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왕현이 틈을 보이자 단철수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결정적인 순간에 은침 하나가 사람들을 뚫고 단철수의 검을 찔렀다.“띵!”은은한 소리와 함께 장검이 꺾이는 소리가 났다.“누구야?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단철수는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뒤로 물러섰다.바늘을 사용해서 장검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은 몰래 공격한 자의 내공이 깊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서 몰래 기습 공격까지 한다니, 현무문 사람들 다 그렇게 비열한가?”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모두가 뒤를 돌아보자, 어둠 속에서 잘 생기고 비범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와서 가로등 아래에 당당히 서 있었는데 다름 아닌 방금 도착한 유진우였다.“강 당주님! 저 자식이 바로 송호 조카를 죽인 유진우예요.”유진우를 본 전원중이 소리쳤다.“죽여! 빨리 죽여! 송호 형의 복수를 해!”전세권, 진경준이 뒤에서 소리쳤다.전원중이 오너 자리에서 내려온 후로 그들의 위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지금의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유진우였기에 그들은 유진우를 뼛속까지 미워했다.“네가 나의 두 제자를 죽였어?!”강수원은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강준혁을 죽인 건 맞지만, 송호는 안 죽였어. 그냥 폐인으로 만들었을 뿐이야.”유진우는 무심하게 말했다.“헛소리! 송호 형도 당신이 죽였잖아!”전세권이 소리를 질렀다.“맞아! 당신이 송호 선배가 중상을 입은 틈을 타서 기습 공격을 해서 죽였잖아. 비열한 놈!”진경준도 동조했다.“내가 송호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링 위에서 죽였겠지. 못 믿겠다면 그냥 내가 죽인 걸로 하든지.”유진우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오늘 싸움은 어차피 치러야 할 것이기에 힘들게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강 당주님, 들으셨죠? 이 자식이 이렇게 오만해요!”“저놈을 혼내주지 않는다면 우리 현무문의 체면이 뭐가 되겠어요.”전원중, 전세권, 진경준이 계속 선동했다.“이봐
일곱 명은 서로를 보완하며 공격과 방어를 하는데 조금도 빈틈이 없었다.포메이션이 움직이면서 순식간에 검기가 휘몰아쳤고 살기가 가득했다.“재미있네.”유진우가 눈썹을 치켜들고 갑자기 몸을 꿈틀거렸다.그는 마치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하늘을 가리는 검기 그물 속에서 끊임없이 요리조리 피했다.위험해 보였지만 그는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한번은 검이 거의 그의 몸을 찌를 뻔했었지만, 결국에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죽여, 죽여 버려!”전세권과 진경준은 극도로 흥분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유진우가 위험해질 때마다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곤 했다.하지만 유진우가 가까스로 위험을 피해갈 때는 이를 악물었다.“걱정하지 마. 북두칠성 포메이션은 강자를 만나면 더 강해지는 법이야.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놈은 더 위험한 거야!”전원중이 노련하게 말했다.그가 봤을 때 유진우가 패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형님, 검을 받아요!”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왕현은 급한 마음에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유진우를 향해 던졌다.“알았어요!”유진우는 훌쩍 뛰어올라 검을 잡았다.“죽으려고!”유진우가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본 단철수는 매서운 웃음을 터뜨리며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두르며 상대를 향해 찔렀다.고수들의 대결에서는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안 되었으며 게다가 공중에서는 힘을 빌릴 곳이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했다.“허허허...”아래에서 찔러 올라오는 검을 보며 유진우는 경멸의 미소를 지으며 장검을 아래로 격렬하게 휘둘렀다.“쉭!”눈부신 검 빛이 검망의 중앙을 비추더니 하늘을 휘감던 일곱 명이 만든 검망은 산산조각이 났고 일곱 명은 강력한 검 기운에 뒤로 밀려나며 포메이션도 흐트러졌다.“어떻게 이런 일이?!”단철수는 미간을 찌푸렸다.북두칠성 포메이션의 제일 강력한 부분은 일곱 명의 힘을 모아 공격을 하는 것이었기에 이기는 방법은 딱 한 가지 일곱 명이 힘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유진우가 그걸 해
바닥에 널브러진 여섯 구의 시체와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고 있는 단철수를 본 현무문의 제자들은 모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유진우가 단 한 자루의 검으로 북두칠성 포메이션을 부쉈을 뿐만 아니라, 건당 최고의 고수 여섯 명을 한 번에 죽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그렇다면 아까는 유진우가 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건가?“어떻게?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전원중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그 유명한 북두칠성 포메이션이 어떻게? 그것도 이렇게 쉽게 패했다고? 이 녀석,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설마? 건당의 고수들도 상대가 안 된다니?”“저 자식 틀림없이 약을 먹었을 거야. 그러지 않고 어떻게 저게 가능해?!”전세권과 진경준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좀 하는데!”강수원의 표정도 심각해졌다.북두칠성 포메이션을 쉽게 부숴버렸다는 건 실력이 본투비 레벨에서도 상급에 이르렀다는 뜻이다.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는 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악마일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런 악마를 만났다는 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건당의 모든 걸 걸고라도 상대가 더 강해지기 전에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지금 제압하지 않고 2년을 더 넘겼다가는 그 역시 유진우를 제압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건당 제자들은 들어라! 포위하라!”강수원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예!”수백 명의 건당 엘리트들이 순식간에 유진우를 포위했다.모두의 살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약속을 안 지키겠다는 건가? 결국 현무문도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유진우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강수원의 악랄한 행동에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제자가 대결할 때 몰래 숨어서 기습 공격을 하는 자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는가!“유진우! 나를 원망하지 마라. 네가 너무 강력하기에 살려둘 수가 없어!”강수원이 냉정하게 말했다.“좋아, 그럼 오늘 당신들 건당 뿌리째 뽑아버려 주지!”
금발 남자는 두 명의 건당 제자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쳤다.“팍! 팍!”두 번의 폭발음과 함께 건당 두 제자의 머리가 수박처럼 폭발했다.나머지 두 사람은 상황을 보고 후퇴하려고 했지만, 금발 남자에게 붙잡혀 똑같이 당했다.금발 남자는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다.모든 사람들이 그의 잔인함에 할 말을 잃었다.“다 붙어! 죽여 버려!”강수원은 얼굴을 붉히며 곧바로 사살 명령을 내렸다.“죽여!!!”수백 명의 건당 제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동시에 달려들었다.금발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약간 구부린 다음 격렬하게 쿵쾅거렸다.“쾅!”땅이 폭발하며 큰 구덩이가 만들어졌다.금발 남자는 대포알처럼 건당 제자들 속으로 뛰어들었는데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방에 시체가 널렸고 바닥은 피로 물들었다.길을 막는 사람은 누구든 그와 부딪치면 온몸이 폭발했다.“하하하...”금발 남자는 크게 웃으며 흥분했다.반면 건당의 제자들은 죽음을 기다리는 어린 양과 같이 반격할 힘이 없었다.“이 개자식아, 그만해! 멈춰!”제자들이 절반 이상이 죽어 나가는 걸 본 강수원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면서 뛰어올라, 온 힘을 다해 금발 남자의 등을 내리쳤다.“퍽!”금발 남자의 몸이 살짝 흔들리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머리를 돌려 경멸에 찬 눈빛을 보였다.“어떻게?!”강수원은 눈꺼풀을 들썩이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자신은 온 힘을 다했는데도 상대방은 조금도 다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사람이 맞아?’“죽어!”강수원은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강하게 발차기로 금발 남자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걷어찼다.“펑!”이번에도 금발 남자의 머리는 조금 옆으로 비뚤어지더니 바로 제자리로 왔으며 아무렇지 않았다.그 모습에 강수원은 식은땀을 흘렸다.“동방병자들!”금발 남자는 비꼬는 웃음을 터뜨리며 주먹을 날렸고 강수원은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서 막았다.“펑!”강수원의 두 팔은 바로 골절되었고 온몸은 트럭에 치인 것처럼 순식간에 10미터 밖으로 튕겨 나가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신전의 전쟁의 신은 왜 여기에 왔어요? 설마 강 당주가 신전의 거물을 건드린 건가요?”살기 어린 아레스를 바라보던 전세권과 진경준은 공포에 질려 곧장 뒤로 물러섰다.“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난 그럼 누구한테 물어보냐?”전원중은 침을 삼키며 불친절한 태도로 말했다.오늘 유진우를 없애려고 했는데 갑자기 신전의 강자한테 당할 줄을 몰랐다.너무 이상했다!“이봐. 우리는 당신들 신전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왜 우리 현무문 제자들을 죽이는 거야?”강수원이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 당신들 서경의 경호팀 아니야?”아레스는 이상해하며 되물었다.“서경 경호팀? 우리는 현무문의 제자들이야!”강수원이 울먹거리며 외쳤다.그러니까 현무문의 제자들은 모두 희생양이 된 것이었다.“그래서 이렇게 보잘것없었구나. 죽였으면 죽였지. 그냥 몸풀기한 거라고 생각해야지.”아레스가 웃었다.“...”강수원의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감히 반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잘못했다가는 그냥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아레스, 장난 그만해. 임무가 중요하니까.”그때 청량한 여성 목소리가 들리더니 전투 갑옷을 입고 왼손에는 검을, 오른손에는 방패를 든 보라색 머리의 여인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 여인은 섹시하고 아름다웠다.“아테나, 너도 내가 많이 죽일수록 전투에서 더 강해진다는 걸 알잖아, 미리 워밍업을 한 거니까 괜찮아.”아레스가 웃으며 말했다.“아테나?!”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전쟁의 여신 아테나도 강능에 나타나다니!아테나는 아레스에 못지않은 강자였다!아레스 혼자서도 건당을 멸살시키는데 아테나까지 함께 한다면 현무문의 8대당이 힘을 모은다고 해도 학살당할 것이다.“너희 둘도 숨지 말고 나와!”아테나가 말하자, 두 사람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한 명은 잘생긴 얼굴에 활과 화살을 든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키가 2미터가 넘고 근육이 바위처럼 탄탄한 건장한 남자였다.“난, 신전의 아폴로.
두 다리가 두려움에 떨리기 시작했다.“도대체 이 괴물들은 왜 여기에 온 거지?”전원중은 너무 무서워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런 강자들을 만나게 될 줄 알았더라면 오늘 이곳에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신전의 4대신이 나타난 뒤로 순식간에 상방이 고요해졌다.모두 멍하니 서서 감히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심지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마치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현실적으로도 그들은 4명의 강자 앞에서는 개미와 다를 바 없었다.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그들은 궁금했다.도대체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온 걸까?“유 선생님, 여기에 있는 걸 알고 왔으니 이제 나오시죠?”네 사람 중에서 아테나가 먼저 말했다.“정말 재미있네!”유만수가 웃으며 술잔을 들고나왔다.“신전에서 당신들 네 명을 보냈다는 건, 나를 여기서 죽이려는 건가?”“유 선생님, 신전에서도 당신과 같은 인재를 존경합니다. 선생님께서 동의하신다면 오늘 아무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저희의 보호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아테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하하... 자네 말은 나더러 나라를 배신하라는 건가?”유만수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용국이 선생님께 주는 건 우리도 드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더 많이 드릴 겁니다. 우리 서방세계로 오시면 선생님의 재능을 더 잘 발휘하실 수 있을 겁니다.”아테나는 계속 설득했다.“솔직히 말하면 나는 3가지 원칙이 있다네. 그건 바로 노인, 약자, 여자, 아이들을 죽이지 않는다. 탐관오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나라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 여러분을 실망하게 할 수밖에 없겠네.”유만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아테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자네 네 명이 나를 죽일 수 있겠나?”유만수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전쟁에서 싸우는 건 안 되지만, 사람 죽이는 건 우리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겁니다.”아테나는 자신감이 넘쳤다.“헛소리 그만해. 죽이고 싶어
결투는 계속되었다. 홍복홍은 홀로 4대 신전 강자를 상대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고 끄떡없었다.다섯 개의 그림자가 서로 뒤엉킨 채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싸우는 모습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나무들이 쓰러지고 집이 무너져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유진우는 문 앞에 서서 가끔 날아오는 기운을 막곤 했다. 홍복홍이 결투 장소를 멀리 옮겼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의원이 진작 무너졌을 것이다.“형님네 집안 어르신이 이렇게나 강했어요? 4대 천신급 고수와도 전혀 밀리지 않고 맞설 줄은 정말 몰랐어요.”왕현은 전방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결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다섯 개의 그림자가 서로 뒤엉킨 데다가 속도도 너무 빨라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우리 집안 어르신이 아니에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아니라고요? 그런데 왜 형님 아버지랑 같이 있는 거죠?”왕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유씨 가문의 하인이나 다름없어요.”유진우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는 홍복홍에게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하인이요?”왕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고 가슴이 움찔했다.‘하인이 이렇게나 강하다고? 진우 형님네 집안이 왕실 집안은 아니겠죠?’“뭔가 문제 생긴 것 같아.”그때 유진우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갑자기 길목을 쳐다보았다.길목의 불빛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계속 깜빡이기 시작했고 흐릿한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불빛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불빛이 밝아졌을 땐 그림자도 사라졌고 불빛이 어두울 땐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불빛이 매번 반짝일 때마다 그 그림자가 조금씩 이동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검은 수염이 덥수룩한 영감이었는데 이국적인 외모에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저승사자처럼 죽음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저 저... 저 사람 누군지 알아요! 저 사람이 바로 신전의 명왕 하데스예요!”그때 인파 속에
하데스는 동방의 예절대로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았다. 그러고는 손을 번쩍 들어 다시 아래로 꾹 눌렀다.“우르르 쾅쾅!”하늘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마치 작은 산 같은 검은 손바닥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유만수를 힘껏 짓눌렀다.커다란 손바닥 그림자와 비교하니 유만수는 마치 한 마리의 개미처럼 유난히 작아 보였다. 저 손바닥에 맞는다면 사람이 아니라 아마 의원 전체가 그대로 무너져내릴 것이다.“쿵!”결투 장소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현무문의 제자들은 그 위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시뻘건 피를 토해내며 털썩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신들의 전쟁에 백성들만 죽어날 판이었다.마스터급 고수들을 인간 핵무기라고 비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충 일격만 가해도 산이 무너지고 땅을 갈라놓을 만한 힘을 지녔으니 일반인들이 어찌 버틸 수 있겠는가 말이다.“뭐야?”머리 위로 떨어지는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나설까 말까 망설이던 그때 한 흰옷 영감이 갑자기 나타나 유만수의 앞을 가로막았다.흰옷 영감이 금빛을 내뿜자 사오 미터 되는 금색 거인이 그의 등 뒤에 나타나더니 손바닥 그림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금색 거인은 미동도 없이 흰옷 영감의 뒤에 서 있었다. 마치 금색의 불상 같았다.“당신은 또 누굽니까?”하데스가 어두운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물었다. 암살 과정에 그 어떤 예외도 없을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고수가 숨어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다.“성은 부씨요, 자금성에서 내관직을 맡고 있습니다.”흰옷 영감은 백발이었지만 얼굴은 동안이었고 수염도 기르지 않았다. 말할 때 시선을 늘어뜨리고 태도도 겸손하여 위압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부씨?”하데스가 실눈을 뜨고 그를 보더니 문득 뭔가 생각난 듯했다.“아... 기억났어요. 당신이 바로 그 전설 속의 제일 고수 부규환 씨군요.”흰옷 영감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헛된 명성인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