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무인인 장경화를 보고 있자니 유진우는 가소롭기만 했다. 언행과 행실, 그리고 옷차림으로 판단할 때 장경화가 귀인을 만나서 온 가족이 부유해진 게 틀림없었다. 돈이 생긴 건 물론이고 권력과 지위도 함께 생겼다.예전에 아무것도 없을 때도 기고만장한 사람이었는데 이젠 돈도 있고 권력까지 얻었으니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하여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야! 내 말 못 들었어? 얼른 가격 부르라고. 나 바쁜 사람이야, 여기서 너랑 낭비할 시간 없어.”장경화는 두 손가락 사이에 골든 카드를 끼고 재벌 사모님 행세를 했다.“내가 가격을 부르면 줄 능력이 안 될 텐데요?”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줄 능력이 안 된다고?”그의 말에 장경화가 피식 웃더니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했다.“유진우, 사람을 업신여겨도 정도껏 해야지. 우리 신분이 지금 어떤지 알아? 이 안에 얼마 있는지 모르지? 잘 봐, 이거 골든 카드야. 넌 상상도 못 할 금액이라고.”“맞아! 아직도 예전인 줄 알아? 지금 우리 신분과 지위는 넌 평생 노력해도 안 돼. 죽을 때까지 밑바닥에서 우릴 우러러봐야 해.”단소홍이 고개를 쳐들고 오만하게 말했다. 그들의 눈에 유진우는 한낱 보잘것없는 인간이었고 그나마 조선미 덕에 유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지금 문 어르신이 그들을 도와주고 있으니 조선미도 아예 안중에 두지 않았다. 작은 재벌 딸과 문 어르신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양측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됐어. 쓸데없는 얘기 그만해. 내 인내심에도 한계 있어.”장경화가 다그치기 시작했다.“그렇게 돈이 많다면 나도 사양하지 않겠어요. 룸 바꾸고 싶다면 이 정도 주세요.”유진우가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2백만 원?”장경화는 하찮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이렇게 배짱이 없어서야, 이러니까 여자한테나 빌붙어 살지.”“유진우, 너 방금 부자 될 기회를 놓쳤어.”단소홍은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했다.“자, 2백만 원. 갖고 당장 꺼져!”장
“이... 이 파렴치한 놈아!”장경화는 너무도 화가 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원래는 허세 좀 부리려 했지만 유진우 때문에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괘씸한 것 같으니라고!’“가격은 이미 불렀고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돈을 주든지, 썩 꺼지든지 선택해요.”유진우는 상대의 체면 따위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사람 너무 업신여기지 마!”장경화가 노발대발했다. 지위가 높아진 후로 이런 망신을 당한 적이 없었다.“무슨 일이에요?”그때 양복 차림에 마른 몸매의 한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경비원들이 알아서 길을 터주었다. 그 남자가 바로 천향루의 사장 나승엽이었다.“오빠, 왜 인제야 왔어?”나승엽을 보자마자 유혜지의 안색이 밝아지더니 쪼르르 달려갔다. 나승엽은 그녀의 남자 친구이자 든든한 백이었다. 돈과 권력은 물론이고 인맥까지 넓은 그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다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얼굴 왜 그래? 누가 때렸어?”유혜지의 퉁퉁 부은 얼굴을 보며 나승엽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오빠, 난 오빠 요구대로 청아 씨가 쓸 천자호를 준비했는데 이 진상들이 글쎄 기어코 그 룸을 쓰겠다지, 뭐야. 안 된다고 하니까 주먹까지 쓰더라고. 내 얼굴 봐봐, 이 진상들이 이렇게 만들었어!”유혜지는 훌쩍거리면서 자초지종을 간단하게 설명했다.그녀의 말에 나승엽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천향루를 오픈한 이래 지금까지 이곳에서 소란을 피운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어떤 놈이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청아 씨, 사모님, 다친 데 없으시죠?”나승엽은 바로 화를 내지 않고 이청아 일행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나 사장, 마침 잘 왔어. 여기 어떤 놈이 우리 룸을 빼앗으려 해서 지금 기분이 몹시 안 좋아. 어떡하면 될까?”장경화는 팔짱을 낀 채 씩씩거렸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다 제 불찰이에요. 앞으로 저희 가게에서 하시는 식사는 전부 무료로 해드릴게요.”그 소리에 적지 않
나승엽은 거칠게 몰아붙였고 상대의 체면 따위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좋게 좋게 해결하려 했던 유진우는 나승엽의 말에 표정이 확 차가워졌다.‘어쩐지 직원들도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더라니 다 사장한테서 배운 거구나.’“이봐, 못 들었어? 꺼지라잖아!”유혜지가 뒤에서 건방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천향루 위세가 아주 대단하네. 감히 손님을 내쫓아? 가게 문 닫고 싶어서 안달 난 모양이구나.”유진우의 말투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가게 문 닫는 게 아니라 당신들 안 받겠다는 거야.”나승엽이 당당하게 말했다.“천향루는 내 구역이야. 이곳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이라고. 지금 당신들 엄청 거슬리니까 1분 내로 싹 다 꺼져. 안 그러면 가만 안 둬!”그의 말에 사람들도 맞장구를 치면서 유진우 일행을 내쫓았다.“유진우, 어떻게 할 거야? 사장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끝까지 버텨? 창피하지도 않아?”장경화는 팔짱을 낀 채 대놓고 비웃었다. 말싸움도 안 되고 따져서 이기지 못할 바에는 그냥 억지로 밀어붙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흥! 아무리 내쫓아도 안 나가다니, 정말 낯짝도 두껍다니까요.”단소홍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그러게 말이야. 자기 신분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우리한테 덤벼? 정말 제 주제도 모르는 놈이야.”장홍매의 얼굴에 깔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에게는 지금 문 어르신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기에 아무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억지 부리기 시작하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나승엽을 쳐다보는 유진우의 눈빛이 매우 싸늘했다.“그러겠다면?”나승엽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사모님의 심기를 건드린 건 내 체면을 봐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야. 그러니 당연히 내쫓아야지.”그가 손을 흔들자 가만히 지켜보던 경비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호시탐탐 노렸다. 심지어 어떤 경비원은 삼단봉까지 꺼냈는데 당장이라도 덤빌 기세였다.“유진우, 눈치껏 행동해. 지금의 넌 우리랑 아예 레벨이 달라.”장경화가 턱을 치켜들고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권력이 뭔지,
지하 세계에 발을 담근 사람이라면 아마 다 알 것이다. 지금 서울의 지하 세계는 강린파가 주름 잡고 있었고 그 어떤 세력도 강린파에 덤비지 못했다. 하여 강린파 제자들이 쳐들어온 걸 본 순간 경비원들이 바로 겁을 먹은 것이었다.“유진우 저 자식 꽤 힘이 있었구나.”장홍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흥, 그래봤자 어디 내세울 수도 없는 깡패잖아요.”단소홍이 하찮다는 듯 말했다.“맞아, 다 보잘것없는 건달들이라서 뭐 어쩌지 못해. 심지어 우리가 나서지 않고 나 사장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걸?”장경화가 기고만장하게 말했다.예전이었더라면 그녀도 살짝 겁을 먹었겠지만 지금은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이깟 깡패들과 문 어르신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레벨이었다.“보스, 무슨 일이에요?”그때 장 어르신이 한 무리 사람들을 이끌고 2층으로 뛰어왔다.“천향루에서 손님을 함부로 대해서 내 심기를 건드렸거든요. 이곳 문을 닫고 앞으로 영영 못 열게 해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장 어르신이 손을 흔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얘들아, 여기 싹 다 엎어버리고 손님을 전부 내보내. 혹시라도 막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쥐어 패버려!”“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강린파 제자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멈춰! 다들 멈춰!”그 광경에 나승엽도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이 쓰레기 같은 것들아, 천향루 뒤에 누가 있는지 알기나 알고 나대?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X발.”장 어르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승엽에게 따귀를 후려갈기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우리 보스를 건드린 이상 그 누가 와도 널 구하지 못해!”“감히... 날 때렸어?”나승엽은 따끔거리는 볼을 움켜쥐고 발끈했다.“얘들아, 이 쓰레기들을 싹 다 내쫓아버려!”하지만 천향루의 경비원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강린파는 그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귀먹었어? 내쫓아버리라고!”
“한판 붙겠다 이거지?”달려오는 경비원들을 보며 장 어르신이 흉악하게 웃었다.“얘들아, 3분 줄게. 가서 몸 좀 풀어!”“네!”강린파 제자들이 바로 흥분하기 시작하더니 손바닥을 비비면서 정면으로 맞섰다.악당파 당주인 장 어르신이 이끄는 부하들은 전부 블랙 프리즌에서 나온 살벌한 사람들이었는데 강린파에서 나름 전투력이 있는 엘리트였다.특히 유진우의 특훈을 받은 후에는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고 혼자서도 백 명을 거뜬히 상대할 정도였다.일반적인 경비원이 아니라 세간에서 이름 있는 파벌과 맞서도 그들은 전혀 겁먹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양측이 맞붙자마자 실력 차이가 확 났다.강린파 중 하나인 악당파 제자들은 아주 가볍게 게다가 압도적으로 모든 경비원을 해결했다.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이삼십 명에 달하는 경비원들이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질 못했다.“쓸모없는 것들!”그 광경에 나승엽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 경비원들이 한동안은 버틸 줄 알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전부 자빠지고 말았다.‘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쓰레기들!’“계속 엎어! 싹 다 엎어버려!”장 어르신은 일말의 머뭇거림이라곤 없이 강린파 제자들을 지휘했다. 물론 천향루만 망가뜨렸지, 무고한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빌어먹을 것들, 감히 내 천향루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 딱 기다려!”나승엽은 휴대 전화를 꺼내 구원병을 부르기 시작했다. 유진우는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 말리지 않았다.‘내가 좋게 좋게 말할 때 억지를 부렸으니 이젠 내가 억지 부릴 차례야.’“유진우 씨, 지금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그때 줄곧 옆에서 지켜만 보던 이청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너무하다니요? 모르겠는데요?”유진우가 어깨를 들먹였다.“천향루는 나 사장님 거예요. 손님을 받든 내쫓든 그건 사장님의 자유죠. 비록 말이 다소 거칠긴 했지만 여기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어떡해요? 결과도 책임지지 못할 거면서.”이청아가 경고를 날렸다. 상대가 잘못했든 안 했든 나승
‘저 자식 고집이 왜 이렇게 세?’이청아가 좋게 좋게 설득하고 도와주기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상대는 그녀의 호의를 전혀 받지 않았다.“흥, 제 발로 불구덩이에 뛰어들겠다는데 뭐 어쩌겠어. 청아야,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둬.”장경화는 팔짱을 끼고 이따가 재미난 구경이나 하려 했다.“언니는 다 좋은데 마음이 너무 착해서 문제야. 저 사람들이 우리 룸을 빼앗았는데도 도와주고 싶어? 그럴 필요까진 없어, 언니.”단소홍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그래, 청아야. 어떤 사람은 쓴맛을 좀 봐야 제 주제를 알아.”장홍매가 하찮다는 표정을 지었다.“됐어요. 당신들 일이니 알아서 해요.”이청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옆으로 물러섰다. 어찌 된 영문인지 유진우가 거절하니까 되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 아무런 조짐도 없이 말이다.‘나 왜 이러지? 그냥 몇 번 만난 사람을 왜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야?’“인마! 청아 씨가 너한테 준 기회를 스스로 차버려?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군. 이따가 내 구원병이 오면 그땐 후회해도 늦었어.”나승엽은 차갑게 웃으면서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했다. 이청아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한 건 엄청난 영광이자 은혜였다. 남들은 받고 싶어도 못 받는 걸 유진우는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정말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격이었다.“흥, 조금만 더 나대봐. 이따가 아주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줄게.”유혜지는 뒤에 서서 씩씩거리며 살벌한 눈빛으로 째려보았다.더는 그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유진우는 조선미 등 일행과 함께 천자 3호룸으로 들어가 착석했다. 그러고는 차를 마시면서 천향루를 부수는 강린파 제자들을 지켜보았다.“마음껏 부숴버려. 나중에 열배 백배 배상해야 할 거야!”나승엽은 어두운 얼굴로 소리치면서 마음속의 분노를 가까스로 참았다.“누가 감히 천향루에서 소란을 피워?”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우람한 체격의 한 무리 사나이들이 살기등등하게 쳐들어왔다.맨 앞에 화려한 옷차림의 젊은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왼쪽에 서 있
“꽃이요?”선우장훈의 말에 나승엽은 어안이 벙벙했다.‘유진우가 잘생기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남자인데 꽃과 무슨 상관이야? 형님한테 다른 취향이 있었나?’그 생각에 나승엽은 갑자기 가슴이 움찔했다.“아주 좋아. 여기서 예쁜 두 꽃을 다 보다니, 오늘 운이 좋네.”선우장훈은 아래턱을 어루만지면서 음흉한 눈빛으로 조선미와 조홍연을 번갈아 보았다.한 사람은 요염했고 다른 한 사람은 도도한 스타일이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두 절세미녀가 가만히 앉아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예술 작품이 따로 없었다. 마치 쓰다듬어주면서 사랑을 주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눈앞의 아름답고 완벽한 예술 작품에 비교하면 그가 예전에 놀았던 모델과 연예인은 정말 너무도 평범했고 이젠 쳐다보고도 싶지 않았다.이런 절세미녀를 평소 한 명만 봐도 운이 좋은 건데 오늘 동시에 둘이나 만나서 선우장훈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제대로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형님, 저 둘을 말하는 겁니까?”나승엽은 그의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바로 알아챘다.“아니면 누구겠어?”선우장훈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러고는 넥타이를 정리하고 멋진 웃음을 지으면서 성큼성큼 다가갔다.“두 분 이름이 어떻게 돼요?”“유진우입니다. 무슨 일이시죠?”유진우가 앞에 나서면서 선우장훈의 음흉한 시선을 가려버렸다.“넌 뭔데 끼어들어? 너한테 물었어?”선우장훈이 두 눈을 부릅뜨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어디서 튀어나온 놈이기에 내 앞을 막아? 내가 누구고 우리 형이 누군지 알아?”‘X발, 미녀를 감상 중이었는데 웬 놈이 튀어나와서는. 재수 없게.’“당신이 누구든, 당신 형이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그 더러운 생각 거두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가만 안 둬.”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요놈 봐라? 너 뭔데 이딴 식으로 나한테 말해?”선우장훈이 선글라스를 벗고 두 눈을 부릅떴다.“형님, 천향루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놈이 바로 이놈이에요.”나승엽이 선우장훈의 귓가에 대고 낮은
“인마,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저 예쁜 두 여자를 나한테 넘기면 용서해줄 수 있어. 하지만 따르지 않으면 아주 처참하게 죽을 거야!”선우장훈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협박했다.‘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무슨 자격으로 저런 미녀를 데리고 있어? 나처럼 권력 있는 사람이야말로 데리고 놀 자격이 있지.’“나도 한 번만 기회를 줄게. 지금 당장 안 꺼지면 네 다리를 확 부러뜨리는 수가 있어.”유진우가 냉랭하게 말했다.“이게 죽으려고!”선우장훈이 발끈하더니 다짜고짜 주먹을 들고 유진우의 얼굴을 가격하려 했다. 선우 가문의 자제인 그는 어릴 적에 무술을 제대로 배우진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기는 대충 배웠다. 다름이 아니라 단지 여자 앞에서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제 주제도 모르는 놈.”유진우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선우장훈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그 바람에 선우장훈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머리가 어지러워 일어나지도 못했다.“뭐야?”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유진우가 선우장훈을 때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선우장훈이 누구인가? 선우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자 호풍장군 선우희재의 친남동생이었다. 게다가 서울에서도 엄청난 권력을 지닌 존재였다.그런 거물에게 손찌검을 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너... 지금 날 때렸어?”선우장훈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코를 어루만졌다. 피범벅인 손을 보자마자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너 인제 죽었어!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 너뿐만이 아니라 저 두 년도 내 노리개로 만들어버릴 것이야!”퍽!유진우는 선우장훈의 복부를 가차 없이 발로 걷어찼다. 선우장훈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더니 시뻘건 피를 토하면서 마치 폭탄처럼 날아갔다. 벽에 세게 부딪히고 나서야 멈춰 선 선우장훈이 연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다들 가만히 서서 뭐 해? 저 자식 죽여버려!”선우장훈이 흉악한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말하면서 또 시뻘건 피를 토해냈다.“X발, 감히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