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아까 그렇게 큰소리를 쳤는데, 이 시점에서 물러서는 건 스스로 얼굴에 먹칠하는 격이었다. 그럼, 앞으로 사회에서 얼굴을 들고 다닌단 말인가?그녀가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을 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단소홍 씨,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가 있나요? 이런 소소한 일은 저희한테 맡기면 됩니다.”목소리와 함께, 화려한 옷을 입은 두 명의 젊은 여자가 나란히 들어왔다.왼쪽에 있는 여자는 붉은 옷을 입고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안세리였다.오른쪽에 있는 여자는 하얀 옷을 입고 차가운 표정으로, 역시 도도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바로 전에 몇 번 본 적 있는 봉연주였다.남성 서울에서 그들은 처음에는 유치원에서 충돌했고, 후에 남궁 장군 저택의 마장에서 또 만나서 분위기가 상당히 불편했다.그런데 며칠이 안 돼 다시 이곳에서 만날 줄이야.“봉연주 씨?”단소홍은 그들을 보자마자 얼굴에 기쁨이 스쳤다.자신의 지원군이 온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단소홍 씨, 소개해 드릴게요. 제 옆에 있는 이분은 안씨 가문의 천금이자 제 절친 안세리예요.”봉연주는 손짓하며 안세리를 가리켰다.“안세리 씨군요. 반가워요.”단소홍은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그녀는 안세리와 같은 부잣집 딸들만이 자기와 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여겼다.“단소홍 씨, 반가워요.”안세리도 미소 지으며 예의 바르게 대답한 뒤 덧붙였다.“단소홍 씨, 어려운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저희가 도와드릴까요?”“무례한 놈을 만나서 사람을 부르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두 분이 와주셨네요.”단소홍은 태연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둘이 있으면 그도 감히 더 설치진 못할 거예요!”봉연주는 시선을 돌려 냉랭하게 유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지? 그때 서울은 네 구역이었으니 내가 복수할 기회가 없었지만 이제 내 구역이니까 우리 본격적으로 계산을 해야 하지 않겠어?”“어? 어떻게 할 건데?”유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
봉연주가 명령을 내리자마자, 갑자기 문밖에서 두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한 무리는 봉씨 가문의 호위들이었고, 다른 한 무리는 안씨 가문의 호위들이었다.이들은 모두 정예로 뽑힌 인물들이었으며, 그 수는 단소홍이 데리고 온 경호원들보다 훨씬 많았다.그들은 등장하자마자, 은 씨 제약의 보안 인원들을 순식간에 포위했다.상황은 다시 한번 역전되었다.이 광경을 본 구경꾼들은 한발 물러나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불똥이 튈까 두려웠던 것이다.두 명문가와 왕족의 사람들이 모인 이런 거대한 세력을 감히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호위병을 이렇게 많이 데리고 온 걸 보니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네.”유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포위된 상황에서도 그는 전혀 두려움 없이 태연했다.“유진우, 우리가 예전에 친했던 걸 봐서 얘기하는 건데, 네가 여기서 잘못을 인정하고 우리에게 충성하겠다고 하면, 내가 연주한테 사정해 볼게. 널 한 번만 봐주라고.”이때 안세리가 입을 열었다.유진우가 자존심을 세울수록, 그녀는 그를 짓밟아 모욕하고 싶었다.한낱 사회의 밑바닥 인생이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안세리, 그만 좀 떠들어. 듣기만 해도 역겨워.”유진우는 가차없이 까밝혔다.“내 생각이 맞는다면, 오늘 이 상황도 네가 다 계획한 거지? 뒤에서 이간질하고 앞에서는 착한 척. 항상 이렇게 연극을 하느라 지치지도 않냐?”“유진우! 난 지금 기회를 주고 있는데, 그걸 몰라보면 후회할 거야!”안세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네 그 가식적인 얼굴 좀 치워. 나에겐 필요 없으니까.”유진우는 차갑게 말했다.“그리고 너희 안씨 가문이 나한테 진 빚, 사흘 안에 갚아. 그렇지 않으면 크게 후회하게 될 거야!”“진짜 죽고 싶은 모양이네! 감히 날 무시해!”안세리의 얼굴이 싸늘해지더니 주위를 둘러봤다.“다들 뭐해? 연주가 말한 거 못 들었어? 당장 뺨을 쳐!”“알겠습니다!”앞줄에 있던 호위들이 사납게 유진우에게 덮쳐들었다.하지만 몇 사람이 손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이 독은 보통 독이 아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안세리 일행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홀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그들 호위만 쓰러지고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걸까? 설마 이 독이 적과 아군을 가려낸다는 말인가? 너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아닌가?’“유진우! 네가 한 짓이지?!”단소홍이 금방 반응했다.“헛소리 마,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유진우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직도 변명해? 네가 몰래 손 쓴 게 분명하잖아, 이 악독한 놈!”단소홍이 호통쳤다.“유진우! 해독제 당장 내놔! 그렇지 않으면, 사람 죽으면 너도 같이 골로 갈 줄 알아!”봉연주가 매섭게 말했다.오늘 데려온 사람들은 모두 봉씨 가문의 고급 호위들이었다. 그들은 강력한 실력과 충성을 갖춘 정예들로, 봉씨 가문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키운 자들이었다.한두 명이 죽는 건 그래도 괜찮겠지만, 만약 전부가 여기서 이유도 없이 죽어버린다면, 돌아가서 분명히 추궁을 당할 것이고, 심지어 가법으로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내가 말했잖아, 나랑 상관없다고.”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설령 내가 독을 썼다 한들, 왜 내가 해독제를 내놔야 해? 잊지 마, 소란 피운 건 너희였어.”“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너 지금 당장 해독제를 내놓지 않으면, 넌 봉씨 가문 전체의 적이 될 거야!”“상관없어. 이미 관계가 틀어진 마당에, 끝까지 가보자고.”유진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너--!”봉연주는 말문이 막혔다.유진우가 이렇게 끈질기고, 봉씨 가문의 위협을 전혀 개의치 않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건 그야말로 완전히 체념한 듯한 태도였다.“유진우, 해독제를 내놓기만 하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갈게.”안세리가 나서서 말했다.“너희는 넘어간다지만, 난 안 넘어가.”유진우가 주도권을 쥐고 말했다.“너희 셋, 지금 당장 나한테 사과하고,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해.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옆집 동생처럼 밝게 웃고 있는 황은아를 보며 안세리 일행은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흘렀다.그녀는 분명 천진난만한 모습을 갖고 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음침하고 독살스러웠기 때문이다.그녀들에게 독을 먹이고는 조금만 참으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미친 거지.“너 누구야? 감히 우리한테 독을 쓰다니, 진짜 간이 크구나!”봉연주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너희가 어떻게 할 거냐는 거지.”황은아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너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어. 내 독에 죽든가, 아니면 아저씨에게 사과하고 손해를 배상하든가.”“우리더러 사과하라고? 어림없어!”봉연주가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의 고통이 급격히 심해졌고, 그녀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당장 해독제를 내놔. 그렇지 않으면 넌 큰일을 당하게 될 거야!”안세리는 여전히 협박을 시도했다.“큰일?”황은아는 미소 지으며 쪼그려 앉아 안세리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너 안 씨 맞지? 만약에... 내가 네 가족 모두를 독살한다면, 넌 나를 어떻게 큰일 나게 할 건데?”“네가 감히!”안세리의 동공이 축소되며 놀람과 분노가 뒤섞였다.‘눈앞의 이 여자는 미친 게 아닐까? 어떻게 안씨 가문 전체를 위협할 수 있지?’더 무서운 건, 그녀는 상대가 진짜로 그렇게 할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는 것이다.“내가 감히 할지 안 할지는, 직접 확인해 보면 되겠지.”황은아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네가 죽으면, 네 가족들도 전부 따라가서 너와 함께 묻힐 거야. 그럼, 너도 외롭지 않겠지? 어때, 나 너무 친절하지?”“너... 정말 미쳤구나!”안세리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차가운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너희에게 남은 시간은 5분이야.”황은아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이며 미소 지었다.“5분 후면 독이 퍼져 죽을 거야. 그때면 후회해 봤자 소용없어.”“미친년! 난 문왕부의 사람이야! 날 죽인다
“해독제... 해독제 좀 줘!”“잘못했어. 사과할게. 빨리 해독제 줘!”죽음의 고통에 시달리던 봉연주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항복했다.황은아는 조용히 쪼그려 앉아 턱을 괸 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머리가 너무 아파! 나도 더는 못 버티겠어! 사과할게, 배상할게. 빨리 해독해 줘!”단소홍도 결국 무너졌다.목숨에 비하면 체면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겁을 먹은 게 어디 한두 번인가.황은아는 여전히 안세리를 보면서, 움직임이 없었다.“세리야! 얼른... 얼른 사과해!”“이 여자는 진짜 미쳤어! 너 사과 안 하면 우리 다 여기서 죽게 돼!”봉연주는 조바심에 울부짖었다.“계속 가만히 있으면 네 친구들 다 죽어.”황은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세리! 뭐 해? 빨리 사과하라고! 너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고!”봉연주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뭘 잘난 척하는 거야? 어차피 다 같은 처지인데,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좋아! 사과할게! 빨리 해독해 줘!”안세리가 이를 악물며 외쳤다.“이제야 말 잘 듣네.”황은아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옅은 청색 가루가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천천히 내려와, 비처럼 모든 사람을 덮었다.가루가 코와 입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은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에서 점차 벗어났지만, 여전히 몸에 힘이 빠져 기운을 모으기 어려웠다.“자, 이제 너희들 차례야.”황은아는 손을 털며 미소 지은 채 옆에 서 있었다.“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여기서 소란 피워서 죄송하고, 모든 손해를 배상할게.”안세리는 쏘아보듯 유진우를 노려보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원한이 서려 있었다.하층민이 감히 그녀에게 대중 앞에서 사과하게 하다니, 이 굴욕은 반드시 백배로 갚을 것이다.봉연주와 단소홍은 몇 번 숨을 고른 후, 마지못해 사과했다.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돌아가면 다시 복수할 방법을 찾으면 되는 거니까.“됐어,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넘어가
“유 대표님, 이건 이 대표님께서 준비한 이혼 합의서입니다. 사인 부탁드려요.”청성 그룹 대표 사무실 안.OL유니폼을 입은 장 비서가 A4용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녀의 맞은편엔 수수한 옷차림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이혼이라니? 무슨 뜻이지?”유진우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대표님과 이 대표님의 결혼생활은 이젠 끝이에요. 두 분은 더 이상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요. 대표님의 존재가 이 대표님에겐 걸림돌만 될 뿐이에요!”장 비서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걸림돌?”유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까 청아가 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두 사람이 결혼할 때 이씨 일가는 한창 저조기에 처해있어 빚더미가 산을 이뤘다.유진우가 그런 이씨 일가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 주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부귀영화를 누리더니 이청아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리다니.“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장 비서는 턱을 치켜세우고 책상 위의 잡지를 가리켰다. 잡지 표지 화면에 절세미인과도 같은 한 여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유 대표님, 이 타이틀 좀 보세요. 짧디짧은 3년 안에 이 대표님의 가치가 무려 2천억 원을 돌파했다고요. 기적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강능 전체에서 가장 핫한 미녀 대표가 되었어요! 이 대표님은 뛰어난 미모와 실력으로 구름 위를 걸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유 대표님은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이 대표님께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부디 저 자신을 알고 눈치껏 물러서세요!”유진우가 아무 말 없자 장 비서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썩 내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현실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전에 이 대표님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이 3년 동안 대표님은 그 신세를 전부 다 갚았어요. 이젠 유 대표님이야말로 우리 대표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고요!”“이 결혼이 한 차례 거래였어?”유진우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만약
엘리베이터 안.유진우는 낙담한 눈길로 가슴팍의 옥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진작 예상은 했으나 막상 이혼하니 좀처럼 기분이 후련하지 못했다.그가 바라던 행복은 아주 단순했다. 하루 세끼를 함께하고 소소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뿐이었다.다만 이제야 알게 됐다.소소함도 죄라는 것을.소소한 행복에 흠뻑 빠진 3년이란 세월, 이젠 그만 깨어날 때가 되었다.“띠리링...”한창 넋 놓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우 씨, 안녕하세요. 저는 강능 상회의 안병서예요. 오늘이 진우 씨와 청아 씨의 결혼기념일이라면서요. 제가 특별히 두 분께 선물을 준비했는데 언제 시간이 되실지 모르겠네요.”“고마워요, 병서 씨 마음만 잘 받을게요. 앞으론 이런 거 준비하실 필요 없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안병서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회장님, 또 다른 용건 남으셨나요?”유진우가 화제를 돌렸다.“그게 사실... 대표님께 부탁드릴 사연이 하나 있어서요.”안병서가 어색한 듯 마른기침을 해가며 말을 이었다.“다름이 아니라 제 친구가 요즘 이상한 병에 걸려서 온갖 명의를 수소문해 봐도 치료가 잘 안돼서요. 실례지만 진우 씨가 한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회장님도 제 룰을 잘 알고 계실 텐데요.”“물론이죠! 빈손으로 감히 부탁을 청하겠나요. 제 친구 집에 마침 진우 씨가 원하던 용심초가 하나 있어요. 도와만 주신다면 이 희귀한 약재를 보상으로 드리겠습니다.”안병서가 대답했다.“진짜예요?”유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렇다니까요!”“좋아요, 그럼 직접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유진우가 바로 허락했다.그는 돈과 보석 따위에 아무런 흥미가 없지만 일부 희귀한 약재는 꿈에도 오매불망 그릴 정도였다.왜냐하면 그것으로 목숨을 구해야 하니까!“고마워요, 진우 씨. 지금 바로 분부해서 진우 씨 모시러 가겠습니다!”안병서가 한시름 놓인 듯 웃으며 말했다.강
“꺼져!” 간결한 이 두 글자에 장경화는 겁에 질려버렸다.평소 한없이 자상하고 늘 웃기만 하던 유진우가 화를 내니 이토록 무서울 줄이야.그 눈빛은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였다.“사람 살려요! 구해주세요!”정신을 차린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곧이어 청성 그룹의 경호원들이 와르르 몰려왔다.“사모님, 무슨 일이시죠?”그중 경호 대장이 장경화를 알아보고는 곧장 그녀를 편들었다.“유성빈, 당장 저 녀석 끌어내! 감히, 감히 내 아들을 때렸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장경화가 강경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우리 그룹 문 앞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어?!”경호 대장이 손을 휘두르자 뭇사람들이 청성 그룹 앞에 몰려들었다.이건 대표님 어머님께 잘 보일 절호의 기회였다.표현만 잘하면 승진하고 연봉을 올리며 아름다운 미인과 결혼해 인생의 절정에 오를 천재일우의 기회였다.“뭘 보고 있어? 당장 제압하란 말이야!”경호 대장이 나서려 할 때 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감히 누가 손대려고?!”이때 실버 롱드레스로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 아름다운 여자가 경호원을 몇 명 데리고 이곳으로 걸어왔다.강렬한 불꽃과도 같은 새빨간 립스틱에서 요염한 풍채가 한껏 드러났고 살짝 눈웃음 지으니 고혹한 자태에 저도 몰래 스며들 것 같았다.그녀는 요정처럼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와, 너무 예뻐!”한 무리 경호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눈앞의 그녀는 절세의 미인이 따로 없었다!“유진우 씨, 괜찮으시죠?”그 여인은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도 마다한 채 곧게 유진우 앞으로 다가왔다.“네? 누구시죠?”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의 눈가에 어렸던 표독한 기운도 점차 사라졌다.“안녕하세요, 저는 조선미라고 해요. 안 회장님의 소개로 왔어요.”그 여자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순간 한 무리 경호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조선미? 설마 그 조씨 일가의 따님 조선미를 말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