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남은 여파조차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끝이 났나?’ ‘이렇게 무서운 주먹을 누가 견뎌낼 수 있어?’ 아까 폭발하는 그 순간 사람들은 두 눈으로 똑똑히 최홍기의 주먹이 유진우의 몸으로 돌격하는 모습을 보았다. 철로 만든 사람이라 하여도 반보 마스터의 공격 아래에서 다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표정이 굳은 채로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들의 온 몸에 소름이 끼치게 만들었고 입을 다물 수가 없게 하였다. 그 시각, 현장 중앙. 유진우는 가만히 서서 그의 공격을 피하지도 막지도 않은 채로 최홍기의 주먹이 자신의 몸에 한 번, 또 한 번 부딪히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두 다리는 마치 땅속에 뿌리를 묻은 것처럼 미동도 없었고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유진우 주위의 땅바닥은 이미 다 갈려졌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유진우를 발견한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최홍기가 전력을 다해 쏘아붙이는 공격을 막아버렸다니? 아무런 방패도 기술도 없이 맨 몸으로 막고 있다니! ‘저건 시* 무슨 괴물이지?’ “어머 세상에! 저 놈 진짜 철로 만든 괴물인가?” 최선희는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유진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최홍기는 반보 마스터 급 강자답게 그저 가볍게 주먹을 휘둘러도 뼈가 부스러지는 고통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주먹이 유진우의 몸에 부딪혀서는 아무런 힘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저 놈은 도대체 어디서 온 사람이냐?” 최성길은 놀라는 한편 유진우의 출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최홍기가 유진우를 손쉽게 이길 것이라고 착각하던 사람들은 뒤통수를 크게 맞았다. “응?” 최원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미간을 찌푸린 채 눈빛에서는 큰 충격이 보여졌다. 그는 반보 마스터의 주먹을 막아내는 유진우의 실력이 강대하다 못해 어마무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재밌네.” 진학량은 수염을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최홍기를 본 사람들은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했다. 눈앞에 놓인 결과는 누구의 예상도 다 뒤엎어버렸으니까. 아무리 불편해도 결과는 꼭 받아들여야했다. 최홍기는 확실히 패배를 했다. 그것도 아주 비참하게 말이다. 연경의 왕족이라는 사람들 중 젊은이들은 그 누구도 연우진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쪽팔리는 일인가! “승부는 이미 끝이 났으니 더 이상 때릴 필요는 없지요?” 연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돌려 최원우와 최성길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정력을 아끼기 위해 연우진은 한 방에 최홍기를 무너뜨리는 결정을 하였고 그로 인해 최씨 집안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너 도대체 누구야? 최홍기를 이기다니?” 최성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물었다. 연속으로 전쟁을 세 번이나 했지만 결과는 다 패배로 끝이 난 최씨 집안은 체면을 차릴 수가 없었다. “최홍기 씨를 이긴 사실이 놀라 우신 가요? 연경에서 최홍기 씨를 이기는 사람은 몇 없지요.” 연우진은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 최성길은 그의 말에 목까지 막혀왔다. 최홍기를 이길 수 있는 동년배들 중 그 누가 명성이 자자하지 않은가? 하지만 연우진은 그저 보통 백성 같은 사람이었고 무명인이었다. 도대체 왜 그런 연우진이 최씨 집안에서 배양한 인재를 이길 수 있는가! 짝! 짝! 짝! 그 순간, 최원우는 갑자기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짓더니 입을 뗐다. “정말이지 다채롭구나! 오늘 나한테 많은 것을 배워주는구나.” “형님?” 최성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고개를 돌려 최원우를 쳐다보았다. ‘최씨 집안 체면이 말이 아닌데 지금 웃음을 지을 수가 있다니? 미친 건가?’ “연우진 씨, 이렇게 젊은 나이에 무도 마스터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확실히 대단하십니다. 우리 최씨 집안 자제가 참 처참하게 패배를 했네요.” 최원우가 느긋하게 말을 했다. “뭐? 저 놈이 무도 마스터라고?” 그의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계속 이 상태로 나아간다면 최씨 집안은 꼭 명성을 잃게 될 것이고 왕족이라는 가문의 명예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그는 이미 유진우처럼 재능과 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여태껏 그 누구도 그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아까 유진우의 실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한 최원우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시*! 저 놈 운이 너무 좋은거 아니야? 족장님의 인정도 받는 동시에 저렇게 예쁜 여자도 소유 할 수 있다니? 저건 완전 일석이조잖아.” 최원우의 조건을 들은 사람들은 다 부러워하는 한편 질투도 났다. 그들은 비록 최씨 집안의 자제들뿐이었지만 매 사람마다 주어진 자원도 한계가 있었기에 더욱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꼭 자신의 노력으로 이뤄내야 했다. 하지만 유진우는 달랐다. 만약 정말 최씨 집안으로 들어간다면 그는 최씨 집안에서 배양하는 제일 반짝이는 별이 될 것이다. 자제들과는 완전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말이다. “어떻습니까? 제가 제시한 조건이. 마음에 드시나요?” 최원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사람들은 다 유진우가 그의 조건을 허락할 줄 알았다. “최 씨 족장님의 칭찬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아무런 세력과 손을 잡을 계획이 없어서요.” 유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최원우의 말을 거절했다. “네?” 최원우는 그의 거절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당황하며 물었다. “유진우 씨, 우리 최씨 집안과 손을 잡는다면 든든한 세력이 생길 것입니다. 나중에 어떤 일도 상관을 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이렇게 좋은 일이 또 어디 있다고 거절을 하시는 거죠?” “최 씨 족장님 이 말은 좀 너그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때, 진학량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유진우는 우리 진씨 집안사람입니다. 근데 어떻게 최씨 집안으로 들어설 수 있겠습니까? 제 앞에서 제 사람을 뺏으려 하다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진씨 집안이요?”
“두 분 다 먼저 진정하세요.”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만 보던 유진우는 얼른 말렸다. 아니면 금방이라도 두 집안의 기둥같은 사람들이 큰 싸움을 벌릴 것 같아서 말이다. “유진우 씨, 지금 당장 선택하시죠. 우리 최씨 집안입니까 아니면 진씨 집안입니까?” 최원우는 단도직입적으로 유진우에게 물었다. “너 이 놈 잘 생각해봐. 말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질지 잘 생각하고.” 진학량도 수염을 어루만지며 유진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도 일제히 유진우에게 향했고 다들 유진우를 위해 싸우는 두 집안 기둥들의 모습을 신기해했다. 하지만 두 집안 다 다른 방면으로는 쌍두마차라서 선택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다. 최씨 집안은 군무세가이고 유진우 또한 무도 마스터기에 앞으로 발전할 방향을 본다면 무조건 최씨 집안을 선택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진씨 집안 또한 왕족집안이라 실력은 최씨 집안보다 딸리지는 않았다. 게다가 조선미의 영향까지 더해지니 사람을 설복하기도 더 쉬워보였다. 제일 관건적인 일 하나, 그건 바로 그 어느 집안을 고르던 다 선택을 받지 않은 집안에서 크나큰 원망을 받는다는 것이다.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선택. “두 분의 호의는 다 잘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은 여전히 똑같습니다. 전 아직 어느 세력과도 손을 잡을 생각이 없어서요.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이 없네요.” 유진우는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뭐라고” 그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다 깜짝 놀랐다. 사람들의 눈빛은 다 유진우의 대답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최씨 집안에 합류를 하던 진씨 집안에 합류를 하든 확실한 사실은 앞으로의 삶은 더 화려해질 것이다. 그러나 유진우는 하나도 선택을 하지 않고 둘 다 거절을 해버렸다. 사람들은 그의 이런 선택에 충격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유진우 씨, 오늘처럼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날은 앞으로 오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포기를
그녀는 얼마 걸리지 않아 유진우의 명성이 널리 퍼질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그로부터 며칠이 흐를 동안 유진우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삐 보냈다. 처음으로 온 사람은 영약을 찾으며 병을 치유하겠다고 하고 두 번째로 온 사람은 구세당을 다시 건설하겠다고 말하며 세 번째로 온 사람은 옥로고의 일에 대해 물었다. 당연하게도 가끔은 시간을 짜내 밥을 먹거나 조선미와 함께 놀러도 갔었다. 통 털어놓고 보면 유진우는 하루만이라도 쉬는 날이 없이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옥로고는 이미 제대로 된 길을 순조롭게 걷고 있는 중이었다. 은도는 은씨 집안의 명의로 전문적인 의약 회사를 꾸려 옥로고를 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몇 번이나 벌어진 발효와 광고로 인해 이미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회춘약과는 경쟁관계가 되어버렸다. 가격이 더 싸고 약 효과도 빠르게 퍼지는 탓에 이미 소문은 업계에서 가득 퍼졌다. 정식으로 약품이 출시만 된다면 아주 큰 이득을 볼 것이 분명했다. 그 시각, 안씨 가문의 회의실. 제일 최근 소식을 전해들은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은 그들만의 회의를 주최했다. 현장에 도착한 사람들 중에는 안씨 가문의 핵심인원과 송씨 가문의 고위층 인물들도 있었다. “방금 들은 얘기인데 은씨 집안에서 새로운 옥로고를 발명했나 합니다. 게다가 우리 회춘약보다 더 효과가 좋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안두천이 진지한 표정을 하며 물었고 그와 동시에 일부로 송영명 등 사람을 슥 쳐다보았다. “확실히 그렇다고 합니다.” 안씨 가문의 고위층 인물이 벌떡 일어서더니 대답했다. “제가 이미 조사를 마쳤는데 은씨 집안의 옥로고가 그렇게 신가하다고 합니다. 업계 내에서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말이죠. 심지어는 우리의 회춘약을 초월하는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아직 정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소문이 퍼져 저희 회춘약에게 엄청난 위협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이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은씨 집안은
“흥! 유진우 그 인간 정말 간도 크군. 감히 우리한테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걸다니? 정말 눈에 뵈는 것도 없나 보네요.” 안두천은 싸늘하게 식은 표정과 눈빛을 하고는 말을 했다. 요즘 이 시기에 회춘약을 더 유명해지게 하기 위해 안씨 가문에서는 모든 자원을 다 쏟아 부었다. 광고들을 이곳저곳 다 붙여놓으며 바다를 메꿀 만큼의 돈도 들였다. 원래는 이 기회를 빌어 명성을 높인 뒤, 돈을 원하는 만큼 벌어놓고는 인맥을 늘이려하였다. 하지만 이제 갓 시작을 했지만 유진우가 이런 짓을 벌일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이게 시* 사람이 할 짓이야?’ “세리야, 내가 너한테 하루 빨리 유진우 그 놈을 처리하라고 하지 않았냐? 왜 아직 살아있는 거지?” 송자현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딸을 보며 원망의 말들을 내뱉었다. “저...” 안세리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닫았다. 어머니의 날선 눈빛에 그녀는 책임을 송영명에게 전가하며 천천히 대답했다. “사실 이런 일은 영명 오빠가 맡은 거였어요.” “...” 송영명은 안세리의 말에 입술을 꽉 깨물며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키며 말을 꺼냈다. “자현 이모님, 요 며칠 저도 이런 저런 방법을 다 동원해봤습니다. 하지만 유진우 그 놈이 쥐새끼 마냥 요리저리 피해 다니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저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는 요즘 꽤나 많은 인원을 동원해 유진우의 행적을 쫓았지만 매번 증거를 찾을 때면 유진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송영명에게는 유진우를 처리할 기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골 남자애 하나 처리하지 못하다니. 너희들한테 정말 실망이구나.” 송자현은 냉랭하게 대답했다. 송영명과 안세리 두 사람은 고개를 푹 떨군 채 어떠한 반박도 못했다. “안 집사, 네가 직접 사람을 찾아 조사를 하 거라. 무조건 유진우를 잡아와야 한다. 특히 그 옥로고의 비법 말이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손에 넣어야 한다.” 송자현을 고개를 돌려 뒤에 있던 안중기에게 명
“저 간판은 조금 더 위로, 제일 눈에 잘 띠는 곳에 둬야죠.” “그리고 이 레드카펫도 밖에까지 설치해주고요.” “무용단은 다 도착했나요? 빨리 준비하라고 하세요. 조금 잇다가 개업할 겁니다.” “...” 은도는 이곳저곳 자세히 체크를 하며 뭐 하나 놓칠세라 두 눈을 부릅뜨고 확인하고 있었다. 오늘은 절대로 한 치의 오차가 생겨서도 안 되는 날이기 때문에. “은도야.” 그때, 마이바흐 한 대가 길가에 멈춰서더니 차 안에서 은국성이 미소를 띤 채로 내렸다. “아빠! 오셨어요?” 은도는 하던 일을 멈추고 얼른 은국성에게 달려갔다. “어때? 일은 순조롭게 잘 되고 있니?” 은국성은 주위를 슥 둘러보며 딸이 거둔 성과들을 감상하였다. “당연히 순조롭죠. 제가 직접 하나하나 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은도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네.” 은국성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내가 이미 내 오래된 친구들이랑 다 옥로고에 대해 말을 했다. 걔들은 옥로고에 아주 큰 관심을 보이며 마음에 들어 하더라. 오늘 네 기 좀 살려주고 너 인기도 많아지게 하려고 데리고 왔다.” “고마워요. 아빠!” 은도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왜냐하면 은국성의 친구들은 다 명성이 자자한 큰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 은도의 기를 살려주며 자리에 참석을 한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난 이번에 모든 것을 다 너한테 걸었다. 우리 은씨 집안이 한 걸음 더 성장을 할지 안 할지는 오늘 네 손에 달렸다.” 은국성이 말했다. 옥로고의 일 때문에 은국성 또한 대량의 자원들은 투자를 한 상황이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도 모르고 운만 좋다면 오토바이 한 대가 비싼 외제차로 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 문제없을 거예요.” 은도는 아까보다 더 자신만만하게 대답을 했다. 은씨 집안의 힘만 빌리면 조금 모자랐겠지만 당씨 가문도 힘을 보태주었기에 그녀는 아무 걱정이 없
“저 사람들이 어떻게...” 은도는 은국성과 두 눈을 마주쳤고 두 사람 다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차에서 내리는 그 사람들은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부 다 안씨와 송씨 가문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온 의도는 아주 선명하게 보여졌고 유진우는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덕행으로 보아 절대 은씨 집안이 혼자 의약계를 통치하지 못하게 하려고 오늘 이 자리를 망치러 온 것이 분명했다. “은 족장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안두천은 한 무리 사람들을 이끌며 앞으로 다가와 은국성에게 인사를 건네며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 “안 족장님 오랜만이네요. 미리 마중하러 나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은국성은 안두천과 마찬가지로 가식적인 웃음을 내비추며 대답했다. “은씨 집안에서 요즘 신기한 치료약 하나를 발명했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오늘부터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안두천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다 어린 애들이 그저 만든 약일뿐입니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은국성은 안두천의 말을 손을 내저으며 부정했다. “은 족장님 너무 겸손하신 것 아닙니까? 은씨 집안 약이 업계내에서 얼마나 소문이 자자한데. 심지어 저희 회춘약까지 이길 것 같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광고까지 크게 하시다니... 저희 가문에게는 살아날 길 하나도 남겨주지 않는 건가요?” 안두천은 의미심장한 말들을 은국성에게 했다. “안 족장님도 참, 저희는 그저 작게 하나 연 것뿐입니다. 당연히 안씨 가문의 큰 사업과는 비교하지도 못하죠.” 은국성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비교 대상이 못 된다면 저희 가문에 합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다 같이 돈을 버는 거죠. 어떻습니까?” 안두천은 슬쩍 은국성에게 솔깃한 제안을 제시했다. “그... 그게.” 은국성은 안두천의 말에 난감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늙은 여우가 우리가 연구한 결과
유진우와 이청성은 원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포니테일 여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화살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잠시 반응이 없었다.“그래! 저 사람들은 열몇 가지 음식이 있고 전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보이잖아. 근데 우리 상에 올라온 건 전부 쓰레기야!”“당장 우리 음식도 바꿔줘!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고 말하면서 식탁 위의 음식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죄송합니다. 저희 작은 가게 능력으로는 정말 저렇게 유명한 음식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종업원이 울상을 지으며 난감해했다.“바꿀 수 없다고? 그 말은 우리가 저런 음식을 먹을 돈이 없다는 거야?”매부리코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사람을 차별 대우하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가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비설파 제자들이야. 만약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가게는 오늘로 끝이야!”포니테일 여자가 흉악하게 소리쳤다.“오해, 모두 오해입니다.”종원은 화들짝 놀라며 설명했다.“저 유명한 음식들은 전부 손님이 직접 데려온 요리사가 요리한 겁니다. 저희는 그저 주방만 제공했을 뿐이에요.”“뭐? 요리사를 데리고 왔다고? 지금 장난쳐? 누가 요리사를 데리고 다녀?”포니테일 여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죽음의 사막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물을 찾으러 오는데 요리사를 곁에 두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제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종업원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설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결국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그 음식들 정말 그쪽 사람들이 만든 거야?”포니테일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아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요리사를 데리고 왔어요.”“그래?”포니테일 여자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세히 보고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새우 볶음, 쏘가리구
“에취!”여관에서 막 옷을 갈아입던 유진우는 갑자기 재채기하고 속으로 ‘도대체 누가 나를 생각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유진우는 코를 비비고 방을 나와 여관 식당에 도착했다.이 여관은 초등학교를 개조했기 때문에 식당의 면적도 작지 않았는데 대략 이삼백 제곱미터였다.백여 명이 식사하기에 넉넉했다.“여기요!”유진우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이청성이 손을 들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테이블 위에 이미 십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예요. 안전하고 맛도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이청성이 설명하자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조심성이 많으시네요.”그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집 밖에 나오면 조심하는 게 맞죠. 이곳은 죽음의 사막 경계지역으로 아주 혼잡해요. 경각심을 늦추면 언제 죽을지 몰라요.”이청성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우아하게 먹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청의를 입고 보검을 든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압박감이 넘쳤다. 옷차림을 보니 강호의 문파 제자일 것이다.그중 선두주자는 마른 체구의 매부리코 남자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인상이 다소 험상궂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대선배님, 이곳은 너무 낡았어요. 그리고 더러운 물건도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사방을 둘러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번에는 상황이 열악하니 대충 때워.”매부리코 남자가 좋은 말로 달랬다.“그래요. 온 김에 대충 먹죠 뭐. 배고파 죽겠어요.”포니테일 여자는 그나마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더니 외쳤다.“종업원! 여기에서 가장 좋은 요리로 당장 준비해!”“네!”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요리사에게 몇 가지 귀한 요리를 준비해서 먼저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그러나 포니테일 여자가 음식을 집어 한 입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퉤! 이
“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팀원들의 비웃음에 진이수는 부인하지 않았다.서로 생사를 함께한 형제자매들이라 못할 말이 없었다.“청성 아가씨는 정말 특별해요. 비록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분명 절세미인인 느낌이 들어요.”체격이 우람진 한 대머리 남자가 늠름하게 말했다.“황소야, 청성 아가씨는 대장님이 마음에 두신 여자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한 말인데 왜 내가 감히 대장님 여자를 뺏는 것처럼 말해?”대머리 남자가 멋쩍게 웃었다.“대장님, 모처럼 설레는 여자를 만났으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시고 용감하게 행동하세요. 대장님의 남성적인 매력이라면 충분할 거예요!”단발머리 여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왠지 한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진이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옆에 수행 경호원이 있는데 두 사람 같은 차에 타고 온 걸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난 아마 기회가 없을 거야.”전에 유진우를 겨냥한 건 질투심 때문이었다.게다가 이청성이 유진우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은 분명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닐 것이다.“대장님, 방법만 정확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단발머리 여자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진이수는 순간 흥미가 돋았다.“아주 간단해요. 아가씨 옆에 있는 그 경호원이 죽기만 하면 대장님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단말 머리 여자가 놀라운 말을 하자 진이수는 안색이 굳어져서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엿듣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은하야, 함부로 말하지 마. 행동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야. 우리는 탐험대이지 용병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일은 일단 소문이 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찾겠어?”“저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요?”은하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서로 속고 속이며 생사를 걸고 싸웠으니
진이수의 갑작스러운 적대적 태도에 유진우는 잠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초면이고 아무런 악연도 없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까?’ “진 대장님, 우리가 전에 만난 적 있나요?” 유진우는 가볍게 물으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만난 적 없는데요.” 진이수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유진우가 되물었다. “저는 그저 청성 씨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진이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죽음의 사막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서 들어간 사람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이 거의 없어요. 강한 실력과 전문적인 지식, 경험이 없다면 일반적인 사람은 하루도 살아남지 못해요. 청성 씨가 저를 고용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청성 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죠. 그런데 당신은 전문적인 경호원이 아닌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당신의 능력이 의심되네요. 사막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청성 씨가 오히려 당신에게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돼요.” 진이수의 말은 매우 직설적이고 거칠었다. “진 대장님, 청성 씨가 저를 데려온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의 역할은 단지 길을 안내하는 것뿐이에요. 위험을 피하고 그것만 잘하면 됩니다. 그 이상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를 평가할 권리는 없습니다. 제가 할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유진우는 차분하게 답했다. 그는 성격이 온화한 편이지만 이처럼 자신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돈을 받는 일도 적당히 해야죠.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렇게 대충할 수 없어요.” 진이수는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이청성을 향했다. “청성 씨, 이 일과 관련된 뛰어난 경호원을 몇 명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저를 믿으신다면 그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이 더 들겠지만요.” “진 대장님, 그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유진우의 능력을 믿습니다. 그가 있기 때문에 제 안전은 문제가 없을 거예요.” 이청성은
차량은 일정한 속도로 순조롭게 달렸다. 결국, 그들은 다음 날 오전에 죽음의 사막의 가장자리 지역에 도착했다. 사막의 가장자리에는 크지 않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약 500-600가구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마을에는 여관, 주유소, 마트 등이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탐험대들에게 이 마을은 중요한 보급소로 위험한 순간에 생명의 은인이 되기도 한다. 사막에 들어가기 전이나 사막을 빠져나오는 이들은 모두 이 마을에 잠시 머물며 정보를 얻고 물자도 보충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막으로 물자를 운반하기 어려운 탓에 마을의 물가가 외부보다 몇 배나 비쌌다는 것이다. 이청성의 차량 행렬은 마을에 들어가 ‘희망의 집’이라는 이름의 여관 앞에 멈췄다. 이 여관은 원래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방이 아주 많아 100명 넘게 수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청성 씨, 도착했습니다.” 차량이 멈추고 한 명의 용병 옷을 입은 남자가 이청성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 그 남자는 30대 중반의 키 큰 남자였고 황색 군복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강한 인상의 얼굴을 지닌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느낌을 주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진이수, 탐험대의 대장이며 죽음의 사막에 두 번 들어가 성공적으로 살아 돌아온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청성은 그에게 큰돈을 주고 가이드를 맡겼다. 이번 탐험도 그가 이끌게 되었다. “진 대장님, 이곳이 바로 사막의 마을인가요?” 이청성은 차 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건물은 낮고 허름해 보였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오랜 세월 닳고 닳아 마을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거칠게 보였다. 하지만 ‘희망의 집’이라는 여관은 예외였다.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자주 청소하는 듯했다. “맞습니다. 반경 100리 내에 이 마을 하나뿐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가까워서 ‘사막의 마을’이라 불리죠.” 진이수는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 “이
왕부에 돌아온 유진우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하나는 유만수의 서재에 두었고 다른 하나는 유천우의 침실에 놓았다. 이 두 통의 편지는 사실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였다. 유진우는 감정적인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했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떠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때가 있었다. 황혼이 내려앉을 무렵, 유진우는 이청성의 차에 몸을 싣고 서남의 사막으로 향했다. 서남에서 가장 거대한 사막은 ‘죽음의 사막'이라고 불린다. 이 사막은 환경이 극도로 험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잘못 들어가면 거의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물론 죽음의 사막은 위험하지만 그 안에는 보물도 숨겨져 있고 금광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탐험대가 생명을 걸고 사막에 들어가 운을 시험하려 한다. 운이 좋으면 보물을 발견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고 만다. 과장하지 않고 말하자면 매년 수백 명이 보물을 찾아 사막에 들어가다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도 죽음의 사막에는 끝없이 많은 탐험대가 몰려든다.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는 말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며 사막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청성은 당연히 죽음의 사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신비로운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죽음의 사막에서 탐험했던 경험이 있는 전문 탐험대에게 큰돈을 지급해 길잡이를 맡겼다. 자신의 호위대와 합쳐 총 100명 이상의 인원과 30대가 넘는 차량이 함께 떠났다. 그중 절반 이상은 물자를 실은 차량이었다. 음식, 물, 나침반, 통신 장비, 응급처치 키트, 자외선 차단복, 구조 도구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청성은 부족함 없이 모든 물품을 준비했다. 밤이 깊어졌다. 차량 행렬은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유진우는 자리에 기대어 창밖으로 달빛을 바라보며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
점심을 먹고 난 후, 유진우는 갑자기 이청성의 전화를 받았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상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만날 장소는 성서의 옛 저택으로 정했다. 성서에 있는 그 오래된 집은 유진우가 이미 구매해 놓은 곳으로 주로 밀사 훈련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전에 소현무에게 피해를 보았던 여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서경의 밀사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의 큰 뜻은 다시는 자신들처럼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깊은 뜻에 유진우는 존경을 표했으며 그들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손도운의 훈련을 거친 그 여자들은 이제 입문 단계에 있지만 진짜 임무를 수행하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의 연습이 필요했다. 유진우는 그들이 평생 임무를 수행할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그것은 곧 모든 것이 평화롭다는 의미였다. 밀사들은 잠재적인 위협이 있을 때만 활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그들은 거의 죽을 각오로 임무를 수행한다. 30분 후, 유진우는 성서의 오래된 집에 도착해 회의실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청성이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이청성은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면사포와 모자로 가리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매만 봐도 여전히 매우 유혹적이었다. 특히 그녀에게서 풍기는 신비롭고도 매혹적인 기운은 마치 타고난 매력처럼 사람들을 쉽게 끌어당기는 느낌을 주었다. “왔어요?” 이청성은 직접 유진우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 “공주마마, 갑자기 절 찾으시다니,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겁니까?” 유진우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우리 이렇게 친해졌는데 공주마마라 부르는 게 좀 어색하지 않나요? 다른 호칭을 쓰는 건 어때요?” 이청성은 미소를 머금은 듯, 아닌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뭐라 부르면 되나요? 아가씨? 아니면 여사님?” 유진우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에이, 그런 거 말고 그냥 청성 씨라고 불러도 되잖아요. 왜 그렇게 격식을 차려요?” 이청성은
원인은 간단했다. 유진우는 배신자를 극도로 혐오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적인 자들은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했다. 반란을 일으킨 다섯 명을 처형한 후, 그들을 따랐던 고급 장교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처분이 내려졌다. 강등될 자는 강등되고 포섭할 자는 포섭하며 감옥에 가야 할 자들은 감옥에 보냈다. 구체적인 처분은 자발적인 배신이었는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유진우는 반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홍복홍에게 유만군의 한 부대를 이끌고 보물 지도의 위치를 따라 호룡각의 보물 창고를 찾아가도록 지시했다. 모든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호룡각에도 고수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대 마스터인 홍복홍 앞에서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손쉽게 호룡각의 잔당을 소탕하고 보물 창고에 있던 모든 재물을 회수해 왔다. 사철수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보물 창고 안에는 재물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서경 왕부에서 동원한 수백 대의 대형 트럭과 수만 명의 인력을 총동원해야만 창고를 완전히 비울 수 있었다. 그 모든 재물의 양과 가치는 어마어마해서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이 보물만으로 서경의 향후 20년 군자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창고 하나만으로 이 정도라면 남은 세 개의 보물 창고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나라를 사고도 남을 부가 될 것이었다. 보물을 가져온 뒤 가장 먼저 진행된 것은 바로 공로를 논하고 상을 주는 일이었다. 남방의 세 명의 제후인 회음 제후 은성종, 평양 제후 장범규, 선평 제후 주한휘는 모두 큰 공을 세운 자들이었기에 마땅한 보상을 받았다. 그들의 휘하에 있던 장군과 병사들도 저마다 공훈에 따라 상을 받았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 어느덧 사흘이 지나 있었다. 3일 후, 정오. 유진우가 식사하던 중 홍복홍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나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세자 전하, 아뢸 일이 있습니다.” 홍복홍은 몸을 숙이며 최대한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
“됐어, 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방에 들어가서 쉬어.”유만수는 피곤한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유만수가 유진우한테 왕위를 계승해 줄 생각을 했던 건 한편으로는 유진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죄책감 때문에 조금이나마 보상을 해주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진우는 야망도 없고 많은 사람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니 유만수도 싫다는 아들을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얼마 남지 않은 삶이니 이젠 두 아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지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 외에 일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유진우는 뭔가를 말하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우는 아직 왕이 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확실히 아니었다.다른 사람들한테는 서경의 왕은 최고의 권세를 대표하고 무궁무진한 부귀영화를 대표하며 세계 정상에 서는 위풍을 대표하겠지만, 유진우한테 서경의 왕은 너무 무거운 자리였다.그 자리는 오르기만 하면 짊어져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더 이상 자기 자신보다 전체 서경, 더 나아가 천하의 백성을 생각해야 한다.유진우는 자신은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 이렇게 무거운 책임을 질 자신이 없었다. 유진우는 이번만큼은 그냥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칠 동안 유진우는 왕부에서 시간을 보냈다.반역을 평정하는 이번 일은 호룡각을 소탕하는 것을 제외하고도 처리해야 할 사소한 일이 많았다.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아 유진우가 그를 대신하여 일을 처리했다.먼저 유태범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문제였다. 유진우는 유태범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첫째, 병권을 반납하고 서경에 머물며 매일 개를 산책시키고 말을 타고 활을 쏘며 한가로운 귀족으로서 부귀한 삶을 누린다. 단, 어떤 세력도 있어서는 안 되며 수중의 호위대도 백 명을 넘지 말아야 한다.둘째, 어느 정도의 금전을 가지고 서경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발전한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왕부는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