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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1화

“뭐 하는 거예요?”

타들어 가는 수표를 보던 안세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진우가 그녀의 체면을 아예 무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거절하면 그만이지, 수표를 태워버리기까지 했다. 그럼 안세리의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

“이봐, 유진우, 이게 지금 무슨 뜻이야?”

그 모습을 본 송영명이 언짢아하며 호통쳤다.

“우리 세리가 너한테 돈을 주는 건 은혜를 베푸는 거야. 주제도 모르고 뭐 하는 짓이야?”

“나한테 돈을 주면 그대로 받아야 해? 내가 뭐 거지인 줄 알아?”

유진우가 코웃음을 쳤다.

안씨 가문에 대한 인상이 정말 좋지 않았다. 어제 안세리가 이용한 일이든 오늘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일이든 사람은 겉만 보고 모른다는 게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흥! 네 꼴을 봐봐. 거지랑 다를 게 뭐야?”

송영명이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

“계속 더 함부로 지껄였다간 맞는 수가 있어.”

유진우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졌다.

“너!”

송영명이 화를 내려던 그때 안세리가 손을 들어 말렸다. 그러고는 물기를 머금은 듯 빛나는 눈빛으로 유진우를 조용하게 쳐다보았다.

“진우 씨,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우린 분명 친구가 될 수 있었는데 왜 자신한테 기회를 주지 않는 건데요?”

“세리 씨 신분이 높아서 난 그럴 자격이 없다고 전에도 얘기했었죠? 친구는 됐어요.”

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녀의 입에서 친구라는 말을 들으니 더욱 귀에 거슬리는 것 같았다.

“세리야, 저런 보잘것없는 자식을 신경 써서 뭐 해?”

송영명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요. 당신이 날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는 연락하지 맙시다.”

안세리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고 눈빛도 점차 싸늘해졌다.

안씨 가문의 딸인 그녀는 신분이 아주 귀했다. 평소 어딜 가든 아부하는 사람만 가득해서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 안세리가 자세를 낮추고 유진우에게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이미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

그런데 유진우는 그녀의 호의 따위 받질 않았고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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