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이 아니라 국내에 그녀가 직접 나서서 처리해야 될 일이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만만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이진은 만만의 질문에 날카로운 표정을 보이더니, 손에 든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임 비서, 내가 무엇을 하러 가기 전에 굳이 너한테 보고를 해야 돼? 만약 이건 씨 쪽에서 묻는다면, 회사에 처리해야 될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어서 외출한 것이라고 말하면 돼.”‘윤 대표님마저 속이려 하시다니, 작은 일은 아닌가 보네.’만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이진의 사람으로서 이건을 속이는 것은 별 부담이 없었다.그러나 만만이 걱정하는 것은 이진이었다.“대표님, 제가 사람을 몇 명 안배할까요?”“그럴 필요 없어.”이진은 만만이 하려는 말을 예상하고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거절했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차에 오른 이진은 가장 빠른 속도로 그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메일이 보내진 지 몇 초 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전화 너머의 사람은 무척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진 씨, 드디어 답장을 주셨네요! 전 이진 씨가 이번 임무에 참여하지 않으실 까봐 걱정했어요.”“국가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면 절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죠.”이진은 차갑게 한 마디 내뱉은 후,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는 시동을 걸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제가 보낸 메일에 적힌 대로, 그 밀항자들은 작은 나라에서 이동을 개시했어요. 국제경찰은 물론 저희 군도 그들의 소식을 알아냈어요. 하지만 저희 행동이 신중하지 못해, 그들을 잡아내기 전에 상대방이 이미 저희가 보낸 사람들의 정보를 파악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놈들을 잡아내려면 낯선 얼굴을 보내 그들을 막아야 돼요.”이진은 그들이 생각해 낸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그녀 혼자만의 힘으로 저격수 몇 명을 해치울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임무가 급박한 만큼 매우 위험한 임무이기도 했다.수령은 이진의 실력을 믿고 있었으나, 여전히 그녀의 안전이 걱정되
승연은 얼른 컴퓨터를 열어 밀항자들의 핸드폰을 감시하였다.그들 중 누군가가 보스에게 연락하면 바로 그의 컴퓨터에 메시지가 올 것이다.하지만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도록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상대방에게 미끼를 던지려면 그는 반드시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그러기에 그의 조사는 어느 정도 시간이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이진은 이에 별 이의가 없이, 승연이 건넨 자료들을 가지고 주둔 군대의 대장을 찾아갔다.“지금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이 사람들은 분명 전부터 준비를 해두었을 거예요. 저희가 경솔히 행동하면, 그들의 배후에 숨어 있는 보스를 놀라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보스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시간을 소모하고, 마지막에 그들을 한꺼번에 잡아버리는 것이다.대장은 이진의 말을 알아들었지만, 그들도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그 밀항자들이 국경 주변의 주민들을 계속 괴롭히고 있기에, 제때에 그들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이 큰 손해를 보게 될 거예요. 저희에게 더 이상 지체할 만한 시간 따위는 없어요.”대장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이진 씨, 저희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 없어요. 혹시 동시에 두 가지 준비를 할 수는 없을까요?”이진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배후의 보스를 제거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또다시 발생할 거예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들이 먼저 행동을 개시하고, 저와 승연이가 임무 수행 과정에 그 밀항자들을 감시하며 그들의 보스를 찾아내는 거예요.”승연 혼자로는 해결하지 못할 수 있겠지만, 이진이 함께 한다면 조사 시간을 최대한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두 분께서 그들의 보스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협조해 드릴 게요.”이진의 제안은 지금 같은 긴급한 시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그녀와 승연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대부분 무모한 남자들이기에, 상대의 컴퓨터를 해독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이진 씨만 믿을 게요.”대장은 정중하게
만만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진의 개인 계정을 열어 메시지를 보냈다.그녀는 이건이 전날에 직접 GN그룹으로 찾아와, 그녀의 모든 통신 수단에 실시간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만만은 비서로서 이진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이다.게다가 이건은 이진이 실종되기 전에 AMC에서 반 시간 동안 회의를 연 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만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건은 이진이 떠나기 전에 만만을 시켜 자신을 속일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만만을 시시각각 경계하고 있었다.그는 만만의 핸드폰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AMC로 달려갔다.“이진은 어디에 있는 거야?”이건은 훤칠한 몸매에 차가운 기운을 띠고 들어섰는데, 그 표정은 매우 매서웠다.만만은 순식간에 이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에 꼼짝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이진이 당부했던 것을 생각하고는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죄송하지만, 대표님께서는 직접 처리하셔야 될 프로젝트가 있어서 급하게 출장을 가시게 되었어요.”“출장이라고?”이건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이 비서는 정말 내가 바보인 줄 아나 봐?’“네가 이진의 비서라고 봐줄 것 같아? 지금 연락조차 안 되는 이진이 만약 위험에 빠지기라도 했다면,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이건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났기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만만을 노려보았다.그가 당장이라도 자신을 산산조각 낼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만만은 황급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당장 말해!”이건이 계속해서 다가오자, 만만은 당장이라도 그의 손에 산산조각 날 것만 같았다.하지만 만만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윤 대표님, 전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이건이 무엇을 알아냈든지 간에 그녀는 이진의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했다.만약 그녀가 이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면,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니라 벌써 직접 이진을 찾으러 갔을 것이다.만만은 공손한 태도로 천천히 말했다.“윤 대표님, 걱정 마세요. 대표님은 합작 문제 때문
“난 혼자가 아니야.”이진은 차분히 승연을 설득하였다.“내가 이곳에 있는 한 군인들이 날 보호해 줄 거야. 넌 나 대신 이건 씨를 막아 주기만 하면 돼.”“군인들?”‘모두 차가운 표정을 하며 감정 없는 로봇 같은 놈들?’승연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조차 없었기에 자연히 그들을 믿지 않았다.“사부님.”“승연아, 너 지금 내 명령을 거역하려는 거야?”이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이건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훌륭한 사람들이기에, 이대로 시간을 지체하면 분명 이건은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낼 것이다.그래서 이진은 반드시 시간을 다그쳐야 했다.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승연을 노려보았다.그는 결국 이진을 이기지 못해 타협하고 말았다.“제가 반드시 윤 대표님을 제지할게요.”승연은 아쉬운 마음에 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이진과 간단히 포옹을 하고는 재빨리 떠났다.이진에게 있어서 승연은 그저 속임수에 불과했다.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이건에게 들킬 것이기에,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이 밀항자들을 해결해야 했다.일이 이 지경이 되어버린 이상, 그들은 기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이진은 계획을 세우고는 가장 빠른 속도로 보스의 정보를 알아냈다.그리고 직접 대장을 찾아가 기습 계획에 대해 상의했다.“그 말은, 기습하자는 거예요?”대장은 손에 든 보스의 개인 정보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이 불과 이틀 전에 보스가 나타난 후 손을 쓰기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계획이 이렇게 갑자기 변할 줄이야.’대장은 오히려 책망할 뜻은 전혀 없어 보였다.그는 이진이 대답하기 전에 작전 계획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사실 저희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희는 여태까지 이 밀항자들을 잡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저희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획을 실시하기 전에, 반드시 제대로 상의를 거친 후 행동을 개시해야 됩니
이때 갑자기 가슴을 파고드는 따끔함이 그녀의 발목에 전해졌다.이진은 이를 악물고 놀라움을 참으며 한쪽의 나무줄기를 잡았다.달빛을 빌어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나서야, 이진은 자신이 덫에 빠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온통 보스를 매복 공격하는데 집중하였기에, 이런 함정 따위를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다.그녀의 현재 상태로는 제때에 덫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적에게 발견되었을 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이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그녀는 적에게 발견되지 않게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덫은 교합력이 매우 강할 뿐만 아니라 무게도 상당했다.이진은 한 위치에서 잠시 멈췄지만, 덫을 열 만한 도구가 하나도 없었다.결국 그녀는 손으로 덫을 열 수밖에 없었다.이진은 온몸의 힘을 손에 집중하여 덫을 힘껏 쪼갰다.“아우.”이때 멀리서 늑대가 짖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짐승은 후각이 뛰어난 데다가 피비린내에 특히나 예민했다.이진은 밀항자들의 눈을 속일 수는 있어도, 짐승의 코를 속일 수는 없었다.이진은 차가운 표정으로 시계의 통신 신호를 눌러 군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한편 늑대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 군인들은 경각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이때 이진의 신호를 받게 된 군인들은 가장 빠른 속도로 이진에게 달려갔다.이를 전혀 모르는 밀항자들은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에 흥분하기만 했다.짐승이 울부짖는 것은 사냥감이 그물에 걸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몇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이진의 방향으로 걸어갔다.“탁”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덫이 끊어지게 되었다.이진은 한숨을 돌리고는 허리춤에 꽂힌 권총을 꺼냈다.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이진은 벌떡 일어나 무방비 상태인 밀항자 네 명을 단번에 죽였다.가장 뒤쪽에 서있던 보스는 바로 이상함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들의 보스는 이진의 총이 그를 향하기도 전에 얼른 도망치고 말았다.이진은 이런 상황에 코웃음을 쳤지만, 바로 따라가진 않았다.‘일단 상처부터 처리해야
보스는 항복하지 않은 채 주먹을 꽉 쥐더니, 다시 땅에서 일어나 이진과 싸우려고 했다.하지만 그는 땅을 짚고 일어선 순간, 또 한 모금의 피를 내뱉게 되었다.보스는 더 이상 이진과 싸울 힘이 없었고,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더니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이진도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총소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멈추고 말았다.한바탕 싸움이 끝나자 공기 중에는 피비린내가 가득 차 있었다.“이진 씨? 얼른 이진 씨부터 찾아!”인원수를 점검하던 대장이 큰 소리로 말했다.30분 동안 지속된 전투를 거쳐, 밀항자는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하지만 상대의 보스를 생포하려던 이진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이진 씨한테 절대로 사고가 생겨서는 안돼!’대장은 군인들을 빠르게 스쳐보더니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모두 명령을 듣거라. 당장 국경 주변을 샅샅이 훑어 이진 씨를 찾아내!”승연은 식당 앞에 주차된 검은색 외제차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더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식사를 하시고 나서 바로 떠나셔서 다행이야. 그럼 사부님 쪽은.’승연은 이진이 걱정된 마음에 얼른 차를 몰고 원래 길로 돌아갔다.이와 동시에, 검은색 외제차 안에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던 이건은 눈을 다시 떴다.식당에 있을 때, 그는 일부러 승연의 앞에서 취한 척 연기한 것이다.이때 운전을 하던 부하는 바로 이건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바로 차를 돌렸다. 이건이 탄 차는 시종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승연의 차를 뒤쫓았다.승연의 성격으로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이건의 차를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하필이면 그는 돌아가는 도중에 전화를 받아 혼란스러운 마음에,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승연은 전화를 통해 이진이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진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그는 걱정된 마음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하마터면 핸들을 놓칠 뻔했다.승연은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고는 엑셀을 밟아 속도를 최고로 높였다.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이건도 부하더러
이건이 어떻게 왔든 간에,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진은 그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반면 대장은 이진의 남편이 찾아왔다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는 미안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그들을 잘 대접하려고 했다.그러나 눈치 빠른 대장은 이진의 예사롭지 않은 표정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이진 씨, 그럼 찾아오신 분이 있으시니 전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무슨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절 찾으시면 됩니다.”대장은 황급히 작별 인사를 하고는 신속하게 병실을 나섰다.이진은 곁눈질로 승연을 힐끗 보며 말했다.“너도 나가.”승연은 이진의 차가운 시선을 보더니, 얼른 고개를 숙인 채 병실을 나서려고 했다.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그는 이건을 만나게 되었다.승연은 그에게 속은 것이 떠올라, 울분이 치밀어 올라 몰래 이건을 노려보고는 조용히 병실 밖을 지켰다.이건은 그의 눈빛을 무시하고는, 긴 다리를 내디뎌 병실에 들어간 후 문을 잠갔다.그러나 이건도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엄청난 상처들을 보게 되었다.이건은 먼저 이진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그러나 그는 차 안에서, 누군가가 이진이 다쳤다고 말한 것을 듣게 되었다. 그 순간, 이건은 그저 가능한 한 빨리 이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이진의 상황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이건은 두 손을 주먹 쥔 채 감정을 억누르며 이진에게 다가갔다.지금의 그는 이진에게 화가 난 것인지, 그녀의 다친 모습에 마음이 아픈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건은 숨을 길게 내쉬고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이곳엔 왜 온 거야? 어쩌다가 이렇게 다치게 된 거야?”어쨌든 이진은 그에게 저격 임무 중에, 부주의로 부상을 입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임 비서가 말 안 했어요?”이진은 능청스럽게 손을 흔들어 이건더러 침대 옆에 앉으라고 표시했다. 그러고는 기회를 틈타 그를 꽉 껴안았다.“이건 씨, 왜 그렇게 진지하신 거예요. 전
“이진아, 네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는 물론 아주머니와 이영도 널 매우 걱정하고 있었어.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건데, 시간이 된다면 오늘 다 같이 식사라도 하지 않을래?”이기태는 이진은 매우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그가 벌인 짓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가 정말 딸을 아끼는 좋은 아버지라고 믿었을 것이다.이진은 원래 속이 메스꺼웠는데, 이 말을 듣자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이런 연기 따위는 정말 질리도록 봤어.’이진은 손에 든 유리잔을 내려놓고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이기태 씨, 지금 식사 자리를 원하시는 게 아니라, 당신의 딸과 제 남편을 이어주려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이진은 두세 마디로 세 사람이 애써 만든 조화로운 분위기를 순식간에 깨뜨렸다.이기태는 이진이 이렇게 가차 없이 그들을 까발릴 줄은 몰랐다.이진이 적어도 이건의 앞에서는 조금이나마 자신의 체면을 세워줄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이건의 의심하는 듯한 눈빛을 마주하자, 이기태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호통을 쳤다.“이진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는 그저 네가 걱정되어 너와 밥 한 끼 먹고 싶었을 뿐이야.”“그렇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빠를 것 같네요. 당신은 정말 제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이진은 비꼬듯이 말을 꺼내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훑어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경고하는데, 여긴 제 집이고 윤이건 씨는 제 남자예요. 제가 이곳에 있는 한, 아무도 이건 씨를 빼앗진 못할 거예요. 더 이상 환영하지 않으니 당장 제 집에서 나가주세요!”“이진!”이기태는 얼굴이 노기로 붉게 달아오르더니, 화가 난 나머지 이건이 앞에 있다는 사실마저 잊은 채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그리고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이진을 해코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이건은 불쾌한 마음에 눈썹을 찌푸리고는, 이진의 손을 잡고는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이기태 씨, 제 아내가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는 이상, 이만 돌아가 보시는 게 좋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