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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봉황루에 들어간 뒤에도 장 비서는 여전히 화가 나 씩씩거리고 있었다.

“흥! 저 여자 외모는 봐줄 만한 것 같은데 눈은 정말 삐엇나봐요. 유진우 같은 쓰레기를 마음에 들어 하다니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 얼굴과 몸매가 아까워!”

양의성도 탄식을 내뱉으며 말을 보탰다.

외모와, 재력, 그리고 능력까지 모두 구비한 그는 대체 왜 그런 완벽한 여자를 얻지 못한단 말인가?

“됐어요. 그 얘긴 이제 하지 말아요. 우린 오늘 일하러 온 거예요.”

이청아가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장 비서, 가서 오늘 밤 조씨 가문의 파티를 누가 진행하는지 알아봐.”

“제 친구가 마침 이곳에서 일하는데 전화를 걸어 물어볼게요.”

장 비서가 대답을 마친 후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얼마 후 그녀가 돌아와 말했다.

“대표님, 알아 왔습니다. 오늘 밤 자선 파티는 조 회장님이 직접 진행하신다고 합니다. 누가 그분을 도와 함께 일하는지는 회장님의 마음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조 회장님? 설마 그 비지니스계 여왕?”

순간 이청아의 눈빛이 반짝였다.

조 여왕의 명성에 대해 이청아는 익히 알고 있었다. 여자의 몸으로 오직 실력으로 강능 모든 남자들을 발아래에 두고 강림했다. 그러한 존재를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아직까지 조 여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장 비서, 친구한테 다시 물어봐. 우리와 조 회장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추진해줄 수 있는지 말이야.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이청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말해볼게요. 하지만 될 거란 보장은 없어요.”

장 비서가 말했다.

“그래! 그럼 부탁해. 일이 잘되면 장 비서의 친구에게 톡톡히 보상해줄게!”

이청아의 마음속에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조씨 가문과 협력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건 그녀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만약 사전에 조 회장과 만남을 갖는다면 그녀는 반드시 상대를 설득해 인정받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

시간이 지남에 따라 봉황루는 점점 더 많은 사람로 북적였다.

파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조선미는 이미 바삐 돌아치기 시작했다.

“유진우 씨, 전 가봐야 하니까 일단 혼자 구경해요. 필요한 게 있으면 직원들에게 수시로 얘기하고요.”

“그래요. 고마워요.”

“홍아, 진우 씨를 잘 부탁해.”

짧은 인사를 마친 뒤 조선미는 천자 1번 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긴 그녀의 개인 사무실이었다.

“큰 아가씨...”

방에 들어가자마자 중년 남자가 서류를 갖고 들어왔다.

“요청하신 자료입니다. 몇 단계의 선별을 거친 결과 우리가 원하는 협력 기업의 조건에 도달할 수 있는 건 4곳입니다. 더 보충할 것이 있나 살펴보세요.”

“그래.”

조선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다른 말 없이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녀의 눈썹이 흥미롭다는 듯 솟아올랐다.

“응? 이런 우연이?”

조선미가 입꼬리를 슥 올리자 장난기 어린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번졌다.

그녀의 눈에 들어왔던 건 청성 그룹의 자료와 이청아의 개인 이력서였다. 그녀는 호기심에 자료들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한 번에 정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점이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이청아는 이름 모를 사업가에 불과했고 청성 그룹 또한 사람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먼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결혼 후 이청아는 신의 도움이라도 받은 듯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고작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가치 2억 남짓하던 회사가 2000억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급부상했다.

그 시간 동안 회사는 수많은 투자를 받았고 각종 프로젝트도 끊임없이 진행했다. 분명 누군가 어딘가에서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청아는 그럴 만한 가문과 뒷배를 갖고 있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그녀를 도왔단 말인가?

“설마... 그 사람?”

조선미의 머릿속에 유진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유진우 외에 아무 조건 없이 이청아를 도울 사람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하여 그녀의 호기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유진우는 대체 누구인가?

3년 사이에 청성 그룹을 이 정도 높이까지 성장시켰다면 그 인물은 필시 예사롭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유진우, 유진우 씨, 당신은 도대체 무슨 비밀을 감추고 있는 건가요?”

조선미의 얼굴에 걸린 미소에 드리운 흥미로움이 더더욱 짙어져 갔다.

“그리고 그 이청아라는 여자...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지? 이런 복덩이를 옆에 두고도 그 양씨 남자한테 목을 맨다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조선미는 분노까지 치밀어올랐다.

한 남자가 여자를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해줬음에도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혼까지 요구했다니.

대체 무슨 말로 비난을 해야 속이 풀릴지 모를 노릇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녀 자신에겐 그리 나쁜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녀에겐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

“큰 아가씨, 청성 그룹의 이청아 씨를 선택하려고요?”

옆에 있던 집사가 물었다. 아가씨가 이토록 열심히 자료를 보는 건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청아? 흥...”

조선미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우리 조씨 가문이 요구하는 파트너 자격엔 부합되지만 난 싫어.”

“알겠습니다. 제가 당장 이청아 씨를 후보 명단에서 삭제하겠습니다.”

집사가 곧바로 말했다.

“잠깐만, 나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 그리고 자료를 유진우 씨에게 보여주고 결정하라고 할 거야.”

조선미가 말했다.

“네.”

집사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더는 감히 질문하지 못했다.

“다른 할 말 있어?”

집사가 여전히 방에서 나가지 않자 조선미가 물었다.

“아가씨, 조금 전 대박 그룹 조천룡 씨가 오셨어요. 아가씨를 꼭 만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비서가 머리를 숙이고 대답했다.

“조천룡? 조훈의 아들? 그 사람이 왜 왔는데?”

조선미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말로는 비즈니스 때문에 왔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의도가 불순한 것 같아요. 사람을 시켜 쫓아낼까요?”

“영감이 직접 안 오고 아들을 대신 보내? 하하... 신경 쓸 필요 없어.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릴지 지켜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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