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아직도 못 알아들은 거예요? 저 자식은 사기꾼이라고요! 저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건 아가씨한테 하나도 도움이 안 돼요!”자신의 말이 아무런 효과도 나타내지 못하자 양의성은 확연히 조급해 보였다.그는 저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유진우 때문에 망가지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이봐요! 오지랖 좀 그만 부려요! 내가 누구랑 어울리든 무슨 상관이에요!”조선미도 이제 인내심의 한계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당신...”양의성은 답답함에 피까지 토해낼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어찌 저토록 멍청할 수 있단 말인가? 속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기꾼을 두둔하고 나서다니. 반반한 얼굴이 그토록 대단한 거란 말인가?“양 도련님, 저런 여자는 속아도 싸요. 좋은 마음으로 충고해 줬음에도 받아들이지 않는 건 본인 문제죠. 본인을 위해 애쓰고 있는 것도 모르고 오히려 역정을 내다니!”옆에 있던 장 비서가 말했다.“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좋은 사람이 되기도 쉽지 않네!”양의성이 질투심에 시뻘게진 눈으로 씩씩거리며 말했다.“당신들 알게 된 지 꽤 오래됐죠?”돌연 이청아가 물었다.조선미의 태도를 보니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을 나누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어떻게 저토록 단호하게 유진우의 편을 들 수 있단 말인가?“시간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우리 두 사람이 지금 같은 마음이라는 거죠.”조선미가 빙긋 웃더니 자신의 풍만한 가슴으로 유진우의 팔을 비볐다. 마치 유진우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는 듯 말이다.그 모습을 본 이청아의 눈빛이 더 차갑게 얼어버렸다.조선미가 일부러 자신을 자극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쾌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물건을 강제로 빼앗아가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유진우, 뒤로 호박씨를 까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이혼하기도 전에 이미 돌아갈 곳을 만들어 놓은 거였다니. 네가 널 너무 얕잡아봤네!”이청아가 애써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이혼을 요구한 일 때
봉황루에 들어간 뒤에도 장 비서는 여전히 화가 나 씩씩거리고 있었다.“흥! 저 여자 외모는 봐줄 만한 것 같은데 눈은 정말 삐엇나봐요. 유진우 같은 쓰레기를 마음에 들어 하다니요.”“그러니까 말이야. 그 얼굴과 몸매가 아까워!”양의성도 탄식을 내뱉으며 말을 보탰다.외모와, 재력, 그리고 능력까지 모두 구비한 그는 대체 왜 그런 완벽한 여자를 얻지 못한단 말인가?“됐어요. 그 얘긴 이제 하지 말아요. 우린 오늘 일하러 온 거예요.”이청아가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장 비서, 가서 오늘 밤 조씨 가문의 파티를 누가 진행하는지 알아봐.”“제 친구가 마침 이곳에서 일하는데 전화를 걸어 물어볼게요.”장 비서가 대답을 마친 후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얼마 후 그녀가 돌아와 말했다.“대표님, 알아 왔습니다. 오늘 밤 자선 파티는 조 회장님이 직접 진행하신다고 합니다. 누가 그분을 도와 함께 일하는지는 회장님의 마음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조 회장님? 설마 그 비지니스계 여왕?”순간 이청아의 눈빛이 반짝였다.조 여왕의 명성에 대해 이청아는 익히 알고 있었다. 여자의 몸으로 오직 실력으로 강능 모든 남자들을 발아래에 두고 강림했다. 그러한 존재를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아직까지 조 여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장 비서, 친구한테 다시 물어봐. 우리와 조 회장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추진해줄 수 있는지 말이야.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이청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말해볼게요. 하지만 될 거란 보장은 없어요.”장 비서가 말했다.“그래! 그럼 부탁해. 일이 잘되면 장 비서의 친구에게 톡톡히 보상해줄게!”이청아의 마음속에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조씨 가문과 협력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건 그녀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만약 사전에 조 회장과 만남을 갖는다면 그녀는 반드시 상대를 설득해 인정받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봉황루는 점점 더 많
그때, 파티장의 분위기는 이미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무대 위에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무용수들이 아리따운 자태를 뽐내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은 미소, 몸짓 하나하나 모두 우아함을 자아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무대 아래엔 고급스러운 정장을 차려입은 사회적 유명 인사들이 와인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유진우도 빈자리를 찾아 앉아 음료를 마시며 무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어이! 유씨! 너 진짜 기어들어 왔네?”한창 흥미진진하게 공연을 보고 있을 때, 옆쪽에서 삐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양의성과 이청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정말 짜증 나네요. 왜 가는 곳마다 저 사람이 있는 거예요?” 이청아는 말 대신 차갑게 그를 쳐다보고는 앞줄 빈자리에 자리를 잡았다.“유씨, 곧 자선 경매가 시작될 거야. 너 돈 있어? 감히 이 자리에 앉아?”양의성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돈이 없으면 못 앉아?”유진우가 반문했다.“잘 알고 있네. 돈이 없으면 앉을 수 없어! 뻔뻔하게 돈 한 푼 안 내고 먹고 마시는 너 같은 놈이 우리와 함께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양의성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들었어요? 들었으면 당장 일어서서 우리한테 자리를 양보해요.”장 비서가 의자를 툭툭 차며 말했다.“그러기 싫다면?”유진우가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싫다고요? 그럼 경비원이라도 불러서 쫓아내야죠!”장 비서가 협박했다.“그럼 어디 한 번 해봐.”유진우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좋아요! 이건 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 창피를 당해도 날 원망하면 안 돼요!”장 비서가 팔을 들어 사람을 부르려고 한 순간, 이청아가 그녀를 제지했다.“됐어. 그냥 앉으라고 해.”“대표님?”장 비서가 이마를 찌푸렸다.“제 몸 간수나 잘해.”이청아가 담담히 말했다.“흥! 운 좋은 줄 알아요!”장 비서가 다시 한번 유진우를 쏘아보고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그때 돌연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장 비서의 얼굴이
“파트너요?”그 말을 들은 이청아는 어안이 벙벙했다.그녀가 들은 건 예비 명단이 아니라 조씨 가문의 파트너로 최종결정되었다는 얘기였다! 심지어 최후의 평가도 건너뛰고서 말이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모두 다 틀림없는 사실인가요?”이청아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어떻게 거짓일 수가 있겠어요? 믿기 힘드시다면 내일 계약을 체결하러 회사에 와서 확인해 보세요. 됐어요. 전 바빠서 이만 끊어야 해요.”간단한 두 마디를 끝으로 상대가 전화를 끊었다.이청아는 놀람과 동시에 새어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일이 이렇게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예비 명단에서 삭제될 거란 얘기에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조씨 가문의 파트너가 된 것이다.행복이 너무나도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물론 그녀는 경쟁에서 이긴 것엔 양의성의 그 통화가 가장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했다. 다만 전화 한 통만으로 조씨 가문의 결정을 뒤바꿀 정도로 양씨 가문의 영향력이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이 대표님, 결과가 나온 거예요?”장 비서가 물었다.“맞아.”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기 드문 환한 웃음을 지었다.“조씨 그룹 매니저가 직접 말해줬어. 내가 조씨 가문의 파트너로 선정되었다고!”그 말에 장 비서가 환호성을 질렀다.“너무 잘됐네요! 전 잘 될 줄 알고 있었다고요!”“양 도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순조롭지 못했을 거예요.”이청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맞아요. 맞아요! 양 도련님은 정말 대단해요. 몇 마디 말로 다 해결해버리다니요!”장 비서가 연신 감탄하며 말했다.“아니에요. 다 제 아버지의 공이죠.”양의성이 웃으며 말했다.말은 겸손했지만 그 표정에 드러난 득의양양함은 전혀 감춰지지 않았다.사실 그는 마음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언제부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하셨단 말인가?“유진우 씨! 봤어요? 이게 바로 차이라는 거예요!”장 비서가 돌연 뒤에 앉은
유진우는 이청아의 마음속에 자신에 대한 믿음이 이렇게까지 단 한 톨도 없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3년 동안 부부로 지냈음에도 다른 사람보다도 믿지 못하다니?“그래... 난 비겁하고 양의성은 대단한 사람이야. 내가 양의성을 모함했어. 이제 만족했지?’유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믿음을 잃었을 땐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는 법이다.“그게 무슨 태도야? 설마 내가 널 오해라도 했다는 거야?”이청아가 이마를 찌푸렸다.“아니야. 내가 입이 삐뚤어져서 막말을 했어. 내가 나쁜 놈이야.”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이청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유진우가 이렇게 비겁한 사람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질투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음해하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다니.이혼 후에야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됐어요. 청아 씨. 화내지 말아요.”그때 양의성이 돌연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유진우는 내가 청아 씨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보고 적의를 품었던 거예요. 난 유진우를 원망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모두 누구나 잘못을 하니까요.”“양의성 씨의 너그러움을 좀 보고 배워. 이게 바로 차이라는 거야!”이청아가 원망이 가득 담긴 얼굴로 말했다.“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더이상 할 말이 없어.”유진우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흥!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냥 도둑이 제 발 저린 거예요!”장 비서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당신 같은 사람은 항상 능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기까지 하죠. 정말 역겨워요!”“너희들 마음대로 생각해.”유진우는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자리를 뜨려 몸을 일으켰다.바로 그때, 문 쪽에서 선글라스를 한 파마머리 청년이 들어왔다.“와! 여기 진짜 시끌벅적하네!”조천룡이 웃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순간 그의 시선이 이청아에게 멈춰 섰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뜨거운 욕망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오호... 오늘 밤 운 좋은데? 또 저런 절세미녀를 만나다니!”조천룡이 입맛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려왔다고?’살짝 겁을 먹은 양의성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다.‘제기랄, 1대1로 붙기로 했잖아. 똘마니들과 같이 오다니. 비겁하게!’양의성은 이청아의 앞이었기에 애써 겁먹은 표정을 숨기며 당당히 맞섰다.“바로 저 엿 놈들이야! 가서 포위해!”조천룡이 팔을 휘젓자 경호원들이 달려가 양의성 등 세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뭐 하는 거야? 경고하는데 함부로 움직이지 마. 내 아버지는 양씨 의약 회장 양오석이야!”상황이 여의치 않자 양의성이 곧바로 자신의 집안을 밝혔다. 아버지의 명성으로 그들을 압도할 계획이었다.“제기랄! 양오석이 누군데?!”경호원 한 명이 말했다.“내 옆에 계신 이분이 누군지 알아? 이분은 바로 조훈 어르신의 아들이자 대박 그룹의 도련님이야!”그 말에 파티장 전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조훈? 설마 동성 지하 황제라고 불리는 그 조훈?”“저 사람 참 안 됐네. 재수 없게도 조훈의 아들을 건드렸다니.”소곤대는 사람들의 얼굴엔 모두 두려움이 드러나 있었다.“당, 당신들이 조훈 어르신의 사람들이라고?”양의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조훈은 동성구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세력을 자랑하고 있는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그는 한 번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에겐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단죄하는 지독한 사람이다. 몇백 명에 달하는 그의 수하들은 전문적으로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 조직을 이루고 있다. 누군가 조훈에게 잘못을 저지른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들의 손에 처참히 죽게 된다.제기랄! 오늘 그런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건드린 것이다!“왜 그래? 조금 전 그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어? 이제야 좀 무서워진 거야?”조천룡이 사악한 눈빛으로 가까이 걸어왔다.“형님, 오해, 오해십니다...”양의성이 애써 웃음을 쥐어짜 내고는 허리를 굽신거렸다.“오해? 오해는 무슨 얼어 죽을!”조천룡이 손을 번쩍 들더니 연달아 두 번 양의성의 뺨을 후려쳤다.“퍽퍽!”양의성의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
“그러면 넌 죽을 거야!”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다만 그 눈빛은 오싹해질 만큼 차가웠다.“죽는다고?”그 말에 조천룡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심지어 그의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마저 어이없음에 참지 못하고 실소를 터뜨렸다.다들 멍청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유진우를 쳐다보고 있었다.“이놈아,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그런 막말을 하는 거야?”조천룡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3초 줄 테니까 저 여자를 놔줘. 아니면 후회하게 될 거야.”유진우가 덤덤히 말했다.그 말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이청아 등 사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누구도 이런 순간에 유진우가 나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입을 꾹 다물고 찍소리도 하지 못하는 양의성과 비교하니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세상 물정도 모르고 날뛰는 미친놈! 살고 싶지 않은가 보네!”양의성이 악의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유진우의 등장으로 그의 나약함만 더 부각됐다는 생각에 말이다. 이 쓰레기가 자신보다 더 용감하다니, 분노까지 치밀어 올랐다.“X발, 너 미쳤어?”조천룡이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말했다.“영웅이 되고 싶은 거지? 알았어! 한 번 해봐.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보고 싶으니까!”말을 마친 그가 손짓하자 등 뒤 두 명의 경호원이 앞으로 걸어 나와 유진우를 잡았다.1m 90cm나 되는 키에 떡 벌어진 어깨, 곰 한 마리만 한 덩치의 건장한 두 남자는 보기만 해도 위협적이었다. 그 두 사람과 비교하니 유진우는 초등학생이나 다름없이 왜소했다.사람들은 모두 의미 없는 대결이 될 거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두 사람이 유진우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바쁘게 유진우가 휘두르는 주먹에 맞아 바닥에 쓰러지고 만 것이다. “응?”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두 건장한 남자가 널브러진 것이다. 반면 유진우는 아무 일도 없었던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 빨리 무릎을 꿇고 도련님한테 용서를 빌지 않고!”반응 없는 유진우의 모습에 양의성은 고소함을 숨기지 못했다.이토록 아수라장을 만들었으니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꿇어야 하나 꿇지 말아야 하나?꿇는다면 사람들 앞에서 다시는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고 꿇지 않는다면 조천룡의 복수로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너한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원망하면 안 돼. 오늘 나한테 무릎을 꿇는다면 목숨만큼은 살려줄 테니까. 하지만 못 꿇겠다면 용서는 없어!”조천룡이 유진우의 가슴팍을 툭툭 치며 말했다.손에 쥔 권력이 없는데 싸움을 잘하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저 저잣거리의 싸움닭에 불과한 것을...“너 자신이 유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는 거 알아?”유진우가 상대를 쳐다보며 말했다.“불장난?”조천룡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난 불장난뿐만 아니라 네 여자를 갖고 놀기도 해! 내일 네 눈앞에서 네 여자를 짓밟아버릴 거야. 또한 나뿐만 아니라 내 형제들도 한 번씩 건드리게 할 거야.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죽기보다 못한 그 무력감과 절망감을 똑똑히 느끼게 해줄게!”그 말에 유진우의 낯빛이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 그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너, 죽여버릴 거야!”유진우가 단번에 조천룡의 목을 휘어잡았다. 이어 한 손으로 그를 들어 올린 뒤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고는 연이어 두 번 그의 복부에 내리꽂았다.“퍽퍽!”조천룡은 그 충격에 배에서부터 피가 울컥 뿜어져 올라왔지만 목이 졸리고 있는 탓에 그 피는 밖으로 새어 나오지도 못했다.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숨이 막혀 정신이 아찔해질 때에야 그는 비로소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음을 깨달았다.“멈춰!”이청아가 그를 제지하려 앞으로 나섰으나 유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음부를 힘껏 내리쳤다.“퍽!”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리와 함께 조천룡의 바지 밑으로 노랗고 하얀 이물질이 줄줄 흘
오늘 밤의 제왕 빌딩은 예전의 북적거림과는 달리 조금 한산해 보였다.특히 2층은 예약석이라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했다.유진우는 자신의 신분을 밝힌 후, 왕현과 사철수를 데리고 계단을 올랐다.이때 2층 VIP 코너에는 단 한 사람만 앉아 있었다.그 남자는 검은 옷에 평범한 외모, 평범한 몸매와 평범한 기질을 가졌고 아무런 특징이 없어 보이는 매우 평범한 일반인으로 보였다.“전하, 소인 인사드리옵니다.” 유진우가 나타나자 그 남자는 즉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누구시죠?”유진우는 담담히 물었다.“소인의 이름은 손도운이고 어르신의 근위병입니다. 어르신께서 전하가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저를 보내 전하를 도우라고 하셨습니다.”“근위병이라고요?”유진우는 손도운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다시 물었다. “당신의 신분을 어떻게 증명하죠?”그는 세상 물정 모르는 풋내기가 아니었다. 명확한 증명이 필요했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이건 어르신께서 소인한테 주신 영패입니다. 한번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손도운은 주머니에서 영패를 꺼내 양손으로 건넸다.유진우는 영패를 받아 자세하게 살펴보고 마침내 경계심을 풀었다.확실히 서경왕부의 영패였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근위병만이 얻을 자격이 있었다.영패로 상대방의 신분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손 장군님, 반가워요.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되니까 얼른 일어나세요.”유진우는 영패를 돌려주는 동시에 손도운을 일으켜 세웠다.“전하, 감사합니다.”손도운은 기쁘면서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손 장군님, 이분은 한때 중군 부장이었던 사철수 장군님이에요.”유진우는 사철수를 가리키며 말했다.“사 장군님, 사 장군님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많이 들었는데 오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이에요.”“손 장군님, 천만에요. 난 이제 늙었어요. 앞으로는 그쪽 젊은이들의 세상이에요.”사철수는 웃으며 말했다.“이분은 제 친구 왕현이에요.” 유진우가 왕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왕현 형
식사를 마친 유진우는 이만 자리를 뜨기로 했다.이틀 밤낮을 잠만 자다 보니 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얼른 돌아가야 했다.차에 오르기 전 이청성은 유진우를 불러 세웠다.“유진우 씨, 내가 어젯밤에 점쳐봤는데 아직 당신의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거 아니에요. 앞으로 한동안은 반드시 조심해야 해요.”“명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넨 후 곧 차에 올라탔다.차에 탄 유진우는 먼저 조선미한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한 다음 조무진과 조홍연 두 사람한테 연락해 자초지종을 간략하게 설명했다.그리고 왕위 계승 전이 시작되면 반드시 조정 전체에 재앙이 닥치게 될 것이고 왕족인 조씨 가문 역시 벗어날 수 없으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명확히 알렸다.한 시간 후 유진우는 별장에 도착했다.같은 시각 별장에서 윤아는 요리하고 사철수와 유공권은 서예를 연구했으며 왕현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누구야?”유진우가 문을 여는 순간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왕현이었다.“저예요.”유진우는 즉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진우 형님, 드디어 돌아왔네요.”왕현이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이틀 동안 어디에 있었어요? 왜 아무 연락이 없었어요?”유진우는 웃으면서 대답했다.“급한 일이 생겨서 처리하느라 이틀이나 걸렸어요.”유진우는 차마 자신이 이틀 동안 잠을 잤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진우 형님, 전에 주신 서신은 서경으로 돌려보냈어요.”왕현이 말했다.“그래요.”유진우는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며 말을 돌렸다.“아참, 아저씨랑 유명의는 어때요?”“그들은 괜찮아요.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요 며칠 동안 경계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어요.”왕현이 말했다.“다행이네요. 왕현 씨 수고가 많아요.”“전하 돌아오셨어요?”이때 사철수와 유공권이 서재에서 나왔다.두 사람은 줄곧 집에만 있다 보니 지난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고 그다지 걱정될 것도 없었다.“아저씨, 안색이 점점
“뭐라고요?”이청성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늦게 반응했다.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사실 저는 공주님께서 황제가 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마 폐하도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만약 그런 생각이 있으시다면 서경왕부를 대표해서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요.”유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장혁 씨! 농담하지 마세요. 하나도 안 웃겨요!”“저는 그냥 여자일 뿐이고 그런 자격이 없어요. 황궁 내에서도 저를 받아들일 수 없을 거예요.”“여자라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죠?”유진우는 진지하게 말했다.“누가 여자면 황제가 될 수 없다고 했어요? 신종여왕도 여성이었지만 황제 자리에 올랐잖아요. 지금 공주님은 신종여왕보다 조금 젊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노력만 한다면 분명히 해낼 수 있어요.”“유장혁 씨가 믿어줘서 고맙지만, 저는 그런 생각 전혀 없어요. 그러니까 그런 비현실적인 생각을 버려줘요.”이청성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지금까지 단 한 명의 여황제가 있었고 그 여황제는 좋은 기운과 기회가 따랐기에 작은 희망이란 가능성이 있었다.이청성은 그런 전설적인 인물과 자신을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게다가 만약 자신이 권력을 쥐고자 한다면 세상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그때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그런 상황은 이청성이 가장 원하지 않는 그림이었다.“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됐어요. 저는 그냥 한 번 제안했을 뿐이에요. 물론 공주님께서 마음을 바꾸시면 언제든지 말해 주세요.”유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이성민이 말했듯이 이청성은 왕족 중에서 황제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다.하지만 이청성은 여성이다.이 길을 걷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그뿐만 아니라 세 명의 황자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궁 안의 신하들 또한 이청성이 황제가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청성 자신이다.이청성이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다면 유진우는 언
“나를 죽이려고요?”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혹시 호룡각 사람들이었나요?”호룡각과 적대 관계에 놓인 지금 그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직 확실하진 않아요.”이청성은 살짝 고개를 흔들며 조용히 답했다.“그날 밤 우리가 길을 가던 중 매복을 당했어요. 다행히 대비가 되어 있었고 당신을 무사히 옮겨 큰 사고 없이 넘길 수 있었습니다.”“아마 호룡각의 잔당이 틀림없을 거예요.”유진우는 몸을 풀며 스트레칭 했다. 그의 온몸에서 두두둑 소리가 났다.“다행히 공주님이 현명하셔서 제가 목숨을 부지했네요.”“당신을 궁으로 초대한 이상 안전을 책임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이청성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게다가 유장혁 씨는 이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중요한 존재예요. 당신이 다친다면 용국은 정말 혼란에 빠질 겁니다.”“공주님, 저한테 그렇게 부담을 주지 마세요. 저는 그저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을 뿐 큰 뜻 같은 건 없어요. 그러니 너무 기대하지 말아 주세요.”유진우는 하품하며 말했다.이틀 밤낮을 푹 잤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여전히 충분히 쉰 것 같지 않았다. 뭔가 조금 부족한 기분이었다.“유장혁 씨는 이미 천명을 받은 사람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해도 결국 문제에 휘말리게 될 겁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준비하고 당신이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을 거예요.”이청성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녀는 유장혁을 여러 차례 점쳤다. 결과를 완전히 예측할 순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신했다.용국의 미래에 다가올 대사건들은 모두 유장혁과 깊게 얽혀 있다는 사실이었다.심지어 유진우의 사소한 결정 하나가 천하의 운명을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제가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라고요?”유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문득 자신이 꾼 꿈이 떠올랐다.만약 선택이 가능하다면 그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 전쟁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그중에는 유진우의 소중한 이들
“이제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보세요. 부드러운 파도에 몸을 맡기고 미풍이 지나며 머리카락을 살며시 흔드는 소리가 들리죠.”“...”이청성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마치 마법 같은 평온함을 선사했다.몇 마디 지나지 않아 유진우는 깊은 잠에 빠졌고 리드미컬한 코 고는 소리가 차 안에 울렸다.“정말 빨리 잠드네.”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옮겨 유진우 옆에 앉고 그의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질 때 어깨로 받쳐주었다.또한 유진우의 턱을 한 손으로 받쳐 주어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깨지 않도록 했다.차는 부드럽게 달렸지만, 유진우의 별장으로 가지 않고 낯선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유진우는 꿈을 꾸었다. 아주 길고도 생생한 꿈이었다.꿈속에서 유진우는 혼자 전쟁터에 서 있었다.발밑에는 시체들이 산처럼 쌓였고 땅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넓게 펼쳐진 시야 속에는 생명이 느껴지지 않았고 참혹한 풍경만이 세상을 채우고 있었다.유진우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느꼈다.가족도 친구도 적도 모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유진우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왜 이런 끔찍한 장면이 벌어졌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그저 너무 두렵고 외롭다는 것만 느꼈다.‘이게...바로 전쟁인가?’서로를 향한 증오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결국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유장혁 씨...유장혁 씨...”희미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음 순간 유진우는 악몽에서 깨어나며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숨이 가쁘게 차올랐다.“이청성?”유진우는 천천히 눈을 뜨며 눈앞에 서 있는 하얀 옷을 입고 베일을 쓴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이청성이었다.“혹시 악몽을 꾼 거예요? 방금 계속 싸우는 듯한 소리를 지르며 꿈속에서 몸부림치더라고요.”이청성이 부드럽게 물었다.“네. 이상한 꿈을 꿨던 것 같아요.”유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공주님, 오늘 밤은 아무도 더 이상 저를 방해하지 않겠죠?”유진우는 자리에서 기대며 갑자기 물었다.계속된 번잡함에 신경이 이미 지쳐버렸다. 매번 집에 가서 자려고 할 때마다 누군가가 나타나 방해하니 활시위에 놀란 새처럼 민감한 상태였다.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와도 자는 게 두려워서 눈을 감을 수 없다.그냥 눈을 감았다가 누군가 깨우는 게 가장 괴로운 일이었다.마치 밥을 먹는 도중에 갑자기 끊어지는 기분 그 감정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다.“뭐예요?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이청성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돈 버는 건 중요하지만, 목숨이 더 중요하죠. 정말 너무 피곤해서 이제는 그냥 자고 싶어요.”유진우는 졸린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을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은 오늘 밤에는 그 세 명뿐이에요. 나머지 사람들은 다 조금 부족해서 이 자리에 끼지 못할 거예요.”이청성이 말했다.“그러면 다행이에요.”유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오늘 밤은 정말 편안하게 잘 수 있겠어요.”“너무 기뻐하지 마요. 오늘 밤은 아마 잠을 잘 수 없을 거예요.”이청성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무슨 말이에요? 방금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요?”유진우는 갑자기 몸을 곧게 펴며 약간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긴장하지 마요. 내가 말한 건 오늘 밤 자는 게 아니라 이미 날이 밝아 오고 있다는 거죠. 밖을 한번 봐봐요.”이청성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유진우는 그쪽을 바라보며 하늘의 어두운 끝에서 희미한 빛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이건 아침이 밝아 오고 있다는 징조였다.핸드폰을 꺼내 본 유진우는 이미 새벽 5시가 넘었음을 알았다. 해가 뜨기까지는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아...이렇게 밤새도록 시달리다니 정말 불쌍하네!”유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저녁부터 너무 피곤해 잠시라도 자고 싶었지만, 이청성이 찾아온 이후로 모든 일이 마치 저주에 걸린 듯 끝없이 이어졌고 한시도 쉴 틈이
한참을 고생한 끝에 잠잘 시간이 다 지나버렸고 결국 얻은 건 그냥 평범한 옥 펜던트 하나였다. 정말 너무 초라했다.‘같은 황자들인데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그만큼 지쳤으니 이제 집에 가서 씻고 자는 게 낫겠다.“전하, 날도 늦었으니 저는 먼저 물러나겠습니다.”유진우가 먼저 말했다.“얼른 가세요. 무슨 일 생기면 내가 다시 부를게요.”이군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유진우와 이청성은 곧장 자리를 떠났다.밖으로 나와 다시 차로 돌아가는 길에서 유진우는 손에 들고 있던 평범한 옥 펜던트를 보며 한참 동안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공주님, 삼 황자께서 너무 인색한 거 아니에요? 옥 펜던트 하나만 줘놓고 어떻게 저를 설득하겠다는 거죠?”유진우가 불만을 표출했다.“오라버니께서는 성격이 신중하셔서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큰 투자는 하지 않으세요. 그래도 최고급 화전옥을 선물로 주셨으니 그 정도면 나쁘지 않아요.”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실 방금 그녀가 말하지 않았다면 유진우는 아마 옥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이군호의 성격이라면 그저 말만 하고 말았을 것이다.“비교를 해보면 첫째 황자와 둘째 황자님이 주신 보물에 비하면 정말 볼품없죠.”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그만 말 좀 그만 하세요. 오늘 당신이 벌어들인 게 얼마나 많은데 이제 만족해야죠.”이청성은 유진우를 째려보면서 말했다.“공주님, 이건 제 잘못이 아니에요. 다 공주님 형제들이 저를 매수하려 한 거죠. 이 보물들은 안 가질 수 없었어요.”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본래 궁을 나와서는 바로 집에 가서 푹 자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초대가 이어졌다.정신적으로는 피곤했지만, 얻은 이익이 꽤 많아서 헛걸음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유장혁 씨, 이렇게 많은 이득을 봤으면 좀 도움을 줄 때도 됐죠?”이청성이 갑자기 물었다.“도움이라니요? 저는 그저 전달자에 불과해요.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건 폐하와 제 아버지죠. 그 두 분이
“에이! 장혁님, 너무 겸손하십니다. 당신은 한때 천하를 뒤흔들었던 천재 아닙니까? 몇 년간 칩거하셨다 해도 여전히 비범합니다. 저는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이군호는 유진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마치 형님처럼 굴었다.유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이게 능력의 문제가 아니지. 문제는 돈이 부족하단 거야. 만약 당신이 형제들처럼 통 크게 나섰더라면 내가 이렇게 모호한 태도를 보이진 않았을 거다.’비록 속으로는 이군호를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하께서 과찬입니다. 제 미천한 명성이 전하와 어찌 비교되겠습니까? 비할 바가 못 됩니다.”“장혁님, 저와 협력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시죠.”이군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황자 중에서도 제가 황위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유진우님께서 저를 지지해 주신다면 이는 마치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겁니다. 저를 지지하는 건 가장 현명한 선택이자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줄 투자입니다.”“그건...”유진우는 깊은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상대가 눈치를 챘을 테고 금품이나 보상을 제안하며 설득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군호는 전혀 그런 기색 없이 홀로 술잔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기다릴 뿐이었다.이군호의 눈에 유진우는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든 결국 신하일 뿐이었다.그는 신하라면 신하로서의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자신이 황자로서 유능한 사람에게 겸손히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의를 보였다고 믿는 듯했다.‘더 이상 거절할 이유가 없겠지?’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이청성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오라버니, 세자 전하의 지지를 얻으시려면 뭔가 보답할 만한 것을 내놓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성의가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이 말을 듣자 이군호는 마치 깜빡 잊고 있었다는 듯 이마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아이고 보십시오! 제가 깜빡했군요. 중요하게 걸 잊어버릴 뻔했습니다.”그는 품에서 옥 펜
당연히 유진우가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것과 달리 이군호와 이청성은 품위 있게 천천히 음미하며 음식을 즐겼다.한 시간이 지나 유진우는 마침내 배를 채웠다.평소 평평하던 복근이 불룩하게 부풀어 올라 만족스러움을 느꼈다.“꺽!”마지막으로 술 한 잔을 들이켠 후 유진우는 길게 트림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이제 잠을 푹 자면 완벽할 것이다.‘잠깐 왜 이렇게 갑자기 졸리지?’음식을 먹을수록 더 졸려지는 느낌이었다.“유진우님, 음식은 입맛에 맞으셨나요?”이군호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네.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모두 귀한 진미여서 입이 호강했네요.”유진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배고프면 뭐든 맛있게 느껴지지만, 오늘은 진짜로 맛있었다.“다행입니다.”이군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유진우님, 한밤중에 쉬지도 않고 이렇게 돌아다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오늘 밤엔 큰 사건들이 많아 자금성 안팎에 검문소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조금 전에 둘째 황자 전하의 저택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입니다.”유진우는 대수롭지 않게 솔직하게 대답했다.귀찮은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쉬는 게 우선이었다.“오호?”이군호는 일부러 놀라는 척하며 물었다.“한밤중에 둘째 황자 저택에 간 이유가 있습니까?”“폐하께서 황태자 문제를 고민 중이시라 둘째 황자께서 심야에 저를 불러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셨습니다.”유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황태자 말입니까?”이군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며 급히 물었다.“혹시 아바마마께서 둘째 형을 태자로 세우시려는 건가요?”“그건 아닙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폐하께서는 세 분 황자님 각자의 장점을 인정하시며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 중이십니다. 그래서 저에게 의견을 묻고 싶어 하셨던 거죠.”“오호? 그렇다면 유진우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 형제 중 누가 태자가 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시나요?”“제 의견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