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유진우는 따끔거리는 볼을 움켜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청아를 돌아보았다.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 때문에 그의 뺨을 때릴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이 순간 유진우는 마치 칼에 찔린 듯 가슴이 아팠다.“나...”이청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유진우를 때리자마자 그녀는 후회가 밀려왔다. 조금 전 상황이 하도 긴박하여 충동적으로 저도 모르게 그를 때렸다. 만약 유진우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강백준은 군부대의 소장이고 그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 그런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그야말로 사형감이다.“날 때렸어?”눈살을 찌푸린 유진우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저 사람 때문에, 그것도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 때문에 날 때렸어?”“진우 씨, 제발 진정해. 이게 다 당신을 위해서 그런 거야.”이청아가 설명했다.“진정?”유진우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실망한 눈빛은 감추지 못했다.“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강백준이 날 모함하고 당신들 앞에서 좋은 사람인 척하는 거라고 분명히 얘기했어. 제발 눈 씻고 제대로 보란 말이야!”“그 입 다물어. 강 장군님은 누구보다 정직한 분이야.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침에 습격을 당했을 때 강백준이 선뜻 나서서 도와준 덕에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큰할아버지가 아프다고 하니까 귀한 일품 인삼까지 선물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유진우가 블랙 프리즌에 갇혔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부하에게 분부를 내렸다.이렇게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나쁜 사람일 리가 있겠는가?“어쨌거나 당신은 날 안 믿는다는 거네.”유진우는 자신을 비웃었다.“당신은 항상 날 완전히 믿지 않았어. 난 그래도 당신이 변한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까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거네.”“진우 씨, 우리 얘기는 돌아가서 해. 오늘 절대 어리석은 짓을 해선 안 돼.”이청아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돌아갈 수 없어.”
그때 연회장 밖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들었다.완전 무장하고 전투태세를 갖춘 병사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살기등등했다.그들은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유진우를 물샐틈없이 포위했고 검은 총구를 유진우에게 겨누었다. 명령 한마디만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쏠 기세였다.“강 장군님, 저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말아요.”이청아가 놀란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청아 씨가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체면은 세워줘야죠.”강백준이 씩 웃더니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고는 손을 흔들었다.“다들 물러서. 그냥 가게 내버려 둬.”“네!”대답을 마친 병사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움직임이 어찌나 질서 있는지 훈련 효과가 톡톡히 보였다.유진우는 고개를 돌려 싸늘하게 훑어본 후 밖으로 나갔다.호텔을 나선 그때 보슬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갑자기 불어왔는데 마치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끼익!그때 은색 벤틀리 한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조선미가 기쁨에 겨운 얼굴로 내렸다.“여보, 괜찮아요? 당신이 블랙 프리즌에 잡혀들어갔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우리 외할아버지까지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니까요. 그런데 외할아버지가 로스 소장에게 연락하니까 이미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당신도 참, 나왔으면 말을 하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괜찮아요? 다친 데 없어요? 병원에 안 가봐도 돼요?”조선미는 그를 보자마자 숨 쉴 틈도 없이 말했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유진우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난 괜찮아요. 들어가서 구경이나 하다가 나왔어요.”유진우가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그럼 다행이고요.”조선미가 웃으며 한시름을 놓으려던 그때 시선이 유진우의 얼굴에 머물렀다. 가느다란 손가락 자국이 아주 선명했다.“누가 때렸어요?”조선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진우 씨...”그때 이청아가 갑자기 쫓아왔다. 뭐라 설명하려는데 옆에 있는 조선미를 보고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왜 나
이때 조선미는 정말 화가 났다.그녀의 눈에는 유진우가 확실히 이청아에게 간이든 쓸개든 다 내줘 그녀조차도 매우 이청아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그러나 이청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 아니라 거만하면서 오히려 사람을 때리기까지 했다.정말 사리를 구분할 줄 모른다.오늘 그녀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다른 사람을 때릴 수 있어도 내 남자는 안 돼!’“됐어요, 선미 씨. 가요, 더 이상 할 말 없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흥, 혼자 잘 반성해요.”조선미는 콧방귀를 뀌고 그대로 몸을 돌려 문을 열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빠르게 멀어지는 후미등을 보며 이청아는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그녀는 방금 충동적으로 행동하긴 했지만 그저 유진우가 큰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왜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언니, 왜 밖에 나왔어요? 밖이 추운데 우리 그냥 들어가요.”이때 단소홍이 쫓아 나와 이청아에게 옷을 걸쳐주었다.“소홍아, 넌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이청아는 착잡한 얼굴로 물었다.“당연히 언니 잘못 아니죠. 다 유진우 그놈 잘못이에요. 강백준 장군님이 분명히 유진우를 구했는데 유진우는 은혜에 보답하기는커녕 사람을 때렸잖아요. 정말 심보가 못됐다니까요.”“진우 씨가 평소 그런 사람이 아닌데 오늘은 왜 이상하게 행동하는 거지?”이청아는 유진우의 모습이 이해가 안 되었다.“뭐 때문이긴요. 당연히 질투 때문이죠. 강백준 장군님은 연경의 재벌 출신으로 높은 지위에 있고 권세도 있고 하필이면 잘 생기기까지 했잖아요. 유진우 저 녀석 분명 강백준 장군님이 우수한 것을 질투하여 원한을 품은 거예요. 게다가 방금 언니가 강백준 장군님과 춤추는 것을 봤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사람을 때렸을 거예요.”말을 들은 이청아는 침묵했다.그녀는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랐다.그저 머릿속이 복잡할 뿐,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듯 마음이 텅 빈 것
상대방의 얼굴에 난 붉은 손자국이 계속 사라지지 않았다.“아프지 않아요.”유진우가 빙긋 웃었다.“얼굴은 안 아파도 마음은 많이 아프죠? 이렇게 된 이상 진우 씨도 단념해요. 계속 자신을 괴롭히는 건 무슨 고생이에요. 앞으로 진우 씨 나를 따라 잘 먹고 잘 사는 게 좋지 않아요?”“사내대장부가 여자에게 빌붙어 살 수는 없잖아요?”유진우가 머리를 긁적였다.“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게 어때서요?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죠.”조선미는 섬섬옥수인 손가락을 내밀어 유진우의 아래턱을 쓸었다.“게다가 당신 얼굴로 여자에게 빌붙어 살지 않는 건 너무 아까워요. 딱 당신 같은 얼굴이 내 스타일인데 오늘 밤 씻고 침대를 따뜻하게 해 줘요.”“...”유진우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왜 희롱당하는 기분이지?’“어때요? 잘 생각해 봤어요? 진우 씨 집으로 갈까요, 아니면 우리 집으로 갈까요?”조선미는 매혹적인 눈과 섹시한 입술로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 화사하고 붉은 입술은 참 맛보고 싶게 만든다.“진심이에요?”유진우는 놀란 얼굴이었다.“그렇지 않으면요?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진우 씨에게 달려 있어요.”조선미는 사랑스럽게 웃으며 치마를 걷어올리고 검정색 스타킹을 입은 롱다리를 드러냈다.“자, 난 다 입었어요. 고개만 끄덕인다면 오늘은 정말 색다른 밤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꿀꺽.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조선미는 얼굴뿐 아니라 몸매도 아주 죽여준다.얇은 허리에 애플힙, 롱다리 그리고 눈을 자극하는 검정색 스타킹까지 매우 매력적이다.눈웃음을 치고 웃으면 매혹적이고 어여쁘며 넋을 빼앗는 모습은 그야말로 여우가 따로 없다.이걸 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못할 게 뭐가 있어요, 나...”유진우가 허락하려고 할 때 조선미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먼저 말을 꺼냈다.“됐어요, 진우 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겠어요.”“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는데요?”유진우가 좀 급해졌다.“기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요. 진우 씨 너무
다음 날 오전 판용산장 안.은색 원피스를 입은 조홍연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입기가 민망했다.평상시의 그녀는 군복 혹은 캐주얼 옷을 입지 이렇게 타이트한 원피스는 처음 입어본다.“여제님, 오늘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이 얼굴에 몸매는 정말 기가 막히는데 어느 남자가 반하지 않겠습니까?”측근인 공요는 옆에 서서 두 눈이 반짝였다.‘홍연 여제님은 워낙 아름다우신데 조금 꾸미니 더욱 절세미인이라고 할 수 있네! 게다가 그 눈썹까지 더하니 아름답고 멋있어 남녀 모두가 반할 것 같아.’“이 옷이 정말 예뻐? 나는 왜 좀 어색한 것 같지?”조홍연은 입으로 중얼거렸다.“당연히 예쁘죠!”공요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이런 타이트한 원피스는 분위기도 있어 보이고 몸매도 돋보여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렇게 입어요. 보세요, 이 가느다란 허리에 애플힙 또 이 다리까지 얼마나 아름다운데요!”“그래?”조홍연은 손을 들어 허공에 펀치도 날려보고 발차기도 해보다가 조금 이상해서 물었다.“옷이 이렇게 타이트한데 어떻게 싸움을 할 수 있겠어? 너도 나 방금 몇 번 발차기한 거 봤지? 몇 발 차기도 힘들어.”“여제님, 이건 원피스지 전투복도 아닌데 그걸 입고 왜 싸우시려는 거죠?”공요는 조홍연의 말에 웃었다.전쟁터에 오래 있었더니 조홍연의 사고방식은 이미 보통 여자들과는 완전히 달라졌다.여자가 예쁜 옷을 입는 것은 자신을 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다.하지만 조홍연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실용적이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전투를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한다.“다른 옷으로 바꿀까? 너무 어색해.”조홍연은 눈썹을 찌푸렸고 원피스를 보면 볼수록 거슬렸다.“여제님, 이게 제일 잘 어울려요. 제가 확신하는데 유장혁 씨가 무조건 좋아할 거예요.”공요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정말?”조홍연은 아래위로 훑어보다가 좀 의심스러웠다.“틀림없어요. 유장혁 씨가 오기만 하면 무조건 홀딱 반할 거예요!”“그래, 그럼 한 번 믿어볼게.”조홍연은 고개를
“왜요? 예쁘지 않아요?”조홍연은 고개를 숙여 한번 훑어보더니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예쁘지 않은 게 아니라 어딘가 좀 어색해. 예전에 네가 입었던 옷이 더 나은 것 같아.”유진우는 직설적으로 대답했다.조홍연은 원래 전쟁터를 누비는 여장군이었고 몸에 밴 영웅적 기질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었다.군복을 입었을 때 아름답고 멋지며 매력이 넘쳤는데 지금 여성스럽게 갈아입으니 오히려 좀 어울리지 않았다.“예쁘기는 한데 안 어울려.”“네?”이 말을 들은 조홍연의 매서운 눈초리가 순식간에 공요를 훑어보았고 힐문하는 눈빛이었다.“전 차를 내올게요!”공요는 깜짝 놀라 얼른 기회를 타서 빠져나갔다.“장혁 오빠, 잠깐만 기다려요. 나 옷 갈아입고 올게요.”조홍연은 주저하지 않고 서둘러 방으로 달려갔다.잠시 후 군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순식간에 사람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좋아, 이 옷이 훨씬 잘 어울려.”유진우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조홍연은 얼굴에 웃음꽃을 띠고 꿀을 먹은 듯 싱글벙글 웃었다.‘역시 장혁 오빠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홍연아, 북쪽 국경이 아직 안정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여기에 온 게 영향이 있지 않아?”유진우가 불쑥 물었다.북방을 지키는 전쟁 여제로서 조홍연의 무게는 보통이 아니다.“괜찮아요, 다 개미새끼일 뿐 큰 지장이 없어요.”조홍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나는 용국 경내에서 누군가 너에게 불만이 있을까 봐 걱정이야.”눈앞의 사람은 30만 명의 범표사를 손에 쥐고 있고 천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일반적으로 이동 명령이 없으면 마음대로 주둔지를 떠날 수 없다.“장혁 오빠 안심해요. 내가 뭘 하든지 그 사람들은 상관을 할 수 없고 감히 상관도 하지 못해요. 누가 뒤에서 배신을 하면 전 그 사람의 목을 베어버릴 거예요.”조홍연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녀가 범표사의 주장, 용국의 전쟁 여제로 된 것은 집안 배경이 아니라 탄탄한 군공 덕분이었다.무공이 되려면 어떻
판용산장을 떠난 후.유진우와 조홍연 몇 사람은 먼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곳들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샀다.또 도심 속 먹거리골목에 들어가 여러 가지 음식도 다 맛봤다.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가서 요즘 핫한 영화를 보고 나오자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진우 오빠, 우리 이제 어디로 놀러 갈까요?”영화관 입구에 서서도 조홍연은 여전히 흥이 넘친다.오늘은 그녀가 10년 동안 가장 즐겁고 편안한 날이다.“여제님, 하루 종일 놀았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옆을 따르던 유란은 참지 못하고 권했다.그녀와 공요 두 사람은 조홍연이 습격당할까 봐 두려워 아침부터 지금까지 줄곧 밀착 경호하고 항상 경계하며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용국의 전쟁 여제로서 위상은 숭고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눈엣가시로 여겨진다.매년 암살하려는 횟수는 셀 수 없이 많고 특히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더욱 위험하다.저격, 자폭 등등 각종 수단은 막으려야 막을 수 없다.“뭐가 그리 급해, 아직 멀었어.”조홍연은 아직 흥이 다 가시지 않았다.“맞아요, 그냥 좀 더 놀자. 모처럼 쉬는 시간인데 신나게 놀아야지.”공요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오랫동안 곁에서 따라다녔는데 조홍연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오늘 하루의 웃음은 10년 동안 웃은 웃음과 정비례한다.예전의 조홍연은 언제나 도도하고 냉담하며 높은 자리에 앉아있어 하늘의 신처럼 아래로 사람들을 내려다본다.그러나 오늘 조홍연이 드디어 평범한 여자처럼 먹고 놀고 즐기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스무 살 남짓한 나이는 원래 이래야 한다.다른 여자애가 부모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남자친구 앞에서 제멋대로 행동할 때 중임을 맡은 조홍연은 전쟁터를 누빌 수밖에 없었다.매일 보는 것은 피와 시체이고 듣는 것은 대포소리와 비명소리뿐이었다.화려함의 뒤에 있는 고통과 괴로움. 그것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누가 알겠는가?용국 백성들의 편안한 생활은 단지 누군가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변태들에게 조홍연은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었다.“당신 같은 사람은 내 어르신과 친구가 될 자격이 없어요, 꺼져요.”유란은 가볍게 외쳤다.“야! 나 무시하는 거지?”깡마른 남자는 순간 불쾌했다.“너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사실대로 말할게, 난 음양종의 도련님, 김범이다!”이 말이 나오자 주위의 적지 않은 손님들이 안색을 바꾸었다.“음양종? 그건 강북 8대 가문 중의 하나 아니에요?”“음양종의 제자가 수천 명에 달하고 세력이 엄청나 아무도 건드리지 못해요.”“이상하다? 음양종 사람이 왜 강남에 왔지?”“무도대회에 참가하는 것 때문이겠죠. 이번에 강남의 청양호에서 개최하는데 서울과 가까워 최근 무림 인사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어요.”사람들이 소곤거리며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봐 김범 무리와 좀 멀리 떨어졌다.“음양종은 무슨, 들어 본 적도 없어. 내가 아직 화를 내기 전에 썩 꺼져.”“X발! 너 정말 좋은 말할 때 곱게 들어!”김범은 화가 치밀어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유란은 얼굴이 차갑게 변하더니 날아오는 주먹을 움켜쥐고 가볍게 비틀었다.뚝 소리와 함께 김범의 손목이 그 자리에서 부러졌다.“으악!”얼떨떨해진 김범은 즉시 비명을 질렀고 아파서 식은땀을 흘리며 땅바닥에 뒹굴었다.“감히 우리 도련님을 다치게 하다니. 죽어!”그 후 몇 명의 무사들이 보자마자 화가 순간 치밀어올라 동시에 유란을 공격했다.몇 사람은 권력과 기세가 높고 강인한 내공을 지니고 있어 후천적인 무사들 사이에서 이미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흥!”유란은 콧방귀를 뀌더니 조금도 두려움 없이 정면으로 맞섰다.주먹과 발은 더 빠르고 날카로웠다.눈 깜짝할 새로 몇 명의 내공무사를 쓰러뜨렸다.조홍연의 측근으로서 유란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명문가 출신인 그녀는 어려서부터 중점적으로 길러낸 천재이다.군사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개인의 용맹함도 동갑내기 중에서 으뜸이다.젊은 나이에 벌써 본투비 레벨에 이르러 내공 무사 몇 명을 상대
이기적인 조강진에게 양측 모두의 미움을 살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응?”조강진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인상을 썼다.이 늙은 여우는 공을 뺏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더니 책임을 떠넘길 때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이봐요.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게 내어주면 난 당신에게 혜택을 줄 수 있소.”엄기준은 유진우를 바라며 지시하는 투로 말했다.“누구시죠? 저 아세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룡종의 서열 2위 엄기준이요.”엄기준은 오만하게 말했다.“그쪽이 고분고분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어준다면 앞으로 우리 유룡종은 당신의 든든한 뒷배가 될 거요.”“내가 내놓지 않겠다면요?”“내놓지 않겠다고? 흥!”“그렇다면 그건 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것인데,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이름 없는 작은 인물이 유룡종과 맞서는 건 죽는 길밖에 없었다.“그 말을 들으니 정말 사람을 내놓고 싶지 않네요.”유진우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지금 환자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요. 난 의사로서 환자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니 유룡종이든 다른 세력이든 오늘 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이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엄기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협박했다.“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서남부에서 아무도 너를 지킬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사람을 내놔!”“싫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내뱉었다.“네 놈이 죽고 환장했어!”엄기준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얘들아! 이 새끼를 당장 박살 내버려!”두 명의 유룡종 제자가 듣자마자 칼을 뽑았다.“그만!”이때 서지석은 갑자기 외쳤다.“이 사람은 내 친구요.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서지석!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감히 유룡종과 맞서는 사람은 모두 대가를
유룡종은 서남부 3대 종파의 우두머리이며 실력은 금도문과 비설파보다 훨씬 강했다.마을은 이런 대문파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어쨌든 사막의 마을이 살아남으려면 유룡종의 비호에 의존해야 했다.“이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이장님이 구한 그 사람을 우리 유룡종이 데려가야겠어요.”엄기준은 고개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만약 우리 유룡종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앞으로 이장님과 우리 유룡종은 친구가 되는 겁니다.”“그게...”그 말을 들은 조강진은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그의 처음 의도는 바람을 통해 횡재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세력을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특히 유룡종이 이런 조건을 내걸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물론 거절할 자신도 없었다.“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왔는데 유룡종이 독식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그때 비설파의 연우혁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왜요? 불만 있어요?”엄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하게 물었다.“저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계신 모든 분이 불만을 가질 것 같은데요.”연우혁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재치 있게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였다.유룡종은 아주 강했으니 비설파가 혼자 힘으로는 상대하는 건 무리수였다.그러나 동맹을 맺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그래서 자네들이 우리 유룡종에 맞서겠다는 건가?”엄기준은 위협하는 기세로 사방을 훑어보았다.모두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떠날 의향도 없었다.분명 유룡종이 독식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서지석,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엄기준은 서지석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는 안중에도 없지만 금도문의 서지석은 예외였다.만약 상대방이 연우혁과 동맹을 맺는다면 일이 확실히 좀 번거로워질 것이다.“당신들 사이 원한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바람은 절대 당신이 데려갈 수 없어요.”서지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바람 씨, 진정하세요. 이제는 안전해요.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마세요.”바람의 감정이 격해진 것을 보고 이청성은 급히 위로했다.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이런 상태로는 유용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의 바람은 이미 공포에 휩싸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여전히 머리를 감싸 안고 벌벌 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이 사람... 정말 미친 건 아니겠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요?”조강진은 좀 초조해졌다.겨우 돈줄을 찾았는데 그의 정신이 혼미하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진우 씨, 이 사람을 진정시킬 방법 있어요?”이청성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물었다.“그거야 쉽죠.”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은침 하나를 꺼내 바람의 뒷덜미를 찔렀다.바람은 몸을 움찔하더니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곧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이게 진우 씨 방법이에요?”이청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침 하나로 바람이 진정하긴 했지만 이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이 사람은 크게 놀라서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요. 이 침으로 바람을 진정시키고 먼저 한 시간 동안 재우고 깨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이청성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용원의 기는 그녀에게 정말 중요했으니 반드시 상황을 알아내야 했다.만약 용원의 기가 정말 오아시스에 숨겨져 있다면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손에 넣을 것이다.“이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서 누가 소란을 피워요!”그때 정문을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얼굴이 약간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아 뺨을 맞은 것이 분명했다.“소란을 피워? 누가 감히 사막의 마을 이장 댁에 와서 소란을 피워?”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한 마을을 질서 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그는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위대도 갖고 있었다.예전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
“이봐요 젊은이, 환자 병세도 보지 않고 치료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자만하는 것 아닌가요?”마을 의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는 비록 마을 의사지만 어쨌든 십여 년의 의료 경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다.그도 속수무책인 병을 어떻게 햇병아리가 고칠 수 있을까?“환자의 외상은 13곳이며, 가장 심각한 것은 가슴과 등 관통상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체 조건이 강해서 치명적이지 않죠. 가장 골치 아픈 점은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되어 오장육부가 다양한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때 해독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내일까지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유진우는 마치 집안의 보물을 세듯 바람의 병세를 자세히 말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마을 의사는 화들짝 놀랐다.그는 맥을 짚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비로소 상응하는 결론을 얻었다. 근데 눈앞의 이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병을 많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답했다.“뭐? 한눈에 알았다고?”“무슨 불치병도 아니고 한 번만 봐도 충분합니다.”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자 마을 의사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한동안 대답하지 못 했다.그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색으로 보아 정말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정말 고칠 자신이 있어요?”조강진이 떠보듯 물었다.“시도해보면 알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좋아요. 그럼 수고하세요.”조강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 유진우를 앞으로 모셨다.바람의 상태를 보면 내일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병원으로 이송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이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유진우는 병상으로 가서 먼저 해독약을 꺼내 바람의 입에 먹였다.그리고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슈우...”일렬로 늘어선 은침이 튕겨 나와 바람의 몸 곳곳의 주요 혈 자리를 정확히 찔렀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유진우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윙...”모든 은침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
“당연하죠! 이건 유리종 제왕녹이에요. 게다가 골동품이라 천금 같은 값어치예요!”진이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천금이라고요? 역시 좋은 아이였어요!”중년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옥 팔찌를 조심스럽게 챙겼다.“급하게 나오느라 다른 건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 옥 팔찌는 꽤 가치가 있으니 맘에 들었으면 합니다.”이청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이렇게 성의를 보이니 나도 어쩔 수 없죠. 이장님께 말씀드리겠지만 이장님이 여러분을 만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어요.”중년 남자는 감히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럼 수고해 주세요.”이청성이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중년 남자는 더 말하지 않고 마당으로 돌아섰다.3분 후, 중년 남자는 다시 집을 나서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우리 이장님이 아가씨를 만나겠대요.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 명만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세요.”“진 대장님은 여기서 지켜주세요. 저와 유진우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이청성은 당부 한마디 하고 유진우를 데리고 들어왔다.한편, 침실 안.바람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이장 조강진이 옆에서 마을 의사와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양 선생, 이 젊은이 정말 가망이 없는 건가?”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오아시스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바람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잘만 활용하면 마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이장님, 이 사람은 중상을 입었고 게다가 체내에 맹독이 있어서 제 의술로는 전혀 치료할 수 없습니다.”마을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작은 병을 치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난치병을 만나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보아하니,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겠군.”조강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장님 저희 마을에서 도시 대형 병원까지 거리가 있어서 적어도 하루는 필요해요. 이 사람 현재 건강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마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네? 누군가 나왔다고요?”그러자 이청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캐물었다.“그 사람이 누구죠? 지금 어딨죠?”그 기괴한 오아시스는 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무사히 탈출했다면 분명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구든지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물을 찾는 성공률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바람이라는 자인데, 오행문의 제자로 둔술에 능하다고 합니다. 사흘 전 오아시스에 들어가 소식이 끊겼는데 방금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사막의 마을로 돌아왔고 이장의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합니다.”진이수가 답했다.“오행문의 바람?”서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강호에서 꽤 유명해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요.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의 후반에 접어들어 천재라고 할 수 있죠.”오행문은 서남 세력에 속하지 않지만 그 잠재력은 결코 금도문에 뒤지지 않았다.“아가씨, 이 사람들은 누구죠?”진이수는 서지석 일행을 보며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모두 금도문의 고수들이세요. 이제 막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이청성이 답했다.“금도문이라고요?”진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꽤 놀랐다.서남부 3대 문파의 금도문은 그들에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청성이 금도문의 제자와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금도문의 보호가 있다면 이번 일정은 훨씬 안전할 것이다.“자, 우선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나를 마을 이장님 댁에 데려가 주세요. 바람에게 직접 물어볼 말이 있어요.”이청성은 지체하지 않고 즉시 진이수에게 길을 안내하라고 하고 이장 댁으로 향했다.지금 바람은 핵심 인물이며 각 세력이 경쟁하는 인기 있는 인물이니 반드시 일찍 나서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곤란했다.5분 후, 몇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이장 댁에 도착했다.마을 이장은 2층짜리 작은 양옥에 살고 있으며 둘레가 100m인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꽃과 풀도 심겨 있었다.마당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한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