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입구.블랙 드레스를 입은 이청아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아름다운 얼굴에 늘씬한 몸매가 더해져 우아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단연코 눈에 띄었다.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녀에게 쏠렸다. 놀란 사람, 기뻐하는 사람, 질투하는 사람, 부러워하는 사람, 그리고 욕망이 샘솟는 사람도 있었다.“언니,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오지 않는 건데. 내가 공을 들여 꾸며도 사람들은 다 언니만 쳐다보잖아요. 내 존재감은 하나도 없어요.”이청아와 동행한 단소홍이 낮은 목소리로 원망하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오늘 강 장군의 파티에 참석한다는 소리에 직위가 높고 명성과 위세가 대단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려고 단소홍은 공을 들여 꾸몄다. 드레스 한 벌이 수천만 원에 달했고 몸에 지닌 액세서리 가격만 해도 수억 원이 훌쩍 넘었다. 정말 큰마음 먹고 돈을 확 질렀는데 결과는 어떠한가?이청아의 옆에 서 있으니 그저 들러리일 뿐이었고 눈길 한번 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못생긴 게 아니라 이청아가 워낙에 미모가 빼어났기 때문이다. 그 누구든 이청아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서울 전체에서 이청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사람은 아마 조선미밖에 없을 것이다.“청아 씨, 왔어요?”그때 인파가 갈라지면서 화이트 정장 차림에 신수가 훤한 강백준이 웃으며 다가왔다.“강 장군님.”이청아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청아 씨 오늘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눈이 다 부셔요.”강백준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과찬이십니다.”이청아가 웃으며 예의 바르게 답했다.“강 장군님, 그럼 저는요? 저는 예쁘지 않나요?”단소홍이 불쑥 한마디 하더니 자신의 섹시한 몸매를 한껏 드러냈다.“예뻐요, 예뻐요. 두 분 다 예뻐요.”강백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하... 고맙습니다.”단소홍은 일부러 쑥스러운 척했다.그들이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 한 쌍의 남녀가 들어왔다. 오만한 태도의 남자와 요염한
이청아가 미간을 찌푸렸고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안 되겠어. 진우 씨를 구하러 가야겠어.”그러더니 곧장 자리를 떠나려 했다.“언니.”단소홍이 그녀를 덥석 잡고 설득했다.“언니가 간다고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블랙 프리즌은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곳이에요. 이건 변하지 않는 철칙이라고요. 함부로 움직였다가 괜히 불똥이 튈 수 있어요.”“그럼 어떡해? 그렇다고 진우 씨가 힘들어하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잖아.”이청아가 조급해했다. 블랙 프리즌은 아주 위험한 곳이다. 그곳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생도 더 많이 하게 된다.“언니, 일단 진정해요. 여기 강 장군님이 계시잖아요.”단소홍의 시선이 옆에 있는 강백준에게 향했다.“강 장군님처럼 지위도 높고 못 하는 게 없는 분이라면 블랙 프리즌에서 사람 하나 빼내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예요.”“강 장군님?”강백준을 쳐다보는 이청아의 두 눈에 기대가 가득했다.“블랙 프리즌은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군부대 사람이라고 해도 함부로 간섭할 수 없어요.”강백준이 턱을 어루만지며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장군님께서 도와주신다면 그 어떤 대가를 치르든 상관없어요.”이청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청아 씨가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내가 어찌 가만히 있겠어요.”강백준은 잠깐 망설이는 척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한번 해볼 수는 있지만 장담은 못 해요. 청아 씨도 알다시피 블랙 프리즌은 일반 감옥이 아니잖아요. 거기서 사람을 빼낸다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예요.”“되든 안 되든 강 장군님의 이 은혜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이청아는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워했다.“별말씀을요. 친구끼리 도와주는 건 당연하죠.”강백준은 씩 웃더니 부하를 불러 귓가에 대고 뭐라 속삭였다. 부하는 대답한 후 바로 나가버렸다.“우리 애들이 블랙 프리즌의 소장에게 연락할 거예요. 혹시 빼내지 못한다고 해도 내 체면을 봐서 그리 고생하지는 않을 겁니다.”강백준이 자신만만하
“뭐야? 저 자식 벌써 나왔어?”갑자기 나타난 유진우를 보자 이원기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강백준이 그저 도와주는 척만 할 줄 알았는데 진짜로 부하에게 빼내라고 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리고 문제는 강백준이 관계를 동원하여 유진우를 잡아넣었는데 또다시 빼내고 말았다.이건 또 무슨 경우란 말인가? 괜히 힘만 뺀 격이 돼버렸다.아무리 여자의 마음을 얻고 싶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일을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이상하네. 저 자식 어떻게 나왔지?”눈살을 찌푸린 강백준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부하더러 블랙 프리즌의 소장에게 연락하라고 한 적이 아예 없었다. 게다가 시간도 맞지 않았다.그렇다면 유진우가 진작 나왔다는 말인데...블랙 프리즌은 한번 들어가면 영영 나오지 못하는 곳이다. 한낱 보잘것없는 녀석이 무슨 재주로 그곳에서 나왔단 말인가?설마 다른 거물이 뒤에서 도와주고 있는 건가?“강 장군님이 이렇게나 대단한 분인 줄은 몰랐어요. 전화 한 통에 유진우를 빼내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단소홍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존경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블랙 프리즌에 수감된 사람을 쉽게 빼내려면 그 권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맙습니다, 장군님.”이청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아... 아니에요. 나에게는 별것도 아닌데요, 뭐.”강백준이 억지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긴 했지만 이 상황에서 자기가 한 게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진우 씨, 블랙 프리즌에 잡혀 들어갔었다면서? 괜찮아? 다친 데 없어?”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이청아는 유진우에게 다가갔다.“청아 씨도 다 알고 있었구나.”유진우의 표정이 무뚝뚝하여 기쁜지 슬픈지 알 수가 없었다.“나도 방금 들었어. 강 장군님이 나서주신 덕에 당신이 풀려난 거야. 안 그러면 아직도 갇혀있었을 거야.”이청아는 한시름을 놓은 표정이었다.“강백준이 도와줬다고?”유진우가 코웃음을 쳤다.‘날 블랙 프
강백준이 누구인가?연경의 강씨 가문 도련님이자 군부대의 소장이고 발만 굴러도 서울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 거물을 때렸다는 건 목숨을 잃어도 아깝지 않다는 건가?“유진우, 넌 정말 양심도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강 장군님에게 널 구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고 블랙 프리즌에서 그냥 죽게 내버려 두는 건데.”단소홍이 분노를 터트렸다.도와줬는데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되레 따귀를 때리다니, 정말 이보다 더 배은망덕한 놈은 없을 것이다.“지금 날 때렸어? 날 때린 결과가 어떨지 생각해봤어?”따끔거리는 볼을 움켜쥔 강백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지금까지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따귀를 맞은 건 또 처음이었다.“때리면 안 돼? 너 때문에 감옥에 들어갔는데 당연히 맞아야지.”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진우 씨, 그게 무슨 말이야? 강 장군님이 당신을 구해줬어.”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렸다.“날 구해줬다고? 허...”유진우가 코웃음을 쳤다.“날 해친 사람이겠지. 저 자식이 날 모함하지 않았더라면 블랙 프리즌에 들어갈 일도 없었어.”“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당최 못 알아듣겠네.”강백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못 알아들은 거야? 아니면 시치미를 떼는 거야?”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날 블랙 프리즌에 가두면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벌써 나와서 어쩌나? 결판도 내야 하는데.”“결판을 낸다고?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강백준의 표정도 얼음장같이 차가웠다.“청아 씨 체면을 봐서 따지지는 않을게. 지금 나에게 사과하면 용서해 줄 수는 있어.”그의 말에 이청아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어렸다. 아무 이유 없이 따귀를 맞았는데도 너그러이 용서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진우 씨, 그만 소란 피우고 얼른 사과해.”이청아가 어두운 목소리로 호통쳤다.“저 자식 때문에 감옥까지 들어갔다 나왔는데 사과하라고? 그게 말이 돼?”유진우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당신이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
“응?”유진우는 따끔거리는 볼을 움켜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청아를 돌아보았다.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 때문에 그의 뺨을 때릴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이 순간 유진우는 마치 칼에 찔린 듯 가슴이 아팠다.“나...”이청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유진우를 때리자마자 그녀는 후회가 밀려왔다. 조금 전 상황이 하도 긴박하여 충동적으로 저도 모르게 그를 때렸다. 만약 유진우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강백준은 군부대의 소장이고 그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 그런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그야말로 사형감이다.“날 때렸어?”눈살을 찌푸린 유진우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저 사람 때문에, 그것도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 때문에 날 때렸어?”“진우 씨, 제발 진정해. 이게 다 당신을 위해서 그런 거야.”이청아가 설명했다.“진정?”유진우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실망한 눈빛은 감추지 못했다.“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강백준이 날 모함하고 당신들 앞에서 좋은 사람인 척하는 거라고 분명히 얘기했어. 제발 눈 씻고 제대로 보란 말이야!”“그 입 다물어. 강 장군님은 누구보다 정직한 분이야.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침에 습격을 당했을 때 강백준이 선뜻 나서서 도와준 덕에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큰할아버지가 아프다고 하니까 귀한 일품 인삼까지 선물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유진우가 블랙 프리즌에 갇혔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부하에게 분부를 내렸다.이렇게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나쁜 사람일 리가 있겠는가?“어쨌거나 당신은 날 안 믿는다는 거네.”유진우는 자신을 비웃었다.“당신은 항상 날 완전히 믿지 않았어. 난 그래도 당신이 변한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까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거네.”“진우 씨, 우리 얘기는 돌아가서 해. 오늘 절대 어리석은 짓을 해선 안 돼.”이청아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돌아갈 수 없어.”
그때 연회장 밖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들었다.완전 무장하고 전투태세를 갖춘 병사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살기등등했다.그들은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유진우를 물샐틈없이 포위했고 검은 총구를 유진우에게 겨누었다. 명령 한마디만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쏠 기세였다.“강 장군님, 저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말아요.”이청아가 놀란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청아 씨가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체면은 세워줘야죠.”강백준이 씩 웃더니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고는 손을 흔들었다.“다들 물러서. 그냥 가게 내버려 둬.”“네!”대답을 마친 병사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움직임이 어찌나 질서 있는지 훈련 효과가 톡톡히 보였다.유진우는 고개를 돌려 싸늘하게 훑어본 후 밖으로 나갔다.호텔을 나선 그때 보슬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갑자기 불어왔는데 마치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끼익!그때 은색 벤틀리 한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조선미가 기쁨에 겨운 얼굴로 내렸다.“여보, 괜찮아요? 당신이 블랙 프리즌에 잡혀들어갔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우리 외할아버지까지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니까요. 그런데 외할아버지가 로스 소장에게 연락하니까 이미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당신도 참, 나왔으면 말을 하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괜찮아요? 다친 데 없어요? 병원에 안 가봐도 돼요?”조선미는 그를 보자마자 숨 쉴 틈도 없이 말했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유진우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난 괜찮아요. 들어가서 구경이나 하다가 나왔어요.”유진우가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그럼 다행이고요.”조선미가 웃으며 한시름을 놓으려던 그때 시선이 유진우의 얼굴에 머물렀다. 가느다란 손가락 자국이 아주 선명했다.“누가 때렸어요?”조선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진우 씨...”그때 이청아가 갑자기 쫓아왔다. 뭐라 설명하려는데 옆에 있는 조선미를 보고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왜 나
이때 조선미는 정말 화가 났다.그녀의 눈에는 유진우가 확실히 이청아에게 간이든 쓸개든 다 내줘 그녀조차도 매우 이청아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그러나 이청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 아니라 거만하면서 오히려 사람을 때리기까지 했다.정말 사리를 구분할 줄 모른다.오늘 그녀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다른 사람을 때릴 수 있어도 내 남자는 안 돼!’“됐어요, 선미 씨. 가요, 더 이상 할 말 없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흥, 혼자 잘 반성해요.”조선미는 콧방귀를 뀌고 그대로 몸을 돌려 문을 열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빠르게 멀어지는 후미등을 보며 이청아는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그녀는 방금 충동적으로 행동하긴 했지만 그저 유진우가 큰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왜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언니, 왜 밖에 나왔어요? 밖이 추운데 우리 그냥 들어가요.”이때 단소홍이 쫓아 나와 이청아에게 옷을 걸쳐주었다.“소홍아, 넌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이청아는 착잡한 얼굴로 물었다.“당연히 언니 잘못 아니죠. 다 유진우 그놈 잘못이에요. 강백준 장군님이 분명히 유진우를 구했는데 유진우는 은혜에 보답하기는커녕 사람을 때렸잖아요. 정말 심보가 못됐다니까요.”“진우 씨가 평소 그런 사람이 아닌데 오늘은 왜 이상하게 행동하는 거지?”이청아는 유진우의 모습이 이해가 안 되었다.“뭐 때문이긴요. 당연히 질투 때문이죠. 강백준 장군님은 연경의 재벌 출신으로 높은 지위에 있고 권세도 있고 하필이면 잘 생기기까지 했잖아요. 유진우 저 녀석 분명 강백준 장군님이 우수한 것을 질투하여 원한을 품은 거예요. 게다가 방금 언니가 강백준 장군님과 춤추는 것을 봤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사람을 때렸을 거예요.”말을 들은 이청아는 침묵했다.그녀는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랐다.그저 머릿속이 복잡할 뿐,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듯 마음이 텅 빈 것
상대방의 얼굴에 난 붉은 손자국이 계속 사라지지 않았다.“아프지 않아요.”유진우가 빙긋 웃었다.“얼굴은 안 아파도 마음은 많이 아프죠? 이렇게 된 이상 진우 씨도 단념해요. 계속 자신을 괴롭히는 건 무슨 고생이에요. 앞으로 진우 씨 나를 따라 잘 먹고 잘 사는 게 좋지 않아요?”“사내대장부가 여자에게 빌붙어 살 수는 없잖아요?”유진우가 머리를 긁적였다.“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게 어때서요?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죠.”조선미는 섬섬옥수인 손가락을 내밀어 유진우의 아래턱을 쓸었다.“게다가 당신 얼굴로 여자에게 빌붙어 살지 않는 건 너무 아까워요. 딱 당신 같은 얼굴이 내 스타일인데 오늘 밤 씻고 침대를 따뜻하게 해 줘요.”“...”유진우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왜 희롱당하는 기분이지?’“어때요? 잘 생각해 봤어요? 진우 씨 집으로 갈까요, 아니면 우리 집으로 갈까요?”조선미는 매혹적인 눈과 섹시한 입술로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 화사하고 붉은 입술은 참 맛보고 싶게 만든다.“진심이에요?”유진우는 놀란 얼굴이었다.“그렇지 않으면요?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진우 씨에게 달려 있어요.”조선미는 사랑스럽게 웃으며 치마를 걷어올리고 검정색 스타킹을 입은 롱다리를 드러냈다.“자, 난 다 입었어요. 고개만 끄덕인다면 오늘은 정말 색다른 밤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꿀꺽.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조선미는 얼굴뿐 아니라 몸매도 아주 죽여준다.얇은 허리에 애플힙, 롱다리 그리고 눈을 자극하는 검정색 스타킹까지 매우 매력적이다.눈웃음을 치고 웃으면 매혹적이고 어여쁘며 넋을 빼앗는 모습은 그야말로 여우가 따로 없다.이걸 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못할 게 뭐가 있어요, 나...”유진우가 허락하려고 할 때 조선미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먼저 말을 꺼냈다.“됐어요, 진우 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겠어요.”“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는데요?”유진우가 좀 급해졌다.“기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요. 진우 씨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