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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강로이
엘리베이터 안.

유진우는 낙담한 눈길로 가슴팍의 옥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

진작 예상은 했으나 막상 이혼하니 좀처럼 기분이 후련하지 못했다.

그가 바라던 행복은 아주 단순했다. 하루 세끼를 함께하고 소소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뿐이었다.

다만 이제야 알게 됐다.

소소함도 죄라는 것을.

소소한 행복에 흠뻑 빠진 3년이란 세월, 이젠 그만 깨어날 때가 되었다.

“띠리링...”

한창 넋 놓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우 씨, 안녕하세요. 저는 강능 상회의 안병서예요. 오늘이 진우 씨와 청아 씨의 결혼기념일이라면서요. 제가 특별히 두 분께 선물을 준비했는데 언제 시간이 되실지 모르겠네요.”

“고마워요, 병서 씨 마음만 잘 받을게요. 앞으론 이런 거 준비하실 필요 없어요.”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네?”

안병서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회장님, 또 다른 용건 남으셨나요?”

유진우가 화제를 돌렸다.

“그게 사실... 대표님께 부탁드릴 사연이 하나 있어서요.”

안병서가 어색한 듯 마른기침을 해가며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제 친구가 요즘 이상한 병에 걸려서 온갖 명의를 수소문해 봐도 치료가 잘 안돼서요. 실례지만 진우 씨가 한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회장님도 제 룰을 잘 알고 계실 텐데요.”

“물론이죠! 빈손으로 감히 부탁을 청하겠나요. 제 친구 집에 마침 진우 씨가 원하던 용심초가 하나 있어요. 도와만 주신다면 이 희귀한 약재를 보상으로 드리겠습니다.”

안병서가 대답했다.

“진짜예요?”

유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니까요!”

“좋아요, 그럼 직접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유진우가 바로 허락했다.

그는 돈과 보석 따위에 아무런 흥미가 없지만 일부 희귀한 약재는 꿈에도 오매불망 그릴 정도였다.

왜냐하면 그것으로 목숨을 구해야 하니까!

“고마워요, 진우 씨. 지금 바로 분부해서 진우 씨 모시러 가겠습니다!”

안병서가 한시름 놓인 듯 웃으며 말했다.

강능 3대 거물 중의 일인인 상회 회장 안병서는 만인이 우러러보는 인물이지만 유진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말았다...

“운이 따라주네. 희귀한 약재를 또 하나 얻었어. 이제 다섯 개만 더 찾으면 돼. 아직 시간이 될 거야.”

유진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두웠던 그의 마음이 조금은 환해졌다.

“딩동!”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유진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회사 대문을 나설 때 익숙한 두 사람의 실루엣과 마주쳤다.

한 명은 이청아의 엄마 장경화이고 다른 한 명은 이청아의 남동생 이현이었다.

“어머님, 이현 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유진우가 먼저 인사를 올렸다.

“너랑 청아 이혼 다 했어?”

장경화는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네.”

유진우가 억지 미소를 지었다.

“이 일은 청아랑 상관없어요. 다 제 탓이니까 청아 원망하지 말아요.”

그는 서로 훈훈하게 마무리 짓고 싶어 이렇게 얘기했지만 정작 그의 말을 들은 장경화가 코웃음 치며 쏘아붙였다.

“당연히 네 문제지! 우리 청아 성격은 내가 잘 알아. 네가 미안한 짓을 저지르지 않는 한 걔는 절대 이혼 얘길 꺼낼 애가 아니야!”

“네?”

유진우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이건...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인가?

“어머님, 3년 동안 제가 어떻게 해왔는지 똑똑히 지켜보셨을 겁니다. 저는 청아한테 잘못한 거 전혀 없어요.”

유진우가 말했다.

“쳇! 사람 마음은 갈대야. 네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누가 알겠어? 아무튼 우리 딸이 너랑 이혼하는 건 틀림없이 네 문제야! 꼴 좀 봐, 우리 청아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

장경화가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

“어머님,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3년 전에 그가 선뜻 손 내밀지 않았다면 이씨 일가도 오늘 같은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말이 심해? 그럼 또 어쩔 건데? 내 말이 틀린 것 하나 있어?”

장경화가 양쪽 팔을 껴안고 쏘아붙였다.

“그만해 엄마! 이 인간과 쓸데없는 얘기할 필요 없어!”

이때 옆에 있던 이현이 불쑥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이봐 유진우! 우리 누나랑 이혼하는 건 내 알 바 아니지만 그 돈은 반드시 내놔야 할 거야!”

“돈이라니? 무슨 돈?”

유진우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시치미 좀 그만 떼! 내가 모를 줄 알아? 누나가 당신한테 이혼 보상 비용으로 16억 원을 줬잖아!”

이현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맞아! 그건 우리 청아 돈인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가져가? 당장 내놔!”

장경화도 손 내밀어 카드를 뺏을 기세였다.

“그 16억 원은 일 전 한 푼 안 가졌어요.”

유진우가 부인했다.

“뭔 개소리야! 누가 16억 원을 마다해? 우리가 정말 바보로 보여?!”

이현은 아예 믿지 않았다.

“유진우, 눈치가 없다면 고분고분 내놓는 게 좋을 거다. 내가 화내는 꼴 보고 싶어?”

장경화가 으름장을 놓았다.

“못 믿겠다면 청아한테 전화해 봐요.”

유진우는 더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왜? 우릴 겁 주는 거야? 내 말 똑똑히 들어, 이혼이 누구 탓이든 넌 반드시 맨몸으로 나앉아야 할 거야. 일전 한 푼도 챙길 생각 하지 마!”

장경화가 사납게 쏘아붙였다.

“엄마! 이 인간이 끝까지 잡아떼니 우리 그냥 몸 뒤져요!”

이현은 살짝 귀찮은 듯 바로 그의 옷 주머니를 뒤지려 했다.

장경화도 곧바로 아들을 따라나섰다.

“어머님, 일을 꼭 이 지경으로 만드셔야겠어요?”

유진우가 미간을 구겼다.

이제 막 이혼 서류에 서명했는데 이씨 일가 사람들이 이 지경으로 피 말릴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그들은 끝까지 막무가내로 나왔다.

“X발! 누가 네 어머님이야? 그 입 닥쳐! 네 꼴 좀 봐! 우리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장경화가 싫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말하면서도 여전히 그의 몸을 수색했다.

한참을 뒤져도 두 사람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젠장,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이 녀석이 정말 돈을 갖지 않은 거야?”

이현은 썩 내키지 않았다.

이때 그의 눈가에 서늘한 빛이 감돌더니 갑자기 유진우의 가슴팍에 걸린 옥 펜던트를 잡아당겼다.

“이건 우리 누나가 걸고 다니던 옥 펜던트잖아! 왜 여기 있어? 네가 훔친 거지?!”

이현이 의심 어린 눈길로 물었다.

“이건 우리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보물이야. 당장 돌려줘!”

유진우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돈을 일 전 한 푼 갖지 않아도 엄마가 남긴 유품만큼은 반드시 돌려받아야 했다!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보물? 이 물건이 매우 값지다는 거네?”

이현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유진우, 넌 우리 집에서 3년 동안 먹고 자고 누리면서 살았어. 이 옥 펜던트는 이자로 셈 치고 우리가 가져갈게!”

장경화가 곁눈질하며 아들과 함께 자리를 뜨려 했다.

“멈춰 당장!”

유진우가 이현의 팔을 확 잡고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펜던트 돌려줘!”

“아... 아파, 아프다고! 이 손 안 놔!”

이현은 손목이 부러질 듯 아팠다.

“돌려줘!!!”

유진우가 또박또박 말했다.

“X발, 까짓거 버리고 말지. 절대 너 안 줘!”

힘으로 벗어나질 못하자 이현도 화가 치밀어 옥 펜던트를 바닥에 가차 없이 내팽개쳤다.

“짤그락!”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옥 펜던트는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이 광경을 본 유진우는 순간 벼락을 맞은 듯 사색이 되었다.

이건 그의 엄마가 남겨준 유품이다!

이번 생에 그가 유일하게 간직할 수 있는 보물이다!

“감히 나한테 손을 대? 다 망가뜨리고 말 거야!”

이현이 손목을 내리 털며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뿌드득...”

유진우가 서서히 두 주먹을 꽉 쥐자 뼈마디에서 뿌드득 소리가 났다.

그의 서늘한 두 눈은 혈안이 돼 있었다.

“빌어먹을!”

유진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이현에게 가차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철썩!”

주먹에 맞은 이현은 눈앞이 어질거려 두어 바퀴 돌더니 바닥에 툭 쓰러졌다.

그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버릇없는 자식, 네 어미가 가르치지 못했으면 내가 직접 가르쳐줄게!”

유진우는 이현의 머리를 확 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의 뺨을 정처 없이 후려쳤다.

“찰싹, 찰싹, 찰싹...”

연이은 청아한 소리와 함께 이현의 얼굴이 금세 시퍼렇게 멍들었고 입가에 피가 흥건해졌는데 그 모습이 실로 처참할 따름이었다.

“감히 내 아들을 때려? 너 오늘 죽어야겠다!”

장경화가 고함을 지르며 덮쳐들려고 했다.

“꺼져!”

이때 유진우가 고개 돌려 힐긋 노려봤다.

악마와도 같은 사악한 그 눈빛에 장경화는 순간 겁에 질려 꼼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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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각, 도로를 달리는 실버색 벤틀리 안에서.“진우 씨, 할아버지를 구해주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저희 가문의 청룡 카드를 드립니다. 달갑게 받아주세요.”조선미가 금테를 두른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이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진우 씨는 앞으로 우리 가문의 귀빈이 되실 겁니다. 조신 그룹 산하의 모든 산업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요.”“선미 씨, 제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에요.”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그냥 저의 소소한 마음이에요. 안 회장이 말씀하신 용심초는 내일 바로 분부해서 댁으로 가져다드릴 겁니다.”조선미가 웃으며 말했다.“선미 씨, 역시 통쾌하시네요. 그럼 넙죽 잘 받겠습니다.”유진우가 웃으며 청룡 카드를 건네받았다.조선미가 선뜻 내민 물건은 절대 초라한 물건이 아닐 것이다.“끼익!”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기사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길옆에 세웠다.“죄송해요, 대표님. 그 사람들이 저를 협박했어요!”기사는 뜬금없이 이 한마디만 남긴 채 부랴부랴 도망쳤다.그와 동시에 검은색 대포차 두 대가 갑자기 나타나 앞뒤로 벤틀리를 막아버렸다.이어서 차 문이 열리고 얼굴을 가린 채 손에 몽둥이를 든 십여 명의 사람이 기세등등하게 뛰어왔다.맨 앞장선 사람은 대머리에 뚱뚱한 남자였다.“조선미 씨, 저희 사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함께 가시죠.”대머리 남자가 칼을 들고 한쪽 발로 차 덮개를 디디며 말했다."간이 단단히 부은 모양이네. 지금 감히 내 차를 막은 거야?"조선미는 당황해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경호원들이 전부 옆에 있으면 저희도 감히 나서지 못하겠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전부 병원에서 조 어르신을 경호하고 있네요. 옆엔 고작 앳된 남자만 한 명 데리고 있으니 이런 절호의 기회를 우리가 놓칠 리가 있겠어요?”대머리 남자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생각보다 머리는 좀 쓰네. 내 기사를 매수할 줄도 알고 말이야. 하지만 나 진짜 너무 궁금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9화

    “네?”유진우는 표정이 확 얼어붙었다.조선미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할 줄이야.그녀의 아름다움은 이청아의 차갑고 도도한 아름다움과는 또 달랐다.농염하고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그런 아름다움이었다.웃을 때 혼을 쏙 빼놓을 것 같은 눈매가 유난히 매력적이었다.간단히 말하자면 타고난 여우상이라 유혹을 뿌리칠 남자가 얼마 없다.“꺄르륵... 장난 좀 친 거예요. 뭘 이렇게 식겁해요?”조선미가 자지러지게 웃자 가슴팍의 새하얀 속살이 끊임없이 흔들리며 시선을 강탈했다.유진우는 입꼬리가 씩 올라가 재빨리 눈길을 피했다.이 여자는 너무 유혹적이라 볼수록 머리가 아찔거렸다.“진우 씨, 그건 그렇고 아마 또 한 가지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조선미가 웃음기를 거두고 말했다.“무슨 일인데요?”유진우가 흠칫 놀라며 물었다.“알다시피 내 경호원들은 병실을 지키고 있어요. 주변에 경호해 줄 사람도 없고 또 마침 날 노리는 자들이 생겨 위험한 처지에 이르렀네요. 그래서 말인데, 진우 씨가 날 24시간 보호해 줄 수 있을까요?”조선미가 그에게 부탁했다.“보호요?”유진우는 미간을 들썩거렸다.“선미 씨가 안전한 곳을 찾아 숨어있는 게 더 나을 텐데요?”“아직 모르시나 본데 저희 가문에서 오늘 밤 매우 중요한 자선 파티를 열어요. 주최인으로서 제가 빠질 수 없어요. 만에 하나 중도에 소란이라도 피우면 연약한 제가 감당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요. 용심초를 봐서라도 제가 봉변을 당하는 걸 원치 않겠죠?”조선미가 요염하게 눈을 깜빡이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그건...”유진우는 2초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머리를 끄덕였다.“좋아요.”살짝 번거롭긴 하지만 용심초를 위해서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용심초에 그 어떤 변고도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의 부탁을 들어 준 것이다.“고마워요, 진우 씨.”조선미가 입꼬리를 씩 올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보호는 핑계고 주요하게 유진우가 몹시 궁금해졌다....황혼 무렵 봉황루.강능에서 유명한 중식당 봉황루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0화

    “아... 이 대표님이시구나. 뭐 하실 말씀이라도?”이청아를 본 유진우가 흠칫 놀라더니 이내 차갑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그냥 지나가다가 보이길래 인사나 한 번 하려고 왔어.”이청아는 본래 설명하려고 했던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유진우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엄마의 말을 그녀는 전혀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게 정말일 줄이야.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한 사이였으나 한때 남편이었던 사람이 이렇게나 빨리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 영문 모를 불편함이 몰려왔다.“진우 씨, 친구분이세요?”조선미가 넌지시 물었다.여자의 민감한 직감으로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상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적의를 말이다.“전처예요.”유진우가 대답했다.“네?”순간 조선미가 눈썹을 치켜들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조선미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그녀가 친절히 손을 내밀었다. 그 살짝 올라간 아래턱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네. 안녕하세요.”이청아가 예의를 차리며 대답했다.그녀는 자신감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그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선미가 자신을 압도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이 여자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몸매, 얼굴, 분위기 어느 곳 하나 빠지는 곳이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인 절세미인이었다!남자라면 어쩔 수 없이 본능적으로 끌리게 될 것이다.“유진우, 나 예전엔 왜 이 친구분을 본 적이 없었지?”이청아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네가 예전에 나한테 관심이 있기라도 했어?”유진우가 담담히 물었다.그 말에 이청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유진우가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받아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유진우, 난 그냥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야.”몇 초간 침묵한 뒤 이청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무슨 얘기?”유진우가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여기에선 말하기가 좀 그래. 날 따라와.”

최신 챕터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903화

    한참 동안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제 겨우 내우외환을 해결했는데, 유만수가 자리를 넘겨준다고 하니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여보,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요?”옆에 있던 이의진이 권유했다.“그러니까요. 위왕 님, 아직 몸도 정정하시고 지금은 백세시대인데 어찌 이렇게 일찍 자리를 넘겨줄 생각을 하십니까?”장범규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묻고 싶었지만, 감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만약 누군가 나서서 유만수를 설득한다면 새로운 위왕 님의 미움을 살 수도 있으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조용하게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여러분,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침 여러분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후사를 미리 안배하는 것도 제 소원을 이루는 셈입니다.”유만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보...”이의진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유만수가 손을 들어 제재하며 말했다.“그만. 난 이미 결정했으니 더 이상 설득할 필요 없어.”유만수는 다시 모든 사람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여러분, 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정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손에 미래 서경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저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에는 누가 미래의 서경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그건...”유만수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당황했다. 형세를 보아하니 유만수는 내부 투표를 통해 지지자가 많은 사람한테 서경을 맡길 생각인 것 같았다.그러니 문제는 유진우를 선택할 것인가 유천우를 선택한 것인가였다.재능과 능력 면에서 보면 당연히 유진우가 한 수 위이지만 집안 내력과 배후 세력으로 판단하면 유천우가 한 수 위였다.유천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쟁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미래가 기대된다는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902화

    보물 지도를 나눈 뒤 유진우는 사람을 안배해 호룡각의 기지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이곳은 위치가 은밀하여 수비는 쉬우나 공격하기는 아주 어려웠고 또한 두 나라의 국경 지대에 놓여있었다.그러니 이곳을 군사 요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만약 앞으로 서방 제국과 충돌이 생긴다면 이곳이 중요 군사 지점이 될 것이고 여기서 출병한다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미리 준비해 둔다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해당 건을 해결한 뒤 유진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서경왕부로 돌아갔다.이번에 유진우가 서경의 복병을 해결하고 대승을 거두었기에 유만수는 서경의 왕으로서 특별히 부내에서 연회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이번 사건에 공로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초청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한동안 왕부 안팎은 매우 시끌벅적했다.유만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한테 매우 기쁜 소식이었고 호룡각을 멸한 건 더욱 기쁜 일이니 축하할 이유가 충분했다.밤이 되자 왕부 안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서경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각 고급 장교, 각 고위 간부, 그리고 각 방면의 거물들이 모두 왕부에 모여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여러분, 후배인 제가 먼저 몇 마디 하겠습니다.”연회에서 유천우는 먼저 일어나 손에 잔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왕부가 위기를 맞았었지만, 여러분은 떠나지 않고 앞다투어 왕부의 근심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 제가 먼저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유천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도련님이 너무 겸손하네. 우리는 서경의 신하로서 당연히 왕부와 함께해야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별거 아니야.”평양 제후 장범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이야. 오랜 시간을 위왕 님과 함께 보냈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늘 같이했으니, 왕부가 곤경에 처했다면 당연히 전폭적으로 도와야지. 나라를 위해서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901화

    “맞아요. 길이라는 건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죠. 사철수의 모든 행동은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가 없어요. 누구처럼 죄를 공으로 대처할 기회조차 없죠.”유천우는 유태범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유태범이 셋째 삼촌이 아니고 아버지의 인자함이 없었다면, 그뿐만 아니라 형제의 상잔을 원하지 않았고 손실이 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역모는 열 번 죽어도 모자란 죄였다.“흠 흠.”유천우의 눈빛에 유태범은 괜히 마음에 찔려 화제를 돌렸다.“장혁아, 세 개의 보물 창고를 모두 합치면 가치가 엄청날 텐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당연히 전부 서경으로 가져가야죠. 설마 그 잡놈들한테 남겨두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유천우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세 개의 보물 창고를 우리가 전부 독차지할 수는 없어.”유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우리만의 힘으로 호룡각을 멸망시킨 건 아니잖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야. 그러니 보물 창고도 공평하게 함께 나눠야지.”“공평하게 나눈다고? 장혁아, 장난이지?”유태범은 어리둥절해서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방금 사철수의 말을 들었잖아. 호룡각의 보물 창고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것들이고 그 수가 엄청날 텐데, 그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나눈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이번에 호룡각을 소탕하는 데 유태범은 뛰어난 공을 세웠으니, 나중에 또 다른 표창을 받을 수도 있었다.다시 말해, 서경왕부가 더 많은 보물을 얻어야만 유태범의 이익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그는 당연히 보물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보물도 좋지만, 도의도 지켜야죠. 사람들이 멀리서 우리를 도와주러 왔는데, 우리가 보물을 독차지한다면 그건 배은망덕한 사람이죠.”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굳이 똑같이 나눌 필요는 없잖아. 적당하게 성의를 보여주면 되는 거지.”유태범이 말했다.“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 제 결정이 불만스럽다면 유만수에게 일러바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900화

    “사철수 씨,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사진이라도 찍어줘요? 빨리 보물 지도를 찾아내세요.”불만으로 꼴 독 찼던 유태범은 못마땅한 얼굴로 사철수에게 화풀이했다.“알겠어요. 서두를게요.”유태범의 말에 사철수는 즉시 합금으로 되어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채원진의 부러진 손을 들어 중간 부분에 있는 감응 위치를 살짝 눌렀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대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자, 금속으로 만든 금고가 드러났다.금고는 약 33제곱미터 정도의 크기였고 한가운데에는 골드바가 사람의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골드바 외에도 그 주변에는 다양하면서도 진기한 보물들이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비싸고 귀중한 물건들이었다.“이곳은 채원진의 개인 금고예요. 채원진은 마음에 드는 모든 물건을 전부 이곳에 수집했어요.”사철수가 설명했다.“보물들이 어마어마하네요.”유천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나가면 성을 하나 사고도 남겠네요.”“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룡각의 다른 세 보물 창고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것들은 새 발의 피죠.”사철수가 설명했다.“정말이에요?”유천우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당신 말대로라면 호룡각의 보물을 전부 모으면 산더미가 되겠는데요?”“제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왔으니, 산더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사철수는 진지하게 말했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빨리 모든 보물을 긁어모으고 싶네요.”유천우는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보물 지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유태범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있어요.”사철수는 맨 안쪽 선반으로 가서 위에 놓여있는 정교한 박달나무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열어보니 안에는 양피지 3장이 들어있었다. 모든 양피지에는 상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지도 중앙에는 보물 창고의 위치가 금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보물 지도가 진짜라면, 지도에 그려져 있는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99화

    “보물 지도는 어디 있나요?”유진우가 추궁했다.“채원진의 지하 밀실에 있어요.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모시지요.”사철수가 말했다.“지하 밀실?”유천우는 실눈을 뜨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죠? 나중에 나를 악랄하다고 탓하기 싫으면 그런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밀실 같은 건물에는 함정과 암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천우는 사철수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저는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아닙니까.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사철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앞서서 안내하세요.”유진우가 두 근위병에게 눈치를 주자 근위병 두 명이 와서 사철수를 일으켜 세웠다.“잠깐만요. 밀실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려면 채원진의 손이 필요해요.”사철수가 갑자기 말했다.“그건 쉽죠.”유천우는 즉시 칼을 빼 들어 채원진의 오른손을 잘라 사철수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선물이에요.”사철수는 징그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채원진의 손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유진우와 몇몇 사람은 사철수를 따라 기지로 들어갔고 마침내 지휘실 입구까지 도착했다.사철수는 문을 열고 벽 쪽으로 다가간 다음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떼어냈다.그림 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운 하나의 버튼이 있었다.사철수가 손을 내밀어 버튼을 누르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갑자기 양쪽으로 열리더니 안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드러났다.사철수가 유진우를 포함한 몇 명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뒤 스위치를 누르자 문이 닫히더니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반 시간 남짓 지나자 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몇 명 사람들의 눈에는 넓고 호화로운 지하 밀실이 들어왔다.말이 밀실이지 사실 호화 저택에 가까웠다. 안에는 없는 것 없이 다양한 생활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고, 많은 물과 식량도 수집되어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수량이었다.“핵 방지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98화

    “유진우?”무릎을 꿇은 채 냉정한 표정을 한 유진우를 바라보는 사철수의 얼굴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욱 컸다.흑용군이 매복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철수는 이미 호룡각의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호룡각의 기지는 파괴되었고 채원진은 목숨을 잃었으며 사철수는 유진우한테 체포되었다. 하지만 사철수는 어쩌면 이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사철수가 호룡각의 사람이긴 했지만, 서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경은 이미 사철수한테는 고향 같은 곳이었고 주변에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사철수가 저질렀던 많은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했던 거라 마음이 늘 불편했었다.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사철수의 업보였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였다.“아저씨,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채원진이 패했으니, 당신도 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제 와서 더 할말이 남았나요?”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도적이 되는 법이지요. 세자 전하께서 죽이시든 벌을 주든 저는 다 괜찮습니다. 다만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사철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간청했다.“당신이 지금 나한테 그런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세자 전하, 죄인인 저는 죽어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와 딸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용서해 주십시오.”사철수는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으며 유진우에게 절을 올렸다.“당신 말대로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못난 남편과 아비 때문에 그들도 죄인이 된 겁니다. 설마 당신은 어리석게도 그렇게 큰 죄를 지어 놓고 가족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거로 생각한 겁니까?”유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세자 전하, 공을 세우는 거로 저의 죄를 보상하면 안 될까요? 세자 전하께서 소가 되라면 소가 될 것이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될 것입니다.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97화

    바로 이때 조무진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무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자 완전 무장을 한 군부가 보였는데 족히 수만 명은 되는 것 같았다.검은 갑옷을 입고 긴 칼을 허리에 찬 병사들은 기세가 매우 위풍당당했다.얼핏 보면 마치 강철로 되어 있는 호수 같았는데 멀리서부터 강한 압박감을 주는 이 부대는 바로 서경의 최강 정예 부대 흑용군이었다.“보아하니 사철수는 이미 체포된 것 같네요.”이청성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흥용군의 리더는 바로 유천우였다.당시 유천우는 명령에 따라 천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 호룡각의 정예 부대를 미리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만든 뒤 절대적인 병력 우세로 오천여 명의 적을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포로로 체포했다.쿵 쿵 쿵!수만 명의 흑용군이 가까워질수록 그 압박감은 점점 더 강해졌다. 성벽 위에 있던 백호군들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소문에 의하면 흑용군은 용국의 최강 군부로서 창시 이래 백전백승을 이뤘고 여러 차례 뛰어난 공을 세웠으며 어떠한 군부도 흑용군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고 했다.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그 소문은 거짓이 아닌듯했다. 흑용군의 강렬함과 살벌함은 충분히 다른 군부를 경시할 만했다.“형! 임무를 완성했어요. 호룡각의 남은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잡아들였어요.”유천우가 먼저 앞으로 다가와 보고했다.“잘했어.”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은 어떻게 됐어요? 채원진은 죽었어요?”유천우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말했다.“머리가 잘렸는데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조무진은 발로 채원진의 머리를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채원진의 머리는 축구공처럼 땅바닥에서 굴러 유천우의 발밑에 멈추었다.“뭐야! 이렇게 못생겼다고? 어쩐지 맨날 가면을 쓰고 다니더라니.”유천우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암살하고 서경을 해친 놈을 미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채원진은 이미 죽었고 밑에 있던 정예들은 모두 체포되었으니, 호룡각은 이제 완전히 멸망한 셈이에요.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96화

    채원진은 죽고 호룡각 기지는 함락되었다. 이로써 호룡각은 조직 전체가 완전히 멸망했고 남은 사람이라고는 흩어져 있는 병사들뿐이라 크게 위험이 되지는 않았다.하지만 유진우는 방심하지 않고 호룡각이 관련된 모든 사람은 전부 체포하라고 명을 내렸다. 만약 그들이 자진해서 항복한다면 죽음을 면할 수 있지만 끝까지 저항한다면 남은길은 죽음뿐이었다.“형, 드디어 이 재앙 같았던 놈을 처리했네. 축하해!”조무진은 앞으로 걸어가 채원진의 시신을 발로 차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다 네 덕분이야. 네가 20만 명의 백호군을 데리고 채원진의 퇴로를 끊어놓지 않았다면 채원진은 또 다른 기회를 찾아 연명했을지도 몰라.”유진우가 말했다. 그는 채원진을 죽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다. 결국 채원진은 죽었고 그는 승리했다.“난 별로 한 게 없어. 고마워할 거면 공주마마께 고마워해야지.”조무진은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이청성을 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공주마마께서 형을 돕는다고 엄청 바쁘셨어.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독촉하느라 발등에 불이 붙을 뻔했다니까.”“조무진 씨!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이청성은 앞으로 걸어 나오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공주마마께서 학식과 도리가 깊고 외모와 지혜가 뛰어나다고 칭찬하고 있었어요.”조무진은 아첨하며 웃음을 지었다.“흥!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네요.”이청성은 조무진을 흘겨보며 말했다.“공주마마, 감사합니다.”유진우는 공수하며 말했다.“뭘 그렇게 예의를 갖춰요?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도와줬을 뿐이에요.”이청성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게다가 채원진은 우리 공공의 적이잖아요. 유진우 씨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보면 백성을 위해 나쁜 놈을 제거 한 거죠.”“공주마마의 대의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이 얘기는 그만하죠. 비록 채원진이 죽었다고 하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95화

    반면 채원진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십여 미터나 날아가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 팔 전체가 파열되었고 용담적염창도 튕겨 나갔으며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채 바닥에 누워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도련님, 괜찮으십니까?”홍복홍은 재빨리 달려가 떨고 있는 유진우를 부축했다.“괜찮아요.”유진우는 몸에 기혈이 들끓고 팔이 저리고 검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것 같았다.비록 채원진이 중상을 입기는 했지만 방금 전력으로 내뿜은 일격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고 결국 유진우도 피를 토하고 말았다.채원진의 몸에 있는 멸신독이 퍼지지 않았다면 오늘 그를 제압하지 못했을 것이다.“왜? 이럴 수 없어. 절대 이럴 수는 없어...”땅에 엎드려 맥 빠진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는 채원진의 두 손은 긴 손가락 자국을 남긴 채 땅바닥에 푹 꺼져 있었다.안 그래도 흉측하던 얼굴이 더욱 흉측해 보였다.“남길 유언이라도 있나?”유진우는 창궁검을 손에 들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채원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한 세대의 효웅이었던 채원진은 마치 죽음을 앞둔 늙은 개처럼 낭패와 처참함 그리고 빨리 죽기 위해 발악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유진우! 이 비열한 새끼야! 네가 이런 모함을 꾸미지 않았다면 내가 패할 가능성은 절대 없었고 이 지경까지 되지도 않았을 거야. 인정 못 해. 죽어도 인정 못 해!”채원진은 미친 사람처럼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그의 상대는 용국의 지존인 서경 왕 유만수처럼 천하를 뒤흔든 거물이었는데, 젖비린내 나는 아이들 몇 명에게 패했다는 사실을 채원진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비열?”유진우는 콧방귀를 뀌고 말을 이었다.“이런 단어가 네 입에서 나오니까 정말 어이없구나. 사람을 시켜서 내 아버지를 암살하고 이간질로 삼촌을 유혹하여 반역을 도모해 서경을 혼란에 빠뜨리고. 네가 했던 일 중에 어느 하나 비열하지 않은 일이 없어. 죽을 때가 되니 이제 와서 도리를 따지는 거야? 쪽팔리지도 않아? 그리고 네가 인정하든 못하든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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