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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성가신 사람과 여우를 또 만나다

Author: 손라떼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1-29 20:32:53
쇼핑거리 가운데 통유리로 된 5층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오늘은 정예나가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다시 여는 날이었다.

3년 동안 하지 못했던 졸업 작품을 이제 다시 시작했다.

위치는 3년 전보다 더 좋고 넓어졌다.

내부는 독특하게 꾸며진 화려한 조명과 엄선된 명품 브랜드 의류와 악세서리로 가득 찼다. 통유리로 된 심플한 외관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당시 두 사람의 독특한 디자인과 독창적인 코디는 B시 귀족층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었다.

공식적으로 가게를 오픈하기 전부터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섰는데, 모두 대기표를 뽑은 후 기다리는 명문가 출신 여성들이었다.

회사에 있던 최하연도 예나의 부름에 달려 나와 손님들을 맞이했다.

오전은 쉴 틈이 없었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하연과 예나는 지친 내색이 가득했다.

예나는 하연의 팔을 껴안으며 말했다.

“하연아, 이러고 있으니까 꼭 3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지 않아?”

“그러게, 3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야.”

하연은 예나의 얼굴을 만지며 미소 지었다.

“하연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도.”

예나는 하연이 쉴 수 있도록 혼자서 위층으로 올라가 상황을 살폈다.

홀로 소파에 앉아 있던 하연은 우연히 지나가던 한서영과 민혜경의 모습을 봤다.

고급스러운 이번 시즌 드레스를 입고 있던 서영은 카메라를 들고 매장에서 연신 셀카를 찍고 있었고 그 중 잘 나온 사진 9장을 편집한 후 글을 올렸다.

[참으려 했는데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 숍이 보이길래 또 질러버렸다…….]

SNS에 글을 올린 그녀는 흥분된 마음에 혜경을 끌고 돌아다녔다.

서영은 3억원 상당의 고급스러운 이번 시즌 제품을 꺼내 들고 간절한 눈빛으로 혜경을 바라봤다.

“새언니, 이거 나한테 잘 어울리지?”

그녀의 말은 너무나도 투명했다. ‘당신은 내 새언니이고 돈도 많으니 나를 위해 이걸 사달라’는 뜻이었다.

혜경도 당연히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지만 요즘은 돈에 쪼들리는 삶을 살고 있었다.

며칠 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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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1. 09. AM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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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하연과 상혁은 음악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마자 집 안의 불이 자동으로 켜졌다. “돌아왔니?” 하연과 상혁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소파에 홀로 앉아 있는 조진숙을 보았다. 지금의 조진숙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어머니, 집에 계셨네요?” 조진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희 기다리고 있었어.” 하연은 활짝 웃으며 조진숙에게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 “이 늦은 시간까지 기다린 거예요? 일찍 주무시지 그러셨어요.” 하연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조진숙은 손을 들어 하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너희가 안 들어오면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하연은 그녀의 팔짱을 끼며 더 애교를 부렸다. “이모가 이렇게 저희를 걱정해주니까, 너무 좋아요!” 조진숙은 하연의 손등을 살짝 두드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사실 오늘은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린 거야.” 상혁은 소파의 다른 쪽에 앉아 조진숙의 말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하연과 눈빛을 교환한 상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모, 무슨 일 있으신 거예요?” 조진숙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네 동건이 삼촌이 송혜선과 결혼하기로 했다는 것뿐이야.” 이 말은 마치 고요한 연못에 큰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분위기를 흔들었다. 상혁은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조진숙이 그를 불러 세웠다. “상혁아, 흥분하지 마라.” 상혁은 걸음을 멈추고 눈빛을 깊게 내리깔았다. “가서 직접 얘기를 해봐야겠어요.” “그럴 필요 없어.” 조진숙이 단호히 말하며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고, 마치 이번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아들아, 이제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다. 남녀가 서로 좋아해서 함께 사는 건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은 그런 장난스러운 일은 아니잖아. 네 아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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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은...?” “회장님, 저랑 결혼해주실 수 있어요?” ... 카페에서. 부동건은 카페에서 오래 시간 조진숙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진숙이 마침내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동건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가방을 받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조진숙은 능숙하게 피해버렸다. “말해봐. 이렇게 급하게 나를 부른 이유가 뭐죠?” 부동건은 조진숙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짓으로 직원을 불렀다. “블루마운틴 한 잔, 반 설탕으로.” 조진숙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꼬는 듯한 말투로 답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내 취향을 기억하다니 의외네요.” 부동건은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며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도 한때 부부였잖아, 결국엔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거지.” 조진숙은 무심한 태도로 대꾸했다. “‘잘못했다’라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었어. 다른 표현은 없어?” “알겠어.” 부동건은 커피를 젓는 스푼을 천천히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사는 이미 상혁이한테 넘겼어.” “응, 들었어.”조진숙은 가볍게 대답했고, 목소리는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무미건조한 톤이었다. “상혁이는 신중하고 믿음직스러워. 회사를 맡기기에 더없이 적합한 사람이야. 앞으로 상혁이하고 하연이는 그 얘들 둘은 함께 안정된 삶을 살게 될 거야.” “너도 알다시피, 하연이는 말 안 해도 좋은 아이라는 걸 당신도 알잖아. 하연이가 상혁이 곁에 있는 한, 상혁이는 하연이로 인해 고통받는 일은 없을 거야.” 조진숙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듯했다. “오늘 나를 부른 이유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어?” “아니야.” 부동건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혼 후 두 사람이 이렇게 함께 앉아 대화하는 시간은 정말로 드물었다. 부동건은 오늘따라 조진숙을 천천히, 자세히 바라보았다. 세월은 참으로 잔인한 것이었다. 수많은 세월 속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5화 우리 사이에 뭘 숨기겠어?

    송혜선은 태동이 불안해졌지만, 병원에 제때 도착한 덕분에 큰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병실에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다. 조봉규가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뒤 병실로 돌아오자, 송혜선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혜선아, 의사가 말했잖아. 임신 기간은 많이 지나서 안정기에 들었지만 그래도 감정 조절을 잘해야 한다고 지금처럼 자극을 받으면 쉽게 자궁 수축이 일어나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봉규의 말에 송혜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대신 천천히 물었다. “그 사람... 아직 안 왔어?” 그녀가 말한 ‘그 사람’이란 당연히 부동건을 뜻했다. 조봉규는 안경을 고쳐 쓰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빠르게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연락했으니까, 곧 도착할 거야.” 송혜선은 그 말을 듣고서야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이번에 남준이가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그 사람 때문이야. 그러니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겠지...” 그녀는 손을 천천히 배 위로 가져가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부동건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실 문 너머로 송혜선이 몰래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한걸음에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다급히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괜찮아?” 하지만 송혜선은 몸을 돌려 등을 돌렸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부동건은 다급해지면서 그녀 앞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야? 대답 좀 해봐.” 옆에 있던 조봉규가 상황을 대신 설명했다. “회장님, 사모님께서 자극을 받아서 그렇습니다...” 부동건은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 “자극?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 순간, 송혜선은 얼굴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흐르고 있지만,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 당신이 제일 잘 알지 않나요?” 부동건은 어리둥절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러자 송혜선은 참아왔던 말을 모두 쏟아냈다. “뭐긴 뭐겠어요! 내가 다 들었어요. 이사회에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4화 남준이가 졌다고?

    떠나기 전, 부동건은 마지막으로 남준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다. “비록 너를 본사에 남기지는 않았지만, 동남아 지사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남준아, 이 기회를 잘 살려 내가 기울인 정성을 저버리지 말아다오.” 이사들이 하나둘씩 회의실을 떠났다. 순식간에 넓은 회의실에는 상혁과 남준 단둘만 남게 되었고,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남준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이겼네요, 형님.” 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느긋하게 옷깃을 정리하며 말했다. “결국 그렇게 말할 거면서 원래부터 누구의 것이었는지, 오늘로 분명해졌을 뿐이다.” 남준은 코웃음을 치며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대꾸했다. “형님 말씀이 맞아요. 승패는 병가상사일 뿐, 그저 순간의 결과에 불과하겠지요.” 상혁은 미소를 머금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동남아 시장은 기회의 땅이지. 남준아, 이 기회를 잘 활용해라. 너의 전임자였던 정규인의 사례처럼 성급하게 욕심을 부리다가 낭패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상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이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참, 깜빡할 뻔했네. 정규인의 사건이 곧 재판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남준의 얼굴에는 잠시 놀란 기색이 스쳤다. ‘이렇게 빨리?’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남준은 곧 평정을 찾으려 애썼다. 상혁은 남준의 속내를 꿰뚫은 듯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정규인의 입은 아직 단단히 닫혀 있지. 지금까지는 별다른 중요한 정보는 불지 않았다고 하던데. 하지만...” “하지만 뭐 말입니까?” 남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급히 물었다. “형님, 말씀은 끝까지 하셔야죠.” 상혁은 몇 걸음을 걸어 남준의 바로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낮췄다. “고경수는 제법 많은 걸 실토했다고 하던데. 정규인은 거의 감옥에서 나올 수 없을 거야. 게다가 정규인의 아내가 뭔가 중요한 증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하고... 그게 네 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3화 결정

    부동건과 부남준의 대립을 본 이사회 임원들은 공기의 분위기를 읽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회의실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부동건의 목소리가 임원들을 붙잡았다.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여러분들은 모두 나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분들입니다. 굳이 자리를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동건의 한 마디에, 임원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부동건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온몸에 깊은 회한과 슬픔을 내비쳤다. 부씨 가문 형제가 서로 다투는 모습은 부동건이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이미 이렇게 된 김에, 오늘 여러분께 제 마음속에 있는 말 몇 마디 전하고자 합니다.” “회장님,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우리는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장 이사가 먼저 나서서 지지를 표명하자, 다른 이사들도 연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DL그룹이 누구에게 넘어가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것입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부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이사회의 임원들은 이제 그의 뜻과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좋습니다. 제가 여기서 다시 한번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부동건은 주석 자리에 앉아, 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남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항상 두 형제가 화합하고 협력하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 꿈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부동건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고요한 숨을 내쉬었다. 이내 시선을 돌려 상혁을 바라보았다.상혁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은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냉담한 태도를 풍기고 있었다. “동남아 시장에서 남준이가 해낸 일은 정말로 훌륭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시장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킨 공로는 인정받아 마땅합니다.” 남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진수용이 타이밍 좋게 입을 열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2화 왜 형은 되고 저는 안 됩니까?

    “이번 일이 정지철의 허위 비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형님의 결백이 밝혀진 셈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사회에서 우리가 논의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DL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후계자를 확정하는 것입니다.” 남준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남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 이사가 그를 가로막았다. “진실은 이미 밝혀졌으니, 이제 우리 모두 이 일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 이사는 고개를 돌려 이사회 임원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부상혁 대표님이 결백하다면, DL그룹의 수장을 계속 맡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부상혁 대표님을 계속 지지해야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이건 부동건 회장님께서도 바라셨을 일일 겁니다.” 지 이사 역시 곧바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그는, 다른 이사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발언 이후, 나머지 이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맞습니다.” “저도 부상혁 대표님을 지지합니다.” 지금까지 침묵을 유지했던 왕 이사 마저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세 명의 이사가 상혁에게 지지를 보내며, 상혁과 남준 형제간의 대립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그러나 조금 전까지 남준을 지지하던 진수용과 오국정은 서로 눈을 마주친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이 두 사람도 상황이 끝났음을 깨달았다.하지만 직장에서 마지막 순간에 배신하는 것은 큰 금기 이기때문에 진수용과 오국정은 처음부터 잘못된 편을 들었기에, 끝까지 그 길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은 너무도 빠르게 뒤바뀌었고, 남준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이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한 표는 여기 없었다. 바로 부동건의 손에 있었다. 남준은 부동건을 배제하고 네 표를 확보해 승리를 확정 지으려 했으나,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1화 나를 모함하지 마

    “이럴 수는 없어...!” 정지철이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질 뻔했지만, 가까스로 뒤에 있던 의자를 붙잡고 넘어지지 않았다. 그는 의자의 손잡이를 꽉 잡은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 계약들이 모두 가짜라는 거야... 어떻게 이런 일이. 위조된 계약서였다고?” 그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자신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지철은 점차 자신을 의심하며 깊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만약 이 계약들이 위조된 것이라면? 도장이 가짜라면? 그렇다면 그의 모든 비난은 단지 무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문서 위조라는 중대한 범죄가 될 수 있을 텐데...’“아니야, 아니야.” 정지철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지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여기엔 뭔가 문제가 있어.” 그는 고개를 들어 상혁을 바라보았다. “너야. 그래, 너 맞지! 이 모든 게 네가 한 짓이야.” 정지철은 무언가 깨달은 듯, 계속해서 고개를 저으며 혼자서 고함을 질렀다. 그의 떨리는 손을 들어 상혁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 모든 게 네가 만든 함정이야! 내가 함정에 빠지기를 기다린 거잖아. 너야말로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이야! 이건 모두 네가 치밀하게 계획하고 계산한 일이야!” 정지철의 비난에도 상혁은 아무런 동요 없이 가만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상혁은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해했다. 정지철은 모든 걸 잃은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눈을 감으며 머릿속에서 최근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그는 생각할수록 이상한 점들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어쩐지...’정지철은 이번에 이렇게 순조롭게 모든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상혁은 항상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그렇게 쉽게 약점을 잡히게 놔둘 리가 없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0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멈추세요

    “여러분, 장 이사님 말씀은 믿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 부남준 상무님을 믿어야 합니다. 부남준 상무님은 틀림없이 DL그룹을 새로운 단계로 이끌 능력이 있습니다.” 정지철은 급히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지만, 곧바로 단호한 목소리가 그를 제지했다. “그만하세요! 부상혁 대표님도 아직 입을 열지 않으셨는데, 왜 혼자 그렇게 떠들고 계십니까? 오히려 웃음거리만 될 뿐입니다.” 지 이사의 태도는 단호했고, 정지철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침착하게 상황을 관망하던 상혁은 미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마치 흥미진진한 연극을 관람하는 듯한 태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 이사님께서 오늘 이렇게까지 나서는 것은 남준이를 위해서라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싶군요.” 오늘의 이사회는 처음부터 정지철이 모든 것을 걸고 온 자리였다. 그는 이제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단호한 태도로 상혁을 바라보며 외쳤다. “부상혁 대표님, 명백한 증거가 여기 있습니다. 더는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상혁은 살짝 눈썹을 찌푸리더니, 마치 우스운 농담을 들은 듯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그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 말씀은 너무 과장됐군요. 변명이라뇨? 저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정 이사님께서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셨으니 저 역시 뒤처질 수 없죠.” 이 말을 듣자, 원신민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신속하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화면에 자료를 띄웠다.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서 이 정도까지 이야기가 나온 만큼, 저도 여러분께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남준의 마음은 순간적으로 긴장감에 휩싸였다.그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오늘 모든 일이 물 흐르듯이 지나치게 순조롭게 흘러갔고,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 상혁의 침착한 태도를 보며 남준은 그동안의 안일함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형님, 준비하신 자료가 무엇입니까?” 남준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29화 사생아

    진수용은 이름이 불리자 몸이 떨리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천천히 입을 열었지만, 평소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고 목소리는 떨렸다. “제 생각에는... 결국 이 회사도 부씨 가문의 사업 아닙니까? 부상혁 대표님이든 부남준 상무님이든, 누구든 이끌 자격이 있습니다.” “만약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부남준 상무님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진수용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마치 모든 게 조심스러워 보였다. 정지철은 진수용의 대답에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진 이사님도 입장을 밝히셨으니,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그는 시선을 옆에 있던 오랜 동료인 오국정 이사에게 돌렸다. 오국정은 이미 자신이 정지철의 편에 서 있었기에, 이제 와서 그 배에서 내릴 방법은 없었으니, 말없이 손을 들어 자신의 의사를 표명했다. 두 명의 이사가 찬성 의견을 내었다. 정지철은 즉시 손을 들어 자신의 표까지 추가했다. “제도 여기에 한 표 합니다!” 이렇게 세 표가 확보되었다. 이제 한 표만 더 얻으면, 남준의 승리는 확정적이었다. 정지철의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이 가득했다. 그는 흐름을 타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지 이사님, 장 이사님,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두 사람은 정지철이 미리 접촉한 인물들이었기에 그는 자신만만했기 때문에 기대에 찬 눈빛이 그들에게 쏟아졌다. 심지어 남준 또한 승리를 확신한 듯, 이미 얼굴에는 승리자의 여유로운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지 이사는 나이가 지긋한 이사로, 처음부터 태도가 한결같이 신중하고 겸손했다. 그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안경을 고쳐 쓰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DL그룹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를 이렇게 성급히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부상혁 대표님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순서 아닐까요?” 장 이사도 고개를 끄덕이며 지 이사를 따랐다. “맞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일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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