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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작가: 강로이

제1화

“유 대표님, 이건 이 대표님께서 준비한 이혼 합의서입니다. 사인 부탁드려요.”

청성 그룹 대표 사무실 안.

OL유니폼을 입은 장 비서가 A4용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맞은편엔 수수한 옷차림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이혼이라니? 무슨 뜻이지?”

유진우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대표님과 이 대표님의 결혼생활은 이젠 끝이에요. 두 분은 더 이상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요. 대표님의 존재가 이 대표님에겐 걸림돌만 될 뿐이에요!”

장 비서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

“걸림돌?”

유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니까 청아가 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

두 사람이 결혼할 때 이씨 일가는 한창 저조기에 처해있어 빚더미가 산을 이뤘다.

유진우가 그런 이씨 일가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 주었다.

그런데 인제 와서 부귀영화를 누리더니 이청아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리다니.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장 비서는 턱을 치켜세우고 책상 위의 잡지를 가리켰다. 잡지 표지 화면에 절세미인과도 같은 한 여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유 대표님, 이 타이틀 좀 보세요. 짧디짧은 3년 안에 이 대표님의 가치가 무려 2천억 원을 돌파했다고요. 기적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강능 전체에서 가장 핫한 미녀 대표가 되었어요! 이 대표님은 뛰어난 미모와 실력으로 구름 위를 걸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유 대표님은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이 대표님께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부디 저 자신을 알고 눈치껏 물러서세요!”

유진우가 아무 말 없자 장 비서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

“썩 내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현실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전에 이 대표님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이 3년 동안 대표님은 그 신세를 전부 다 갚았어요. 이젠 유 대표님이야말로 우리 대표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고요!”

“이 결혼이 한 차례 거래였어?”

유진우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만약 정말 이혼하고 싶다면 이청아더러 직접 와서 얘기하라고 해.”

“대표님은 매우 바쁘세요. 이런 작은 일로 굳이 귀찮게 할 필요가 없잖아요.”

“작은 일?”

유진우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저 자신이 한심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래? 걔한테 이혼이 작은 일이었어? 나랑 직접 만나서 얘기 나눌 여유도 없었던 거야? 이청아 이젠... 정말 넘볼 수 없는 인물이 되었네!”

“유진우 씨, 이렇게 된 이상 우리 더는 시간 끌지 말아요.”

장 비서가 이혼 합의서를 그의 앞에 내밀었다.

“여기에 사인만 하면 집과 차, 그리고 보상금 16억 원까지 드릴게요. 이건 당신이 평생 벌어도 얻지 못할 금액이에요!”

“16억 원이라... 확실히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아쉽게도 난 필요치 않아. 이혼할 수 있어. 이청아더러 직접 나 만나러 오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절대 사인 안 해.”

유진우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유진우 씨, 적당히 하시죠!”

장 비서가 책상을 내리치며 으름장을 놓았다.

“분명 경고했어요. 이 대표님의 지위와 권력으로 당신과 이혼하는 건 식은 죽 먹기에요. 다만 옛정을 보아 당신한테 마지막 존엄을 남겨두는 거니까 부디 선 넘지 말아요!”

“존엄?”

유진우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이혼을 하면서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 게 대체 무슨 존엄이란 말인가?

게다가 정말 옛정을 생각했다면 이런 말을 꺼낼 수 있을까?

“더는 할 얘기 없는 것 같군.”

유진우가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유진우 씨! 당장...”

장 비서가 이제 막 화를 내려 할 때 딱 달라붙는 검은색 스커트에 잘록한 허리를 드러낸 절세 미모의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새하얀 피부에 이목구비가 정교하고 몸매 또한 매우 날씬했다.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까지 더하니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를 방불케 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네.”

눈앞의 절세미인을 보며 유진우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결혼생활 3년 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존경하며 예쁘게 살아왔지만 어느덧 이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몰랐다!

“미안, 아까 볼 일이 있어서 좀 늦었어.”

이청아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대표 참 바쁘시네... 이혼도 부하에게 맡길 만큼 말이야.”

유진우가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청아는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다만 그녀는 딱히 별다른 해석 없이 말을 이어갔다.

“다 왔으니까 본론부터 얘기해. 불필요한 말은 사양할게. 이번엔 내가 많이 미안해. 우리 이만 좋게 헤어져. 이혼하고 집과 차는 모두 당신이 가져. 그리고 보상으로 16억 원을 더 줄게. 어때?”

말을 마친 그녀가 은행카드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넌 사람 마음이 돈으로 매겨질 수 있다고 생각해?”

유진우가 넌지시 물었다.

“액수가 적어? 좋아... 원하는 거 있으면 다 얘기해 봐. 최대한 만족시켜 줄게.”

이청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내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네. 좋아, 이렇게 말할게. 돈과 권력이 정말 그토록 중요해?”

유진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청아는 창가 쪽에 걸어가 이 강철 도시를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적어도 나한테는 매우 중요해!”

“하지만 지금 네가 번 돈으로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잖아. 왜 굳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진우야, 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야. 넌 영원히 몰라. 내가 대체 뭘 갖고 싶어 하는지 말이야.”

이청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여 머리를 내저었다.

두 사람은 이날 이때까지 함께 오면서 신분과 지위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마인드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청아가 더 이상 유진우한테서 일말의 희망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니?

유진우는 본인이 한심하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난 그저 네가 배고플 때 밥을 차려주고, 네가 추울 때 옷을 갖다주고, 네가 아플 때 업고 병원에 데려다줄 뿐이지.”

“인제 와서 그런 얘기는 아무 의미 없어.”

이청아의 눈빛이 살짝 복잡해졌지만 금세 단호하고 매정하게 변했다.

“하긴, 그렇지.”

유진우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양씨 일가의 도련님과 가깝게 지낸다면서? 혹시 그 사람 때문이야?”

이청아는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해해도 돼.”

“알았어. 두 사람 행복하길 바라.”

유진우가 담담한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없이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으로 서명했다.

참 우습게도 오늘이 마침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결혼과 이혼을 똑같은 날로 선택하다니, 이보다 우스운 일이 어디 있을까?

“돈은 필요 없어. 하지만 그 옥 펜던트는 꼭 나한테 돌려줘. 그건 엄마가 남겨주신 유품이야. 우리 가문에서 며느리에게 주는 보증이기도 하지.”

유진우가 그녀의 옷깃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았어.”

이청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옥 펜던트를 떼서 그에게 건넸다.

“우린 인제 서로 빚진 것 없는 남남이야!”

유진우는 펜던트를 챙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의 눈가엔 더이상 자상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한없이 차가운 눈빛과 단호한 행동으로 모든 걸 대체했다.

“장 비서, 어때? 내가 잘한 거 맞지?”

이청아가 복잡한 눈길로 물었다.

이혼 얘기를 꺼낸 건 그녀지만 막상 이 지경에 이르니 좀처럼 기뻐할 수 없었다.

“물론이죠!”

장 비서가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

“대표님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요. 유진우 씨는 이젠 대표님과 안 어울려요. 대표님 앞길에 걸림돌만 될 뿐이죠. 대표님은 반드시 강능의 최정상에 서실 겁니다!”

이청아는 아무 말 없이 쓸쓸한 유진우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저리는 마음을 달랬다.

마치 매우 중요한 물건 하나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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