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도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윤이건에게 증거가 없을 거라 계산하고는 혼란 속에서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 “제가 이진 씨의 차 브레이크를 고장 냈다고요? 웃기시네요, 윤 대표님, 그게 사실이라는 증거라도 가지고 계시는가요?”윤이건의 대답은 휴대폰에서 CCTV의 영상을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휴대폰을 소문도에게 던져 주었다.소문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당신이 어떻게!” ‘읍장이 CCTV 영상은 이미 삭제했다고 했는데? 윤이건은 어떻게 이것을 가지고 있는 걸까?’윤이건은 소문도의 표정 변화에 한 걸음 다가가 휴대폰을 되찾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의 행동을 밝히지 않을 거예요.”사적인 문제는 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윤이건은 셔츠 소매를 말면서 소문도를 내려다보았다. “소 대표님, 제 사람을 건드렸으니 대가를 치러야겠죠?”이윽고 소문도가 두려움에 찬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윤이건은 별장을 떠나 어느 기술 회사의 본사로 향했다.본사에 도착하기 전에 윤이건은 비서에게 조사를 부탁해 SA 그룹이 최근에 협력하고 있는 회사들 목록을 받았다. 그중 이 기술 회사가 소씨 집안과 협력을 맺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계약 체결만 남아두고 있는 상황에서 윤이건이 할 일은 바로 호랑이 입에서 먹이를 빼앗는 것이었다.소씨 집안과의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그 협력안을 빼앗아 그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기술 회사의 대형 빌딩에 들어서자 윤이건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사장실로 향했다.그러나 단순한 신분만으로도 윤이건은 이미 소문도를 이겼다.또한 윤이건의 능력과 YS 그룹의 주가 및 지위를 고려할 때 그와 협력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수없이 많았다.게다가 윤이건이 제시한 계획서는 소문도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보다 수백 배는 더 상세하고 다양했으며 매우 체계적이고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되어 있었다.그러자 상대 회사의 사장은 윤이건이 마음을 바꿀까 서둘러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
소문도를 그대로 두는 것이 이 개발 계획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윤이건은 소문도를 완전히 제거하기로 결심하고 그를 계획에서도 아예 배제했다. 하지만 이 마을 개발 계획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제안이었고 소문도도 이를 알고 있었다.또한 이미 관광 프로젝트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그를 물러나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윤 대표님, 도가 지나치시네요!” 소문도는 더 이상 가식을 유지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윤이건도 소문도가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비웃으며 전화를 끊었다.소문도는 놀란 눈으로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았고 마침내 상황을 깨달았을 때, 윤이건을 수없이 저주했다. 그러나 윤이건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걱정하며 자기 사람들에게 윤이건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라고 지시했다.실제로 소문도의 걱정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주요하게 소문도의 행동은 윤이건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만약 소문도가 순순히 관광 프로젝트에서 물러나고 그와 이진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윤이건은 소문도를 용서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소문도가 거부하니…….윤이건은 웃으며 컴퓨터를 켰다. 그러고는 SA 그룹의 주식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한편 소문도는 윤이건이 주식 시장에 손을 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기에 대응하려 할 때는 이미 늦었다. 주가는 계속 내려갔다.몇 시간 만에 주가는 폭락했다. 이 소식은 은퇴해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던 소문도의 할아버지에게도 전해졌고, 그는 분노했다. 특히 소문도에 대한 크게 실망했다. 그는 그런 손자를 인정할 수 없었다.한편, 윤이건의 별장에서 이수빈은 최근 몇 년간 읍장의 모든 부정부패 증거를 수집해 이진의 이메일로 보냈다. 며칠 전이었다면 이진이 직접 해결했을 텐데 윤이건이 그녀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이진은 잠시 생각한 뒤, 익명의 편지를 써서 수집한 증거와 함께 시장에게 보냈다. 시장은 이미 읍장의 행동에 불만이 많았고 이제는 명백한 증거도 가지고 있었기에 더 이상 참
상대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그만인데 하필이면 상대의 행동마저도 용납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해커 랭킹 “1위”라는 신분을 믿고 일부러 도발하거나 심지어 다른 해커들을 모욕하기도 했다.한동안 이진에게 얼마나 먹칠을 했는지 모른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승연은 더욱 화가 났다.[스승님, 저에게 시간을 좀 더 주세요. 제가 상대방의 신분을 알아내어 반드시 스승님께 무릎을 꿇게 하고 사과하게 할 것입니다!]이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비록 사칭자가 한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승연조차도 바로 상대방의 신분을 알아낼 수 없는 것을 보니 상대방이 확실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상대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이진은 승연이 다시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을 건의하지 않았다.잠시 읊조리다가 이진은 냉정하게 분석했다.[일단 가만히 지켜봐. 내 명령 없이 더 이상 끼어들지 마. 이후의 일은 모두 내가 직접 처리하겠어.][알겠습니다!]정주가 직접 나서겠다고 하니 이는 승연이 간절히 발했던 것이었다.승연은 가볍게 “쯧” 하고 또다시 문자를 보냈다.[제가 말하기를 스승님께서 진작에 얼굴을 드러내어 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예기를 꺾어서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뽐내는지 지켜보게 했어야 했어요!]이진은 어쩔 수 없어하며 승연과 더 이상 교류하지 않고 휴대폰을 넣어두었다.이건을 깨울까 봐 이진은 아예 컴퓨터를 안고 서재로 갔다.이진은 트럼펫으로 전환하여 해커 포럼에 로그인하였다. 역시나 승연과 말한 바와 같이 사칭자의 행동은 극히 얌전하며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걸려 있는 몇 개의 빨간 게시판은 모두 그와 관련이 있었다.사칭자를 믿지 않는 적지 않은 사람들은 “K”로 게시물 아래에 의문을 제기하였고 사칭자의 응답은 직접 시합 요청을 하는 것으로 태도는 매우 날뛰었다.그러나 역시 의혹은 의혹일 뿐 막상 시합을 해보려 해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전설 속에 영원히 살 것 같은 이 거물에 대해 그들은 이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승연의 실종은 분명 해커 포럼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이진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루트의 점점 더 초조한 어조를 들으며 은근히 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승연은 확실히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 그런데 너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 내가 따로 임무를 배정해서 승연에게 맡겼어. 그도 분명 걱정이 되어서 너에게 말하지 않았을 거야.”“정말 그런 건가요?”하루 가까이 승연을 보지 못한 루트는 이진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걱정을 참지 못했다.이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내가 언제 너를 속인 적이 있어?”“됐어,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이진은 엄연히 더 이상 말할 생각이 없었다. 붉은 입술을 가볍게 오므리고 깔끔하게 한마디 내던졌다.“승연이 임무를 완수하면 자연히 스스로 너를 찾아갈 것이야.”승연이 사라진 것이 정말 포럼과 관련이 있다면.1분이 더 지나갈수록 그만큼 더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했다.이진은 감히 주저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수중의 일을 한쪽으로 미루고 직접 컴퓨터로 승연의 IP 주소를 해킹하였다.한참 동안 조사한 결과 IP 주소의 표시 위치가 다른 곳에 있지 않고 뜻밖에도 그와 루트가 함께 사는 아파트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만약 승연이 이진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특별히 가짜 IP를 만들어 그녀의 시선을 현혹시킨 것이라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그도 전혀 그렇게 큰 담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다만 사칭자가 이진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먼저 손을 댔을 것이다.자발적으로 찾아온 승연이 의심할 여지없이 이진을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미끼가 되었다.이진은 비웃으며 눈동자는 더욱 서늘해졌다.능력은 크지 않지만 더러운 수단은 적지 않았다.“이진 대표님…….”사무실의 문이 밖에서 가볍게 밀렸고 임만만은 한 뭉치의 서류를 안고 몇 걸음 걸어가서 이진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대표님께서 며칠 동안 회사에 오시지 않아서 이 서류들은 모두 최근 며칠간
이영은 두 눈을 뒤집고 체력이 매우 좋지 않아 바로 의식을 잃었다.“참 귀찮아.”이진은 싫어하는 눈빛으로 힐끗 보았지만 이영이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진은 케빈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책임지고 이영을 돌려보내게 했다.이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행동했다.케빈은 이영에게 아무런 호감도 없었다. 하물며 방금 이진의 상태를 봤을 때 분명히 이영에게 화가 많이 난 것 같아서 이영이 더욱 눈에 거슬렸다.케빈은 줄곧 차가운 얼굴로 차를 이 씨네 별장 입구까지 몰았다.그리고 직접 이영을 차에서 끌어내려 대문 밖으로 내던지고 곧장 가버렸다.잠시 후 별장의 하인이 화원을 청소하다가 놀랍게도 별장 밖에 한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더욱 놀라웠다.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은 이영이 아니면 또 누구겠는가?하인은 놀라서 동공지진이 일어났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떤 심리 때문인지 그 하인은 몇 번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 손을 뻗어 이영의 코밑으로 내밀었다.아직 숨을 쉬고 있는 것이 확실하고 몸도 다치지 않은 것을 보고 하인은 어느새 한숨을 내쉬며 당황하여 소리쳤다.“사모님, 큰일 났어요! 아가씨가 문 앞에 쓰러졌어요!”왜 쓰러졌는지에 대해서는 날씨가 덥지도 않은데 더위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백윤정은 마음이 아파서 특별히 가정의를 청했다. 의사는 세밀한 검사를 했지만 이영이 갑자기 쓰러진 병의 원인에 대해 아무것도 검사하지 못했다. 의사는 잠시 멈추고 백윤정에게 이영이 쓸어진 것은 아무래도 얻어맞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맞았다고? 누구한테?’“엄마…….”백윤정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소파에서 갑자기 허약한 외침이 울렸는데 바로 이영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그러자 백윤정은 바로 고개를 돌려 가정의에게 떠나라고 표시하고 이영을 부축하여 일으키고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엄마가 여기서 같이 있어줄게. 아
이건이 이진을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이전에 몇 번이나 이진이 이건을 속이고 무슨 큰일을 하러 갔을 때 항상 출장을 핑계로 하지 않았는가?심지어 이진의 차가 조작을 당한 것이 불과 며칠 되지도 않았다.그러니 이건은 정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건은 깊은 두통을 느꼈다. 만만과 루트의 입에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직접 부하들에게 이진의 IP 주소를 해독하고 그녀가 떠나기 전에 접촉한 모든 사람들을 조회하도록 명령했다.소식이 루트의 귀에 들리고 오전의 그 한 통의 전화를 연상하자 루트는 간담이 서늘해졌다.‘멀쩡한데 이 대표님께서 왜 하필 이 시간에 실종되었을까?’‘설마 승연을 찾으러 가신 건 아니겠지? 승연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건가?’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루트는 괴로워하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계속 욕했다.진작 이럴 줄 알았으면 그는 그때 마음을 더 두었어야 했다!루트는 감히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이건을 찾았다.“윤 대표님, 승연이 실종되었습니다. 제가 오전에 이 대표님께 전화를 드렸을 때 이 대표님께서는 승연에게 임시로 임무를 배정해 주었다고 하셨습니다.”“만약 이 대표님께서도 실종되었다면 아마도 승연을 찾으러 가셨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이 한마디는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시한폭탄을 투하한 것 같았다.이건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루트를 노려보았다.“이 일은 왜 일찍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느냐?”“저는…… 저는 또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루트는 스스로 말이 꿀리다는 것을 알고 온몸을 진흙탕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했다.한참 있다가 루트는 이를 악물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윤 대표님, 제가 대표님을 도와 함께 사람을 찾겠습니다! 저는 이 대표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대표님이 계시면 그들 두 사람은 모두 괜찮을 것입니다.”“닥쳐!”이건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아서 부하들을 파견하여 이진을 찾게 하였다.소식을 들은 케빈은 황급히 달려왔다. 마지막으로 이진과
처참한 비명 소리가 순식간에 사방에 울려 퍼졌다.이진은 걷어차고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두 사람의 어깨를 뒤로 잡고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쳤다. 빠른 속도와 강한 힘으로 두 사람은 반항할 기회도 없이 호통을 치며 바닥을 뒹굴었다.하지만 이진은 여전히 한 수를 남겼다.그렇지 않으면 만약 이진이 정말 더 진지해지면 아마 두 사람은 이미 3리터의 피를 토했을 것이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반드시 얻어야 할 기세의 사칭자는 이 장면을 직접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사칭자는 이진이 컴퓨터 기술만 뛰어난 게 아니라 사람을 때리는 것도 더 말할 나위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예상했겠는가.그럴 뿐만 아니라 이진의 솜씨로 보아서는 아마 그의 모든 부하들이 다 합쳐도 그녀 한 명과 맞먹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일단 일이 더 커지면 그들이 이진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더욱 가망이 없을 것이다.무력으로 이진을 협박하여 복종하게 하지 못하자 사칭자는 여려번 속으로 생각한 후 얼굴 전체가 어두워졌다. 그는 두 부하에게 한 발을 더 보태고 욕설을 퍼부으며 화를 냈다.“너희 두 쓸모없는 놈. 내가 말했잖아, 이진 아가씨는 내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모셔온 것이라고, 그런데 너희들은 여기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며칠 동안 너희들을 혼내지 않았더니 하나같이 날개가 굳어진 거야? 어서 한쪽으로 꺼지지 못해? 이 창피한 놈들아!”이진은 마치 죽은 물건을 보는 것처럼 차가운 눈으로만 보았다.사칭자는 고함을 지르고 문득 이진의 눈빛에 부딪혔는데 뒷덜미가 차가워지며 추위가 온몸에 퍼졌다.이진이 전혀 건들기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진작에 알아차려야 했다.다만 애석하게도 지금 양측은 이미 맞붙었기에 설사 그가 위선적으로 보완하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사칭자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억지로 웃었다.“부하들이 철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들을 잘 가르치지 못해서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전에 전혀 안면이 없었는데 무슨 은혜와 원한이 그렇게 많고 또
사칭자는 대답할 말이 없어 조용히 이진을 바라보며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이와 같은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만약 다음이 있다면 당신들 형님께 직접 나서서 저와 이야기하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이렇게 그냥 갈 수 없습니다.”이진의 싸늘한 시선이 상대방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그 말이 끝나자 그녀는 깔끔하게 돌아섰다.승연은 잠시 동안 멈췄다가 나중에 뒤따라 갔다.고급차 뒷좌석에 오를 때까지 승연은 백미러를 통해 이진의 냉담한 표정을 관찰했다. 그녀의 얼굴엔 승연을 성공적으로 데려온 놀라움과 기쁨은 전혀 없었고 단지 짜증만 가득했다.승연은 자신이 한 일을 연상해 보면 이진이 분명히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는데도 명령을 거역한 것이니 어쩐지 이진이 화를 낼 만도 했다.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국면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승연은 생각할수록 자책하여 전혀 고개를 들어 이진과 눈을 마주지 못했다.“죄송합니다, 스승님. 저는 단지 스승님이 너무 걱정돼서 스승님을 위해 불평을 품고 싶을 뿐입니다. 저…… 아무튼 스승님, 저를 때리든 욕하든 스승님께서 저를 제자로 안 삼고 버리지 않는 한 저더러 무엇을 하게 하든 다 됩니다!”승연은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이진은 곁눈질로 힐끗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나는 오늘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발해.”“알겠습니다. 스승님!”그를 쫓아내는 것 외에 지금 승연에게 있어서 무엇이든 상의하기 쉬웠다.이진은 핸들을 잡고 한눈팔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목적을 달성되지 못해서 쉽게 손을 떼지 않을 것이야. 오늘부터 나의 허락 없이 다시는 외출하지 마.”승연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진의 매서운 눈빛을 맞이하여 결국 나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어쩔 수 없었다. 누가 사고를 저지르게 하다니?당연히 그가 나서서 이 결과를 짊어져야 했다.이진은 회사에 돌아가지 않고 차를 몰고 먼저 승연을 회사로 돌려보냈다.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