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무례하지 말게.”흰 눈썹 영감은 흥분하며 말했다.“지금 조준서 뿐만 아니라 자네도 독약을 먹었어. 만약 해독제가 없으면 자네도 내일을 넘기지 못할 거네.”“그래요? 그럼 누가 먼저 죽는지 보자고요.”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자네 ...”흰 눈썹 영감은 숨이 막혔다. 지금 상황을 봐서는 조준서가 먼저 죽을게 뻔했기 때문에 오늘 내기는 무승부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동의를 하지 않는다.“유진우 빨리 해독제 내놔. 우리가 패배한 거로 해.”조준서는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지만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이를 갈며 말했다.“조준서 씨, 말로만 하는 것은 성의가 없잖아요.”유진우가 머리를 저었다.“유진우 너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조준서는 화가 치밀었다.“잘못을 했으면 인정해야죠. 너무 성의가 없는데요?”“나더러 무릎 꿇으라고, 너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조준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당연히 난 자격이 없겠죠. 그럼 이 독약은 알아서 해결해요.”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조준서의 눈에서 맹렬한 빛이 번쩍였다.“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받은 만큼 돌려드리는 것뿐이에요.”유진우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됐어! 다들 그만해.”이때 진서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유진우 씨, 빨리 해독제 내놔요. 준서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 감당 못해요.”“사모님 사내대장부가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죠.”“뭐? 오늘 조씨 가문과 맞서겠다는 건가?”진서현의 예쁜 얼굴이 차가워졌다.유진우가 얘기하면 어려움을 알고 물러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분별이 안 될 줄은 몰랐었다.“쓸데없이 겁주지 마요!”조선미가 보다 못해 갑자기 말했다.“아까 조준서가 유진우 씨를 괴롭힐 때는 아무 말도 안 하시더니, 조준서가 당하니까 바로 나서시네요?”“준서는 너의 사촌 오빠야, 왜 남을 도와 얘기해?”진서현은 얼굴을 찡그렸다.“저는 도리가 있는 쪽 편이에요. 그리고 이건 조준서가 먼저
작고 하얀 병을 본 흰 눈썹 영감은 얼굴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 병은 신의 강보현의 명약이었다.‘이런 명약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지?’해독환은 아주 엄청 귀하고 값비싼 거였다. 가루 조금만이라도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리는 귀한 약이다.‘해독환이 있어서 자신감이 넘쳤던 거구나.’“흠!”조준서는 아무 말 없이 차와 함께 들이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칼로 찌르는 것 같던 복통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만에 통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 시각 다시 살아난 느낌이었다.“유진우, 오늘의 치욕은 꼭 기억할 테니 앞으로 나한테 잡히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조선미, 백령환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좋을 거야. 본사에 보고 들어간 다음에 나를 원망하지 말고.”조준서는 악랄하게 두 마디 내뱉고는 허겁지겁 자리를 떴다.“젊은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흰 눈썹 영감도 한 마디 하고는 조준서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조준서가 어떤 인물인데, 이런 하찮은 의사한테 그냥 당하고 가만있을 인간이 아니다. 보복을 시작하면 끝장낼 것이다.“유진우 씨 사전 준비가 있으셨네요. 걱정했잖아요.”조아영은 놀랍고 기뻤다.“언니가 준 해독환 덕분이에요. 이거 아니었으면 이렇게 쉽게 이기지 못했을 거예요.”그렇다, 아주 조금 쉬웠을 뿐이다.“흠! 교묘한 수단으로 이기다니!”진서현은 다소 경멸하는 듯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뭔가 기술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강신의의 해독환 덕분이었다.“인정하시지 않아도 소용없어요. 어차피 진우 씨가 이겼으니까요.”진서현의 시큰둥해하는 말투에 조선미가 한마디 했다.“운 좋아서 이기면 뭐해. 황 선생님 없이 저 녀석 혼자서 백령환을 만들 수 있어?”진서현이 물었다.그렇다, 백령환은 조신 의약 오랜 시간의 심혈이고 또한 가문 발전의 중요한 부분이었기에 진서현은 이 젊은 친구가 현재 조신 그룹의 국면을 만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았다.“왜 안 된다고 생각하세
“그런 거였군요. 선미 씨 말대로면 강천호와 선미 씨 중에서 누가 먼저 백령환을 개발하면 강능시장을 먼저 장악할 수 있겠네요?”조선미의 설명을 듣고 유진우는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연구원들과 관련 정보들을 모두 빼앗겨서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돼요. 쉽지 않을 거예요.”조선미는 한탄했다.“흠! 그 강천호 너무 비열해! 온갖 얄팍한 수작을 다 부리다니!”조아영은 분노했다.“백령환은 어떤 유형의 약이에요?”유진우가 다시 물었다.“백령환은 양생약인데 수명을 연장하고 얼굴을 아름답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고대 궁중 비법이래요. 다만 너무 오래 된 것이기에 비법의 절반이 훼손되어 가능한 연구를 하여 부족한 부분을 복구 시켜야 했어요.”조선미가 설명했다.“궁중 비법이라고요?”유진우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약효를 들어보니 저도 비슷한 효과를 내를 비법이 하나 있어요.”“그래요? 무슨 약인데요?”조선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 약은 비연단이라고 하는데 고서에서 관련 기록을 봤어요. 백령환과 마찬가지로 수명 연장과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어요. 백령환보다 못하진 않을 거예요.”유진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가 읽은 고서들은 모두 오래전의 보물이기에 그 안에 기록된 것들은 분명 평범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흠! 큰 소리 하지 마요. 백령환은 궁궐의 비법인데 유진우 씨가 말하는 비연단은 대체 뭐예요. 들어본 적도 없는데!”조아영은 혀를 차며 믿지 않았다.“들어본 적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잖아요. 그리고 또 이외로 대박 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유진우가 말했다.“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해보면 알겠지. 어떤 약초가 필요한가요? 바로 준비할게요.”조선미는 매우 시원시원하게 결정했다.지금 당장은 더 좋은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결사의 각오로 해볼 수밖에 없었다.“하영 씨 펜과 종이 가져다주세요.”유진우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저기요. 몇 번 말했어요, 내
“호호 ... 이모, 강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요. 뭔들 없겠어요. 제일 부족하지 않는 게 금은보화일 거예요. 때문에 선물을 독특한 걸로 해야 돼요. 영지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효능이 있기에 여자라면 누구든 거부를 못하잖아요. 아마 강씨 아가씨도 마찬가지로 좋아할 거예요.”단소홍은 자신만만했다.“그렇긴 한데, 이 백 년 된 영지는 가격이 꽤나 비싸지 않아?”장경화가 물었다.“물론이죠! 워낙 귀한 거라 300만~500만 원 정도 할 거예요.”“어? 그렇게 비싸? 소홍아 너 그만한 돈 있어?”장경화가 가격에 놀라 하며 물었다.“저는 물론 없죠. 이모가 있잖아요. 저 먼저 빌려줘요. 나중에 꼭 갚을게요.”단소홍은 당연하다는 듯 장경화한테 말했고 그 말에 장경화는 잠시 얼어붙었다.이청아와 이현 두 사람 역시 얼굴을 찌푸렸다. 단소홍은 매번 올 때마다 돈이든 뭐든 뜯어가곤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새로 산 레이싱카를 이틀만 빌린다고 하더니 지금까지 돌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또 돈 몇 백만 원을 빌려달라고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것 역시 돌려받지 못할 것이다.“소홍아, 이모가 빌려주지 않는 게 아니고 이건 너무 많아.”단소홍의 말에 2초 정도 고민하더니 장경화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모, 이모네는 회사 운영하시는데 이 정도도 안 돼요? 아니면 빌려주기 싫으신 건가요?”단소홍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안색이 다소 불쾌해 보였다.“빌려주기 싫은 게 아니고 이모 정말 그만한 돈이 없어.”장경화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이모가 없으면 언니가 있을 거잖아요. 청성 그룹의 대표가 몇 백만 원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죠.”단소홍의 시선은 이청아에게로 향했고 그녀의 목소리 톤도 강해졌다.“지금 회사 유동 자금이 부족해서 한 푼이라도 아껴서 중요한 용도에 써야 해. 이처럼 거액의 선물을 사는 행위에 사용하는 건 안 돼.”이청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급한 일이면 아무 말 없이 돈을 빌려줬을 테지만 이런 상황은 도와줄 수가 없었다.“언니 너무
“소홍아! 화내지 마, 화내지 마!”장경화는 급히 단소홍을 멈춰 세우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 몇 백만 원 이모가 빌려줄게. 됐지? 다 가족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엄마! 버릇되게 왜 그래요?”이현이 얼굴을 찡그렸다.“조카라고는 소홍이 하나뿐인데 어려운 걸 알면서 어떻게 가만히 있겠니?”장경화가 정의롭게 말했다.“이건 소홍이를 도와주는 게 아니잖아요?”이현은 이해가 안 되고 기분이 상했다.“그만해! 너희들 돈을 안 쓰면 되잖아. 내 돈으로 줄 거야.”장경화는 이현을 힐끗 보며 말했다.“...”이현은 할 말을 잃었다.‘진짜 우리 어머니가 맞아? 아들보다 조카한테 더 잘하다니?’“이모밖에 없어요. 저를 사랑하는 건 이모뿐이에요.”단소홍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수법은 매번마다 효과가 있었다.“그럼 당연하지. 이모가 너 아니면 누구를 사랑하겠니. 들어가자, 영지 사야지.”장경화는 단소홍의 손을 잡고 앞장서서 장약각으로 들어갔다.“누나 왜 엄마를 안 말려?”이현은 조금 불안했다.“말릴 수 있어야 말리지. 한두 번도 아니고.”이청아는 포기했다는 표정을 했다. 엄마가 이모네 가족한테는 늘 이런 식이였다. 친척이라고 옹호하는 게 심지어 비굴할 정도였다.“사장님!”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단소홍은 곧바로 오만한 태도로 외쳤다.“어머! 귀한 손님이 오셨네요. 뭘 도와 드릴 가요?”뚱뚱한 중년 남자가 마중 나왔다.“백 년 영지를 들여왔다면서요. 맞나요?”단소홍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소식이 빠르시네요. 맞아요. 어제 도착했어요.”뚱뚱한 사장은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그렇군요. 그 영지 얼마예요?”“이번에 들어온 영지는 구하기 힘든 거예요. 저희 영지를 경매에 내놓을 계획이에요.”뚱뚱한 사장이 솔직히 말했다.“경매 나가면 너무 번거롭잖아요. 그냥 저한테 직접 팔아요. 수수료도 절약할 수 있고 좋잖아요.”“그건 ...”뚱뚱한 사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왜요. 제가 살 능력이 안 될 가봐 그래요?
“네가 왜 여기에 있어?”유진우를 본 이청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옆에 서 있는 아리따운 조아영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리면서 얼굴을 찌푸렸다.‘조선미 씨 하나로도 부족해서 밖에서 또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거야? 역시 남자는 싫증을 잘 내고 한결같지 않아.”“유진우 씨, 두 사람 아는 사이예요?”조아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알죠. 이분이 바로 청성 그룹의 대표 이청아예요.”유진우는 부정하지 않았다.“아, 이 대표님이시군요!”조아영의 두 눈에 적대감이 스쳐 지나갔다.눈앞의 이 여자가 바로 언니의 연적이기에 잘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재결합하는 일 따위는 절대 없어야 했다.“흥! 왜 어딜 가나 네가 있는 거야? 재수 없게!”장경화가 눈살을 찌푸렸다.“유진우, 너 아주 대단하구나! 그새 또 다른 여자를 만나? 역시 기생오라비는 다르다니까!”이현이 하찮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지만 사실 속으로는 무척이나 질투했다.‘젠장! 나처럼 괜찮은 남자는 여자친구도 없는데 쟤는 뭐가 잘났길래 자꾸 여자를 바꾸는 거야?’처음에는 상업 퀸인 조선미였다가 이번에는 청순하고 예쁘장한 여자였다.하늘도 참 무심하시지!“어이! 아까 소리친 게 너희 둘이야?”단소홍이 짜증 섞인 얼굴로 아래위로 훑어보았다.“그래, 나야.”조아영이 두 걸음 앞으로 나서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장님, 이 백 년 영지는 제가 가질게요. 얼마예요?”“흥! 네가 가지겠다고? 네가 뭔데?”단소홍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솔직하게 얘기할게. 이 영지 아까 내가 10억에 샀어!”“이봐, 우리가 영지를 급하게 쓸데가 있어서 그러는데 양보해주면 안 될까?”조아영이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네까짓 게 뭔데 내가 양보해줘야 해? 썩 꺼져!”단소홍이 가차 없이 거절했다.“뭐?”조아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싸늘하게 말했다.“사장님, 이 여자가 방금 10억에 샀다고 했죠? 그럼 난 16억에 살게요!”“16억?”그녀의
의기양양한 얼굴로 시건방을 떠는 단소홍을 보며 조아영은 이를 꽉 깨물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겨우 참았다.“이봐, 나 정말 영지가 필요해서 그래. 나한테 다시 팔면 안 될까? 내가 40억 줄게!”그녀는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돈이 있으면 다야? 내 영지를 가지려고? 꿈 깨!”단소홍이 나무 상자를 꽉 안고 우쭐거렸다.“너...”조아영은 너무도 화가 나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결국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유진우 씨, 나도 더는 모르겠어요. 당신이 알아서 해요!”유진우도 체면 가리지 않고 단소홍에게 물었다.“소홍아, 너 이 백 년 영지를 어디에 쓰려고 그래?”“어디에 쓰든 네가 알 게 뭐야!”단소홍이 두 눈을 부릅떴다.“오늘 당신들이 입이 닳도록 말해도 절대 안 팔아!”“이렇게나 큰 영지를 약으로 쓴다면 다 쓰지도 못해...”유진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소홍이 가차 없이 잘라버렸다.“닥쳐! 다 못 쓰면 또 어때? 내가 낭비하고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들한테는 죽어도 못 팔아.”그녀의 말에 유진우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이토록 막무가내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사장님, 카드로 할게요!”단소홍이 장경화가 들고 있던 카드를 확 낚아채고는 뚱보 사장에게 건넸다.부처는 향불을 받아야 하고 사람은 기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돈보다 체면을 더 중요시하는 그녀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영지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소홍아, 30억은... 너무 비싼 거 아니야?”장경화는 두 다리마저 후들거렸다. 이 돈은 그녀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이모, 고작 30억 갖고 왜 그래요? 나중에 제가 돈 벌면 배로 갚아줄게요.”단소홍은 기개만큼은 하늘을 찔렀다.그녀의 말에 장경화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네가 돈 벌기를 기다렸다간 내가 다 늙어 죽겠다.’거래를 마친 후 기분이 좋아진 단소홍이 일부러 은은하게 비꼬듯 말했다.“두 사람 아직 이런 귀한
“이보세요, 두 분. 이 바닥에서는 거래가 끝나면 완전히 끝이에요. 게다가 물건도 당신이 사겠다고 했지, 내가 억지로 판 것도 아니잖아요.”뚱보 사장이 싸늘하게 말했다.“헛소리 집어치워! 영지를 돌려줄 테니까 당장 환불해!”단소홍이 뚱보 사장의 멱살을 잡으며 매섭게 밀어붙였다.“왜? 여기서 난동이라도 부리려고?”뚱보 사장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그러자 우람한 체격의 남자들이 방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하나같이 흉악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단소홍 일행은 겁에 질린 나머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너희들 죽으려고 환장했어? 감히 주 사장님 가게에서 난동을 부려?”“딱 봐도 이곳의 룰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네.”“그러니까 말이야! 물건을 사면서 물건을 확인도 하지 않고 값만 부르다니. 정말 바보 멍청이야.”구경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왜? 사람이 많으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장경화가 두 눈을 부릅뜨고 강한 척 밀어붙였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뚱보 X끼야, 내가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환불해주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사기죄로 고소할 거야!”“고소해, 그럼. 마음대로 고소해.”뚱보 사장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내가 판 게 백 년 영지가 확실해. 어딜 가서 물어보든 다 같은 결과야. 그리고 가격은 네가 스스로 부른 거지,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러니까 소송을 해도 소용없을 거야.”“너...”장경화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상대 쪽에 사람이 많아 감히 덤비지도 못했다.“빌어먹을 자식! 영지가 문제 있다고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어?”단소홍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가 돈을 내기 전에 영지는 이미 네 손에 있었어. 네가 확인하지 않은 게 내 탓이야?”뚱보 사장이 당당하게 말했다.그 말에 단소홍은 분노가 치밀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비록 그녀의 돈은 아니지만 사기당한 기분이 너무도 억울하고 답답했다.“하하하... 30억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