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씨, 이렇게 흥분하면 어떡해요? 송씨 가문과 안씨 가문을 건드리면 남쪽 구역에서 더는 발을 붙이기 어려울 거라고요.”유공권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명의님. 제 뒤에 엄청난 분이 있어서 두 가문이 절 건드리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겁니다.”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엄청난 분이요? 그게 누군데요?”유공권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어쩐지 명문가에 겁 없이 덤빈다 했어. 뒤에 백이 있었구나. 하긴, 백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덤비지 못했겠지.’“그건 비밀이라서요. 나중에 알게 될 겁니다.”유진우는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다. 송씨 가문이든 안씨 가문이든 전혀 안중에 두질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일을 크게 벌일 순 없었다. 신분이 노출되면 다른 세력도 알게 되기에 조용히 지낼 수 있으면 최대한 조용히 지내야 했다.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후 구세당의 큰불도 드디어 진압됐다. 고풍스럽고 위엄이 넘쳤던 건물이 이젠 완전히 폐허가 돼버렸다.담벼락이 다 무너졌고 곳곳에 불에 탄 재가 가득했다.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으니 재건해야만 했다. 그런데 재건하려면 엄청난 돈과 시간이 필요했다.“송영명 이 짐승만도 못한 놈!”폐허가 돼버린 구세당을 보며 유공권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이렇게 된 이상 명의님도 그만 속상해하세요. 제가 구세당을 최대한 빨리 재건할게요.”유진우가 위로를 건넸다.“재건요?”유공권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 사이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았다.“송씨 가문과 안씨 가문에서 구세당을 눈독 들이고 있어요. 설령 재건한다고 해도 또 불을 지를 겁니다. 전 더 이상 반항할 힘도 없어요.”“명의님께서 절 믿으신다면 구세당을 저한테 파세요. 구세당을 꼭 예전의 모습 그대로 재건할게요. 약속드립니다.”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구세당 같은 의원은 나라의 보물이나 다름없기에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되었다. 한의학의 세력이 약하고 이어가는 사람도 적은 지금 이런 의원을
“은도 씨, 나한테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무조건 큰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유진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래요? 무슨 사업인데요?”은도가 관심을 보였다.“전화로 얘기하기 어려우니까 한 시간 후에 제왕 빌딩에서 만나서 얘기해요.”유진우가 말했다.“알겠어요. 이따가 봐요.”전화를 끊은 후 유진우는 다시 차를 끌고 나갔다.왕현이 집을 지키고 있어 송씨 가문과 안씨 가문이 수작을 부려도 걱정은 없었다.점심 12시, 제왕 빌딩.안으로 들어온 유진우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곧장 2층으로 올라가 한 룸 앞에 멈춰 섰다.룸 안에 빨간 원피스 차림의 은도가 여유롭게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그녀는 옅은 메이크업에 예쁜 부채를 들고 있었고 검은 긴 머리를 풀어 뒤로 드리우고 있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어 섹시하고 글래머한 몸매가 더욱 유혹적으로 느껴졌다.특히 하얗고 긴 다리를 꼬고 있는 모습은 저도 모르게 다른 상상을 하게 했다.레트로풍 스타일이긴 했지만 분위기는 아주 요염했고 섹시했다. 서로 다른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지니 오히려 또 다른 유혹이 되었다.“어머, 진우 씨 왔어요? 얼른 와서 앉아요.”유진우가 들어오자 은도는 재빨리 일어나 웃으면서 맞이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은도 씨.”유진우가 자리에 앉았다.“아니에요. 나도 금방 도착했는걸요.”은도는 웃으면서 유진우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자, 내가 직접 내린 건데 한 번 마셔봐요.”유진우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차네요. 근데 맛이 조금 특별해요.”“당연하죠. 내가 좋아하는 건 진우 씨도 무조건 좋아해야죠.”은도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녀는 하이힐을 벗고 예쁜 발을 테이블 밑에 숨긴 채 유진우의 종아리를 슬쩍 터치하면서 점점 위로 올라갔다.“은도 씨, 본론을 얘기할게요.”유진우는 자연스럽게 다리를 거두고 침착하게 말했다.“은도 씨랑 함께 사업하면서 돈을 벌자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했어요.”“돈을 벌자고요?
걱정하며 호들갑을 떠는 은도를 본 유진우는 흠칫 놀랐고 갑자기 멍해졌다. 그녀에게서 조선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선미 씨 잘 지내고 있나? 너무 오래 연락하지 않아서 화난 건 아니겠지?’유진우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손을 거두면서 상처를 싸매주려는 은도를 거절하며 설명했다.“괜찮아요, 은도 씨. 이런 작은 상처는 옥로고만 바르면 바로 나을 수 있어요.”그러고는 미리 준비한 옥로고를 꺼내 상처에 발랐다.전에 검은색이던 옥로고와 달리 이번에 바른 건 초록색이었고 옥처럼 투명했다. 이것이야말로 개량한 후의 정품이었다. 부작용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약효도 아주 좋았다.“아무리 약효를 보여준다고 해도 자해할 필요까진 없잖아요. 얼마나 아파요.”은도의 두 눈에 원망이 조금 섞여 있었다.“이렇게 해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고 설득력도 있으니까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그냥 말해도 믿을 텐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팔에 흉터라도 생기면 보기 거북하잖아요.”은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그게 바로 내가 증명하려던 거예요. 옥로고는 외상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흉터도 없앨 수 있어요.”유진우는 찻주전자를 들고 두 잔을 따른 후 웃으며 말했다.“이 찻주전자에 담긴 차를 다 마시면 방금 다친 상처도 다 말끔히 사라질 겁니다.”“그래요?”은도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유진우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은도도 점점 흥미가 생겼다.두 사람은 차를 음미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잠시 후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시간 거의 다 됐어요. 보세요, 은도 씨.”그러고는 휴지로 팔에 바른 옥로고를 살살 닦았다. 초록색의 약을 닦아내자 찢어졌던 상처가 신기하게도 사라졌고 흉터도 없었다. 옅은 붉은색 자국이 있었는데 그건 상처가 아문 자리였다.“네?”화들짝 놀란 은도가 저도 모르게 물었다.“아까 상처는요? 왜 사라졌죠?”“사라진 게 아니라 치료된 거예요.”유진우가 바르게 수정했다.“말도 안 돼요.”은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15
“은도 씨, 손을 잡으면 당연히 혼자 싸우게 하지 않죠. 대부분의 압력은 내가 감당할 테니까 은도 씨는 제조와 홍보만 맡아주면 돼요. 은씨 가문의 인맥을 동원해서 옥로고의 명성만 널리 알리면 됩니다.”유진우의 진지한 말에 은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옥로고가 좋긴 했지만 안씨 가문 그리고 송씨 가문과 등을 돌려도 될 정도로 가치 있는 약일까?“물론 은도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강요하지 않을게요. 이 옥로고는 그냥 선물로 줄게요.”유진우는 덤덤하게 웃으면서 약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앞으로 쭉 밀었다.은씨 가문의 세력도 만만치 않긴 했지만 남쪽 구역에서는 3위였고 1위와 2위가 바로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이었다.만약 두 가문과 동시에 맞서 싸운다면 은씨 가문은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했다. 이젠 은도의 결정만 남았다.“그나저나 진우 씨는 왜 나랑 손을 잡으려는 건데요?”은도는 대답하지 않고 질문을 건넸다.“첫째는 은도 씨가 인품이 바른 사람이라서, 둘째는 우리 인연이 있어서예요. 그리고 셋째는 은씨 가문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유진우가 대답했다.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긴 했지만 은도는 여러 번이나 그를 도와줬었다.인품은 아무 문제 없었기에 유진우도 은씨 가문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서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지위를 대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그리고 옥로고가 바로 그 쐐기였고 은씨 가문이 일어설 수 있는 키포인트였다.“좋아요! 진우 씨가 날 이렇게 믿는데 나도 한번 해보도록 하죠!”잠깐 고민하던 은도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부귀영화를 누리려면 그만큼 모험도 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억눌려 산 은씨 가문이 들고 일어설 때도 됐다.“고마워요, 은도 씨.”유진우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은도가 욕심이 있고 필사적으로 싸우는 성격임을 보아낼 수 있었다. 일반 재벌의 딸이라면 절대 이런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자, 잘해봐요, 우리!”은도가 찻잔을 들고 요염하게 웃었다.“잘해봅시다.”유진우도 찻잔을 들어 건
별장으로 돌아온 유진우는 휴대전화를 들고 안절부절못했다.조금 전 은도와 사업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조선미 생각이 났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 듯이 밀려와 참을 수가 없었다.머릿속에 온통 조선미의 생각뿐이었고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왕현에게서 들었는데 조선미는 이미 외할아버지와 함께 연경으로 와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전화 한 통이면 두 사람은 바로 만날 수 있었지만 유진우는 걱정이 앞섰다.연경도 남성 못지않게 숨은 세력이 많았고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하는 일이 너무 위험해서 조선미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아니면 그냥 만나서 안부라도 물어볼까?”유진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한참 동안 베란다에서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숨을 길게 들이쉰 후 전화번호를 눌렀다. 통화 연결음이 5초 정도 이어지다가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흥! 드디어 나한테 전화했네요? 솔직하게 말해봐요. 그동안 대체 어디 갔었어요? 다른 년 생긴 거 아니죠? 내가 진우 씨를 얼마나 그리워했는데 어쩜 인사도 없이 나 혼자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요?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나 해요?”“...”전화를 받자마자 연속으로 쏟아진 조선미의 질문에 유진우는 넋이 나갔다. 겨우 생각해낸 인사말을 할 수조차 없었고 말문이 막혀버렸다.“왜 아무 말이 없어요? 그래도 미안하긴 한가 봐요?”조선미도 그제야 마음을 진정했다.“아까 나한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유진우는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아, 이젠 내가 귀찮고 시끄럽다 이거예요? 며칠 못 봤다고 그새 싫어지기 시작했어요? 사람 마음이 어떻게 변해요?”조선미가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됐어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해요. 진심으로 사과할 테니까 부디 넓은 마음으로 한 번만 용서해줘요.”유진우는 바로 깨갱 했다.“흥, 진심으로 사과하는 걸 봐서 이번만 용서할게요. 다음에는 절대 용서 안 해요.”조선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사실 그동안 조선미도 유진우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내성 안에 최고의 권력을 상징하는 자금성이 있었는데 그곳은 야심이 많은 사람들이 꿈에 그리는 성지이자 유진우가 진실을 찾고 억울함을 풀 곳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가 아니었다.마침 퇴근 시간이라 차가 아주 막혔다. 유진우는 한 시간 전에 출발했는데도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하늘이 다 어둑해진 뒤였다.조선미가 연회를 연 곳은 퀸즈라는 5성급 호텔이었다.환경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오락 시설도 없는 게 없었다. 그리고 고급스럽고 서비스도 좋아서 손님들을 초대하기에는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그 시각 퀸즈 호텔 맨 꼭대기 층 1번 연회장 안.화려한 옷차림의 젊은 남녀들이 한데 모여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무대 위에서는 손님들의 흥을 돋우려고 춤과 노래가 끊이질 않았다.연회장 전체의 분위기가 아주 뜨거웠다.“선배님, 조선미 씨가 오늘 정말 얼굴을 비출까요?”구석에서 한 남녀가 술잔을 들고 뭔가를 찾는 듯 계속 두리번거렸다. 두 남녀가 바로 유성신과 유강청이었다.“당연하지.”유강청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알아봤는데 오늘은 우미 그룹에서 주최한 연회라고 했어. 회장인 선미 씨가 빠질 리가 있겠어? 아마 이따가 올 거야.”“선미 씨가 우릴 도와줄까요? 너무 걱정돼요.”유성신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오늘 구세당이 불에 탄 일로 이미 트라우마가 생겼다. 만약 어젯밤에 밤새 달려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게다가 송씨 가문에서 저지른 화재라 고자질을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유강청에게 부탁해서 더 대단한 거물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여 유강청은 유성신과 함께 이곳에 찾아왔다.“성신아,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조선미 씨가 나서서 도와준다면 송씨 가문이 아니라 안씨 가문도 너한테 함부로 어쩌지 못할 거야.”유강청이 진지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해요?”유성신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선배님, 조선미 씨 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유강청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낮은 목소리
“성신아, 인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겠지?”유강청이 우쭐거리며 말했다.“선미 씨가 나서서 도와준다면 송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니야.”“그럼요, 그럼요...”유성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무슨 대가를 치르든 꼭 조선미에게 잘 보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렇게 되면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되는 건 물론이고 출세하여 연경의 상류 사회에 발을 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아 참, 선배님은 이걸 어떻게 알고 있었어요?”유성신이 갑자기 궁금한 듯 물었다.“사실 우리 숙부가 나랏일을 하고 있는데 진국공의 밑에 있는 고급 장교의 참모였어. 숙부의 인맥이 넓어서 이런 비밀 같은 건 알아내기 쉽거든.”유강청은 아래턱을 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실 조선미의 신분이 이 바닥에서 이미 공개된 상태라 비밀도 아니었다. 단지 일반인들은 모르고 있었을 뿐.“역시 선배님이십니다. 정말 대단해요.”유성신이 엄지손가락을 들고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존경 어린 눈빛을 유강청은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후배가 옆에 있는 게 나름 괜찮았다. 언제든지 그의 허영심을 채워주니 말이다.“선배님, 선미 씨 어떻게 생겼어요? 혹시 선미 씨가 왔는데도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면 어떡해요?”유성신은 혹시라도 절호의 기회를 놓칠까 봐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는 나도 몰라. 근데 선미 씨가 예쁘다는 건 확실해. 그것도 아주 많이.”유강청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만난 적도 없으면서 예쁜 건 어떻게 알아요?”유성신이 이상해하며 물었다.“만난 적은 없지만 엄청난 미인이라고 들었어.”유강청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여유롭게 말했다.“연지 랭킹이라고 들어봤지?”“그건 알고 있어요.”유성신이 고개를 끄덕였다.“연지 랭킹을 미인 랭킹이라고도 하는데 랭킹에 오른 사람이 총 100명이에요. 전부 다 전국 각지에서 뽑은 미인들이거든요. 주요하게 외모로 평가하고 그다음으로 집안 배경과 개인의
“농담하지 마. 선미 씨 옆에 대시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전부 업계의 특출한 인재들이란 말이야. 그 사람들이랑 비교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유강청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솔깃한 말이었지만 자기 주제는 알고 있었다. 그와 조선미의 신분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선배님,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세상에는 못해낼 일이 없다고 했어요. 어쨌거나 대시해봐야 결과를 알죠. 선미 씨가 선배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할지 누가 알아요?”유성신이 옆에서 부추기기 시작했다.“정말이야?”유강청도 살짝 흔들린 눈치였다.“내가 왜 선배님한테 거짓말하겠어요.”유성신은 계속하여 그를 세뇌했다.“선배님은 얼굴도 잘생겼고 키도 훤칠하고 품위도 넘쳐요. 그리고 무엇보다 의술에 능하고 인품도 좋잖아요. 이런 완벽한 남자는 세상에 정말 드물어요.”“그래?”유강청은 머리를 만지고 넥타이를 정리하더니 갑자기 자신감이 마구 생겨 우쭐거리기 시작했다.‘그래. 이렇게 완벽하고 잠재력도 있는 나라면 진국공의 외손녀랑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선배님은 가장 훌륭한 남자라는 걸 믿어요. 선배님이 매력을 보여준다면 꼭 선미 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유성신이 계속 응원했다.“성신아, 역시 네가 날 잘 아는구나.”유성신의 아부에 유강청은 입이 다 귀에 걸렸고 기분이 둥둥 떠 있었다.“내가 몸매면 몸매, 얼굴이면 얼굴, 재능이면 재능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이 완벽한데 선미 씨랑 어울리지 않을 리가 없지. 결심했어. 선미 씨한테 날 가질 기회를 줘야겠어.”“그럼요. 이래야죠.”유성신이 웃어 보였다. 유강청이 조선미를 해결한다면 유성신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질 것이다.“저기요... 두 사람 지금 꿈꿔요?”누군가의 덤덤한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유진우 씨?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요?”유강청이 화들짝 놀랐다.“내가 왜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요?”유진우가 되물었다.“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