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어르신의 도움으로 윤이건은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고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며 관광 프로젝트 개발 계획을 주민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했다.처음부터 끝까지 윤이건은 논리적이고 진실한 태도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혔다.윤이건은 YS 그룹의 사장으로서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는 지위와 신분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성공한 사업가로서 빈말로 일을 성사하지는 않는다.이번 기회를 통해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냄과 동시에 자신에 대한 존경심도 심어준다.이윽고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었지만 어르신에게는 아직 마음에 남은 일이 있었다.연속 며칠 동안 프로젝트 개발에 몰두하는 바람에 어르신은 처음에 이진과 윤이건을 초대한 목적을 잊고 있었다. 이진에게 요리 스승이 없어 그녀의 요리 스승이 되어주려고 했다. 아무리 실력이 좋더라도 좋은 스승이 없다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어르신은 기회를 찾아 윤이건과 함께 돌아갔다.그러고는 이진을 따로 불러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이진아, 요리 스승이 없다고 들었는데 괜찮다면 내 제자가 되어주렴.”이진이 혹시나 불편해할까 봐 어르신은 말을 마치자마자 서두르며 덧붙였다. “물론, 네가 나한테서 요리를 배운다고 해서 꼭 요리사를 해라는 건 아니야. 그냥 취미로 배워도 돼. 네 재능이 워낙 뛰어나서 너를 제자로 삼고 싶거든. 그냥 두면 너무 아까워서 말이야.”어르신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다양한 요리에 능통했다.오랫동안 잊혀진 명요리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아주 쉽게 완성되었다. 다시 말해, 그의 요리 실력은 현재 TV 프로그램의 요리 경연에서도 최고의 요리사들과 견줄 수 있었다.또한 어르신의 신분을 고려할 때, 오늘 이진에게 제자로 들어오라고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은 어르신이 이진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증명하는 것이었다.이진은 놀란 듯 그런 큰 호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에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공손하게 거절했다. “어르신,
“이기태 씨, 전 아버지와 시간을 낭비할 만큼 여유롭지 않아요. 아버지의 목적을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면 경찰을 부를 수도 있어요.”“모두가 아버지의 뻔뻔함을 알았으면 좋겠어요.”이진은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참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기태는 이진의 말에 자극받아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겨우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진아, 오해하지 마. 사실은 너와 윤이건이 최근에 관광 개발로 바쁘다는 걸 들었어. 기억하니?”“우리 이씨 가문도 예전에 관광 관리를 했었지. 우리 두 회사가 협력하면 이씨 가문은 윤씨 가문을 전력으로 지원할 거야. 그러니……, 아빠 좀 봐주면 안 되겠니?”마지막 말은 아마 이기태 본인도 너무 가식적이라고 느꼈을 것이다.그는 말을 끝내기까지 애를 먹었다.이진은 비웃듯이 이기태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 윤 대표님과 협력하고 싶으면 왜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 하지 않고 저한테 하는 거예요?”“…….”‘윤이건을 직접 설득할 수 있다면 이진과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이기태는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죄책감을 표현했다.“이진아, 아빠를 아직도 원망하고 있니? 지난번 일은 정말 내 잘못이었어. 물론 계속 후회하고 있어. 그렇지 않았으면 윤이건에게 관광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알고도 너를 찾지도 않았을 거야. 이 모든 건 너를 위해서다.”‘나를 위해서라고?’이진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얼음 같았다.오랜만에 만난 이기태는 더욱 뻔뻔해졌다.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이기태는 점점 초조해졌다.“이진아…….”“아버지, 지금 아버지는 제가 윤 대표한테 가서 당신을 위해 말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이진은 이기태가 아직도 뻔뻔하게 행동하자 비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제가 알려드리죠. 윤 대표님의 새 프로젝트, 꿈도 꾸지 마세요. 제가 여기 있는 한 아버지가 그와 협력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이씨 가문의 인맥이 윤씨 가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안다.이진만을 위해서 윤
소문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은 잠시 조용해졌다.윤이건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지만 대답하지는 않았다. 대신 무심한 듯 시장을 바라보았다.시장은 너무 불안했고 그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긴장해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는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소 대표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제가 윤 대표님과 먼저 계약을 맺었으니 윤 대표님은 반드시 협력에 참여할 것입니다.”소문도를 포함한 것은 특별한 이유 때문이지 시장이 진심으로 흐뭇해하는 사람은 윤이건이다.소문도는 시장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윤이건의 편을 드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순간 소문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하지만 시장은 지금 소문도의 감정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윤이건이 화를 내며 협력을 거부할까 봐 걱정했다. 그는 불안한 웃음을 지으며 소문도에게 말했다. “소 대표님, 오늘은 먼저 돌아가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약속했으니 반드시 지킬 겁니다. 윤 대표님 문제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시장은 확실히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까 소문도에게 했던 말도 윤이건을 쫓아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시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모두에게 자신과 윤이건 중 누가 더 뛰어난지 보여주길 바랐다.극적인 장면은 천천히 시작되어야 한다.소문도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윤이건을 도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윤 대표님, 협력해서 이득을 볼 수 있어요. 저는 대표님이 마음 씀씀이가 작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윤이건이 시장과 먼저 계약을 맺었으니 동의하든 말든 모두 정당혰다.하지만 소문도에게는, 동의하지 않으면 마음 씀씀이가 작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시장은 소문도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 윤이건에게 다시 말했다. “미안해요, 윤 대표님. 소 대표님과의 사적인 앙금을 제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협력의 주도권은 여전히 당신 손에 있습니다.”이 말뜻은 소문도의 아까 행동이 너무 무례했다는 것이었다.윤이건이 원한다면 소문도를 이 협력에서 언제든지 제외할 수
윤이건이 고용한 근로자들을 말할 것도 없고 마을 주민들도 윤이건을 자신들의 일원으로 여겼다. 만약 윤이건이 말했다면 그들은 분명 들을 것이다.윤이건은 시장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자신의 조수를 마을로 보내 상황을 설명했다. 소문도의 행동에 불만이 많았던 근로자들과 주민들은 소문도가 시장님의 설득으로 윤이건과 함께 관광 개발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한발 물러섰다.그들의 마음속에 윤이건은 그들의 은인과도 같았다. 이제 소문도가 윤이건과 협력한다면 소문도가 아무리 싫어도 윤이건에게 문제를 일으킬 만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어르신과 이진이 중재에 나선 덕분에 사태가 곧 진정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모든 이들은 소문도의 진짜 면모를 알게 되었고 소문도가 이럴수록 윤이건에 대한 존경심만 깊어 졌다. 윤이건이 소문도에게 일을 맡길 때마다 사람들은 윤이건의 의견을 더 존중하곤 했다.또한 시장의 명시적이고 암묵적인 충고에 소문도도 더 이상 윤이건과 충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계속 윤이건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그 사이, AMC의 새로운 시즌 보석 브랜드가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충분한 준비 덕분에 첫날부터 판매량이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이진은 이제야 한시름 덜어내고 오랜 휴가를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이진은 성격상 가만히 있지는 못하는 사람이다.또한 이진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윤이건이 이진에게 마을에서 관광업을 시작할 의향을 내비치었을 때 그녀는 자신만의 산업 체인을 창출하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자유로운 시간을 가진 이진은 이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보석 신제품 발표회가 끝난 직후, 이진과 그녀의 친구 임만만은 마을로 향하는 차에 함께 올랐다. 가는 길 내내, 임만만은 새로운 제품을 마을에서 시험적으로 출시하는 것의 장단점을 열심히 분석했다.이들이 이렇게 분주히 움직이는 원인은 윤이건의 리더십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을에서 사업을 시작하고자 했기에 빨리 좋은 위치를 선점해야 했다.다행히도,
펑-이진의 차량이 길가의 녹지대에 부딪혔다. 놀란 이진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보호했다. 그 바람에 팔꿈치가 차 문에 부딪혀 피가 흘렀다.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지금 모습을 본다면 놀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이를 신경 쓰지 않고 옆에 있는 미개발 온천을 발견했다. 이윽고 이진은 자료를 들고 온천으로 향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탐지기가 드디어 쓸모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진은 세심하게 모든 구석을 탐색했다.잠시 후, 이진은 발견한 것을 이수빈에게 항공 촬영으로 보냈다. 그 사이 마을의 CCTV 실에서, 경비원이 이진의 차가 가드레일에 부딪히는 장면을 무심코 보았다. 그러나 차주가 빠르게 반응하여 큰 사고는 면한 듯 보였다. 경비원은 이 장면을 보고도 깜짝 놀랐다. 다친 사람이 바로 윤이건과 함께 온 여성, 이진이었다.윤이건은 마을의 은인이고 심지어 시장도 그녀를 높이 평가한다. 윤이건의 아내가 마을에서 사고를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브레이크 고장이라니, 너무 이상했다.경비원은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 CCTV를 확인한 결과 몇몇 낯선 인물들이 이진이 떠난 후 차량 주변에서 몰래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카메라 해상도가 낮아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브레이크 고장과 연결 지어 생각하면 좋은 일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경비원은 두려움에 떨며 지체 없이 이 영상을 읍장에게 이메일로 보냄과 동시에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읍장님, 큰일 났어요! 방금 CCTV로 확인했는데, 이진 씨의 차량 브레이크에 누군가가 손을 대는 바람에 사고가 났습니다.”“차가 녹지대에 부딪혔는데 지금 이진 씨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어요. 우리 바로 사람을 보내서 이진 씨를 데려오는 게 어떨까요?”[이진 씨요?]읍장이 중얼거렸다. 그는 잠시 생각한 후 화를 내며 말했다. [왜 이진 대표가 여기에 왔죠? 얼마 전에 떠났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리고 누가 감히 차량 브레이크에 손을 댄 겁니까?]“현재로서는 우리 마을 주민이 아닌
“이 대표님!”이진의 위치가 충분히 눈에 띄어 임만만은 그녀를 한눈에 발견했다. 그리고 길가에 멈춰서 형태가 심각하게 변형된 차를 보며 이진이 점점 더 걱정스러웠다. 임만만은 빠르게 차를 세우고 서둘러 차 문을 열어 이진에게 달려갔다.이진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위아래를 살펴보며 이진의 상태를 점검했다.“이 대표님, 어디 다쳤어요?”임만만은 이진의 양 어깨를 붙잡고 무사한지 이리저리 바라봤다. 어찌나 걱정했던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손목에 가벼운 상처가 있어요, 하지만 심각하지는 않아요.”이진은 임만만이 너무 걱정할까 봐 대수롭지 않게 주제를 넘기며 다소 무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로 말했잖아요, 차를 보내라고 했는데 왜 직접 오셨어요?”‘당연히 이 대표를 너무 걱정해서가 아닌가?’임만만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변명하지 않았다. 이진의 상태를 확인한 후 임만만은 다시 차로 돌아왔다. 그녀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 대표님, 브레이크 고장은 사소한 일이 아니에요. 이 차는 자주 타지 않지만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습니다. 그러니까 갑자기 문제가 생길 리가 없어요. 누군가가 차에 뭔 짓을 한 게 분명해요.”그렇지 않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는 길에는 멀쩡했는데 떠난 후에 상태가 달라졌다고?이윽고 임만만이 차를 검사하려고 앞으로 나아갔을 때 무심코 스쳐 지나가다가 뭔가를 발견했다. “이 대표님, 여기 교차로에 CCTV가 있어요!”CCTV가 있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두 사람은 산에서 내려와 마을 CCTV 실로 직행했다.하지만 그들이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의 대답을 받았다.임만만은 크게 실망했다. “CCTV가 고장 났다고요?”“네…….”경비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군가가 이 사실을 물어볼 것을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읍장의 지시를 받아 CCTV 영상을 삭제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찾아올 줄이야.경비원은 죄책감과 겁에 질려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경솔하게 움직이지 마.]이진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승연을 막았다. 상대방이 이진의 신분을 대놓고 사칭할 정도로 뻔뻔하다면 분명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정체는 불분명했기에 혼자서는 그들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서둘러 손을 대다가 오히려 증거를 남길 수 있다.이진은 잠시 고민한 뒤 결심했다. [비밀리에 감시해. 내가 최대한 빨리 돌아가 해결하게.]어차피 현장 조사는 거의 끝났다.나머지는 전문가들이 이진 대신 완성할 것이다.핸드폰을 접은 이진은 즉시 임만만에게 짐을 싸서 돌아가자고 신호를 보냈다.원래 계획은 별장으로 돌아가 상처를 간단히 치료해 윤이건의 걱정과 집요한 질문을 피하려 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윤이건이 낮에도 회사에 없으니 이진의 팔꿈치 상처는 적나라하게 윤이건에게 들킬 것이다.이윽고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친 순간 윤이건의 얼굴은 완전히 어두워졌다.“이건 씨…….”이진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애교 섞인 말을 입에 담기도 전에 윤이건이 이진을 들어 소파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분노를 담은 윤이건의 시선이었다.윤이건은 성큼성큼 나가 구급 상자를 가져왔다. 물론 부드럽게 이진의 손목을 잡았지만 말투는 극도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아니 조사하러 가서 다치다니, 이진 씨, 솔직히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작은 상처가 윤이건을 이토록 긴장시킬 줄이야.’만약 이진이 지금 윤이건에게 자신의 상처가 브레이크가 고장 난 탓에 급하게 피하다가 차 문에 부딪혀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면 큰일로 번질 것이다.이진은 이 주제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발표하지 않았다. 그녀는 윤이건의 팔을 흔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건을 달랬다.“화내지 마세요, 제 잘못이에요. 상처를 치료할 새도 없이 당신이 보고 싶은 걸 어째요? 한 번만 용서해 줘요.”“이번 한 번 용서해 주면 다음에는요?”윤이건은 마음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단호했다.윤이건은 무심한 태도로 이진의 곁에 앉아 상처에
소문도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윤이건에게 증거가 없을 거라 계산하고는 혼란 속에서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 “제가 이진 씨의 차 브레이크를 고장 냈다고요? 웃기시네요, 윤 대표님, 그게 사실이라는 증거라도 가지고 계시는가요?”윤이건의 대답은 휴대폰에서 CCTV의 영상을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휴대폰을 소문도에게 던져 주었다.소문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당신이 어떻게!” ‘읍장이 CCTV 영상은 이미 삭제했다고 했는데? 윤이건은 어떻게 이것을 가지고 있는 걸까?’윤이건은 소문도의 표정 변화에 한 걸음 다가가 휴대폰을 되찾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의 행동을 밝히지 않을 거예요.”사적인 문제는 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윤이건은 셔츠 소매를 말면서 소문도를 내려다보았다. “소 대표님, 제 사람을 건드렸으니 대가를 치러야겠죠?”이윽고 소문도가 두려움에 찬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윤이건은 별장을 떠나 어느 기술 회사의 본사로 향했다.본사에 도착하기 전에 윤이건은 비서에게 조사를 부탁해 SA 그룹이 최근에 협력하고 있는 회사들 목록을 받았다. 그중 이 기술 회사가 소씨 집안과 협력을 맺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계약 체결만 남아두고 있는 상황에서 윤이건이 할 일은 바로 호랑이 입에서 먹이를 빼앗는 것이었다.소씨 집안과의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그 협력안을 빼앗아 그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기술 회사의 대형 빌딩에 들어서자 윤이건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사장실로 향했다.그러나 단순한 신분만으로도 윤이건은 이미 소문도를 이겼다.또한 윤이건의 능력과 YS 그룹의 주가 및 지위를 고려할 때 그와 협력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수없이 많았다.게다가 윤이건이 제시한 계획서는 소문도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보다 수백 배는 더 상세하고 다양했으며 매우 체계적이고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되어 있었다.그러자 상대 회사의 사장은 윤이건이 마음을 바꿀까 서둘러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