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만의 부관? 그자가 왜?”로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옥졸이 고개를 숙였다.“됐어. 그냥 들어오라고 해.”로스가 들여보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알겠습니다.”옥졸은 대답을 마친 후 바로 나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회색 옷차림의 남자와 함께 들어왔다.“소장님을 뵙습니다.”회색 옷차림의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깍듯하게 인사를 올렸다.눈앞의 이 사람은 일반 교도소의 소장이 아니다. 권력이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인맥도 넓어서 총독마저 그의 눈치를 봐야 한다.“무슨 일로 날 찾아왔어요?”로스가 다리를 꼬고 물었다.“소장님, 전 총독님의 명을 받고 한 사람을 데리러 왔습니다.”회색 옷차림의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사람을 데리러 왔다고요? 그게 누군데요?”로스가 되물었다.“유진우라는 젊은이입니다.”회색 옷차림의 남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유진우?”로스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미안하지만 그 사람은 풀어줄 수 없어요. 블랙 프리즌은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곳이고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철칙이에요.”“소장님, 어떻게 좀 봐주면 안 될까요? 그 사람만 풀어준다면 총독님께서 크게 사례하실 겁니다.”회색 옷차림의 남자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나라에는 국법이 있고 가정에는 가법이 있어요. 내가 총독님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게 아니라 블랙 프리즌의 규정을 어길 수 없어서 그래요. 돌아가서 총독님께 죄송하다고 전해요. 마음속으로는 도와주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로스가 덤덤하게 말했다.“소장님,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게 규정이에요.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죠...”회색 옷차림의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로스가 가로챘다.“뭐죠? 지금 나더러 고의로 법을 어기라는 겁니까? 이 사실이 연경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그건...”회색 옷차림의 남자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서울에서는 총독의 권력을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높은 자리에 있지만 연경의 형부
“으악...”벽에 걸려있는 로스를 보며 회색 옷차림의 남자와 옥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블랙 프리즌의 소장이자 무도 마스터 경지의 강자가 누군가에게 따귀를 맞아 튕겨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벽에 박힌 바람에 꼼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실로 충격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놀란 그들이 고개를 돌리자 눈에 들어온 건 아리따운 얼굴의 여자였다. 은색의 단발머리에 빨간 무사 도복 차림이었고 등 뒤의 삼척 청봉검이 진동하고 있었다. 늠름하고 위풍당당한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여자 무신 같았다.특히 상대를 안중에 두지 않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차갑고 날카로운지 감히 쳐다볼 수도 없었다.“무엄하다! 감히 날 때려? 내가 누군지 알아?”정신을 차린 로스는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성을 냈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적이 없었고 여자에게 얻어맞은 적은 더더욱 없었다.“유진우를 풀어줘.”조홍연이 싸늘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네가 풀어주라면 풀어줘야 해? 네가 뭔데? 잘 들어...”슉!로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홍연이 손을 들어 영패 하나를 던지자 쿵 하고 벽에 꽂혀버렸다.“뭐야?”고개를 돌리던 로스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 왜냐하면 그 금색의 영패가 범표사의 장군 영패였기 때문이다.범표사의 장군이라면 명성이 자자한 홍연 전쟁 여제가 아닌가?어쩐지 엄청나게 강하다 했더니, 눈앞의 이분이 바로 조씨 가문의 쌍둥이 중 하나이자 공도 많이 세우고 천하를 압도할 만한 실력을 지닌 최강 전쟁 여제 조홍연이었다.“장... 장군님, 장군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로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당장 그 사람을 풀어줘.”조홍연은 쓸데없는 말 없이 용건만 말했다.“장군님, 그건... 규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로스가 울상을 지었다.쨍!그녀는 삼척 청봉검을 휘둘러 날카로운 칼날을 로스의 목에 겨누었다.“한 번 더 말해봐.”조홍연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꿀꺽!로스는 하려던 말을 다시 꿀꺽 삼켰다.조홍연은 사
한참 동안 고민하던 대머리 남자가 불쑥 한마디 했다.“허튼소리 하지 마. 밖에 넘어야 할 관문이 가득하고 고수도 수두룩해. 우리 같은 사람은 날개가 있어도 도망치지 못해.”여윈 노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동안의 수련을 대부분 잃은 지금은 물론이고 최정상일 때도 탈옥은 불가능했다.“어르신, 어차피 죽을 거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대머리 남자가 이를 꽉 깨물었다.“제가 생각해봤는데 관리인을 인질로 삼으면 살 희망이 조금은 있어요.”“맞아요, 맞아요. 인질이 우리 손에 있다면 도망칠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뭇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만약 일반 옥졸이라면 당연히 안 되지만 이 관리인은 교도소 소장의 처남이라 꽤 쓸모가 있을 것이다. 관리인은 그들의 가장 큰 희망이었다.“지금까지 블랙 프리즌에서 탈옥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 탈옥하다가 실패하면 그 결과가 어떨지 너희들도 잘 알 거야. 그러니 그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아.”여윈 노인이 고개를 내저었다.“그럼 어떡해요? 이대로 죽기만을 기다려야 하나요?”대머리 남자가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우린 그래도 아직 돌이킬 여지가 있는데 이 젊은이는 목숨이나 부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벽에 기대어있는 유진우를 쳐다보는 여윈 노인의 두 눈에 동정이 어렸다.“저 미친놈은 들어오자마자 큰 사고를 치고도 저렇게 침착하다니,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군요.”대머리 남자는 감탄하는 동시에 단검 하나를 꺼내 유진우의 발 옆에 휙 던졌다.“이봐, 너의 용기는 인정이야. 이 단검은 너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해두지.”“고맙지만 전 필요 없어요.”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챙겨둬. 곧 쓸 일이 생길 테니까.”대머리 남자가 진지하게 말했다.“이따가 살지 못할 것 같으면 이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러면 적어도 육체적인 고통은 덜 받을 거야.”유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호신용으로 사용하라고 주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자결용이었다. 이보다 더 친절한 사람은 없을
쿵!로스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순간 사람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자리에 굳어버렸다.화려한 복장의 뚱보, 여윈 노인, 대머리 남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수감자들 모두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하나같이 입을 쩍 벌렸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거 정말이야? 눈앞의 이분은 블랙 프리즌의 소장인데?’엄청난 실력을 지닌 무도 마스터이자 이름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지게 하고 수감자들의 생사를 손에 쥐고 흔드는 무서운 존재이다. 이 블랙 프리즌에서 소장이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누구든지 그를 보면 허리 굽혀 깍듯하게 인사해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도 높은 자리에 있고 안하무인인 신이 한낱 수감자에게 무릎을 꿇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찌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매... 매형, 왜 무릎을 꿇어요? 얼른 일어나요...”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화려한 복장의 뚱보는 재빨리 로스 앞으로 다가가 부축하려 했다.“저리 썩 꺼져!”로스는 뚱보의 따귀를 후려갈기며 호통쳤다.“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네?”바닥에 주저앉은 뚱보의 표정이 잿빛이 되었다.‘뭐야? 설마 내가 엄청난 거물이라도 건드린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매형이 갑자기 가차 없이 선을 그을 리가 없는데?’“로스? 블랙 프리즌의 소장이라고요?”갑작스러운 상황에 유진우도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내가 당신을 알아요?”“어르신은 절 모르시지만 전 오래전부터 어르신의 존함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일은 오해로 인해 비롯된 것이니 부디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로스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두려움에 벌벌 떨었고 온몸에 식은땀이 흥건했다.유씨 가문의 천재가 블랙 프리즌에 갇혔다는 소문이 위왕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위왕의 성격에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난 어르신이 아니에요. 사람 잘못 봤어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상대가 유씨 가문의 권력을 두려워하는 게 눈에 보였다.“네네, 제가 실수했습니다. 어르신이 아니라 도련님
“당연히 문제없죠. 도련님의 친구분들이라면 분명 정의가 넘치고 의로운 일을 하시는 분들이겠죠.”로스는 한마디 아첨한 후 손을 흔들었다.“풀어줘!”철컹! 철컹!잠겨있던 쇠사슬이 하나둘 전부 풀렸다. 사람들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여생을 블랙 프리즌에서 보낼 줄 알았는데 오늘 다시 바깥의 해를 볼 수 있다니, 정말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고맙습니다, 소장님.”여윈 노인 일행은 다시 무릎을 꿇었다.“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 감사 인사는 도련님께 해.”로스는 참으로 눈치가 빨랐다.“고맙습니다, 도련님.”사람들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의 눈에 비친 유진우는 그야말로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어쨌거나 나도 악당파의 일원인데 당신들이 이곳에서 고생하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죠. 함께 나갑시다.”유진우는 씩 웃어 보이고는 감옥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비록 함께 지낸 시간이 길지 않지만 본성이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고 죽여야 할 사람을 죽였다는 걸 유진우는 알고 있었다. 하여 직접 나서서 그들을 구한 것이었다.블랙 프리즌의 감옥은 지하에 있었다. 유진우가 로스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에 도착했을 때 마침 해가 저물고 있었다.하늘 끝 붉은 석양이 천천히 지고 있었다. 유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심호흡을 한 후 철문을 나섰다.그런데 그가 몇 걸음 옮기자마자 누군가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은발과 빨간 무사 도복 차림에 삼척 청봉검을 메고 있었고 얼굴은 차가우면서도 미인의 기개가 넘쳤다.유진우는 순간 멍해졌고 예전의 기억들이 순식간에 뇌리를 스쳤다.“저 여자분은 누구셔? 참 예쁘게도 생겼네.”“목소리 낮춰. 어깨의 배지를 보니까 장군이야.”“아니야, 장군이 아니라 전쟁 여제 배지야.”“뭐? 전쟁 여제라고? 우리 용국에 저런 분이 계셨어?”“세상에나! 설마 저분이 바로 명성이 자자한 홍연 전쟁 여제란 말이야?”그 소리에 현장이 순식간에
조홍연과 유진우의 스스럼없는 모습에 사람들은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방금 출소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조홍연의 부장인 공요와 유란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까지 그들이 봐왔던 전쟁 여제는 사람을 죽일 때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 인정사정없는 사람이었다. 누구를 만나든 차갑고 도도한 표정이었고 화를 내면 더욱 무서웠다. 상대가 누구일지라도 그녀의 앞길을 막는 자는 가차 없이 베어버렸다.이치대로라면 남자가 그녀 몸에 손만 대도 손발이 부러질 텐데 유진우가 머리를 만지는데도 화내기는커녕 되레 활짝 웃고 있었다.이 광경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전쟁 여제에게 이런 다정한 면이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정말로 이름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지고 우러러볼 수조차 없던 전쟁 여제란 말인가?“장혁 오빠, 그동안 잘 지냈어요?”그의 익숙한 얼굴을 보고 있는 조홍연은 마음이 복잡미묘했다.한때 이름을 떨치고 천하를 압도했던 천재의 날카로움은 10년 못 본 사이 전부 다 사라졌다. 소년의 건방짐과 날카롭던 눈빛, 그리고 남다른 분위기도 사라졌고 그 대신 눈에 띄게 점잖아졌다.하지만 어떻게 변해도 그는 여전히 유장혁 오빠였고 그녀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난 잘 지내고 있어. 맨날 자유롭게 다니니까 너무 좋아. 받는 스트레스도 없고 싸울 일도 없고.”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어릴 적 코를 흘리며 졸졸 따라다니던 어린애가 10년 사이 어엿한 여인이 되었고 용국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전쟁 여제가 되었다.“장혁 오빠, 그동안 왜 한 번도 연락 안 했어요? 조무진도 오빠의 소식을 알고 있던데 나만 모른다는 게 말이 돼요?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에요?”조홍연이 원망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아닌데? 무진이더러 너에게 연락하라고 했었어. 설마 걔가 여태껏 말 안 했던 거야?”유진우는 놀란 척했다. 그의 말에 조홍연의 표정이 급변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살기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왔다. 등에 메고 있던 삼척 청봉검마저도 윙윙거리며 진동
“긴장해 하지 말아요. 당신과 상관이 없다는 거 아니까. 하지만 당신의 부하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유진우가 귀띔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조사해볼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로스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퉁퉁 부은 화려한 복장의 뚱보를 유진우 앞에 데려왔다.“도련님, 바로 이놈이었어요. 죽이든 어찌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손이 더러워지는 게 싫으시면 제가 대신 처리해드리겠습니다.”“도련님, 살려주세요.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어떤 사람이 저에게 돈을 주면서 도련님을 잡아들이라고 했어요. 그러니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뚱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렸다. 머리를 땅에 어찌나 세게 박았는지 피부가 벗겨져 피가 흘러내렸다.“지시한 사람이 누구야?”유진우가 캐물었다.“강씨 가문의 도련님 강백준입니다.”뚱보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역시 그 사람이었군.”유진우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조금 전까지는 그저 의심이었지만 이젠 확신할 수 있었다.“소장님, 차 한 대 좀 빌립시다.”유진우가 말했다.“당연히 문제없죠. 어디로 가실 건가요?”로스가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로얄호텔이요.”유진우가 솔직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로스가 손을 흔들자 부하가 군용 지프차 한 대를 가져왔다.“아 참, 영감님.”유진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여윈 노인을 보며 말했다.“갈 곳이 없으면 강린파에 가서 홍길수를 찾으세요. 걔가 알아서 머물 곳을 마련해줄 겁니다.”“고맙습니다, 도련님.”사람들은 바로 허리를 굽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른 말 없이 곧장 차를 타고 떠났다. 강백준이 먼저 그에게 손을 썼으니 당연히 갚아줘야지....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이 짙게 깔렸다.그 시각 로얄호텔 연회장.직위가 높고 명성과 위세가 대단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술을 들고 즐거움을 나누고 있었다.연회장 2
연회장 입구.블랙 드레스를 입은 이청아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아름다운 얼굴에 늘씬한 몸매가 더해져 우아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단연코 눈에 띄었다.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녀에게 쏠렸다. 놀란 사람, 기뻐하는 사람, 질투하는 사람, 부러워하는 사람, 그리고 욕망이 샘솟는 사람도 있었다.“언니,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오지 않는 건데. 내가 공을 들여 꾸며도 사람들은 다 언니만 쳐다보잖아요. 내 존재감은 하나도 없어요.”이청아와 동행한 단소홍이 낮은 목소리로 원망하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오늘 강 장군의 파티에 참석한다는 소리에 직위가 높고 명성과 위세가 대단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려고 단소홍은 공을 들여 꾸몄다. 드레스 한 벌이 수천만 원에 달했고 몸에 지닌 액세서리 가격만 해도 수억 원이 훌쩍 넘었다. 정말 큰마음 먹고 돈을 확 질렀는데 결과는 어떠한가?이청아의 옆에 서 있으니 그저 들러리일 뿐이었고 눈길 한번 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못생긴 게 아니라 이청아가 워낙에 미모가 빼어났기 때문이다. 그 누구든 이청아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서울 전체에서 이청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사람은 아마 조선미밖에 없을 것이다.“청아 씨, 왔어요?”그때 인파가 갈라지면서 화이트 정장 차림에 신수가 훤한 강백준이 웃으며 다가왔다.“강 장군님.”이청아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청아 씨 오늘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눈이 다 부셔요.”강백준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과찬이십니다.”이청아가 웃으며 예의 바르게 답했다.“강 장군님, 그럼 저는요? 저는 예쁘지 않나요?”단소홍이 불쑥 한마디 하더니 자신의 섹시한 몸매를 한껏 드러냈다.“예뻐요, 예뻐요. 두 분 다 예뻐요.”강백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하... 고맙습니다.”단소홍은 일부러 쑥스러운 척했다.그들이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 한 쌍의 남녀가 들어왔다. 오만한 태도의 남자와 요염한
이기적인 조강진에게 양측 모두의 미움을 살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응?”조강진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인상을 썼다.이 늙은 여우는 공을 뺏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더니 책임을 떠넘길 때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이봐요.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게 내어주면 난 당신에게 혜택을 줄 수 있소.”엄기준은 유진우를 바라며 지시하는 투로 말했다.“누구시죠? 저 아세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룡종의 서열 2위 엄기준이요.”엄기준은 오만하게 말했다.“그쪽이 고분고분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어준다면 앞으로 우리 유룡종은 당신의 든든한 뒷배가 될 거요.”“내가 내놓지 않겠다면요?”“내놓지 않겠다고? 흥!”“그렇다면 그건 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것인데,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이름 없는 작은 인물이 유룡종과 맞서는 건 죽는 길밖에 없었다.“그 말을 들으니 정말 사람을 내놓고 싶지 않네요.”유진우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지금 환자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요. 난 의사로서 환자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니 유룡종이든 다른 세력이든 오늘 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이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엄기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협박했다.“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서남부에서 아무도 너를 지킬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사람을 내놔!”“싫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내뱉었다.“네 놈이 죽고 환장했어!”엄기준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얘들아! 이 새끼를 당장 박살 내버려!”두 명의 유룡종 제자가 듣자마자 칼을 뽑았다.“그만!”이때 서지석은 갑자기 외쳤다.“이 사람은 내 친구요.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서지석!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감히 유룡종과 맞서는 사람은 모두 대가를
유룡종은 서남부 3대 종파의 우두머리이며 실력은 금도문과 비설파보다 훨씬 강했다.마을은 이런 대문파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어쨌든 사막의 마을이 살아남으려면 유룡종의 비호에 의존해야 했다.“이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이장님이 구한 그 사람을 우리 유룡종이 데려가야겠어요.”엄기준은 고개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만약 우리 유룡종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앞으로 이장님과 우리 유룡종은 친구가 되는 겁니다.”“그게...”그 말을 들은 조강진은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그의 처음 의도는 바람을 통해 횡재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세력을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특히 유룡종이 이런 조건을 내걸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물론 거절할 자신도 없었다.“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왔는데 유룡종이 독식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그때 비설파의 연우혁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왜요? 불만 있어요?”엄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하게 물었다.“저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계신 모든 분이 불만을 가질 것 같은데요.”연우혁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재치 있게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였다.유룡종은 아주 강했으니 비설파가 혼자 힘으로는 상대하는 건 무리수였다.그러나 동맹을 맺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그래서 자네들이 우리 유룡종에 맞서겠다는 건가?”엄기준은 위협하는 기세로 사방을 훑어보았다.모두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떠날 의향도 없었다.분명 유룡종이 독식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서지석,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엄기준은 서지석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는 안중에도 없지만 금도문의 서지석은 예외였다.만약 상대방이 연우혁과 동맹을 맺는다면 일이 확실히 좀 번거로워질 것이다.“당신들 사이 원한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바람은 절대 당신이 데려갈 수 없어요.”서지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바람 씨, 진정하세요. 이제는 안전해요.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마세요.”바람의 감정이 격해진 것을 보고 이청성은 급히 위로했다.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이런 상태로는 유용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의 바람은 이미 공포에 휩싸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여전히 머리를 감싸 안고 벌벌 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이 사람... 정말 미친 건 아니겠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요?”조강진은 좀 초조해졌다.겨우 돈줄을 찾았는데 그의 정신이 혼미하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진우 씨, 이 사람을 진정시킬 방법 있어요?”이청성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물었다.“그거야 쉽죠.”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은침 하나를 꺼내 바람의 뒷덜미를 찔렀다.바람은 몸을 움찔하더니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곧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이게 진우 씨 방법이에요?”이청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침 하나로 바람이 진정하긴 했지만 이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이 사람은 크게 놀라서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요. 이 침으로 바람을 진정시키고 먼저 한 시간 동안 재우고 깨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이청성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용원의 기는 그녀에게 정말 중요했으니 반드시 상황을 알아내야 했다.만약 용원의 기가 정말 오아시스에 숨겨져 있다면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손에 넣을 것이다.“이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서 누가 소란을 피워요!”그때 정문을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얼굴이 약간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아 뺨을 맞은 것이 분명했다.“소란을 피워? 누가 감히 사막의 마을 이장 댁에 와서 소란을 피워?”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한 마을을 질서 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그는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위대도 갖고 있었다.예전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
“이봐요 젊은이, 환자 병세도 보지 않고 치료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자만하는 것 아닌가요?”마을 의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는 비록 마을 의사지만 어쨌든 십여 년의 의료 경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다.그도 속수무책인 병을 어떻게 햇병아리가 고칠 수 있을까?“환자의 외상은 13곳이며, 가장 심각한 것은 가슴과 등 관통상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체 조건이 강해서 치명적이지 않죠. 가장 골치 아픈 점은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되어 오장육부가 다양한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때 해독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내일까지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유진우는 마치 집안의 보물을 세듯 바람의 병세를 자세히 말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마을 의사는 화들짝 놀랐다.그는 맥을 짚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비로소 상응하는 결론을 얻었다. 근데 눈앞의 이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병을 많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답했다.“뭐? 한눈에 알았다고?”“무슨 불치병도 아니고 한 번만 봐도 충분합니다.”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자 마을 의사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한동안 대답하지 못 했다.그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색으로 보아 정말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정말 고칠 자신이 있어요?”조강진이 떠보듯 물었다.“시도해보면 알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좋아요. 그럼 수고하세요.”조강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 유진우를 앞으로 모셨다.바람의 상태를 보면 내일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병원으로 이송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이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유진우는 병상으로 가서 먼저 해독약을 꺼내 바람의 입에 먹였다.그리고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슈우...”일렬로 늘어선 은침이 튕겨 나와 바람의 몸 곳곳의 주요 혈 자리를 정확히 찔렀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유진우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윙...”모든 은침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
“당연하죠! 이건 유리종 제왕녹이에요. 게다가 골동품이라 천금 같은 값어치예요!”진이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천금이라고요? 역시 좋은 아이였어요!”중년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옥 팔찌를 조심스럽게 챙겼다.“급하게 나오느라 다른 건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 옥 팔찌는 꽤 가치가 있으니 맘에 들었으면 합니다.”이청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이렇게 성의를 보이니 나도 어쩔 수 없죠. 이장님께 말씀드리겠지만 이장님이 여러분을 만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어요.”중년 남자는 감히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럼 수고해 주세요.”이청성이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중년 남자는 더 말하지 않고 마당으로 돌아섰다.3분 후, 중년 남자는 다시 집을 나서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우리 이장님이 아가씨를 만나겠대요.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 명만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세요.”“진 대장님은 여기서 지켜주세요. 저와 유진우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이청성은 당부 한마디 하고 유진우를 데리고 들어왔다.한편, 침실 안.바람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이장 조강진이 옆에서 마을 의사와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양 선생, 이 젊은이 정말 가망이 없는 건가?”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오아시스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바람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잘만 활용하면 마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이장님, 이 사람은 중상을 입었고 게다가 체내에 맹독이 있어서 제 의술로는 전혀 치료할 수 없습니다.”마을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작은 병을 치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난치병을 만나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보아하니,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겠군.”조강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장님 저희 마을에서 도시 대형 병원까지 거리가 있어서 적어도 하루는 필요해요. 이 사람 현재 건강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마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네? 누군가 나왔다고요?”그러자 이청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캐물었다.“그 사람이 누구죠? 지금 어딨죠?”그 기괴한 오아시스는 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무사히 탈출했다면 분명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구든지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물을 찾는 성공률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바람이라는 자인데, 오행문의 제자로 둔술에 능하다고 합니다. 사흘 전 오아시스에 들어가 소식이 끊겼는데 방금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사막의 마을로 돌아왔고 이장의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합니다.”진이수가 답했다.“오행문의 바람?”서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강호에서 꽤 유명해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요.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의 후반에 접어들어 천재라고 할 수 있죠.”오행문은 서남 세력에 속하지 않지만 그 잠재력은 결코 금도문에 뒤지지 않았다.“아가씨, 이 사람들은 누구죠?”진이수는 서지석 일행을 보며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모두 금도문의 고수들이세요. 이제 막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이청성이 답했다.“금도문이라고요?”진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꽤 놀랐다.서남부 3대 문파의 금도문은 그들에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청성이 금도문의 제자와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금도문의 보호가 있다면 이번 일정은 훨씬 안전할 것이다.“자, 우선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나를 마을 이장님 댁에 데려가 주세요. 바람에게 직접 물어볼 말이 있어요.”이청성은 지체하지 않고 즉시 진이수에게 길을 안내하라고 하고 이장 댁으로 향했다.지금 바람은 핵심 인물이며 각 세력이 경쟁하는 인기 있는 인물이니 반드시 일찍 나서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곤란했다.5분 후, 몇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이장 댁에 도착했다.마을 이장은 2층짜리 작은 양옥에 살고 있으며 둘레가 100m인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꽃과 풀도 심겨 있었다.마당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한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