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 제32화 날조된 가십 기사

Share

제32화 날조된 가십 기사

Author: 손라떼
혜경은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드디어 눈앞의 서준이 자신에게 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만약 서준 씨가 지금 나에게 청혼해 준다면 바로 받아들일 텐데.’

하지만, 화제의 중심에 있는 서준은 상황을 질질 끌려는 듯, 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하지 않았다. 서준의 얼굴색은 대단히 어두웠으며 눈썹 사이의 억압적인 빛 또한 아주 뚜렷했다. 서준은 입을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서준의 머릿속에서는 미련 없이 떠나버린 하연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되감기 되어 오랫동안 흩어지지 않는 듯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알아차린 서영이 나서서 말했다.

“오빠, 뭐라고 말 좀 해 봐! 오빠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분위기가 너무 어색하잖아!”

“그래, 서준아. 우리 집에 액운을 가져오던 사람이 떠났으니, 가장 기뻐해야 할 사람은 바로 너란다. 그런데 어쩐지 너는 영 흥이 나지 않아 보이는구나.”

이수애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혜경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이제 다른 생각은 하지 않을 거야. 그저, 서준이 네가 빨리 혜경이를 받아들이면 좋겠구나. 엄마는 손주를 만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단다!”

혜경의 작은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어머니, 서준 씨도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서준이 앞의 세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의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저와 최하연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할머니께 알려서는 안됩니다.”

서준의 말을 들은 혜경은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야? 그럼…… 내 뱃속의 아이는?’

혜경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서준 씨, 그럼 나랑 이 뱃속에 아기는 어쩌겠다는 거야?”

손을 뻗어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던 혜경이 끝내 눈물을 흘렸다.

혜경이 입고 있던 옷이 눈물로 젖어들었다.

깊은숨을 들이마신 서준이 솟아오르는 심란함을 겨우 누른 채 혜경을 향해 말했다.

“나중에 다 설명해 줄게.”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올라가 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3)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4. 11. 09. AM 11:2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혜진
글게. 남주이름이 ... 잘못 기재되어 글을 보는 내내 불편하네요. 이건 오타를 넘어서 글 흐름을 깨네. 비싼 돈 지불하면서 보는데 너무하지 않나? 좀 잘 쓰시길
goodnovel comment avatar
윤세정
지환은 또 누구야..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3화 연회장에서 벌어진 언쟁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수화기 너머 여은의 어투는 세련되고 깔끔했다.[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난 항상 네 편이니까.] “고마워.”하연이 여은과의 전화를 끊자, 예나가 다가와 물었다. “자기야,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 여우도 정말 짜증 나 죽겠어!” “내일 저녁에 큰오빠랑 같이 B시 경제인 협회가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야. 그 연회에 B시의 모든 명문가가 참석할 테니, 거기서 그 여우가 숨을 곳이 없게 만들어 줘야겠어!” 예나가 하연을 위해 소리를 높여 말했다.“자기야, 바로 그거야!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와!” …… 연회 당일 밤.홀의 내부는 아름다운 장식들로 가득했으며, 불빛도 눈부시게 현란했다. 귀빈들과 술잔이 한데 뒤섞여 매우 떠들썩했다.하연이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홀로 들어섰다. 하연이 입은 고가의 수공예 다이아몬드 드레스는 하연의 영롱하고 우아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사람들은 하연의 고급스러움과 존귀함에 매료되어 눈을 뗄 수 없는 듯했다. 하연의 매무새는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웠으나 표정은 칼날과 같이 날카로워서 모든 사람들의 기세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하연을 본 명문가 아가씨들이 하연의 가십 기사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손에 샴페인을 든 한서영의 주위로 아가씨들이 모여들었다. 그 아가씨들의 얼굴은 호기심과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서영아, 실시간 검색어 봤어, 정말 최하연이 네 새언니였어?”“그러게, 내가 본 기사 사진이랑 똑같은데? 정말 아름다우시다!” “흥! 저 여자가 네 새언니가 될 자격이나 있었어?” 한서영이 참지 못하고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우리 오빠랑 저 여자는 이미 끝났거든?” 이때, 이 모습을 본 하영이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띤 채, 한서영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저 여자, 디자이너 브랜드숍의 사장일 뿐이었어. 그런 주제에 감히 우리 오빠와 혜경 언니 사이에 끼어들어, 기어코 오빠의 세컨드가 되겠다며 뻔뻔스럽게 우리 집에 시집까지 왔던 거야. 아무리 애써도 쫓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4화 지난 날의 원한을 대갚음 해 주다

    서준은 하연의 대답에 목이 메는 듯했다. 그동안 서준은 철저히 이수애와 한서영의 편에 서서 하연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었다. ‘이것도 이 여자가 이혼을 고집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까?’ 이렇게 생각하자, 서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책감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최하연 씨에게 사과해.”서준이 어두운 얼굴로 서영에게 말했다.서영은 얼굴을 찌푸린 채 입을 열지 않았다.“결혼 기간 3년 내내 온갖 수모를 당하고도 참았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해결하려는 겁니까?” 하연의 곁으로 다가온 하민이 말했다. 하민은 온몸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하민의 얼굴빛이 아주 냉엄하여 사람을 압박해오는 듯했다. 하민은 자신의 여동생인 하연이 한씨 가문에서 이토록 모진 대우를 받아왔다고 생각하니, 한씨 가문의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하민이 차가운 눈빛으로 민혜경을 훑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이미 실시간 검색어에서 우리 그룹의 고위층 임원을 음해하는 발언을 한 장본인이 누군지 다 알아봤습니다.”하민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본 혜경이 자신도 모르게 치마를 움켜쥐었다. ‘아니야, 난 줄 모를 거야.’ 그 사진들은 모두 익명으로 보낸 것으로, 기사의 작성자는 혜경의 신분을 알지 못할 것이었다. “그 기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DS그룹의 고위층 임원을 음해하여 인터넷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경찰 측에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니, 민혜경 씨가 조사에 협조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하민의 말을 들은 혜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혜경은 숨이 막혀오는 듯하여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서준의 시선에 끊임없이 고개를 내저었다.혜경이 눈물이 맺힌 간곡한 눈빛으로 말했다. “서준 씨, 믿어줘. 난 아니야.”뒤에서 혜경을 감싼 서준의 눈빛이 무섭도록 차가웠다. “최 대표님,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오해하신 게 틀림없어요! 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5화 복수의 막이 오르다

    “서준아, 이 재수 없는 물건한테 대체 뭘 바라는 거니!”이수애가 앞으로 나아가 서준의 팔을 붙잡았다. 이수애는 자신의 아들인 서준이 최하연에게 이토록 부드러운 말투로 굽신거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여태까지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던 얘가, 왜 이렇게 상황이 이렇게 변해버린 거지?’ 이수애가 얼굴을 찌푸리며 하연의 앞으로 다가와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 “너한테 더러운 물 좀 끼얹는 게 뭐 어때서? 네까짓 게 무슨 명예가 있니? 예전의 넌, 우리 가문 사람들이 삿대질을 하며 널 욕해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어!” 이수애는 최선을 다하여 발악을 하고 있었으나, 온 신경은 서준의 표정으로 향해 있었다. 서준의 안색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수애는 그제야 자신이 스스로 지난 3년간, 하연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폭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민이 참다못해 하연을 흘겨보며 말했다. “이 사람들이 네가 3년간 성심성의껏 모셨다던 시어머니와 시누이야? 네가 꼬박 3년을 바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네 눈으로 똑똑히 봐!” 하민은 궁지에 몰린 자신의 여동생이 다시 한번 잘못된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침울해지는 듯했다. “선택권은 다 너에게 있는 거야. 하지만, 최씨 가문의 체면을 구긴 것에 대해서는 오직 너에게만 책임을 물을 거야!”하연이 말했다. “큰오빠, 걱정 마.”하연이 이수애를 향해 차디찬 비웃음을 지어 보였다.“분명히 하죠. 따님이 제 일을 그르친 것이 맞다면, 배상하셔야 할 겁니다.”이수애가 조금도 꺼리지 않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배상을 하라고? 네 가게 따위가 가치가 있어 봤자지. 우리 한씨 가문이 그 정도 돈도 배상 못할 것 같아?”“600억, 배상할 수 있으시겠어요?” 하연이 천천히,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600억……?’하연이 제시한 어마어마한 배상 금액에 큰 충격을 받은 이수애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뭐?! 네 작디작은 브랜드숍이 그 정도의 값어치라는 게 말이나 되니? 내가 바보인 줄 알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6화 임성재라는 지원군을 등에 업기 위해서

    바로 이때, 홀에 나타난 경찰들이 체포할 용의자의 위치를 확인한 후,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서영 씨, 민혜경 씨, 맞으시죠? 저희랑 같이 임의 동행해 주셔여야 겠습니다.” 서영과 혜경이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달려오던 이수애가 실수로 자신의 치맛자락을 밟고 넘어져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끝내, 경찰은 서영과 혜경을 연행하여 자리를 떠났고, 이어 서준 역시 쓰러진 이수애를 부축하여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한바탕의 해프닝이 막을 내렸다. 한차례의 폭풍이 휩쓸고 간 홀에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연회가 시작되었다. 하민이 하연을 데리고 홀 중앙의 단상으로 걸어 올라가 사람들을 향해 하연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이쪽은 HT그룹 대표실 비서의 직무를 사직하고 현재는 우리 DS그룹 B시 지사의 CEO를 맡고 있는 최하연 씨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많은 협력을 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하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상 아래의 사람들이 낮은 목소리로 수군대기 시작했다.“최하연 씨, 승진이 정말 빠르네요. HT 그룹을 사직하고 바로 DS그룹의 지사로 가다니요. 도대체 최하민 대표님과 무슨 사이입니까?” “같은 성씨이긴 하지만, 가족관계는 아닐 거에요. 멀쩡한 최씨 가문의 따님이 B시로 시집을 가서는 3년간 다른 사람의 비서 생활을 했을 리가 없잖아요.” “뭐가 어찌 됐든, 저는 최하연 씨가 한씨 가문에서 너무도 억울한 나날들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최하연 씨가 바람을 피운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그럴만했던 것 같아요.“…….”하민이 든든하게 하연의 뒤를 받쳐준 덕에, 한씨 가문은 많은 B시의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연회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치부를 폭로했다. 그에 따라, 실시간 검색어가 하연에게 끼친 부정적인 영향 또한 완전히 상쇄된 듯했다.현장에 있던 유명 인사들이 하연과의 친분을 쌓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러브콜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자, 하연은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7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다

    같은 시각, 한씨 가문은 먹구름으로 뒤덮인 듯한 분위기였다. 서준은 어두운 얼굴로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준은 방금 경찰서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서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민혜경만이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비록 서준이 하연과 있던 자리에서 바로 디자이너 브랜드숍의 손실액을 깔끔하게 배상하긴 했으나, 사건에 연루된 금액이 너무도 컸던 탓인지, 하연 측은 결코 합의를 하려 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한서영은 감옥에 수감되고 말 것이었다. 변호사는 한서영이 약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이라 추측했다. 방금 깨어난 이수애는 자신의 딸이 3년간 감옥살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서준아, 이 어미 말 좀 들어보렴. 이대로 서영이가 감옥살이를 하게 둘 수는 없잖니!”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이수애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서영이는 아직 어려, 그런 아이가 어떻게 범죄자들과 같이 먹고 자고 할 수 있겠어! 서영이는 결국 무너지고 말 거야!”“아들아, 최하연, 그 얘를 찾아가서 대화를 좀 나눠보렴. 잘 구슬려서 며칠만 까불게 두고, 최대한 합의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떻겠니, 응?” 이수애의 말투는 거의 애원에 가까웠다. 이수애는 이제야 패배를 인정하는 듯했다. 서준이 눈살을 심하게 찌푸리고 낮게 말했다.“조직폭력배와 손을 잡고 타인의 재산을 훼손하다니, 정말 대범하기 짝이 없군요. 이번에는 서영이가 지나쳤습니다!”서준이 하연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문제는 하연이 서준과의 대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으며, 그저 한서영을 감옥에 보내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서영이가 어린 나이에 감옥살이라도 하라는 거니?”이수애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서영이도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서영이도 당한 게 있으니까 홧김에 복수한 거 아니야! 다 그 얘 잘못이야! 서영이한테 잘못이 있다면 그 얘한테 당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8화 다시 만난 그 여자

    “구 실장이 이미 F국 측 병원에 연락해 뒀어. 3일 뒤에 출국해.”출국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민혜경의 두 눈은 당황한 기색으로 가득해졌다. 민혜경이 이내 간절한 목소리로 서준에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서준 씨, 나, 나, 가고 싶지 않아. 아기랑, 서준 씨랑 B시에 있을래.”서준의 어두운 얼굴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굳건했다. 혜경이 앞으로 나아가 서준의 팔을 붙잡은 채 눈물을 글썽였다.“아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언니, 민혜주도 좀 생각해 줘. 한씨 집안의 일로 세상을 떠났잖아. 언니를 생각하면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혜주 일을 생각하면 분명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혜경이 넌 떠나야 해.” 서준의 말을 들은 혜경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된 탓에 집에 있는 것이 너무도 답답한 서준이었다. 때마침, 나운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서준아, 실시간 검색어 봤어?] 수화기 너머의 운석이 물었다.서준은 운석이 하연과 관련된 기사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오보야, 경찰도 이미 철수했어.”[너, 나랑 다른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빨리 확인해 봐, 너희 집에 관련된 내용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서 엄청나게 욕먹고 있으니까. 회사 홍보팀한테 빨리 처리하라고 해.]운석과의 전화를 끊은 서준이 재빨리 뉴스 기사를 확인해보았다. 기사를 확인한 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준의 두 눈동자에서는 광풍과 소나기가 휘몰아치는 듯했다. ‘최하연,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반격한다고?’ ‘혜경이가 자신에 대한 허위 기사를 날조하여 인터넷에 게시하니까, 우리 가문에 본때라도 보여주려고 바로 대응해 오는 거야?’ 서준이 즉시 동후에게 전화를 걸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온 기사를 내리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동후에게서는 기사를 내릴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위클리 뉴스의 편집장이 반드시 한씨 가문에 관한 기사를 3일간 실시간 검색어에 게시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다른 언론은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9화 저 여자와 함께라면

    ‘저 여자…….’무대 위의 사랑스러운 여자를 본 운석이 발걸음을 멈추었다.그 여자가 부르고 있는 노래는 유명한 발라드, ‘바람’이었다. 그녀의 신비로운 목소리가 바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살며시 의자에 앉은 그 여자의 아름다운 뺨으로 한 줄기의 조명이 내려왔다. 곧이어 그 여자의 검은 머리칼이 흔들리고, 붉은 입술이 열렸다. 그 여자의 감미로운 노랫소리는 청중들로 하여금 시공간을 넘나드는 느낌이 들게 했다. 그 여자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운석의 귀를 파고들자, 운석의 머릿속에 발코니에서 울던 하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날 밤, 눈썹을 가볍게 찌푸리고 있던 하연의 눈은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운석은 자신의 가슴에 직격탄을 날리는 듯한 하연의 아름다움 모습에 매료되어, 눈도 한번 깜빡거리지 않은 채 하연을 바라보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았다.“자기야,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이 날 지경이야! 신나는 노래 좀 불러봐!” 무대 아래의 예나가 하연에게 소리쳤다.하연이 무대 아래의 친구들을 향해 윙크를 했다. “그래, 알았어.”곧이어 하연은 ‘사랑해'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는 하연의 얼굴에는 생동감 있는 웃음이 가득했다. 거기에 발로 장단을 맞추는 모습까지 더해지자 전체적으로 대단히 세련되고 매력 있어 보였다. 노래의 가사는 귀엽고 사랑스러웠으며, 노래의 품격 역시 소탈했다. 무대 아래, 모든 청중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 청중들은 하연이 부르는 노래의 선율에 몸을 맡긴 채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연이 노랫소리로 인해 바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운석의 머릿속에 오동나무가 즐비한 F국의 한 거리가 펼쳐졌다. 운석은 자신의 손을 잡은 채 그 거리를 걷고 있는 하연의 모습을 상상했다. 한마디로, 하연에게 완전히 매료되어버린 운석이었다. 운석은 여태 하연과 같이 자신의 심장을 파고들 정도로 아름답고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운석은 누군가가 자신의 귀에 속삭이는 소리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40화 짝사랑

    핸드폰의 알림 소리가 울리자, 하연이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하성이 보내온 문자였다. [우리 하연이, 오빠 안 보고 싶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이 셋째 오빠가 네가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조만간 F국에서 보자.] 하연이 온몸에 돋아난 닭살을 떨쳐내며 자판을 두드리며 답장을 보냈다. [안 보고 싶거든!]답장을 보낸 하연이 고개를 돌려 비서에게 지시했다. “저를 대신해서 서명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꽃은 회사의 여직원들에게 나눠주세요.”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비서가 하연의 사무실을 떠났다.하연은 계속해서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때, 개발팀의 본부장인 유신혁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사장님, 좋은 아침입니다.”책상으로 다가와 하연에게 파일을 건네는 유신혁의 눈동자가 총명함으로 가득했다.“이번 달의 이윤표입니다. 한 번 보시죠.”아직 파일을 받아들지 않은 하연이 담담한 표정으로 유신혁을 바라보며 물었다.“유 부장님이 직접 오시다니, 무슨 일입니까?”하연이 유신혁의 손에 있던 서류를 훑어보며 말했다. “제 비서에게 맡기시면 될 일입니다. 이렇게 번거롭게 하지 않으셔도 돼요.”유신혁의 얼굴에 웃음이 깊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긴장한 기색도 역력해지는 듯했다. “사장님, 지난번 회의 때는 제가 실수했습니다.”하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괜찮습니다, 그냥 말씀해 보세요.”“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죄송해서, 오늘 저녁에 제가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할 수 있을까 하고…… 어떠십니까?” “제가 기항 그룹의 최신 소식을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과 개인적으로 공유하고 싶습니다.” 몸을 낮추며 굽신거리는 유신혁의 모습은, 지난번 회의실에서 하연을 향해 칼을 겨누며 날뛰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거짓이 많은, 변덕스러운 사람이야.’하연이 두 손을 깍지 낀 채, 유신혁을 꿰뚫어 보았다. “좋아요, 오늘 저녁에 뵙죠.”하연이 기항 그룹의 성재와 친분을 쌓자마자, 유신혁은 하연이 기항 그룹에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Latest chapter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5화 날 이용한 거였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혁이 안방에서 나왔다. 최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상혁에게 쏠렸다. 그 누구도 상혁을 탓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하연이 이런 일을 겪은 이상, 상혁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상혁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제가 하연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그 말에 최동신의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상혁아, 이 일...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냐?”최동신은 단도직입적으로 상혁에게 말을 했다. 최씨와 부씨 가문의 오래된 관계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사태를 이렇게 넘길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최씨 가문은 아주 힘이 있기 때문에 부남준 하나쯤, 제거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나 부남준 역시 부씨 가문의 핏줄이었다. 이 문제는, 부씨 가문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도리였다. 그래야만 두 가문 간의 균열을 막을 수 있었다. 상혁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그 눈빛은 확고했고, 더 이상 송혜선과 부남준에게는 그 어떤 자비도 남지 않았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그러나 최동신은 여전히 꺼림칙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네 아버지 가... 가만히 있겠니?”부동건이 송혜선을 얼마나 감싸고 있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송혜선은 지금 임신 중이었고, 남준 역시 ‘사생아’긴 하지만, 부동건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부동건이 직접 나설 경우, 상황은 더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하지만 상혁은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 어떤 타협도, 그 어떤 방해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한 기세였다. ‘이번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이번 일은... 누구도 남준이 그 녀석을 구할 수 없습니다.”...최씨 가문은 사태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송혜선은 하연이 납치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약혼식이 끝난 뒤, 그녀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4화 꼭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하성의 움직임은 빠르고, 날카로우며, 정확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남준을 바닥에 내리꽂았다.그 순간, 하연의 몸이 허공에 떠오르듯 중심을 잃었다. 반응할 틈도 없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하지만 순간, 상혁이 재빠르게 하연을 품에 안았다.익숙한 온기에 하연은 잠시 얼어붙었다. 다음 순간, 상혁은 마치 유리인형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꼭 안았다.“괜찮아?”콧등이 시큰해진 하연은 남자의 품에 안기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응... 괜찮아요...”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남준은 금세 제압당했고, 경찰이 빠르게 그를 둘러쌌다.한 경찰관이 체포영장을 꺼내 들며 선언했다. “부남준 씨, 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이내 수갑이 남준의 손목에 채워졌다.“살인이라니? 말도 안 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누굴 죽였다는 거야! 부상혁, 대체 뭘 꾸미는 거야!”상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 상황에서도 발뺌한다고?”“하!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참 능숙해. 네 특기였다는 걸 깜빡했네?”그런 남준을 바라보며 상혁은 입꼬리를 비틀어올리며 비웃었다. “허징인 모자를 없애고 증거를 없앤다고 해서, 네 죄가 덮일 줄 알았냐?”그 말에 남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난 모른다고 했잖아!”“끝까지 입만 살아서는...” 상혁은 더는 말이 없었고, 곧장 하연을 번쩍 안아 올렸다.“법은 피할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은 법정에서 해.”말을 끝낸 그는 하연을 안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남준은 그대로 무너지듯 주저앉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상무님... 저 감옥 가기 싫어요...”황연지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그녀는 다급히 외쳤다. 그러다 상혁의 뒷모습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지만, 경찰이 그녀를 막아섰다.“부 대표님! 제가 몇 년을 부 대표님 옆에서 헌신했는지 아시죠? 제발... 이번 한 번만..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3화 제발 그러지 마요

    “좋아, 줄게.” 상혁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하연이만 놔줘. 내 목숨, 네가 가져.”“상혁 오빠!” 하연이 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요...”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그 모습을 본 상혁의 가슴이 죄여왔다. ‘보지 마...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 그는 애써 시선을 돌려 하연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하연이를 놔. 내가 대신 네 인질이 되지. 죽이든 살리든, 네 마음대로 해.”그 말에 남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예상 밖의 전개였다. ‘설마... 부상혁이 내 앞에서 이렇게까지 물러날 날이 올 줄 몰랐네!’남준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진짜구나, 형. 이 여자가 정말 목숨보다 더 소중한가 봐?”그는 말을 마치며 하연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차가운 손끝에 하연은 몸을 움찔했고, 그 찰나, 상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하연이한테 손대지 마!!”남준의 손이 멈칫했다. “걱정 마, 형.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지... 이 여잔 내 생명줄이야.”남준의 표정이 돌변했다. 눈빛이 매서워지며 말이 이어졌다.“길 열어. 다 물러서. 그래야 내가 놔줄 수 있지.”모든 시선이 상혁에게 쏠렸다. 그는 잠시 눈을 감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팔을 들어 뒤로 휘둘렀다.그 신호에 따라 사람들이 양옆으로 흩어졌다. 남준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연을 인질 삼아 헬기 쪽으로 향했다.하성이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가려 했다. “그냥 보낼 수 없어. 저 인간이 사라지면 하연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그러나 상혁은 아무 말 없이 팔을 뻗어 그를 막았다. 하성은 당황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하성의 동작이 멈췄다.‘됐어. 지금이다.’ 둘 사이에 짧은 눈빛 하나로 묵계가 오갔다.남준은 하연을 끌고 헬기 앞으로 나아갔고, 한 손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2화 형의 목숨이면 어때?

    사방이 막혔다. 수십 대의 차량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상혁은 운전석에 앉은 채 전방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에서 분노가 솟구쳤고, 그 눈빛은 세상을 집어삼킬 듯 매서웠다.그는 거침없이 액셀을 밟았고, 양옆 건물들이 빠르게 뒤로 밀려나갔다.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춰 섰고, 흙먼지가 거세게 일었다.차가 멈추자, 상혁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상혁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남준의 몸이 본능적으로 긴장됐다. 그리고 팔에 안긴 하연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형... 왔네?”상혁은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리고 시선이 천천히 전방을 향했다. 하연을 팔에 가둔 채 비웃는 듯한 표정의 남준, 그 눈빛엔 노골적인 도발이 담겨 있었다.“딱 맞춰 왔네. 이 여자가 형한테 그만큼 소중하단 얘기겠지?”상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하연에게 옮겼다.하연은 눈에 띄게 겁먹은 듯했지만,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칼 사이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상혁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아주 살짝 저었다.‘걱정하지 마요...’그 짧은 눈빛 하나에 상혁의 숨이 멎는 듯했고, 주먹을 꽉 쥐었다. ‘죽여버리고 싶다... 당장이라도.’“놓아.”차가운 두 글자,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단호함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었다. 황연지조차 숨을 삼켰다.이런 모습의 상혁은 처음이었다. 연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길은 없었다. 상혁을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이미 그녀는 상혁과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었다.남준은 코웃음을 쳤다. 전혀 위축되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확실히, 최하연이 진짜 형한테 중요한 사람인가 보네.”그는 하연의 뺨을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고, 하연은 몸을 돌려 고개를 피했다.상혁의 눈빛이 번뜩이며 한 걸음 내디뎠다.“하연이한테 손대지 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1화 너도 같이 끝장이야

    “부상혁한테는 뭐든 다 해주면서, 너도 같은 부씨 집안 자식인데 왜 이런 대접을 받고 살아야 해?” “남준아, 정신 좀 차려. 절대 부상혁한테 밀리면 안 돼.” “부씨 가문의 재산, 절반은 네 몫이어야 해.”“...”‘도대체 얼마나 지겹게 들었으면 머릿속에서...’ 송혜선의 목소리가 남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저주처럼, 귓가에 맴돌고 또 맴돌았다.남준은 무의식적으로 양쪽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터질 듯한 분노 속에 외쳤다.“그만해! 제발 좀 그만하라고!” 사냥감을 놓친 짐승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본 남준은, 다음 순간 거침없이 다가가 그녀의 목을 거세게 움켜잡았다.“닥쳐!”악을 쓰듯 소리친 남준의 손에 핏줄이 불거졌다. 순식간에 하연의 얼굴은 붉게 질려올랐고, 숨이 막히는 듯 거칠게 헐떡이기 시작했다. “부남준... 놓아줘... 제발...!”하연은 힘겹게 말을 잇고 있었지만, 남준의 눈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온몸이 찌릿하게 울렸고, 하연의 머릿속은 새하얬다.‘죽는 건가...?’질식해오듯 점점 줄어드는 숨, 하연의 눈앞이 흐려지며 고개가 툭 떨어지려는 순간, 황연지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상무님!!”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남준의 팔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외쳤다.“상무님, 제발 그만두세요! 하연 씨 죽어요!”하지만 남준은 여전히 미동조차 없었다. 연지는 조급하게 남자의 손등을 치기 시작했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이러다 진짜 큰일 나요!”순간, 손등으로 전해진 통증 때문에 이성을 잃었던 남준이 그녀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얼이 빠진 듯 손을 풀었고, 하연은 그대로 주저앉듯 바닥에 쓰러졌다.다행히 연지가 재빨리 하연을 붙잡았다.“하연 씨! 괜찮아요?”하연은 바닥에 손을 짚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터뜨렸다.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눈물이 맺혔다.연지는 급히 고개를 돌려 외쳤다.“상무님, 부상혁 대표 쪽 사람들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0화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남준의 손등을 하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세게 악물었다. 남준의 이마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팔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그녀를 붙잡고 있는 손아귀는 강철처럼 단단했다. 결국, 참지 못한 남준이 손을 놓았다. 하연은 비틀거리며 두 걸음 물러섰고, 경멸과 경계가 뒤섞인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남준은 피가 흘러내리는 손등을 바라보며, 다른 손으로 상처를 눌렀다. 붉은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최하연, 너 개냐?”그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한 걸음 다가갔다. “오지 마!”하연은 경고하듯 외쳤고,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쳤다. “그렇게까지 나를 싫어하는 거야?”남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너한테 난 그저 비열하고 파렴치한 그런 놈이라는 생각뿐인 거야?”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하연의 앞에 멈춰 섰다. 하연이 또다시 물러나려 했지만, 남준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최하연, 오늘 나랑 같이 가기만 하면, 부씨 가문의 모든 걸 버리겠어.”하지만 하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손목을 힘껏 뿌리쳤다.“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왜 나한테 하는 건데? 넌 날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감춰둔 연인? 아니면, 형제 간 싸움에서 이용할 도구?”“아니야!”남준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목젖이 떨렸다. “만약 내가 널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게, 오직 너와 함께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면?”하연의 눈빛에 놀라움이 스쳤지만, 곧 의심과 경계가 자리 잡았다.“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남준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네 눈엔 난 온갖 술수를 부리는 교활한 놈으로밖에 안 보이겠지.”그는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아니면, 네가 바라볼 수 있는 남자는 오직 부상혁 하나뿐인 거야?”남준의 시선이 하연을 꿰뚫듯이 바라봤다.“최하연, 네 눈에 내가 그렇게도 한심해? 정말 넌 나를 사랑해 줄 수는 없는 거야?”그 순간, 뒤편에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89화 진심이야

    “하연 씨, 곧 도착할 테니까 힘 빼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예요.”연지는 옆에 앉아 있던 세븐을 힐끗 보았다. 세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액셀을 힘껏 밟았다. 차량이 갑자기 급가속했고 강한 출력으로 몸이 쏠리며, 하연은 반사적으로 옆 좌석을 꽉 잡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주변 풍경은 점점 더 외진 곳으로 변해갔다.개인 헬기 이착륙장. 헬리콥터 한 대가 이륙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상무님, 세 사람이 도착했습니다!”멀리서 익숙한 검은색 차량이 점점 가까워지자, 부남준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이륙 준비하고, 계획대로 진행해.”“네, 상무님!”검은색 차량이 점점 다가와 마침내 멈춰 섰다.“하연 씨, 도착했어요.”연지가 먼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 주었다.차에서 내린 하연의 시선은 곧장 저 멀리 서 있는 남준에게로 향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남준은 먼저 하연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하연 앞에서 멈춰 서며,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방식으로 모셔와서 미안하군.”그러나 남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연은 성큼 다가가 단호하게 손을 뻗었다. 짝!거침없는 손길이 남자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순간 얼어붙었다.연지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다가섰다.“상무님, 괜찮으세요?”남준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 하연이가 얼마나 세게 뺨을 때렸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짓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이걸로 화가 풀린다면, 한 대 더 때려도 괜찮아.”하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부남준,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남준은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 신호에 따라 연지를 비롯한 부하들이 한 걸음 물러섰다.하연은 경계심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바로 그때, 남준의 뒤편에서 헬리콥터 엔진이 가동되었다. 회전 날개가 점점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88화 만약 돈이 아니라면?

    ‘이 사람... 상혁이 너 같은데 아니야?'하성이 무심결에 내뱉었다. 하지만 이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쳤다.“아니다!”그는 몸을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상혁의 얼굴은 이미 어두운 먹구름이 낀 듯 굳어 있었다. 그리고 눈은 화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모니터 속에서, 하연은 세븐에게 붙잡혀 있었다. 여자의 허리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깊숙이 눌려 있었다.하연이 몸부림치려 하자, 세븐이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댔다. 두 사람은 멀리서 보면 마치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처럼 보였다.세븐은 한 손으로 하연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피부의 촉감이 남자의 손끝을 간지럽혔다.세븐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가만히 있어. 누군가가 눈치라도 챈다면, 난 당신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순간 하연의 몸은 떨렸다. 본능적으로 손을 배 위로 가져가 보호하듯 감쌌다. 결국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세븐은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렇게 순순히 따라오면 돼. 그럼 난 널 해치지 않아.”하연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천천히 문 쪽을 향해 걸어가며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당신 누군데 나한테 이러는 거야? 돈이 필요해서? 아니면 무슨 다른 목적이라도 있어?”세븐은 한쪽 눈썹을 올리며 웃었다.“당신 생각엔 내가 왜 이러는 것 같아?”“돈 때문이라면 원하는 금액을 말해. 난 최씨 가문의 딸이야. 당신 요구를 최대한 맞춰줄 수 있어.”세븐은 비웃듯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만약 돈이 아니라면? 내가 다른 요구를 한다고 해도 네가 들어줄 수 있어?”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연의 허리를 거칠게 감쌌다. 단검을 거두며 그녀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았다. 하연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괜히 머리 쓰지 말고 가만히 따라오기나 해.”그렇게 두 사람은 호텔 문을 빠져나갔고, 곧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로 사라졌다.상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화를 이기지 못하고 벽을 세게 내리쳤다. 상혁의 몸 전체에서 뿜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87화 하연을 데리고 나간 적 없어

    상혁이 다시 로비로 돌아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하연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하지만 익숙한 실루엣은 보이지 않았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통화가 끊겼다.상혁은 미간을 좁히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차가운 자동 응답 음성이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왠지 모르게 상혁의 눈꺼풀이 떨렸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올랐다.그는 발걸음을 서둘러 인파 속에서 하성을 찾아냈다. 곧장 하성의 팔을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하연이 못 봤어?”하성은 주위를 둘러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너희 같이 있던 거 아니였어?”상혁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재빨리 하성을 놓고 출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하성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따라붙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상혁은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아니야. 아마 쉬러 갔을 거야. 가서 확인해 볼게.”하성은 더 묻지 않고 상혁와 함께 휴게실 방향으로 향했다.“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그렇게 말하면서도 상혁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두 사람은 호텔 내 모든 휴게실을 확인했지만 하연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핸드폰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상혁은 점점 초조해졌다.그때, 정예나가 급하게 뛰어왔다. 그녀는 상혁을 보자 놀란 듯 말했다.“부 대표님, 아까 하연이랑 부 대표님 같이 나가지 않았어요?”순간, 상혁의 몸이 굳어졌다.“뭐라고?”하성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되물었다.“상혁이는 계속 나랑 같이 있었어. 네가 착각한 거 아니야?”예나는 당황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까 분명이 로비에서 ‘부상혁'이 하연을 감싸 안고 호텔 문을 나서는 걸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다.심지어 장난스럽게 한마디 던지기도 했다.“신혼부부는 아니랄까 봐 떨어질 생각이 없나 보네. 어디 가서 둘이 꽁냥꽁냥 거리기라도 하려는 건가?”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