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파티장의 분위기는 이미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무대 위에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무용수들이 아리따운 자태를 뽐내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은 미소, 몸짓 하나하나 모두 우아함을 자아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무대 아래엔 고급스러운 정장을 차려입은 사회적 유명 인사들이 와인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유진우도 빈자리를 찾아 앉아 음료를 마시며 무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어이! 유씨! 너 진짜 기어들어 왔네?”한창 흥미진진하게 공연을 보고 있을 때, 옆쪽에서 삐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양의성과 이청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정말 짜증 나네요. 왜 가는 곳마다 저 사람이 있는 거예요?” 이청아는 말 대신 차갑게 그를 쳐다보고는 앞줄 빈자리에 자리를 잡았다.“유씨, 곧 자선 경매가 시작될 거야. 너 돈 있어? 감히 이 자리에 앉아?”양의성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돈이 없으면 못 앉아?”유진우가 반문했다.“잘 알고 있네. 돈이 없으면 앉을 수 없어! 뻔뻔하게 돈 한 푼 안 내고 먹고 마시는 너 같은 놈이 우리와 함께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양의성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들었어요? 들었으면 당장 일어서서 우리한테 자리를 양보해요.”장 비서가 의자를 툭툭 차며 말했다.“그러기 싫다면?”유진우가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싫다고요? 그럼 경비원이라도 불러서 쫓아내야죠!”장 비서가 협박했다.“그럼 어디 한 번 해봐.”유진우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좋아요! 이건 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 창피를 당해도 날 원망하면 안 돼요!”장 비서가 팔을 들어 사람을 부르려고 한 순간, 이청아가 그녀를 제지했다.“됐어. 그냥 앉으라고 해.”“대표님?”장 비서가 이마를 찌푸렸다.“제 몸 간수나 잘해.”이청아가 담담히 말했다.“흥! 운 좋은 줄 알아요!”장 비서가 다시 한번 유진우를 쏘아보고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그때 돌연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장 비서의 얼굴이
“파트너요?”그 말을 들은 이청아는 어안이 벙벙했다.그녀가 들은 건 예비 명단이 아니라 조씨 가문의 파트너로 최종결정되었다는 얘기였다! 심지어 최후의 평가도 건너뛰고서 말이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모두 다 틀림없는 사실인가요?”이청아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어떻게 거짓일 수가 있겠어요? 믿기 힘드시다면 내일 계약을 체결하러 회사에 와서 확인해 보세요. 됐어요. 전 바빠서 이만 끊어야 해요.”간단한 두 마디를 끝으로 상대가 전화를 끊었다.이청아는 놀람과 동시에 새어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일이 이렇게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예비 명단에서 삭제될 거란 얘기에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조씨 가문의 파트너가 된 것이다.행복이 너무나도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물론 그녀는 경쟁에서 이긴 것엔 양의성의 그 통화가 가장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했다. 다만 전화 한 통만으로 조씨 가문의 결정을 뒤바꿀 정도로 양씨 가문의 영향력이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이 대표님, 결과가 나온 거예요?”장 비서가 물었다.“맞아.”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기 드문 환한 웃음을 지었다.“조씨 그룹 매니저가 직접 말해줬어. 내가 조씨 가문의 파트너로 선정되었다고!”그 말에 장 비서가 환호성을 질렀다.“너무 잘됐네요! 전 잘 될 줄 알고 있었다고요!”“양 도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순조롭지 못했을 거예요.”이청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맞아요. 맞아요! 양 도련님은 정말 대단해요. 몇 마디 말로 다 해결해버리다니요!”장 비서가 연신 감탄하며 말했다.“아니에요. 다 제 아버지의 공이죠.”양의성이 웃으며 말했다.말은 겸손했지만 그 표정에 드러난 득의양양함은 전혀 감춰지지 않았다.사실 그는 마음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언제부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하셨단 말인가?“유진우 씨! 봤어요? 이게 바로 차이라는 거예요!”장 비서가 돌연 뒤에 앉은
유진우는 이청아의 마음속에 자신에 대한 믿음이 이렇게까지 단 한 톨도 없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3년 동안 부부로 지냈음에도 다른 사람보다도 믿지 못하다니?“그래... 난 비겁하고 양의성은 대단한 사람이야. 내가 양의성을 모함했어. 이제 만족했지?’유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믿음을 잃었을 땐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는 법이다.“그게 무슨 태도야? 설마 내가 널 오해라도 했다는 거야?”이청아가 이마를 찌푸렸다.“아니야. 내가 입이 삐뚤어져서 막말을 했어. 내가 나쁜 놈이야.”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이청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유진우가 이렇게 비겁한 사람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질투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음해하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다니.이혼 후에야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됐어요. 청아 씨. 화내지 말아요.”그때 양의성이 돌연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유진우는 내가 청아 씨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보고 적의를 품었던 거예요. 난 유진우를 원망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모두 누구나 잘못을 하니까요.”“양의성 씨의 너그러움을 좀 보고 배워. 이게 바로 차이라는 거야!”이청아가 원망이 가득 담긴 얼굴로 말했다.“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더이상 할 말이 없어.”유진우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흥!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냥 도둑이 제 발 저린 거예요!”장 비서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당신 같은 사람은 항상 능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기까지 하죠. 정말 역겨워요!”“너희들 마음대로 생각해.”유진우는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자리를 뜨려 몸을 일으켰다.바로 그때, 문 쪽에서 선글라스를 한 파마머리 청년이 들어왔다.“와! 여기 진짜 시끌벅적하네!”조천룡이 웃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순간 그의 시선이 이청아에게 멈춰 섰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뜨거운 욕망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오호... 오늘 밤 운 좋은데? 또 저런 절세미녀를 만나다니!”조천룡이 입맛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려왔다고?’살짝 겁을 먹은 양의성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다.‘제기랄, 1대1로 붙기로 했잖아. 똘마니들과 같이 오다니. 비겁하게!’양의성은 이청아의 앞이었기에 애써 겁먹은 표정을 숨기며 당당히 맞섰다.“바로 저 엿 놈들이야! 가서 포위해!”조천룡이 팔을 휘젓자 경호원들이 달려가 양의성 등 세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뭐 하는 거야? 경고하는데 함부로 움직이지 마. 내 아버지는 양씨 의약 회장 양오석이야!”상황이 여의치 않자 양의성이 곧바로 자신의 집안을 밝혔다. 아버지의 명성으로 그들을 압도할 계획이었다.“제기랄! 양오석이 누군데?!”경호원 한 명이 말했다.“내 옆에 계신 이분이 누군지 알아? 이분은 바로 조훈 어르신의 아들이자 대박 그룹의 도련님이야!”그 말에 파티장 전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조훈? 설마 동성 지하 황제라고 불리는 그 조훈?”“저 사람 참 안 됐네. 재수 없게도 조훈의 아들을 건드렸다니.”소곤대는 사람들의 얼굴엔 모두 두려움이 드러나 있었다.“당, 당신들이 조훈 어르신의 사람들이라고?”양의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조훈은 동성구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세력을 자랑하고 있는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그는 한 번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에겐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단죄하는 지독한 사람이다. 몇백 명에 달하는 그의 수하들은 전문적으로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 조직을 이루고 있다. 누군가 조훈에게 잘못을 저지른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들의 손에 처참히 죽게 된다.제기랄! 오늘 그런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건드린 것이다!“왜 그래? 조금 전 그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어? 이제야 좀 무서워진 거야?”조천룡이 사악한 눈빛으로 가까이 걸어왔다.“형님, 오해, 오해십니다...”양의성이 애써 웃음을 쥐어짜 내고는 허리를 굽신거렸다.“오해? 오해는 무슨 얼어 죽을!”조천룡이 손을 번쩍 들더니 연달아 두 번 양의성의 뺨을 후려쳤다.“퍽퍽!”양의성의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
“그러면 넌 죽을 거야!”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다만 그 눈빛은 오싹해질 만큼 차가웠다.“죽는다고?”그 말에 조천룡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심지어 그의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마저 어이없음에 참지 못하고 실소를 터뜨렸다.다들 멍청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유진우를 쳐다보고 있었다.“이놈아,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그런 막말을 하는 거야?”조천룡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3초 줄 테니까 저 여자를 놔줘. 아니면 후회하게 될 거야.”유진우가 덤덤히 말했다.그 말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이청아 등 사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누구도 이런 순간에 유진우가 나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입을 꾹 다물고 찍소리도 하지 못하는 양의성과 비교하니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세상 물정도 모르고 날뛰는 미친놈! 살고 싶지 않은가 보네!”양의성이 악의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유진우의 등장으로 그의 나약함만 더 부각됐다는 생각에 말이다. 이 쓰레기가 자신보다 더 용감하다니, 분노까지 치밀어 올랐다.“X발, 너 미쳤어?”조천룡이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말했다.“영웅이 되고 싶은 거지? 알았어! 한 번 해봐.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보고 싶으니까!”말을 마친 그가 손짓하자 등 뒤 두 명의 경호원이 앞으로 걸어 나와 유진우를 잡았다.1m 90cm나 되는 키에 떡 벌어진 어깨, 곰 한 마리만 한 덩치의 건장한 두 남자는 보기만 해도 위협적이었다. 그 두 사람과 비교하니 유진우는 초등학생이나 다름없이 왜소했다.사람들은 모두 의미 없는 대결이 될 거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두 사람이 유진우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바쁘게 유진우가 휘두르는 주먹에 맞아 바닥에 쓰러지고 만 것이다. “응?”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두 건장한 남자가 널브러진 것이다. 반면 유진우는 아무 일도 없었던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 빨리 무릎을 꿇고 도련님한테 용서를 빌지 않고!”반응 없는 유진우의 모습에 양의성은 고소함을 숨기지 못했다.이토록 아수라장을 만들었으니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꿇어야 하나 꿇지 말아야 하나?꿇는다면 사람들 앞에서 다시는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고 꿇지 않는다면 조천룡의 복수로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너한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원망하면 안 돼. 오늘 나한테 무릎을 꿇는다면 목숨만큼은 살려줄 테니까. 하지만 못 꿇겠다면 용서는 없어!”조천룡이 유진우의 가슴팍을 툭툭 치며 말했다.손에 쥔 권력이 없는데 싸움을 잘하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저 저잣거리의 싸움닭에 불과한 것을...“너 자신이 유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는 거 알아?”유진우가 상대를 쳐다보며 말했다.“불장난?”조천룡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난 불장난뿐만 아니라 네 여자를 갖고 놀기도 해! 내일 네 눈앞에서 네 여자를 짓밟아버릴 거야. 또한 나뿐만 아니라 내 형제들도 한 번씩 건드리게 할 거야.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죽기보다 못한 그 무력감과 절망감을 똑똑히 느끼게 해줄게!”그 말에 유진우의 낯빛이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 그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너, 죽여버릴 거야!”유진우가 단번에 조천룡의 목을 휘어잡았다. 이어 한 손으로 그를 들어 올린 뒤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고는 연이어 두 번 그의 복부에 내리꽂았다.“퍽퍽!”조천룡은 그 충격에 배에서부터 피가 울컥 뿜어져 올라왔지만 목이 졸리고 있는 탓에 그 피는 밖으로 새어 나오지도 못했다.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숨이 막혀 정신이 아찔해질 때에야 그는 비로소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음을 깨달았다.“멈춰!”이청아가 그를 제지하려 앞으로 나섰으나 유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음부를 힘껏 내리쳤다.“퍽!”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리와 함께 조천룡의 바지 밑으로 노랗고 하얀 이물질이 줄줄 흘
유진우의 행동 때문에 홀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봐 걱정됐던 사람들은 이미 진작 퇴장했다. 보디가드들은 중상을 입은 조천룡을 바로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일이 커졌네.”표정이 어두워진 이청아가 미간을 팍 찌푸렸다. 조훈은 잔인하기로 소문 난 사람이었다. 자기 아들이 이렇게 얻어맞은 것을 안다면 유진우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유진우의 목숨이 위험했다. “장 비서, 빨리 연락 돌려서 이 일을 무마할 수 있는지 알아봐 줘.”이청아가 갑자기 얘기했다. “이 대표님, 사람을 때린 건 유진우이지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왜 우리가 나서서 뒤처리해야 합니까?” 장 비서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방금 유진우가 날 도와준 건데 나더러 가만히 있으라고?”이청아는 낯빛이 파래져서 물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지금 조훈 어르신을 찾아뵈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게다가 도와줄 사람도...”장 비서가 급히 변명했다. “어찌 됐든 시도는 해봐야지.”이청아는 마음을 굳게 먹고 얘기했다. “그럼... 알겠습니다.”장 비서는 어쩔 수 없이 이청아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바로 연락을 돌려 도움을 요청해 보았지만 그 사람들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더니만 놀라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결국 누구도 조훈의 심기를 건드릴 일을 도와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님, 보시다시피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있는 게 없습니다.”장 비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조금 더 시도해 봐.”이청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시도해도 같은 결과일 겁니다.”장 비서가 고개를 젓다가 바로 옆의 양의성을 쳐다보았다. “아, 의성 도련님이 도와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나?”양의성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이게 맞냐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전에 의성 도련님 아버님께서 조훈 어르신과 아는 사이라고 하셨잖아요! 의성 님 아버님께서 나서시면 조금 나아지지
이튿날 아침. 봉황루의 천자 1호 방. “유 선생님, 절 보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건 갖고 싶어 하시던 용심초입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조선미는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유진우 앞으로 밀어주었다. “네?”유진우가 나무 함을 열어보았다. 나무 함 안에는 피처럼 붉은색을 띠는 약초가 있었다. 구불구불하게 생긴 약초는 마치 용의 발톱과도 같이 신기하게 생겼다. 냄새를 맡아보니 특이한 향기가 났다. “진짜 용심초네요! 감사합니다, 선미 아가씨!”유진우의 낯빛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요 몇 년간 그는 계속해서 진귀한 약초들을 찾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하나를 찾았다. 아직도 다섯 개가 필요했다. 남은 다섯 개의 약초를 찾으면 희망이 있었다. “감사할 것 없어요. 받을 만했으니까.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조선미가 웃어 보이며 얘기했다. “선미 아가씨, 드려도 되는 부탁일지 모르겠지만 혹시 이후에도 이처럼 진귀한 약초가 발견된다면 저한테 먼저 연락해 주실 수 있습니까? 대가는 얼마든지 지급하겠습니다.”유진우가 진지한 얼굴로 얘기했다. “가능은 하지만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이것들로 뭘 할겁니까?”조선미가 슬쩍 떠보면서 물었다. “사람을 구할 겁니다.”유진우는 살짝 망설이다가 결국 말했다. “제 친구가 크게 다쳐서 이런 진귀한 약초가 필요합니다.”“어머? 무슨 부상이기에 유 선생님도 치료할 수가 없어요?”조선미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유진우의 의술은 직접 보았기에 어느 정도인지 잘 알았다. 그의 의술은 기사회생으로 형용해도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의술만으로는 안 됩니다. 대량의 약재가 필요해요.”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뛰어난 의술이라고 해도 이를 받쳐줄 약재가 없으면 많은 병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렇군요.”조선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특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드릴게요.”“그래 주신다면 너무 감사드립니다.”유진우가 미
잠시 후, 팀원들의 부상은 모두 치료가 완료되었다.하지만 팔이 부러진 탓에 그들의 전투력과 이동 능력은 크게 떨어졌고 이제는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진 대장님, 다친 사람들은 제가 사람을 보내서 돌려보내도록 할까요?”이청성은 블랙스콜피온 팀을 잠시 훑어본 뒤 다시 진이수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들은 오아시스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지금 다시 돌아가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더 깊숙한 곳에 들어갔다면 돌아설 길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대장님! 저희는 괜찮습니다! 팔 하나 부러졌을 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맞아요! 우리가 겪어온 위험에 비하면 이런 상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대장님! 믿어 주세요. 이번 임무, 꼭 완수할 수 있습니다!”“...”블랙스콜피온 팀의 팀원들은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하나둘씩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들은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돌아가게 된다면 오아시스에서 얻은 모든 보물은 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이번 임무의 보상은 상당했지만 이를 나누면 각자 손에 쥐어지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금액으로는 노후를 준비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특히나 팔이 부러진 지금 그들은 더 많은 보물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불안정한 남은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그래서 그들은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청성 씨, 제 팀원들은 모두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온 사람들입니다. 이런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발목을 잡지 않을 거예요!”진이수는 얼굴에 단호한 표정을 띠며 말했다.그는 팀원들의 말 속에서 묻어나는 진심을 눈치챘다.이 오아시스는 위험했지만 그 안에는 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큰 부를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그들은 칼날 위에서 살아온 세월이 길어 대부분은 은퇴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임무만 끝내면 그들은 여생을 편하게 보낼 만큼
나무에 매달린 블랙스콜피온 팀의 한 팀원이 첫 번째 혈삼과를 따내고, 두 번째를 따려던 순간이었다.갑자기 그의 팔이 움찔하며 떨렸다. 마치 무언가에 찔린 듯했다.고개를 숙여보니 손바닥에 빨간색 벌레 하나가 기어들어 간 것을 발견했다.벌레는 개미만 한 크기였고, 날카로운 입을 지닌 채 피부를 뚫고 빠르게 그의 살 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블랙스콜피온 팀의 팀원은 깜짝 놀라 손을 휘둘렀지만 이미 늦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레는 그의 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고 살을 갉아 먹으며 미친 듯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악!”그는 고통이 담긴 비명을 질렀고 그만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의 팔은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빠르게 썩어가고 있었다.썩어가는 살 속에서 빨간 벌레들이 끊임없이 기어다니며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악몽처럼 공포를 자아냈다.“살려줘! 제발 살려줘!”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서 몸부림쳤다.그의 몸은 급격히 말라갔고 피부는 주름져 들어갔다. 얼굴은 심하게 움푹 들어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근육질의 남자는 이미 뼈만 남은 상태로 변해버렸다.그 모습은 마치 말라비틀어진 시체처럼 보였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주위 사람들은 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단 몇 초 만에 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다.그 말라버린 모습은 마치 온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간 듯한 끔찍한 장면이었다.“저기, 저 사람의 팔 좀 봐!”누군가가 소리쳤고 그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그의 팔은 이미 죄다 썩어들어갔고 하얗게 드러난 뼈 사이로 빨간 벌레들이 끊임없이 기어다니고 있었다.그 벌레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있었다. 알을 낳자마자 새로운 벌레들이 그 알을 깨고 나왔다.그 벌레는 한 번에 수십, 수백 마리씩 생겨나며 엄청난 속도로 번식하고 있었다. 벌레들이 살을 갉아 먹을수록 알을 낳는 속도도 빨라졌다.순식간에 그의 몸은 절반이나
그 느낌은 마치 천국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이었다.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이청성은 그들 뒤를 조용히 따르며 경계 태세를 한순간도 풀지 않고 주변을 예리하게 살폈다.겉으로 고요해 보이는 이곳은 숨어있는 위험이 끊임없이 도사리고 있었다.일반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땅속과 거대한 나무들 속에는 독이 있는 벌레와 뱀, 개미들이 고요히 숨어 있었다.하지만 아직 해가 지지 않았기에 그들은 그저 어두운 곳에 잠자듯 숨어 있을 뿐이었다.해가 떨어지면 그들은 사냥의 시간을 맞이할 것이었다.“저기, 저건 뭐지?!”길을 걷던 중, 블랙스콜피온 팀의 한 남자가 놀라며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그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울창한 풀 속에서 세 그루의 과일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그 나무들은 가지마다 푸르게 자랐고 붉고 탐스러운 과일들을 가득 품고 있었다.모든 과일은 투명하게 빛나며 햇살을 받자 루비처럼 붉은 광채를 뿜어냈다. 그 광경은 평범하지 않은 기이함을 자랑했다.“저게 혹시 혈삼과인가?!”누군가 놀라며 속삭였다.“뭐? 혈삼과? 먹으면 수련이 촉진되고 수명이 길어진다는 전설의 보물이잖아!”“세상에! 이렇게 많은 혈삼과가 있다니, 우리가 대박 난 거 아니야?”“...”나무에 열린 붉은 열매를 본 사람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알다시피 혈삼과는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이 비쌌고 무사들에겐 그 어떤 보물보다 귀한 것이었다.그 안에 담긴 영기는 오령정과 비슷한 정도로 뛰어났으며 신체를 강화시키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까지 있었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그 어떤 보물보다 귀하고 값졌다.등장하기만 하면 그 값에 상관없이 반드시 사려는 자들이 나타났었다.하나만으로도 대단한 가치를 자랑하는데 지금 눈앞에는 수백, 수천 개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서! 빨리 혈삼과를 따자!”진이수가 곧장 반응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그들은 본래 재물을 얻기 위해 이곳에 왔으나 이 과일들을 모두
길을 따라 끊임없이 걸어온 그들이 그동안 눈에 담은 것은 끝없이 펼쳐진 황량함 뿐이었다.지나가는 곳마다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졌고 그 어디에서도 생명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다른 차원의 모습이었다.눈앞엔 푸른 생명이 가득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꽃과 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치 생기가 넘치는 생명의 요람처럼 보였다.멀리서 보면 그것은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숲 같았다. 그 끝이 어디에 닿는지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만약 이런 풍경이 열대우림에서 나타났다면 그리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죽음의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막, 그 불모의 땅에서 갑자기 펼쳐진 이 푸른 오아시스는 그들의 마음을 충격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그들이 서 있는 곳과 그 앞의 오아시스는 마치 두 개의 다른 세계 같았다.한쪽은 황량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모래로 뒤덮여 있었고 다른 한쪽은 생기와 활력으로 넘쳐나는 초록의 세계였다.“세상에, 죽음의 사막 속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이야?”“이게 무슨 오아시스야? 이건 그냥 숲이라고 해야지!”“푸른 나무들, 향기로운 풀밭, 떨어지는 꽃잎들…무릉도원이 다름없네!”“...”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지금까지 그들이 봐왔던 오아시스는 대부분 작은 숲이었다.그 안에는 작은 연못과 몇 그루의 나무, 동물 몇 마리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눈앞에 펼쳐진 이 오아시스는 거대한 숲 그 자체였다. 나무와 풀이 끝없이 가득 차 있었다.그 풍경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대장님, 작년에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을 때는 이 오아시스가 없었죠? 단 1년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아요.”블랙스콜피온 팀의 짧은 머리의 여자가 감탄했다.그들이 보고 있는 이 무성한 꽃과 나무들은 정상적으로는 수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아마도 지각의 변동으로 지하수가 범람하면서 이런 변화가
”아가씨, 야영지 주변에서 발견한 물건입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가 사막 쥐들을 유인했을 겁니다.”왕 아저씨가 검은 물체를 한 움큼 쥐고 이청성에게 말했다.그 물체는 대략 콩알 정도인 크기였는데 마치 어떤 미끼처럼 보였으며 독특한 비린내가 났다.“이게 무엇인가요?”이청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냄새를 맡아보니 생각보다 꽤 자극적이었다.“아마도 음식과 약물이 섞인 것 같습니다. 방금 실험을 해봤는데 이 물체에서 나는 냄새가 사막 쥐를 빠르게 끌어모은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왕 아저씨가 설명했다.“그렇다면 물자가 파괴된 일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해치려 했다는 말인가요?”이청성은 빠르게 답을 내렸다.이 사막 쥐를 끌어들이는 물체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그럴 가능성이 큽니다.”왕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검은 물체들이 우리가 보관한 물자 주변에 널려 있었습니다. 사막 쥐 무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물자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이유 없이 잠들었고요. 아마 약을 먹인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누군가 뒤에서 상황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우리를 따라오며 우리가 방심할 때를 틈타 물자를 파괴해 우리를 막다른 길로 내모는군요. 이 상황을 만든 배후가 있다니, 잔인하기 그지없네요.”이청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빛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그녀는 자신이 특별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처음에는 여관에서 누군가가 푼 독에 중독될 뻔했고 그 뒤엔 물자가 파괴되었다. 물러설 길도 주지 않았다.아무리 마음을 넓게 가진다 해도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었다.“이 자식들! 누군지 알게 되면 그놈의 피부를 벗겨버릴 거야!”진이수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터뜨렸다.“세상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고 사람의 마음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요. 우리는 굉장히 은밀한 경로로 이동했는데 외부인들이 어떻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청성 씨!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사막 쥐들은 어디에서 온 거죠?”진이수가 다가가서 물었다.“진 대장님, 그 질문은 오히려 제가 해야 하지 않나요?”이청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진 대장님은 여러 번 죽음의 사막을 오갔고 이곳의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어젯밤 야영지도 진 대장님이 고른 곳인데 그곳에 사막 쥐 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몰랐나요?”“청성 씨,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진이수는 황급히 해명했다.“일반적으로 사막 쥐 떼는 죽음의 사막 외곽에서만 나타나며 일정한 활동 구역이 정해져 있어요. 제가 고른 장소는 그 범위 밖에 있었으므로 이런 공격을 받을 리가 없습니다.”“청성 씨, 예기치 못한 사고는 늘 있는 법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으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하죠. 우리 대장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도 이곳에 사막 쥐 무리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불만이 있다면 문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들에게 불만을 품어야 할 겁니다.”블랙스콜피온의 한 짧은 머리 여자가 말했다.“맞습니다!”옆에 있던 큰 덩치의 대머리 남자가 맞장구쳤다.“물자를 지키는 사람들은 전부 청성 씨 사람들이잖아요. 괜히 우리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왕 아저씨, 물자를 지킨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모두 다 데려오세요.”이청성은 차갑게 말했다.“네!”왕 아저씨는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그는 팀원들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이청성에게 보고했다.“아가씨, 어젯밤 보초는 이 다섯 명이 맡았습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런 문제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죠?”이청성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냉정했다.이번 임무는 국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절대로 부하들이 게으름을 피우게 해서는 안 됐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소대장은 송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잠이 들었다고요?”이청성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