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요?”선우장훈의 말에 나승엽은 어안이 벙벙했다.‘유진우가 잘생기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남자인데 꽃과 무슨 상관이야? 형님한테 다른 취향이 있었나?’그 생각에 나승엽은 갑자기 가슴이 움찔했다.“아주 좋아. 여기서 예쁜 두 꽃을 다 보다니, 오늘 운이 좋네.”선우장훈은 아래턱을 어루만지면서 음흉한 눈빛으로 조선미와 조홍연을 번갈아 보았다.한 사람은 요염했고 다른 한 사람은 도도한 스타일이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두 절세미녀가 가만히 앉아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예술 작품이 따로 없었다. 마치 쓰다듬어주면서 사랑을 주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눈앞의 아름답고 완벽한 예술 작품에 비교하면 그가 예전에 놀았던 모델과 연예인은 정말 너무도 평범했고 이젠 쳐다보고도 싶지 않았다.이런 절세미녀를 평소 한 명만 봐도 운이 좋은 건데 오늘 동시에 둘이나 만나서 선우장훈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제대로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형님, 저 둘을 말하는 겁니까?”나승엽은 그의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바로 알아챘다.“아니면 누구겠어?”선우장훈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러고는 넥타이를 정리하고 멋진 웃음을 지으면서 성큼성큼 다가갔다.“두 분 이름이 어떻게 돼요?”“유진우입니다. 무슨 일이시죠?”유진우가 앞에 나서면서 선우장훈의 음흉한 시선을 가려버렸다.“넌 뭔데 끼어들어? 너한테 물었어?”선우장훈이 두 눈을 부릅뜨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어디서 튀어나온 놈이기에 내 앞을 막아? 내가 누구고 우리 형이 누군지 알아?”‘X발, 미녀를 감상 중이었는데 웬 놈이 튀어나와서는. 재수 없게.’“당신이 누구든, 당신 형이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그 더러운 생각 거두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가만 안 둬.”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요놈 봐라? 너 뭔데 이딴 식으로 나한테 말해?”선우장훈이 선글라스를 벗고 두 눈을 부릅떴다.“형님, 천향루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놈이 바로 이놈이에요.”나승엽이 선우장훈의 귓가에 대고 낮은
“인마,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저 예쁜 두 여자를 나한테 넘기면 용서해줄 수 있어. 하지만 따르지 않으면 아주 처참하게 죽을 거야!”선우장훈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협박했다.‘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무슨 자격으로 저런 미녀를 데리고 있어? 나처럼 권력 있는 사람이야말로 데리고 놀 자격이 있지.’“나도 한 번만 기회를 줄게. 지금 당장 안 꺼지면 네 다리를 확 부러뜨리는 수가 있어.”유진우가 냉랭하게 말했다.“이게 죽으려고!”선우장훈이 발끈하더니 다짜고짜 주먹을 들고 유진우의 얼굴을 가격하려 했다. 선우 가문의 자제인 그는 어릴 적에 무술을 제대로 배우진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기는 대충 배웠다. 다름이 아니라 단지 여자 앞에서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제 주제도 모르는 놈.”유진우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선우장훈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그 바람에 선우장훈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머리가 어지러워 일어나지도 못했다.“뭐야?”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유진우가 선우장훈을 때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선우장훈이 누구인가? 선우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자 호풍장군 선우희재의 친남동생이었다. 게다가 서울에서도 엄청난 권력을 지닌 존재였다.그런 거물에게 손찌검을 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너... 지금 날 때렸어?”선우장훈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코를 어루만졌다. 피범벅인 손을 보자마자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너 인제 죽었어!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 너뿐만이 아니라 저 두 년도 내 노리개로 만들어버릴 것이야!”퍽!유진우는 선우장훈의 복부를 가차 없이 발로 걷어찼다. 선우장훈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더니 시뻘건 피를 토하면서 마치 폭탄처럼 날아갔다. 벽에 세게 부딪히고 나서야 멈춰 선 선우장훈이 연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다들 가만히 서서 뭐 해? 저 자식 죽여버려!”선우장훈이 흉악한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말하면서 또 시뻘건 피를 토해냈다.“X발, 감히 우리
송재림의 리드로 선우 가문 부하들은 반격하기 시작했고 이젠 강린파 제자들이 힘을 못 쓰고 물러나기 시작했다.송재림의 실력은 이상하리만큼 강했다. 악당파의 몇몇 선천무사마저도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마치 탱크처럼 밀고 들어오는 송재림을 아무도 막지 못했다.“그래, 잘한다! 싹 다 죽여버려!”그 모습에 선우장훈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미친 듯이 포효했다. 송재림이 옆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오늘 하마터면 이 자리에서 죽을 뻔했다.“승엽 오빠, 저 사람 누구야? 누군데 저렇게 강해?”화들짝 놀란 유혜지가 참다못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송재림이라는 사림인데 연경에서 금방 훈련받고 와서 실력이 엄청 강하대. 천하회의 엘리트 제자라고 들었어.”나승엽이 존경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천하회? 연경에서 제일 강하다는 그 파벌?”유혜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용국에 3대 세력이 있었는데 바로 천하회와 주술교, 그리고 역외 검종이었다. 그들 모두 엄청난 존재들이었고 심지어 국가 기관과도 직접 연락했으며 일정한 권한까지 있었다.“맞아!”나승엽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송재림은 천하회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강남 무도 연맹의 맹주 송만규의 친조카야. 저게 다 송만규 맹주님한테서 전수받은 거야.”“뭐? 송 맹주님의 친조카라고?”유혜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녀가 무인은 아니었지만 송만규의 명성을 들어본 적은 있었다.강남 무도 연맹의 맹주이자 5대 마스터의 리더였고 강남 전체에서 가장 강한 존재였다. 그런 거물에게서 전수받았기에 송재림의 실력이 이토록 대단하지.“허허... 유진우 저 자식 오늘 매운맛 좀 보겠네요.”단소홍은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매우 고소해했다.“흥! 쟤는 죽어도 싸. 여자한테나 빌붙는 기생오라비 주제에 저렇게 나대다니.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꼴이지, 뭐.”장경화는 팔짱을 낀 채 구경했다.“맞아요! 선우 가문의 둘째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대가를 치러야죠.”장홍매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청아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조용히 지
고작 30대 초반밖에 안 된 송재림은 벌써 본투비 대원만 레벨에 도달했다. 이 정도 천부적인 실력이라면 강남이 아니라 연경 전체의 젊은 세대 중에서도 거의 따라올 자가 없었다.“영감도 나쁘지 않아.”송재림은 저릿해진 팔을 움직이면서 흉악스럽게 웃었다.“전국 팔도에 내 주먹을 당해내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젊은 나이에 실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쉽게도 아직 멀었어.”장 어르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만약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고통의 맛을 보진 않겠지만 계속 덤비면 더는 봐주지 않아.”“하하... 영감탱이야, 진짜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송재림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주먹을 꽉 쥐고 차갑게 웃었다.“방금은 그냥 몸만 푼 거야. 진심으로 싸운다면 당신 따위 바로 해결할 수 있어.”“흥! 건방진 놈!”장 어르신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제 주제를 모르니까 이참에 제대로 가르쳐야겠군!”그가 발을 내딛자 마치 활처럼 튕겨 나가더니 송재림의 가슴팍을 가격하려 했다.“폭명권!”송재림은 피하지 않고 소리를 지르면서 주먹을 뻗었다.치익!양측의 거리가 고작 50cm 정도 남았을 무렵 송재림의 옷소매에서 갑자기 대량의 하얀 가루가 뿜어져 나왔다. 화들짝 놀란 장 어르신이 눈을 감고 피하려 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온 얼굴에 맞고 말았다.그 순간 비틀거리면서 뒷걸음질 친 장 어르신은 머리가 무거워지는 걸 느꼈고 온몸에 힘이 쫙 빠졌다. 하얀 가루가 그저 횟가루인 줄 알고 눈만 감았는데 알고 보니 마취약이었다. 게다가 진기로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마취약이었다.“내 주먹맛 좀 봐!”장 어르신이 맥을 못 추는 틈을 타서 송재림은 그의 복부를 힘껏 가격했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장 어르신은 수 미터 정도 밀려났고 진기마저 흩어졌다. 게다가 코와 입에서도 피가 멈추지 않았고 비틀거리면서 제대로 서지조차 못했다.“비... 비겁한 놈 같으니라고!”장 어르신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땀을 뻘뻘 흘렸다.
“날 죽이겠다고?”송재림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 크게 웃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도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마음껏 조롱했다.“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송재림 씨한테 저딴 식으로 말해? 죽음이 두렵지도 않은가 봐.”유혜지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흥!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송재림 씨한테 도발해? 아주 명을 재촉하는구나.”나승엽이 싸늘하게 웃었다.송재림이 누구인가? 천하회의 엘리트이자 송만규 맹주에게 직접 전수받은 사람이었다. 이런 거물이 기생오라비 하나 죽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송재림 씨는 혼자서도 거뜬히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그런 사람을 어떻게 막아? 유진우 저 자식은 기회가 있을 때 도망가지 않고 되레 죽음을 자초하네.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어.”단소홍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했다.“흥, 주먹 좀 쓸 줄 안다고 저렇게 건방을 떨어? 저런 놈은 죽어도 싸!”장경화는 팔짱을 낀 채 고소해했다.“젊은 사람이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네. 이따가 얻어터지고 나면 상대의 실력을 알겠지.”장홍매도 나서서 유진우를 비웃었다.조금 전 송재림의 대대적인 학살을 아무도 당해내지 못한 걸 그들은 똑똑히 목격했다. 하여 유진우가 덤비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송재림! 저 자식이 널 업신여기는데 가만히 있을 거야? 그냥 죽여버려!”뒤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선우장훈의 눈빛이 매우 살벌했다. 조금 전 유진우에게 걷어차여 아직도 피를 토하고 있었다. 마음속의 원한이 그야말로 극에 달했다.“인마,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기나 해?”크게 웃던 송재림의 표정이 갑자기 서늘해졌다.“난 천하회 제자야. 저 영감마저도 내 상대가 아닌데 네가 뭔데 끼어들어?”“난 아무것도 아니지만 널 죽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야.”유진우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날 죽이겠다고? 흥, 너 아주 눈에 뵈는 게 없구나.”송재림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못
“X발, 저 기생오라비가 이렇게나 강했어? 송재림 씨마저 상대가 아니야?”나승엽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천하회의 제자가 이름도 없는 놈한테 졌다는 게 말이 돼?”유혜지는 어안이 벙벙했다.“쓸모없는 놈! 보기에는 강한 것 같더니 어쩜 저것도 못 버티냐.”장경화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유진우 저 자식 비열한 수단을 쓴 건 아니겠죠?”단소홍은 의심에 찬 눈빛으로 장홍매와 눈빛을 주고받았다.조금 전 송재림은 그야말로 기세가 넘쳤고 아무도 당해내지 못했다. 유진우가 무조건 참패를 당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런 결과일 줄은 전혀 몰랐다.유진우가 강한 걸까? 아니면 송재림이 겉만 번지르르할 뿐일까?“어때? 인제 항복해?”유진우는 한쪽 다리로 송재림의 어깨를 짓밟은 채 내려다보면서 물었다.“너... 너 대체 누구야?”송재림이 이를 꽉 깨물고 일어서려 애를 썼지만 유진우의 무게가 천근처럼 느껴져 꿈쩍도 할 수가 없어 결국 얌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내가 누군지 상관하지 말고 항복하는지만 대답해.”유진우가 한쪽 다리에 힘을 점점 가하자 뚜두둑 소리가 들려오더니 무릎과 닿은 바닥이 쪼개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피범벅인 무릎이 차마 눈 뜨고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지고 말았다.“항복하긴 개뿔!”송재림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내가 누군지 알아?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리는 수가 있어.”“그래?”유진우가 싸늘하게 웃더니 갑자기 발에 힘을 가했다.쿵!송재림의 무릎이 더 밑으로 내려갔고 고개도 들지 못했다. 머리에는 땀이 흥건했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으며 피도 계속 토해냈다.“멈춰!”그때 보다 못한 나승엽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이 자식아, 경고하는데 송재림 씨를 당장 풀어줘. 안 그러면 큰 화를 입게 될 거야!”“그래! 송재림 씨는 천하회 제자야. 함부로 했다간 천하회의 적이 된다고.”유혜지도 나서서 아우성쳤다.“천하회?”그 소리에 유진우는 눈썹을
“으악...”송재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죽는 순간까지도 유진우가 진짜로 자신을 죽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도발하는 게 아닌데... 하지만 인제 와서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의 동공이 점점 풀리면서 의식을 잃어갔다. 유진우는 마치 죽은 개를 버리듯 송재림의 시신을 휙 던져버렸다.쿵!시신이 벽에 부딪힌 다음에 바닥에 떨어졌는데 주변에 흙먼지가 가득 날렸다.그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충격의 도가니에 빠진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송재림이 자신의 신분을 밝혔는데도 유진우에게 죽임을 당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송재림은 천하회의 제자이자 무도 연맹 맹주 송만규의 조카이다. 그런 사람을 어찌 감히 죽인단 말인가?“죽... 죽었어? 저 자식이 송재림을 죽였어?”넋이 나간 선우장훈은 눈앞의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송재림의 신분이 그와 거의 비슷했고 심지어 앞날은 그보다도 더 창창했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송재림을 죽였다. 죽고 싶어서 안달 난 건가?“미쳤어, 미쳤어. 저 자식 완전히 미쳤어.”“송재림을 죽이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구나.”“저 자식 천하회뿐만이 아니라 송 맹주님까지 건드렸어. 앞으로 어딜 가든 도망 신세가 되겠네.”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사람들은 미친놈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유진우를 보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송재림을 죽이고 천하회와 송만규를 건드린단 말인가?“유진우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어떻게 저렇게 다짜고짜 사람을 죽일 수가 있어?”단소홍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정말 미친놈이구나. 다행인 건 얼마 못 살고 곧 죽을 거야.”장경화가 싸늘하게 웃었다. 송재림이 죽든 말든 그녀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송재림을 죽였다는 건 제 무덤을 스스로 판 격이기에 언젠가는 죽임을 당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그 광경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었다.유
강린파 제자들은 두말없이 바로 달려들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송재림이 죽자 선우 가문의 부하들은 아예 강린파의 상대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제압당하고 말았다.“인마, 너 인제 죽었어. 송재림을 죽이고 우리 선우 가문 사람을 때렸으니 앞으로 넌 두 가문의 공공의 적이야. 강남 전체에 네가 있을 자리가 없을 거라고!”선우장훈은 조급한 나머지 일그러진 얼굴로 미친 듯이 포효했다.“뭐야?”유진우의 시선이 선우장훈에게 향하더니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널 깜빡할 뻔했네. 방금 뭐라고 했어?”“오... 오지 마!”유진우가 다가오자 선우장훈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경고하는데 우리 형이 호풍장군 선우희재야. 내 뒤에는 선우 가문이 있다고.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죽음뿐이야.”“그래?”유진우는 갑자기 손을 뻗어 선우장훈의 머리를 덥석 잡더니 쿵 하고 벽에 냅다 던졌다. 그 순간 벽이 움푹 패어 들어가고 말았다.선우장훈은 머리가 빙빙 돌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시뻘건 피가 뒤통수에서 조금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오늘 널 죽이진 않을 거야. 가서 선우희재한테 전해. 앞으로 이런 수작 부리지 말라고. 또다시 조씨 가문을 건드린다면 내가 선우 가문 싹 다 뒤집어엎을 거야. 당장 꺼져!”유진우는 선우장훈의 머리를 잡고 냅다 던졌다. 선우장훈의 몸은 마치 공처럼 수 미터 튕겨 나갔다가 창문을 뚫고 천향루 밖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곧이어 그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전해졌다.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나승엽과 유혜지는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바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얼른 형님을 병원에 데려가!”천향루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그래도 중상을 입은 선우장훈을 잊지 않고 차에 태운 후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유진우 씨, 지금 큰 사고 친 거 알아요?”이청아가 불쑥 입을 열었다.“송재림을 죽이고 무도 연맹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이젠 선우 가문까지 건드렸어요. 정말 죽는 게 두렵지도 않아요?”“서로 갈등이 생긴 순간부터 원한은 이미 생겼어요
“유장혁?”그 소리에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한때 유씨 가문의 천재는 이름을 널리 떨쳤었다. 그런데 10년 전 자금성의 난이 터진 후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고 현재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런 그의 이름을 갑자기 들으니 놀랄 만도 했다.“도련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세자 전하의 생사도 불투명한 데다가 어디 있는지도 아무도 몰라요. 그런 분한테 서경왕의 자리를 맡긴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 아닌가요?”조군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두 손까지 펼쳐 보였다.“그러게요, 도련님. 제발 현실을 잘 알고 말씀하세요. 세자 전하께 기댈 바엔 차라리 대장군님께 기대는 게 더 낫죠.”고원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유천우가 자기 자신을 얘기할 줄 알았는데 실종된 지 10년이나 된 사람을 얘기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이보다 더 터무니없는 얘기는 없었다.“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형도 꼭 돌아올 겁니다. 그때 가서 형이 왕위를 이어받아도 문제없죠.”유천우가 싸늘하게 말했다.“도련님, 제가 하는 말이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만약 세자 전하께서 이미 돌아가셨으면 어떡해요? 서경왕의 자리를 계속 비워둘 작정인가요?”조군영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형님 죽지 않았고 멀쩡하게 살아있어요. 그러니까 조 장군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천우가 말했다.“살아있다면 지금 어디 계시는 거죠? 왜 나타나지 않는 겁니까?”조군영은 일부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형님한테 소식을 전했으니 꼭 올 겁니다.”유천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설마 지금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건 아니죠?”조군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위왕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퍼지면 서경 전체가 크게 흔들릴 거예요.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고요. 지금 당장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맞아요, 도련님. 대국을 생각하셔야죠!”고원도 나서서 유천우를 설득했다.“형한테 자리를 물려주는 건 아버지의 유언이에요. 지금 명령을 거역하겠단 겁니까?”
사람들이 뒤돌아보니 거친 삼베옷을 입고 상복 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차가운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남자는 위엄이 넘쳤고 온몸에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전장을 누빈 조군영과 고원마저도 그를 보자마자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표정이 진지해졌다.그 남자는 다름 아닌 유만수의 작은 아들 유천우였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유천우는 온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하여 예전에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도 많이 저질렀었고 서경의 사고뭉치라 불리기도 했다.그런데 최근 2년 동안 유천우는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 더는 빈둥빈둥 놀지 않고 군에 들어가 열심히 살기 시작했다.처음에 사람들은 유천우가 군대에서 3일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산 도련님이 군대의 혹독한 훈련을 버틴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그런데 뜻밖에도 유천우는 군대에서 자리를 잡았고 공까지 세웠다.짧은 2년 사이에 병사에서 흑용군의 부장으로 성장했다. 든든한 배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놀라운 성과였다.사람들은 그제야 유천우가 응석받이로 자란 도련님이 아니라 군사 천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천우야, 드디어 온 거야?”아들을 보자마자 이의진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겨우 가라앉았던 슬픔이 다시 저도 모르게 밀려왔다.“어머니, 소식 다 들었어요. 제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유천우는 어머니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군영과 고원에게 시선을 옮겼다.“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렇게 몰아붙이는 겁니까?”“그게...”조군영은 고원의 눈치를 슬쩍 봤다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도련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도 대국을 위해서 이러는 겁니다. 현재 서경왕부에 리더가 없어서 누군가 나서서 이끌어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많은 문제가 생길 거예요.”“맞아요, 도련님. 대국을 생각하셔야죠.”고원은 충성을 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대국?”유천우는 코웃음을 치고는 더는 두 사람을 거들떠보지 않
“서경 대원수의 직위는 매우 중요합니다. 내부 투표를 거칠 뿐만 아니라 폐하께 보고하여 최종적으로는 폐하의 결정을 받아야 해요.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이의진의 눈빛이 경계로 가득했다.유태범이 왔을 때 그녀는 처음에는 형제 간의 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조군영과 고원의 몇 마디 말에 그녀는 갑자기 깨달았다.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유태범은 흑용군에서 유만수 다음가는 위망을 가지고 있었다.표기대장군으로서 그는 많은 심복 장수들을 거느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절반의 병권도 장악하고 있었다.왕이 세상을 떠난 후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유태범이 분명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유태범이 지금 이미 자신의 야심을 드러냈다는 점이다.왕이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권력을 탈취하려 하다니, 그녀는 그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심지어 유만수의 죽음이 이 자들과 호룡각 잔당들이 암묵적으로 결탁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만약 유태범이 병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할 것이다.“마마, 급할 때는 권력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찌 폐하의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반드시 빨리 국면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조군영이 계속해서 말했다.“맞습니다!”고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장수가 밖에 있으면 군령도 받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폐하는 상황을 전혀 모르니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반드시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그래야만 소인배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폐하에게 보고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내부 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그래야만 모두가 승복할 수 있어요.” 이의진이 다시 말했다.“투표라니요? 이게 투표할 일입니까? 전 서경을 둘러봐도 대장군님보다 원수 자리에 더 적합한 분이 누가 있습니까?” 조군영이 말했다.“그렇습니다, 왕비마마! 공적으로 보나, 위망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무공으로 보나 어르신을 제외하고는
고원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땅에 무릎을 꿇고 세 번 크게 머리를 조아렸다.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고 가까운 사람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비록 똑같이 연기였지만 조군영보다는 훨씬 진실되어 보였다.“표기대장군 도착하셨습니다!”이때 문밖에서 우렁찬 외침이 울렸다.곧이어 금빛 갑옷을 입고 기상이 비범한 중년 남자가 급하게 걸어 들어왔다.이 사람이 바로 일품 표기대장군 유태범이었다!유태범은 표기대장군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유만수의 사촌 동생이기도 했다.유태범은 어릴 때부터 문무를 겸비하고 천부적 재능이 있어 모든 면에서 매우 뛰어났다.만약 유만수가 없었다면 분명 유씨 가문의 가장 빛나는 천재였을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만수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영웅 앞에서는 아무리 대단한 천재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대장군께 인사드립니다!”유태범을 보자 조군영과 고원은 즉시 가식적인 표정을 거두고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그들 둘은 모두 유태범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진정한 측근 장수들이었다.마치 유만수와 석태혁의 관계처럼 영광도 함께 하고 손실도 함께했다.“형님!”유태범은 두 심복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영당에 들어서자마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무릎을 꿇었다.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입술은 떨리며 얼굴에는 비통함과 분노의 빛이 어려 있었다.“어찌 이럴 수가? 우리 형님이 어찌 돌아가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도대체 누가 한 짓입니까?!”유태범이 붉은 눈으로 연달아 분노의 외침을 터뜨렸다.“호룡각의 잔당들입니다. 그들이 자객을 부내에 잠입시켜 어젯밤 어르신을 암살했습니다.” 이의진의 얼굴이 흐리멍덩했다.“호룡각?”유태범이 이를 갈며 분노에 차 있다가 즉시 고함쳤다. “누구 없느냐! 즉시 군대를 집결시켜 전 성을 수색하라. 반드시 범인을 체포해야 한다!”“잠깐만요!”이의진이 갑자기 나서서 제지했다.“태범 씨, 매우 비통한 것을 알지만 지금은 아직 일을 크게 만들 수 없습니다.”“형님이 이미 돌아가셨는데 무
이 말이 나오자 조군영과 고원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두 사람이 오늘 온 것은 본래 기세를 과시하려는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이의진이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입을 열자마자 반역이라는 죄명을 들이대다니.이런 죄가 뒤집어씌워진다면 그들은 아마 왕부의 대문을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마마, 농담 마십시오. 반역은 사형감입니다. 저희가 아무리 대범하다 해도 그런 일은 감히 못 하지요!” 고원이 연달아 해명했다.“맞습니다. 저희는 왕께 항상 충성을 다해왔는데 어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조군영도 따라서 부인했다.비록 두 사람 모두 그런 야심이 조금은 있었지만 명백히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적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반역할 생각이 없다면 어째서 갑옷을 입고 부내에 들어오시는 것입니까? 규칙도 모르십니까?” 이의진이 조금도 봐주지 않고 꾸짖었다.그저 이품 장군일 뿐인데 군권이 조금 있다고 감히 왕부 안에서 눈깔을 찌푸리고 있다니.유만수가 살아있을 때 이 둘은 감히 이러지 못했다.“아이고! 제 정신 좀 보세요, 왕부의 규칙을 잊었네요. 마마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군영이 헛웃음을 지었다.이어서 갑옷을 벗고 차고 있던 칼을 내려 왕부의 경비에게 건넸다.“저희가 급히 오느라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의도치 않은 행동이었으니 개의치마시지요.” 고원이 웃으며 말했고 즉시 갑옷과 칼을 벗었다.이 광경을 보고 이의진의 안색이 비로소 조금 누그러졌지만 어조는 여전히 차가웠다.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왕께서 자객의 습격을 받아 위험한 상황이라는 소식을 듣고 저희 둘이 특별히 문안드리러 왔습니다.”고원이 가식적으로 말했다.“소식통이 꽤나 빠르군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이의진이 차갑게 말했다.“늦었다니요? 무슨 뜻입니까?” 두 사람이 의아한 척했다.이의진은 설명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몸을 돌려 영당으로 향했다.왕부 밖은 비록 동정이 없었지만 왕부 안에는 이미 흰 만장이 가득
“알겠습니다. 제가 경비병 신분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들어가시기 전에 먼저 변장을 하셔야 합니다.” 손도운이 결국 타협했다.비록 위험이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정오 무렵, 서경 왕부 안.비록 유만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봉쇄되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관리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어떤 이들은 비통한 마음으로 조문을 왔고 또 어떤 이들은 다른 목적을 품고 있었다.“보국대장군 도착!”“운미대장군 도착!”왕부 문 앞에서 두 번의 외침이 들렸다.곧이어 갑옷을 입은 체격이 우람한 중년 남자 둘이 각각 친병들을 대동하고 걸어 들어왔다.이 친병들은 모두 허리에 장도를 차고 있었고 보기에도 험상궂었다.온 이들은 바로 이품 관직인 보국대장군 조군영과 운미대장군 고원이었다.“두 분, 왕부에 들어오시기 전에는 반드시 갑옷과 무기를 해제하셔야 합니다.”한 왕부 친위가 조군영과 고원을 막아서며 동시에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흥! 난 밖에 나올 때 갑옷을 벗지 않아. 꺼져!” 조군영이 노하여 꾸짖었다.“조 장군, 이건 왕부의 규칙입니다. 따라주시기 바랍니다.”왕부 친위가 말했다.“규칙? 나한테 감히 규칙을 운운한 건가?”조군영이 왕부 친위의 얼굴을 때리며 소리쳤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감히 규칙을 들먹이며 나를 압박하느냐? 죽고 싶나?”“조 장군, 소인도 명령을 받들어 행하는 것뿐입니다.” 왕부 친위는 동요하지 않았다.“헛소리 작작 하고 비켜. 그렇지 않으면 네 목을 벨 것이다!”조군영이 갑자기 칼을 뽑아 왕부 친위의 목에 겨누었고 그의 모습은 매우 포악하고 극도로 횡포했다.“제 머리를 베신다 해도 규칙은 지켜야 합니다.” 왕부 친위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이 개자식! 관짝을 보기 전에는 정신을 못 차리겠구나!”조군영은 마침내 화를 내며 칼을 거세게 들어 왕부 친위의 팔을 향해 내리쳤다.“멈추세요!”이때 한 소리의 여성의 호통이 울렸다.삼베 흰옷을 입은 이의진이 석태혁 일행을 데
이 순간 유진우의 눈이 피를 뿜을 듯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살기가 솟구쳤다.비록 예전에 아버지와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점차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아버지가 중병에 걸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는 그동안 품었던 그 작은 분노마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는 단지 호룡각의 일을 완전히 해결한 후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에 효도를 제대로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둘이 만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암살당해 돌아가셨다. 이 충격은 그에게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창공!” 유진우가 갑자기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며 손을 뻗어 창공보검을 불러들이고는 밖으로 달려 나가려 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는 하늘을 함께 이고 살 수 없었다. 그는 반드시 호룡각의 잔당들을 모조리 섬멸해야만 했다!“전하! 제발 진정하십시오!” 유진우가 이성을 잃을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손도운이 급히 그를 막아서며 침착하게 조언했다. “호룡각은 준비를 하고 온 것입니다. 만약 전하께서 이렇게 무모하게 뛰쳐나가신다면 복수는커녕 오히려 자신까지 위험에 빠뜨리실 수 있습니다!”“비키세요!” 유진우의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창공검의 칼날을 손도운의 목에 바로 겨누었다. 예리한 기운이 피부를 스치며 상처를 내자 피가 천천히 배어 나왔다.“전하! 저를 죽이시더라도 전 전하를 막아야만 합니다. 제가 어찌 전하께서 죽으러 가시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왕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전하께 더 이상의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손도운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유진우 앞을 가로막은 채 죽음도 불사하는 자세를 취했다.유진우는 이를 악물었고 그의 손에 든 검이 미세하게 떨렸다. 몇 초간의 대치 끝에 그는 깊은 숨을 내쉬고 마침내 검을 내렸다.손도운의 말이 맞았다. 그는 지금 냉정해져야만 했다. 유만수가 죽었으니 왕부가 분명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고 이때
다른 처녀들도 모두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진심 어린 간청을 했다.이 광경을 본 유진우는 넋이 나갔다.노란 옷 처녀의 말은 그의 귀를 때리는 듯했다.지옥 같은 일을 겪고도 이 아이들이 자신이 아닌 천하의 모든 약자들을 생각하다니... 상상도 못 했다.이런 원대한 뜻과 깨달음은 그조차도 이루지 못할 것이었다.이청성이 말했듯, 이들은 어둠 속에 있으면서도 빛을 향하는 처녀들이었다.귀하고 감탄할 만한 일이었다.누가 여자가 남자만 못하다 했는가?진정한 대의 앞에서 이 여자들이야말로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었다.이런 의로운 용사들이 있는데 어찌 서경이 부흥하지 않을까? 어찌 천하가 평안하지 않을까?“오빠, 결정해요. 받아주지 않으면 저 애들은 살아갈 희망조차 잃을 거예요.” 이청성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겠어요?” 유진우가 엄숙하게 물었다.“절대 후회하지 않겠습니다!”모든 소녀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좋아요! 허락하죠!”유진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부터 특별 훈련을 시작할 거예요. 견뎌낼 수 있다면 여러분들의 원대한 뜻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하지만 견디지 못한다면 편한 곳에서 평안히 살도록 해요.”“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노란 옷의 소녀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나머지 소녀들도 따라 외쳤다.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청성을 바라보았다. “당분간 네가 돌봐. 내일 저애들의 거처를 정하도록 해.”“알겠어요.”이청성이 살짝 미소 지으며 소녀들을 데리고 떠났다.일행이 막 나가자 손도운이 급하게 달려 들어왔다.그의 표정이 매우 당황스러워 보였고 큰일이라도 난 듯했다.“전하! 큰일 났습니다!”유진우를 보자마자 손도운은 ‘쿵’하고 무릎을 꿇고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 “왕부에 변고가 생겼습니다. 왕께서 자객의 암살로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요?”이 말을 듣자 유진우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유
“오빠, 급한 건 알지만 내 말 좀 끝까지 들어봐요.” 이청성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아가씨들은 지금 오빠만 믿고 있고 목숨의 은인으로 여기고 있어요. 받아들이면 좋은 점이 많을 거예요. 예를 들어, 오빠가 외로울 때...”“농담하지 말고 요점이나 말해요!” 유진우가 짜증스럽게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솔직히 말할게요.”이청성이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장혁 씨, 사실 이 처녀들은 보기 드문 인재예요. 제가 이미 선별했는데 모두 영리하고 의지가 강해요. 조금만 가르치면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거예요.”“무슨 뜻이에요?” 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밀사의 중요성은 잘 아실 거예요. 특히 여자 밀사는 어떤 면에서 타고난 장점이 있죠. 이 처녀들을 밀사로 키우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청성이 말했다.“말은 쉽지, 밀사 하나 키우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전 지금 제 몸 하나도 챙기기 힘든데 그럴 여유가 어디 있어요?” 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그는 이 처녀들이 평온하게 살기를 바랐지, 이용당하거나 장기말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밀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충성심인데 그들은 이미 그걸 가지고 있어요. 장혁 씨가 그들을 구해줬고 장혁 씨의 빛이 그들의 어두운 세상을 비춰줬죠. 저애들은 장혁 씨를 신처럼 여기고 있어요.”“시간과 노력은 걱정하지 마요. 장혁 씨가 직접 가르칠 필요 없이 좋은 스승만 찾아주면 돼요. 장혁 씨 곁의 손도운이라면 아주 적합할 것 같은데요.” 이청성이 살짝 미소 지었다.“그건 청성 씨 생각이고 저 애들한테는 물어봤어요?” 유진우가 물었다.“당연히 물어봤죠. 모두 하겠대요. 필요하다면 목숨도 바칠 수 있다고요.” 이청성이 말했다.“불쌍한 사람들인데 그럴 필요까지야...” 유진우가 눈썹을 찌푸렸다.“장혁 씨, 어둠 속에 있어도 빛을 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요?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세요.” 이청성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발 저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