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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2화

“명의님, 구세당을 파는 것 말고는 더 나은 선택이 없어요. 그리고 우리 말고 살 사람도 없고요.”

안세리가 다정한 말투로 설득했다.

남쪽 구역은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천하인데 그들의 동의가 없이 누가 감히 구세당을 이어받겠는가?

“안 팔아요! 죽어도 안 팔아요! 내 구세당을 빼앗아갈 궁리 하지도 말아요!”

유공권이 노발대발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반평생 동안 수많은 피와 땀을 흘리면서 일궈 세운 오늘날의 구세당이었다. 그런 구세당을 어찌 팔 수가 있겠는가? 그것도 이런 양심 없고 욕심만 가득한 인간에게 말이다.

심지어 구세당이 이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돈 버는 기계가 되어 결국에는 명성이 완전히 바닥날 거라는 예상이 들었다.

“팔지 않겠다고요?”

송영명이 싸늘하게 웃었다.

“명의님, 잘 생각하고 대답하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릴 거절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에요.”

“난 이미 살 만큼 다 살았어요. 죽어도 여한이 없는데 당신들을 두려워하겠어요?”

유공권의 두 눈에 핏발이 다 섰다.

“명의님의 강직한 품성과 두려움 없는 용기는 참으로 존경해요. 근데 명의님은 괜찮아도 가족 생각은 하셔야죠. 명의님의 후손들이 걱정되지도 않으세요?”

송영명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유공권은 마치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래. 난 두려운 게 없고 죽는 것도 무섭지 않은데 우리 가족은 어떡해? 저 사람들 살인과 방화까지 서슴없이 저지르는데 뭔 일인들 못 하겠어?’

“내가 기억하기로 명의님한테 아주 예쁜 손녀가 있던데... 앞날도 창창한 젊은 나이에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얼마나 안타까워요. 안 그래요?”

송영명이 웃을 듯 말 듯했다.

털썩!

그 순간 유공권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안색이 잿빛이 되었다.

자신이 송영명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그는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아무리 물러서지 않고 배짱이 있어도 명문가의 권력 앞에서는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리고 이런 권력을 건드렸다간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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