녀는 서준의 어두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 이유는 단 하나야, 난 참을 만큼 참았어!”

“도대체 뭐가 불만인데!”

“지난 3년 동안 넌 우리 집에서 먹고 자는 데 아무 문제없었어, 게다가 내 옆에서도 높은 직책을 맡았는데 지금 네가 사는 삶과 그때의 삶이 뭐가 다른데?”

서준은 이혼 전날 밤 하연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잠시 말문이 막혔다.

“부부관계를 안 해서 그래?”

그는 마음 속 상처 때문에 하연과 스킨십을 하지 않았다. 일찍이 그녀는 잠결에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불렀고 자존심 때문에 그녀와 부부관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하연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든 거야?”

“그럼 지금 해줄게!”

서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하연 얼굴을 잡고 키스를 했다.

짝!

하연은 있는 힘껏 그를 밀었고 세차게 그의 뺨을 때렸다.

뺨에서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고 서준은 혀를 깨물었다.

그의 눈은 이글거렸고 눈 앞에 있던 하연은 점점 더 당황했다.

하연은 너무 화가 나 눈물이 고였다.

‘머저리 같은 놈, 내가 고작 그거 때문에 이혼한 것 같아?’

‘내가 도대체 저런 사람 어디가 좋아서 그렇게 참고 살았던 거야?’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했다.

“3년 동안 보고 싶은 것만 봤으니 모르겠지. 눈 뜬 장님이랑 뭐가 달라!”

하연은 서늘한 눈을 내리깔고 말을 덧붙였다.

“아니지, 눈 먼 사람은 나야. 바보같이 당신이 나한테 감동하고 사랑에 빠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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