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은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회사 공사팀은 모두 그녀가 특별히 선별한 여러 엘리트들로 이루어져 도면에 착오가 생겼다고 해도 신 대표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게다가 도면은 모두 여러 번 심사를 거친 후 KI 에게 보내기에 일반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하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먼저 발견했을 것이다.신 대표가 옆에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기에 이진은 잠시 생각을 내려놓고 우선 신 대표에게 사과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빠르게 조사해 신 대표님이 만족하실 만한 결과를 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 길 바랍니다.”“그래요, 이진 씨를 믿습니다. 부디 이번엔 실망시키지 않으시 길 바랍니다. 저희 KI 그룹은 여전히 이번 합작에 매우 기대가 큽니다.”두 측 책임자는 함께 와인을 마시며 말했다.“잘 해봅시다!”술자리가 끝난 후 이진은 바로 해란이 보내온 도면을 보게 되었고 바로 최종적으로 KI 그룹에 보낸 그 도면이었다.핸드폰 속의 도면이 로드되자마자 이진은 한눈에 문제를 발견했는데 그건 전혀 그들이 원래 최종으로 선택했던 도면이 아니었다! 많은 데이터들이 원래 계산한 것과 엄청나게 다르게 되었었고 심지어 어떤 자료들과 예산은 계약서에서 말한 것과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도면이 누군가에 의해 멋대로 조작된 것이었다.‘어쩐지 신 대표가 그렇게 화를 내며 계약 취소를 요구한거였어, 나였어도 이런 도면을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화가 났을 거야.’이진은 즉시 해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KI 그룹에 보낸 공사 도면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었어요. 신 대표가 말한대로 도면이 아예 틀린 도면이에요. 신 대표님 한 테는 제가 제대로 설명할 테니 해란 씨는 지금 당장 공사팀의 다른 도면들을 제게 보내주세요. 제가 직접 전부 검사할 겁니다.”10분 후, 이진의 핸드폰에 여러 가지 도면들이 도착했는데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도면들은 예외 없이 모두 같은 문제가 있었다.이진은 잘못된 도면들이 전달되지 못하게 모두 가로막았다.이
이건은 이진의 이런 모습에 정말 귀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이건은 이진을 쳐다보더니 이진을 꽉 껴안았다. 이건은 고개를 숙이고 품속의 이진의 잠든 얼굴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양이처럼 조용히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인데, 사실은 얼마나 많은 신분 혹은 비밀들을 숨기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이진은 마치 거대한 수수께끼처럼 온통 알 수 없는 미지들도 가득 차 있어 이건의 강렬한 탐색 욕망을 불러일으켜 그로 하여금 끊임없이 이진의 비밀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었다.그러나 이건은 이진한테 자신만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진이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인다면 자연히 이 비밀들을 자신에게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건은 이 여자를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진 채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릴 것이다.그리고 이건은 이진이 자기 앞에서는 늘 편안하고 활기를 가진 채 뭐든지 혼자 묵묵히 감당하지 않기를 바랐다.이런 생각에 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잠이 든 이진의 찌푸려진 미간을 가볍게 어루만졌다.이건은 이진의 예쁘고 붉은 입술에 가볍게 뽀뽀하고는 이진을 안은 채 만족스럽게 잠이 들었다.이진의 지시했던 대로 회사에서는 사람을 보내 정식으로 KI 그룹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 협상을 통해 공사 기간을 조절하여 공사 쪽은 잠시 다른 문제가 없게 되었다.제때에 문제를 해결하였기에 그들 회사와 KI 그룹의 계약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그제야 회사 자금도 다시 이전되었고 직원들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을 바로 회사 내부의 스파이를 잡아내는 거다.그놈들이 잠복한 지 얼마나 되었고 회사 정보를 얼마나 누설했고 그들을 사주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두 알아내야 한다.거듭되는 위기 때문에 이진은 정말 골치가 아팠다.그동안 이진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서재에만 있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오늘 이진은 회사의 프로젝트들을 돌파구로 삼아 그들 사이의 공통점을 비교했다. 혹시나 이전에 발견하
해커들은 국제적으로 매년 순위가 매겨지는데 이진이 알기로 루트는 항상 상위권에 있었고 순위가 항상 그녀와 막상막하였다.이진은 늘 루트의 신분에 호기심을 가졌지만 그가 이렇게 나타날 줄은 몰랐다!어쨌든 이진은 최대한 빨리 이 프로그램을 해독해야 했는데 마침 이 기회를 통해 루트와 한번 겨눠보려고 했다.이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번잡하고 복잡한 코드들을 열심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코드 사이에서 허점을 찾아내려고 때때로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기도 했다.바로 이때 이진의 컴퓨터에서 갑자기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경보음이 연이어 울렸고 스크린에 기괴한 붉은빛이 켜졌다.끊임없는 오류들이 스크린을 차지하더니 마지막에 커다란 빨간색 ‘Warning! Calculation error!’ (경고! 계산에 오류가 생김!)이 떠올랐다.이렇게 몇 분 동안 깜박이더니 컴퓨터가 꺼지고 말았다.이진은 이런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부주의로 비밀 누설 시스템의 보호 시스템을 촉발한 것이니 그녀는 정말 마음이 괴로웠다.이건 해독을 실패한 것도 모자라 루트가 설치한 프로그램에 의해 이진의 컴퓨터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설치된 것이다. 마치 이진에게 함부로 해독하려고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그야말로 이진의 해킹 기술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다!이진의 실력으로는 자연히 이 바이러스를 해독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손끝을 만지작거리더니 잠시 손을 대지 않기로 결정했다.이 바이러스가 해독된다고 해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있을 것이다. 그 바이러스의 목적은 오직 비밀 누설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기에 이진은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바이러스를 잠시 남겨두기로 했다.손을 댄 이상 반드시 뿌리를 잘라야 하기에 이진은 상대방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먼저 증거를 수집하기로 결정했다.루트의 신분은 신비롭지만 이영은 마침 좋은 돌파구였다.이진이 서재를 나서자 마침 이건을 만나게 되었다.이번은 이건이 물어보기도 전에 이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전 이씨 별장에 한번
이진은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무심코 입을 연 척했다.“네가 회사를 열었다고? 난 왜 들어본 적이 없는 거지? 언제 있었던 일이야?”이진은 분명 이영을 비꼬는 것이었다.이진의 말을 듣자 이영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또다시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작은 회사일 뿐이니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언니도 창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잖아. 그냥 나 좀 내버려 두면 안 돼?”이진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물었다.“내가 궁금한 건 왜 이젠 네 어머니와 함께 GN 그룹을 빼앗으려고 하지 않는 거지?”그리고 눈동자를 굴리더니 계속 물었다.“혹시 다른 길을 찾으려는 건 아니겠지? 정말 욕심이 많나 본데?”이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그냥 심심해서 시도해 본 거야.”“참, 넌 정말 한가하나 보네.”이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영의 얼굴에 새겨진 경계심을 한눈에 포착했다.곧 이진이 어떤 문제를 물어도 이영의 대답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빈틈이 없어 보였지만 이는 이진의 예상했던 바다.하지만 이진은 이미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었으니 이영의 이런 속임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이진은 앞으로 나아가 이영의 턱을 잡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이영을 마주 보았는데 마치 손에 넣은 사냥감을 감상하는 것 같았다.“네가 무슨 수작을 부리든지 상관없지만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직접 이씨 가문을 없애 버릴 거야. 어차피 넌 날개를 달아도 내 손바닥 안이야.”이진은 말을 마치고는 앞에 있는 핏기 없는 얼굴을 만족스럽게 보더니 곧 이영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이진은 그 집을 나서자마자 익숙한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맞은편에서 만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회사 내부의 스파이에 대해 또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셨나요?”이진은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영이 새로 회사를 차렸다고 들었는데 어떤 회사인지 알아보고 그 회사의 장부를 모두 찾아 가능한 한 빨리 내 이메
이진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건을 보았다.“전에 이영이 회사를 만드는 것이 의심스러워 미리 내 부하를 안에 심어 놓았어. 내 부하한테 분명 권한이 있을 거야. 우리 자기는 그 계정을 쓰면 돼.”이진은 문득 깨달은 듯이 이건을 칭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건이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이처럼 계획이 치밀할 줄은 몰랐다.이때 이진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더니 물었다.“이런 기밀을 아무렇게나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조심해야죠.”그러자 이건은 시무룩하더니 입가를 오므려 엄청 억울해 보였는데 곧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넌 남이 아니라 내 아내잖아. 부부 사이에는 비밀이 없는 거 아니야? 이진아, 우린 벌써 몇 년째 부부인데 왜 아직도 날 남처럼 대하는 거야?”이건은 말을 하면서 이진에게 벌을 주듯이 그녀를 안고 있던 팔에 더 힘을 주어 그녀를 꼭 껴안았다. 이진이 용서를 빌며 놓아달라고 소리를 치고서야 이건은 손을 놓았다.“하지만.”이진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 괜히 자기 회사 일 때문에 이건이 연루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이건은 조금도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는 곧장 이진을 서재로 데려갔다.“내 사람을 그곳에 심어 놓은 일은 당사자인 그들 빼고는 우리 자기밖에 모르는 일이니 안심해도 돼. 게다가 나도 그 회사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지만 시간문제 때문에 미뤘었는데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네.”서재로 온 이건은 먼저 자리에 앉아 이진을 도와 컴퓨터를 켰는데 그는 이진이 방심한 틈을 타 그녀를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이진은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이건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 또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이건 나중에 반드시 갚을 게요.”이건은 이 말을 듣자 몰래 기뻐했다.‘우리 자기가 맨날 신세를 졌으면 좋겠네. 그럼 난 평생 자기를 내 옆에 남겨 둘 만한 이유가 있으니 앞으로 절대 도망가지 못할 거야!’이런 생각에 이건은 못된 미소를 짓더니 이진이 컴퓨터에 전념할 때 몰래 이진의 목에
이영은 이렇게 하면 의심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영의 이런 행동이 더 의심스러워 보였던 거다.이런 생각에 이진은 황급히 만만에게 전화를 걸었다.“은행 거래 명세서 번호를 몇 개 보낼 테니 이 송금의 수취인이 누구인지 한번 알아봐. 5분 줄 테니 빨리 알아보도록 해.”“네, 알겠습니다.”이진이 전화를 끊자 이건이 옆에 앉아 계속 고개를 젓는 것을 보았다.“이 여자는 여전히 멍청하나 보네. 아이큐는 우리 자기와 아예 비교가 안 되게 낮은 것 같네.”이건은 말을 하며 사탕을 이진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진은 그의 진지한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고는 장난스럽게 물었다.“어떻게 팬을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이영이 알고 탈덕이라도 하면 어떡해요?”이건은 이 말을 듣자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자꾸 나까지 창피하게 만드는 팬은 없는 게 나아.”이 말을 듣자 이진은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5분도 안 되어 이진은 만만이 보내온 자료를 받았다.“대표님, 이 몇 건의 거래 수취인은 모두 한 사람이에요.”이진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조금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진은 자료를 열어 그 사람의 신분을 한번 훑어보았다.루트라는 이 사람은 아주 평범한 젊은 남자아이에 불과하며 그의 자료와 배경은 모두 특이한 점이 없었다.다른 사람이라면 이진은 한 번 보기만 했을 텐데 루트는 달랐다.루트는 국제적으로 몇 안 되는 해킹 기술로 이진과 막상막하였기에 이진의 라이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루트의 자료가 평범할수록 더욱 이진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다음 날, 이진은 케빈과 회사 아래층 식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케빈은 이진을 보자마자 평소같이 해맑고 밝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보스, 정말 오랜만이에요. 전 보스가 절 잊으신 줄 알았어요.”“그럴 리가? 넌 아직 써먹을 데가 많아서 쉽게 놔주지 않을 거야.”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뒤 이진은 바로 본론을 이야기했다.“오늘 만나자고 한 건 이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조사가 필요했기 때문이야
아니나 다를까 케빈은 식당을 떠난 지 한 시간도 안 돼 루트가 일하는 레스토랑 주소를 알아내 이진에게 보냈다.그 레스토랑의 이름을 보자 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실눈을 떴다.그곳은 이진의 가지고 있는 가게 중 꽤나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이었는데 반년 동안 루트가 뜻밖에도 이진의 손에서 일하고 있었다.“세계에서 유명한 해커가 웨이터로 일한다고?”이진은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인재를 이렇게 쓰는 건 너무 아깝지.”이진은 루트에 대해 더욱 흥미를 느꼈다. 심지어 직접 회사 인트라넷에서 그 레스토랑 직원들의 자료를 빼냈는데 곧 이수빈이라는 이름의 직원을 찾았다.전에 이진이 봤던 것과 같은 사진이었고 자료도 이전에 받은 것에 비해 별 차이가 없어 다른 일반 직원들과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학력도 고작 평범한 대학에서 졸업했던 거다.하지만 그는 특기 란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컴퓨터 지식에 관심이 있고 조금 알고 있다.]이진은 이걸 보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루트의 수준이 조금 알고 있는 정도라면 이 세상에는 엘리트 해커가 몇 명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이건이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이건은 들어오자마자 컴퓨터 스크린에 놓인 이수빈의 사진을 보더니 얼른 물었다.“이진아, 뭐 하고 있는 거야?”이건은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또 슬그머니 그 사진의 얼굴을 몇 번 살펴보았는데 몰래 자기와 이수빈을 비교하고 있었다.한차례의 비교를 거쳐 이건은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역시 내가 좀 더 잘생겼어.’이수빈이라는 녀석도 잘생겼고 이진이 줄곧 그의 사진을 쳐다보며 멍하니 있자 이건은 질투심이 들끓었다.이건은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이진의 눈을 가렸다.“어떻게 나를 두고 다른 남자 사진을 몰래 볼 수 있어? 넌 나만 봐야 되니까 이제 그만 봐!”이건은 잠시 멈추더니 계속 덧붙였다.“사진이라도 안 돼!”이 말은 온통 강렬한 질투심과 소유욕이 섞여 있었다.이진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건의 말을 알아차리고는 자기
이진은 이건을 데리고 창가 자리를 찾아 앉았다.자리에 앉은 후 남자아이는 먼저 그들에게 얼음물 두 잔을 따라주었는데 너무 긴장한 탓에 물을 조금 쏟고 말았다.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는 이진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물었다.“이 사람이 루트야?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데? 혹시 사람을 잘못 찾은 거 아니야? 이 남자애 엄청 평범한 데다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어 해커와는 좀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이진은 몰래 이건의 손을 툭 치며 조급해하지 말라고 표시하고는 고개를 들어 루트를 보았다.“미디엄 레어 스테이크 하나 주세요. 감사합니다.”이진은 프랑스어로 이 말을 꺼냈다.루트는 잠시 의아해하더니 곧 프랑스어로 대답했다.“그럼 이 분은 무엇을 드릴까요?”이건은 이진의 의도를 몰랐기에 루트의 유창한 프랑스어를 들었을 때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건은 루트가 떠난 뒤 궁금해하며 물었다.“루트가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컴퓨터를 끌 때 이건은 그 자료들을 한 번 훑어보았는데 그 위에는 이수빈이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는 내용은 없었다.이진은 루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더니 입가에 자신이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루트는 국제 해커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를 만한 사람이기에 그의 언어 특기 정도는 모두 알고 있었어요. 그는 프랑스어를 엄청나게 잘하는 걸로 유명하기에 전 저분이 루트라고 확신해요.”이건은 문득 깨달은 듯이 루트가 다시 돌아올 때 그를 흔상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루트는 그들의 행동에 깜짝 놀라더니 그들에 대한 경계심도 더욱 깊어졌다.이진도 자연히 루트의 반응을 알아차리고는 오늘 온 목적을 생각해 보더니 루트와 직접 협상할 계획을 취소하고 일단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30분 정도 지나면 마감 시간이기에 이진과 이건은 재빨리 식사를 마치고는 레스토랑을 떠난 후 줄곧 레스토랑의 맞은편을 지켰다.30분 후, 그들은 루트가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그들은 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