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비명 소리가 순식간에 사방에 울려 퍼졌다.이진은 걷어차고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두 사람의 어깨를 뒤로 잡고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쳤다. 빠른 속도와 강한 힘으로 두 사람은 반항할 기회도 없이 호통을 치며 바닥을 뒹굴었다.하지만 이진은 여전히 한 수를 남겼다.그렇지 않으면 만약 이진이 정말 더 진지해지면 아마 두 사람은 이미 3리터의 피를 토했을 것이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반드시 얻어야 할 기세의 사칭자는 이 장면을 직접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사칭자는 이진이 컴퓨터 기술만 뛰어난 게 아니라 사람을 때리는 것도 더 말할 나위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예상했겠는가.그럴 뿐만 아니라 이진의 솜씨로 보아서는 아마 그의 모든 부하들이 다 합쳐도 그녀 한 명과 맞먹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일단 일이 더 커지면 그들이 이진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더욱 가망이 없을 것이다.무력으로 이진을 협박하여 복종하게 하지 못하자 사칭자는 여려번 속으로 생각한 후 얼굴 전체가 어두워졌다. 그는 두 부하에게 한 발을 더 보태고 욕설을 퍼부으며 화를 냈다.“너희 두 쓸모없는 놈. 내가 말했잖아, 이진 아가씨는 내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모셔온 것이라고, 그런데 너희들은 여기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며칠 동안 너희들을 혼내지 않았더니 하나같이 날개가 굳어진 거야? 어서 한쪽으로 꺼지지 못해? 이 창피한 놈들아!”이진은 마치 죽은 물건을 보는 것처럼 차가운 눈으로만 보았다.사칭자는 고함을 지르고 문득 이진의 눈빛에 부딪혔는데 뒷덜미가 차가워지며 추위가 온몸에 퍼졌다.이진이 전혀 건들기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진작에 알아차려야 했다.다만 애석하게도 지금 양측은 이미 맞붙었기에 설사 그가 위선적으로 보완하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사칭자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억지로 웃었다.“부하들이 철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들을 잘 가르치지 못해서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전에 전혀 안면이 없었는데 무슨 은혜와 원한이 그렇게 많고 또
사칭자는 대답할 말이 없어 조용히 이진을 바라보며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이와 같은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만약 다음이 있다면 당신들 형님께 직접 나서서 저와 이야기하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이렇게 그냥 갈 수 없습니다.”이진의 싸늘한 시선이 상대방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그 말이 끝나자 그녀는 깔끔하게 돌아섰다.승연은 잠시 동안 멈췄다가 나중에 뒤따라 갔다.고급차 뒷좌석에 오를 때까지 승연은 백미러를 통해 이진의 냉담한 표정을 관찰했다. 그녀의 얼굴엔 승연을 성공적으로 데려온 놀라움과 기쁨은 전혀 없었고 단지 짜증만 가득했다.승연은 자신이 한 일을 연상해 보면 이진이 분명히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는데도 명령을 거역한 것이니 어쩐지 이진이 화를 낼 만도 했다.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국면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승연은 생각할수록 자책하여 전혀 고개를 들어 이진과 눈을 마주지 못했다.“죄송합니다, 스승님. 저는 단지 스승님이 너무 걱정돼서 스승님을 위해 불평을 품고 싶을 뿐입니다. 저…… 아무튼 스승님, 저를 때리든 욕하든 스승님께서 저를 제자로 안 삼고 버리지 않는 한 저더러 무엇을 하게 하든 다 됩니다!”승연은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이진은 곁눈질로 힐끗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나는 오늘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발해.”“알겠습니다. 스승님!”그를 쫓아내는 것 외에 지금 승연에게 있어서 무엇이든 상의하기 쉬웠다.이진은 핸들을 잡고 한눈팔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목적을 달성되지 못해서 쉽게 손을 떼지 않을 것이야. 오늘부터 나의 허락 없이 다시는 외출하지 마.”승연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진의 매서운 눈빛을 맞이하여 결국 나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어쩔 수 없었다. 누가 사고를 저지르게 하다니?당연히 그가 나서서 이 결과를 짊어져야 했다.이진은 회사에 돌아가지 않고 차를 몰고 먼저 승연을 회사로 돌려보냈다.
두 사람은 회사 아래층에서 방약무인한 듯 애정을 나누었다.로비에서 수시로 오가던 직원들은 우연히 이 장면을 보고 모두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이건은 여전히 만족하지 않았다. 만약 비서가 전화를 걸어 그에게 회의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고 재촉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 당장 이진을 감싸고 집으로 돌아가 그녀를 껴안고 잘 보살폈을 것이다.이진은 어쩔 수 없으며 또 너무 웃겼다.왜 매번 이진에게 번거로움이 생길 때마다 이건은 늘 안심하고 일할 수 없을까?이 상황을 봐서 YS 그룹의 위아래를 고려해서라도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하지만 이기태와 백윤정은…….무엇이 생각났는지 이진의 눈동자에 음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이건의 말이 맞다. 백윤정과 그 신비한 사람의 관계는 확실히 이용할 가치가 있는 포인트였다.뿐만 아니라 이진은 또 다른 추종자를 찾아 뒤에서 부채질하여 이기태를 도울 것이다.루트, 의심할 여지 없이 이진이 선택한 최고의 추종자였다.루트를 아직 아파트에서 내쫓지 못한 승연은 언뜻 이 소식을 듣자 한편으로는 드디어 루트의 치근덕거림에서 벗어날 수 있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릴 뻔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허탈함을 참지 못했다. 만약 승연이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이전의 이런 임무는 항상 그가 했는데 언제 루트의 차례가 올 것인가?그의 “외출금지”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루트와 다시 우열을 가릴 것이다!그리고 이진의 훈련과 루트 자신이 충분히 열심히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이런 파란을 일으키는 작은 일은 근본적으로 손가락만 움직이며 완성할 수 있었다.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루트는 백윤정의 휴대폰에서 신비한 사람의 번호를 해독하고 감청했다.물론 통화 녹음으로는 전혀 부족했다.다양한 경로를 통해 합성된 소리가 너무 많아서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루트는 계속 잠복했다.그러자 백윤정이 신비한 사람과 사적으로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트는 기회가 왔음을 깊이 느꼈다.그는
“할 말 없어?”이기태는 풍자하는 말로 이 순간 직접 그녀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이기태는 체면을 가장 중시했다. 만약 사진이 퍼지면 주변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말할지 모른다.하지만 지금 그는 이런 것들을 전혀 돌볼 겨를이 없었다. 단지 남은 이성이 그를 끌어당기지 않았더라면 그가 홧김에 실수로 백윤정을 목 졸라 죽이는 것도 가벼운 편이었다.이기태는 혐오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백윤정, 당장 내 앞에서 꺼져!”“그런 게 아니야…….”백윤정은 드디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회사에서 정말 관계가 틀어지면 그녀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불명예스러울 것이다.백윤정은 당황하여 앞으로 나아갔다.“기태야, 내 얘기를 들어봐. 이 사진들은 모두 가짜야. 나와 홍 대표는 기껏해야 내가 그를 도왔기 때문에 평범한 친구 사이라고 할 수 있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야. 그러니 너는 의도적인 사람한테 이용당하지 마!”백윤정은 이를 악물고 심지어 잘못을 떠넘기려 했다.“알겠다. 이진이 당신한테 준 사진이지?”“당신 스스로 이런 뻔뻔스러운 일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데 여기서 왜 이진을 언급하는 거야?”이기태는 백윤정의 두 마디 말에 격분하여 화를 완전히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는 더 이상 백윤정과 빙빙 돌리기 싫어서 연신 냉소하며 말했다. “나랑 여기서 거드름 피우지 마.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너 마음속에 생각이 없어?”“만약 진짜가 아니라면 이영이 사고가 났을 때 왜 다른 사람을 찾지 않고 홍진구를 찾아? 내가 점심에 마침 돌아가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당신한테 속아넘어갈지 몰라!”천만번 계산해도 이기태가 이런 방식으로 알게 될지는 계산하지 못했다.백윤정은 어리둥절하여 할 말이 없었다.이기태는 계속 말했다.“내가 너에게 체면을 남겨줄 때 당장 꺼져!”그녀보고 꺼지라고?“이기태, 너 참으로 잘났구나!”백윤정은 풍자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예전에 받은 억울함을 연상하며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쳤다.“먼저 이 몇 장의 사진으로 아무것도 증명
이진에게 돈을 내라고는커녕 이기태는 말 한마디도 못 받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떠날 수 있겠는가?“이진아, 네가 나를 돕겠다고 약속하기만 하면 어떤 요구를 하든 나는 모두 들어줄 것이야!”이기태는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이를 악물고 마음을 독살하자 어조를 올렸다. “나는 너한테 교환으로 회사의 주식을 줄 수 있어. 앞으로 내가 죽으면 의외의 일이 생기지 않는 한 GN 그룹의 전체는 모두 너의 것이야!”GN 그룹의 전체?이진의 붉은 입술은 풍자의 곡선을 일으키고 코웃음을 쳤다.“듣기에는 매우 성의 있어 보이지만 아쉽게도 제가 원하는 물건은 종래 제가 직접 가져갔지 다른 사람이 저에게 증정할 차례는 없습니다.”“게다가…….”이진은 입가를 올리고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보충했다.“저는 GN 그룹이 파산하고 당신이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 간절히 보고 싶었는데 당신은 무슨 낯짝으로 제가 당신을 도울 것이라고 생각합니까?”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이진이 손을 들자 경비원 몇 명은 눈치채고 화가 난 이기태를 강제로 쫓아냈다.이기태는 화가 나서 저주를 퍼부었고 근래의 여러 가지를 떠올리며 참다못해 결국 백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백윤정, GN 그룹 주식의 일은 너와 관련이 있지? 너는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마치 계속 이기태를 기다리고 있는 듯 백윤정의 전화는 빠르세 연결되었다. 하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마침 이기태의 분출구가 되었다. 그는 생각하지 않고 바로 질문을 던졌다.뜻밖에도 백윤정은 부인하지 않았다.“당신이 생각하기에는?”백윤정이 떠나기로 선택한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얼굴도 붉어지지 않고 오히려 남을 비난하며 자신을 깨끗이 내팽개쳤다.“당신은 사진 몇 장 때문에 나를 억울하게 하고 심지어 이영을 괴롭혔는데 내가 그냥 이렇게 넘어갈 것 같아?”“이기태, 나한테 사과하고 나랑 이영을 데리고 돌아가든지 아니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GN 그룹이 하루아침에 망가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든지 해!”회사 앞에서 백윤정이 한 짓
만약 이건과 이진이 정말 그들과 가까운 사이라면 그만이다. 이건의 지원이 있다면 이기태는 오히려 이 책임을 짊어지는 것을 개의치 않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것은 분명 터무니없는 재앙이라는 것이다.이기태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정말 좋지 않았다.얼마 후에야 이기태는 문득 자신을 대신해 변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기태는 마지못해 한 가닥 웃음을 지으며 매우 허탈해 했다.“소 대표님, 오해하셨습니다. 윤이건은 명의상 확실히 저의 사위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진은 백은 망덕 한 년이고 이 아버지의 생사마저도 전혀 묻지 않을 것입니다.”“윤이건과 이진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대표님께서 아무리 GN 그룹을 압박해도 심지어 GN 그룹이 정말 파산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손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소 대표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흡사 그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그가 화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소문도를 백은망덕한 놈이라 욕하지 않았는가.하지만 결국 자신의 아들이고 혈맥이 연결된 관계인데 아들로 삼지 않겠다고 해서 정말 그럴 수 있겠는가?소 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아무리 백은 망덕 한 년이라 해도 당신은 그녀의 친아버지입니다. 그녀는 설마 눈을 뜨고 GN 그룹이 파산하고 당신들이 길거리로 떠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만 있겠습니까?”“…….”이진은 정말 그럴 수 있을 것이다.소 대표의 고집이 보통이 아니고 또 GN 그룹의 상황이 눈앞에 임박했음을 보고 이기태는 거듭 몸을 낮추고 모질게 마음을 다잡았다.“소 대표님, 믿지 않으신다면…….”“이기태, 저는 당신과 담판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소 대표는 인내심이 없어서 끊어버리고 그에게 말을 다 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이건은 여러 차례 그들을 제압해서 현재 그들의 유일한 출구는 바로 GN 그룹에 있었다.설사 이기태가 말한 바와 같이 이건과 이진이 그들과 관계가 좋지 않다 하더라고 그는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자식으로서 정말 이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소 대표는
이렇게 큰 사무실에 부자 둘이 마주 앉아 있었는데 소 대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문도를 빤히 쳐다보았고 말투는 더욱 나빠졌다.“문도야, 사실대로 말해봐. 최근에 어떤 사람을 건드렸어? 멀쩡한 게 처음도 아닌데 이 식품 과실이 어떻게 고발되었어!”“저는 요즘 줄곧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본분을 지켜 제 수중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디 누구를 건드릴 시간이 있겠습니까?”소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문도 자신도 지금까지 여전히 멍해 있었다.문도는 어젯밤에 프로젝트가 이야기되어서 축하하기 위해 한 무리의 불량배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환담했다.그리고 아침 일찍 술이 깨자 SA 그룹은 하늘이 변했다.어떤 사람을 건드렸는지에 대해 말하자면 윤이건 외에 또 누가 있겠는가?“하마터면 그 사람을 잊을 뻔했네요!”문도는 독살스럽게 퉤하고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두 손을 책상 위에 받쳤다.“아버지, 혹시 윤이건이 한 것이 아닐까요? 윤이건 외에 또 누가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우리를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틀림없이 윤이건 일 것입니다!”이건은 이진과의 관계때문에 진작부터 SA 그룹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분명히, 이건이 가장 의심스러운 대상이었다.소 대표도 이건을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건은 비록 여러 차례로 SA 그룹을 압박했었지만 수단은 모두 공개적으로 사용되었다. 조용히 손을 쓰는 것은 이건의 스타일이 아니었다.게다가 설령 이건이 한 것이라고 해도 그들은 어떤 증거도 내놓을 수 없었다.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자 소 대표는 체면을 내려놓고 여러 관계를 찾아다녀야 했다.그리고 문도가 의심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건은 마침 이 소식을 듣자, 최근 며칠 동안 이진의 이상한 행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깊이 조사해 보니 역시 이진과 연관이 있었다.다만, 이진은 말끝마다 연극을 보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지만, 갑자기 SA 그룹을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이건은 뭔가 이상하다는
이기태는 최근에 확실히 백윤정 때문에 이영에게 잘 대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영이 아무리 제구실을 못하더라도 어쨌든 그의 친딸이다.SA 그룹은 또 어디인가?SA 그룹의 그 아들과 손자들, 그 몇 세대의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암투가 끊이지 않았다. 소문도만 해도 좋은 물건이 아니었다. 장사를 하는 것이 출중한 편은 아니었고 사적인 작풍 방면에서는 더욱 사람들로 하여금 동조하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사생활이 매우 혼란스럽다고 할 수 있었다.그러니 이영을 문도와 혼인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은 이영을 불구덩이로 밀어내는 것 아닌가?“내가 보기에 너는 정말 얼떨떨하구나!”이기태는 화가 나서 평정을 잃고 벌떡 일어나 욕설을 퍼부었다. “SA 그룹이 무슨 좋은 곳이라고 이영을 거기에 시집가게 해? 더군다나…….”이기태가 보기에 이 일은 이진이 배후에서 음모를 꾸민 것일지도 모른다. 이씨 가문이 간신히 몸을 빼냈는데 다시 이 진흙탕에 빠져나갈 필요가 없었다.이기태는 다시 느슨해지고 차가운 눈으로 백윤정을 힐끗 보았다.“아무튼 네가 이영을 소문도한테 시집보내려 한다면 나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야!”이기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숨을 가다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홀로 남겨진 백윤정은 화가 나서 눈을 희번덕거렸다.‘자신더러 부인지인이라고 하다니, 이기태야말로 정말 어리석구나! SA 그룹은 그들에게 반전의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는데 소문도한테 시집가는 것이 뭐가 나쁜가?’백윤정의 상태가 조정되기도 전에 갑자기 방문이 밖에서 살짝 열리고 눈물로 가득찬 이영이 문밖에 서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백윤정에게 물었다.“엄마, 아빠와의 대화를 들었어요. 저를 소문도에게 시집보내려는 건 진심인가요?”“이영아…….”백윤정은 이영이 갑자기 나타날 줄을 예상하지 못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백윤정은 확실히 그 생각을 가졌다.이영에게 들렸으니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것이 없었다. 백윤정은 앞으로 나아가 이영의 어깨를 감싸고 차근차근 유도했다.“이영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