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린파 제자들은 두말없이 바로 달려들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송재림이 죽자 선우 가문의 부하들은 아예 강린파의 상대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제압당하고 말았다.“인마, 너 인제 죽었어. 송재림을 죽이고 우리 선우 가문 사람을 때렸으니 앞으로 넌 두 가문의 공공의 적이야. 강남 전체에 네가 있을 자리가 없을 거라고!”선우장훈은 조급한 나머지 일그러진 얼굴로 미친 듯이 포효했다.“뭐야?”유진우의 시선이 선우장훈에게 향하더니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널 깜빡할 뻔했네. 방금 뭐라고 했어?”“오... 오지 마!”유진우가 다가오자 선우장훈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경고하는데 우리 형이 호풍장군 선우희재야. 내 뒤에는 선우 가문이 있다고.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죽음뿐이야.”“그래?”유진우는 갑자기 손을 뻗어 선우장훈의 머리를 덥석 잡더니 쿵 하고 벽에 냅다 던졌다. 그 순간 벽이 움푹 패어 들어가고 말았다.선우장훈은 머리가 빙빙 돌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시뻘건 피가 뒤통수에서 조금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오늘 널 죽이진 않을 거야. 가서 선우희재한테 전해. 앞으로 이런 수작 부리지 말라고. 또다시 조씨 가문을 건드린다면 내가 선우 가문 싹 다 뒤집어엎을 거야. 당장 꺼져!”유진우는 선우장훈의 머리를 잡고 냅다 던졌다. 선우장훈의 몸은 마치 공처럼 수 미터 튕겨 나갔다가 창문을 뚫고 천향루 밖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곧이어 그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전해졌다.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나승엽과 유혜지는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바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얼른 형님을 병원에 데려가!”천향루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그래도 중상을 입은 선우장훈을 잊지 않고 차에 태운 후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유진우 씨, 지금 큰 사고 친 거 알아요?”이청아가 불쑥 입을 열었다.“송재림을 죽이고 무도 연맹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이젠 선우 가문까지 건드렸어요. 정말 죽는 게 두렵지도 않아요?”“서로 갈등이 생긴 순간부터 원한은 이미 생겼어요
어느덧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그 시각 강남 무도 연맹 본부.한 무리의 무도 연맹 임원들이 송재림의 시체를 둘러싸고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1시간 전, 송재림의 시신을 마주했을 때 무도 연맹 전체가 발칵 뒤집혔었다. 많은 핵심 인원들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자리에 모여들었다.송재림은 천하회의 제자이자 송만규 맹주의 친조카였다. 천부적인 재능, 실력, 신분, 지위 모두 무도 연맹에서 손꼽히는 존재였고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송만규의 후계자가 송재림이라고 생각했다.조금만 더 지나 송만규가 맹주 자리에서 내려오면 송재림이 무도 연맹의 새로운 맹주가 될 텐데...그런데 이렇게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난 인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니 무도 연맹이 뒤흔들릴 만도 했다.“재림아, 재림이 어디 있어?”그때 우람한 체격에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한 중년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사람들은 알아서 길을 터주었고 조금이라도 행동이 느리면 그냥 걷어차 버렸다.이 사람이 바로 송재림의 아버지 송천수였다.송천수는 인파 속을 헤집고 송재림의 시신 앞으로 달려왔다.시신을 뒤덮고 있던 흰 천을 들친 순간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제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재림아!”잠깐 넋을 놓았던 송천수는 갑자기 아들의 시신을 끌어안고 울부짖기 시작했다.아들을 겨우 훌륭하게 키워냈는데 아직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죽어버렸다. 송천수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한바탕 울부짖던 송천수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흉악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누구야? 대체 누가 내 아들을 죽였어? 간덩이가 부은 놈 누구야?”“무도 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유진우가 죽인 것 같습니다.”한 집사가 보고를 올렸다.“유진우!”송천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분노를 터트렸다.“여봐라. 당장 유진우를 잡아들여! 내 두 손으로 직접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야!”“잠깐만요!”화들짝 놀란 집사가 재빨리 말했다.“진정하세요, 장로님. 유진우 배경이 만만치 않아요
“짐승만도 못한 놈이 내 아들을 죽였어? 무도 연맹을 아예 안중에 두지 않는구나!”송천수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당장 송 맹주한테 알려서 재림이 복수를 해달라고 해!”“장로님, 맹주님 지금 폐관 수련 중이십니다. 아무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명까지 내리셨어요.”집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폐관 수련하면 뭐? 친조카가 살해당했는데 가만히 있어선 안 되지.”송천수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집사는 여전히 보고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쓸모없는 것 같으니라고! 그깟 배짱도 없어? 내가 직접 가겠다!”송천수는 집사를 확 밀어내고 노기등등한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문 앞으로 나가자마자 한 무도 연맹 부하가 갑자기 뛰어 들어왔다. 너무 빨리 달려온 탓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송천수와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X발, 눈 어디 두고 다녀? 확 죽여버린다?”송천수는 아직도 풀지 못한 화가 가득했다.“죄송합니다, 장로님. 장로님이 나오시는 걸 못 봤어요.”혼비백산한 무도 연맹 부하는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X발, 눈 똑바로 뜨고 다녀!”송천수는 그냥 지나가려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손에 든 거 뭐야?”“도... 도전장입니다.”무도 연맹 부하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떨리는 손으로 편지 봉투를 건넸다.“강린파 보스 유진우가 보낸 도전장입니다. 내일 무도 연맹 본부에서 맹주님께 공개적으로 도전하겠대요.”“뭐? 무도 연맹 맹주한테 도전장을?”그 소리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송만규가 무도 연맹 맹주 자리에 앉은 후로 그에게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송만규는 5대 마스터 중 실력이 가장 강한 리더이고 강남의 무도 1인자라 불리는 걸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런 절대적인 강자에게 도전장을 내밀 자격이 누가 있겠는가? 그리고 누가 그런 배짱이 있겠는가?어쨌거나 이런 결투는 승부를 가려야 할 뿐만 아니라 자칫하다간 목숨도 잃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시각 풍우 산장 회의실.유진우는 찻주전자를 들고 두 잔을 따른 후 한 잔은 장 어르신에게, 그리고 나머지 한 잔은 그가 마셨다.“어떻게 됐어요? 도전장 보냈어요?”유진우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먼저 물었다.“네, 보냈어요.”장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무도 연맹 쪽 반응이 어떻던가요?”유진우가 캐물었다.“송만규가 아직 폐관 수련 중이랍니다. 하지만 무도 연맹 사람들이 도전장을 받고 나서는 아주 펄쩍 뛰면서 곧 송만규한테 전해줄 거라고 했어요.”장 어르신은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좋아요.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예요.”유진우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송재림의 죽음으로 무도 연맹이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폭탄을 날렸다. 어쨌거나 유진우와 송만규는 언젠가는 죽음의 결투를 펼쳐야 하니까.“보스, 이번 도전은 너무 충동적이지 않나요?”장 어르신이 걱정스럽게 말했다.“송만규는 5대 마스터 중 리더이고 강남 무도 연맹의 일인자라서 실력이 엄청나요. 대 마스터 레벨 이하라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고 정말 꿈쩍도 하지 않는 큰 산 같은 존재라고요.”장 어르신은 최대한 완곡하게 돌려서 말했다.송만규가 강남에서 무적의 존재인 건 사실이었다. 유진우가 실력이 강하고 자양지존을 죽이긴 했지만 송만규와 비교하면 그래도 실력 차이가 꽤 컸다.만약 5년 혹은 10년 더 수련한다면 유진우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송만규를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장 어르신은 유진우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좀 참았다가 나중에 복수하면 되질 않는가? 대체 왜 이리 급하게...“내가 송만규한테 질 것 같아요?”유진우는 찻잔을 들고 차향을 맡았다.“승산이 너무 낮아요.”장 어르신도 딱히 부정하진 않았다.“보스는 인제 고작 20대지만 송만규는 50이 넘었어요. 보스보다 30년 가까이 더 수련했잖아요. 실력과 기초, 그리고 경험까지 모두 앞서는데 지금
...이튿날 아침.무도 연맹 본부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제 유진우가 송만규에게 도전장을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무림 전체가 뒤흔들렸다.여러 파벌과 많은 무사들이 이 결투를 보려고 몰려들었다.유진우가 소년 마스터라는 소문은 이미 강남 무도 연맹 전체에 널리 알려졌다. 무도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 자양지존을 죽이던 모습, 그리고 블랙 숲에서의 놀라운 모습은 이미 전설로 남아 널리 퍼졌다.수많은 젊은 무사들이 유진우를 롤모델로 삼고 따라잡아야 하는 목표로 삼았다.물론 송만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강남 무도 연맹의 맹주이자 무도계의 일인자인 그는 무도 연맹을 쥐고 흔드는 최강자였다. 많은 수식어 중에서 하나만 골라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수식어였다.소년 마스터와 무도 연맹 맹주 두 강자의 대결은 당연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그 시각 무도 연맹 대문 앞에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강남의 크고 작은 파벌들이 거의 다 왔다. 천학문, 청양종, 진혼파, 대비사, 질풍당, 성라문 등등 전부 다 왔다. 그중 어떤 파벌들은 블랙 숲 사건 때문에 유진우에 대한 원망이 꽤 깊었다.이번에 결투를 보러온 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돈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어쨌거나 유진우가 송만규에게 도전장을 내민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태양이 솟아오르기 시작하자 무도 연맹의 대문도 드디어 열렸다. 각 파벌이 속속들이 입장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무장 안을 가득 메웠다. 작은 파벌이나 나중에 온 사람들은 서서 관전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질서를 유지하고 누군가 소란을 피우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무도 연맹에서는 집법팀까지 출동시켰다.“이봐, 무슨 뜻이야? 왜 못 들어가는 건데?”그때 무도 연맹 대문 앞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집법팀이 몇몇 젊은 남녀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연무장은 이미 꽉 차서 더는 아무도 못 들어가니까 다시 돌아가.”집법팀 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내쫓았다.“못 들어간다고? 그럼
짝!찰진 따귀 소리와 함께 도영민은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졌다.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일어나지도 못했다.“야! 사람 왜 때려? 막무가내가 따로 없네!”양갈래 머리 소녀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무도 연맹 사람들이 걸핏하면 사람을 때릴 정도로 막무가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막무가내? 막무가내인 건 너희들이지.”집법팀 팀장이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너희 같은 삼류 파벌들이 무슨 자격으로 무도 연맹에 들어가 관전해? 제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저리 썩 꺼져. 안 그러면 내 눈에 띌 때마다 확 때릴 거니까.”“지금 세력을 믿고 남을 업신여긴다 이거지? 신고할 거야!”양갈래 머리 소녀가 분노를 터트렸다.“신고?”집법팀 팀장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이년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그러더니 갑자기 칼을 뽑아 들고 양갈래 머리 소녀를 향해 내리치려 했다. 화들짝 놀란 소녀가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그런데 칼이 거의 소녀에게 닿을 무렵 커다란 손이 나타나더니 집법팀 팀장의 팔을 확 잡았다. 날카로운 칼날이 허공에 멈춘 채 꿈쩍도 하질 않았다.나선 사람은 잘생긴 얼굴에 옷차림이 평범한 한 청년 남자였다. 그리고 남자 뒤에는 심하게 야윈 노인 한 명이 있었다.“넌 뭐야? 감히 날 막아?”집법팀 팀장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어떻게 걸핏하면 사람을 때리고 죽여? 무도 연맹 사람은 다 이렇게 무지막지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우리 무도 연맹은 늘 이래왔어. 불만 있어?”집법팀 팀장이 흉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인마, 경고하는데 오지랖 넓게 끼어들지 마. 안 그러면 너도 가만 안 둬.”“무도 연맹 참 대단하네. 난폭하고 약자도 괴롭히고. 그 좋던 무도 연맹이 너희들 때문에 개판이 됐어.”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꺼져! 안 그러면 내 손에 죽는 수가 있어.”집법팀 팀장의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어리석은 것.”유진우는 손가락을 내밀어 집법팀 팀장의 가슴팍을 살짝 튕겼다.쾅!
그때 양갈래 머리 소녀가 유진우와 장 어르신 앞으로 다가와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인사했다.“경월궁의 제자 임다해라고 합니다. 두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난 유진우, 이분은 장 어르신이에요.”유진우가 간단하게 소개했다.“유진우 선배님, 장 어르신.”임다해는 다시 한번 깍듯하게 인사했다.“X발, 날 때렸어? 죽여버릴 거야.”조금 전 따귀를 맞은 도영민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집법팀 팀장 앞으로 달려가더니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면서 분노를 터트렸다.다짜고짜 한 대 얻어맞아서 죽이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됐어요, 그만 해요, 선배. 더 때렸다간 죽겠어요.”상황이 심상치 않자 임다해가 재빨리 나서서 말렸다.“흥, 이런 놈은 맞아 죽어도 싸. 빌어먹을 놈!”도영민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발길질을 두 번 더 하고 나서야 만족스럽게 돌아섰다.“선배님, 어르신, 저희 큰 선배 도영민입니다.”임다해가 재빨리 소개했다.“반갑습니다.”유진우가 고개를 까딱였다.“흥! 방금 쓸데없이 끼어든 게 당신들이야?”도영민의 말투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네?”유진우는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의아해했다.‘이 자식 약 잘못 먹었나?’“선배, 지금 이게 무슨 태도예요? 방금은 이분들이 우릴 도와주셨어요.”임다해가 재빨리 설명했다.“도와줬다고? 저 사람들 도움이 필요해? 저 사람들이 나서지 않아도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어.”도영민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겨우 자신을 내세울 기회가 생겼는데 남에게 뺏겼으니 당연히 언짢았다.“혼자서 해결할 수 있었다면 따귀 한 방에 그렇게 꼬꾸라지진 않았겠지.”장 어르신이 불쑥 한마디 했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도영민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아까 저놈이 기습하지 않았더라면 날 다치게 했을 것 같아? 솔직하게 말할게. 만약 제대로 붙는다면 당신들 다 덤벼도 내 상대가 아니야.”“맞아! 우리 큰 선배는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도 강해. 혼자서 백 명쯤 해
“됐어요, 선배. 그만 해요!”장 어르신의 한계가 거의 다다를 무렵 임다해가 나서서 말렸다.“어쨌거나 두 분은 우릴 도와줬는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너무했어요.”조금 전 유진우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임다해는 이미 황천길로 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도영민이 예의 없게 함부로 구는 바람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다해야, 그게 아니라 이 자식들이 지금 우리 경월궁을 깔보잖아. 경월궁의 필살기를 보여줘야만 더는 업신여기지 않지.”도영민이 또박또박 말했다.“보여주긴 뭘 보여줘요? 이건 그냥 도발이잖아요! 계속 이러면 화낼 거예요!”임다해가 눈살을 찌푸렸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가만히 있을 테니까 화내지 마.”도영민은 임다해에게 잘 보이려는 듯 웃음을 잃지 않았다.“선배님, 어르신,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선배가 좀 충동적이었어요. 부디 너그러이 봐주세요.”임다해는 돌아서서 유진우와 장 어르신에게 허리 굽혀 사과했다.“됐어. 이 아가씨를 봐서 더는 뭐라 하지 않을게.”장 어르신은 결국 참아냈다.“흥! 잘난 척하긴.”도영민이 입을 삐죽거렸다.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주먹 두어 방에 상대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선배님, 어르신, 안으로 들어가시죠.”임다해가 한 손으로 안내했다.“들어가시죠.”유진우는 별다른 말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그들 일행은 무도 연맹으로 들어온 후 곧장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 시각 연무장 안은 사람들로 붐볐고 여러 파벌이 한 데 모여있었다. 물론 맨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무림에서 이름 있는 자들이었다.경월궁 사람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들의 신분에 이런 성대한 결투를 본 적이 없었다. 자리한 사람들 중에는 평소 그들이 우러러보던 거물들이 매우 많았다.“어머, 저 사람은 질풍당의 박충재 아니야? 발기술이 신의 경지에 이르러서 눈을 밟아도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 정도래. 정말 강남 무림의 젊은 세대 중에서 최고 고수야.”“박충재뿐만이 아니라 성라문의 서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