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런 일이라면 당연히 정희가 첫 번째로 말을 꺼낼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정희는 풀쩍풀쩍 뛰며 손을 들고는 흥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어제 일로 인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진아, 어쩌다가 관광 구역에 오게 된 건데 모진호를 좀 돌아보는 게 어때?”이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에 동의하였다. 이진도 모진호에 두 번 온 것이 모두 일을 위한 것이기에 오늘 한가한 틈을 타 구경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윤이건과 한시혁을 보았는데 역시나 그들도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호텔에서 출발하여 모진호 관광 구역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렸는데 이진은 이 틈을 타 잠을 보충했다. 차 안은 매우 조용했는데 모진호에 도착하자마자 윤이건의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 윤이건은 이진을 가까이할 틈조차 없었다.“괜찮으니 하던 통화마저 하세요.”이진은 윤이건의 다소 울적한 표정을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말을 듣자 윤이건은 마음이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는데 반면 더욱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원래 그는 정희가 모진호에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 비록 둘뿐만이 아니지만 그는 이것을 이진과의 첫 여행이라고 생각하고는 내심 기뻐했는데 갑자기 회사 측에 문제가 자꾸 생겨버리는 것도 모자라 그것들은 꼭 그가 직접 처리해야 될 일들이었다.윤이건이 괴로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고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자 이진의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윤이건에게 이렇게 어린애처럼 화가 잔뜩 났으면서도 어쩔 줄 모르는 모습도 있다니.’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볼 뿐만 아니라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사실 그들이 모진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들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두 명의 아름다운 여자 뒤에 두 명의 잘생긴 남자가 따라다니니 다들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방금 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한시혁에게 모자와 선글라스를 쓸지 물어본 적
“한시혁 씨, 뭐라고 하신 거죠? 방금 제가 잘 못 들은 거겠죠?”윤이건의 갑작스러운 동작에 이진은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한시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윤이건은 먼저 입을 열었고 이진을 끌어안던 그의 손은 더 힘을 주었다.“이진은 제 부인이에요.”방금 한시혁에게 연락처를 물었던 소녀는 의기소침했었는데 이 말을 듣자 어두웠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러고는 한시혁을 한참 동안 가까이 쳐다보더니 뭔가 낯이 익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혹시…….”한시혁은 윤이건이 꺼낸 말을 듣고 매우 괴로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이때 방금 그 여자가 이렇게 묻자 한시혁은 정체가 들키기라도 한 것 같아 당황했다.한편 윤이건은 이 기회를 틈타 이진을 껴안은 채 이곳을 떠났다.윤이건과 이진이 떠나자 갑자기 한시혁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기 시작해 물샐틈없이 붐볐다.한시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모진호의 새로 건설한 관광지가 그곳에 있는 줄 알았다.“헐, 이 사람 한시혁이잖아!”“맞아, 역시 한시혁이었어! 아까부터 낯이 익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확실해!”“대박, 정말 한시혁이야! 내가 한시혁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어.”소녀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아직 한시혁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도 그를 향해 다가오며 비명을 질렀다.“한시혁 씨, 사진 한 장만 찍어주면 안 돼요? 전 한시혁 씨의 오랜 팬이에요.”“제 옷에 사인 좀 해주세요, 제발!”정희는 원래 한시혁의 멀지 않은 곳에 서있었는데 이런 상황을 보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그녀는 한시혁을 도와주거나 그를 잡고 도망가려고 했다. 많은 인터뷰들을 보면 종종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기에 그녀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하지만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정희는 옆으로 밀려나고 말았다.사람들은 무리로 모여있을 때 저도 모르게 흥분 상태에 도달한다. 더군다나 놀러 나왔다가 갑자기 인기 있는 가수를 만나니 그야말로 엄청나게 운이 좋
그들 두 사람은 모두 상인으로 장사의 이해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의 회사는 더군다나 작은 기업은 아니었다.윤이건은 두말없이 많은 인력과 돈을 모진호에게 투자했는데 솔직히 말해서는 이진이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도록 혹은 안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아직도 GN 그룹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진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기에 이렇게 하게 된다면 많은 걱정을 덜어주는 셈이다.이 일을 알게 되자 이진은 매우 감동된 데다가 윤이건에게 매우 감사했다.그러나 윤이건은 도리어 그녀가 오해하기라도 할까 봐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이진은 입을 오므리고는 눈이 약간 촉촉해졌는데 아마도 너무 오랫동안 감동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씨 가문의 딸로서 그녀는 수없이 많은 비교와 불공평을 겪었는데 그것마저 모두 지나간 일들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더 심해졌기에 그녀는 그때부터 마음을 굳게 닫기 시작했다.한 편으론 남에게 투쟁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마음을 연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기 때문이다.여자아이가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을 거다.그러나 그녀의 눈앞에 있는 명목상의 남편은 그녀를 위해 한 번 또 한 번 노력해왔다.그녀는 덤덤했지만 결코 냉혈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상대적으로 일반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고 섬세하기에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오늘 모진호의 날씨는 매우 좋았고 햇빛은 따뜻하지만 눈부시진 않았다.이진은 빛이 윤이건의 뺨 반쪽에 비친 것을 보았는데 그 모습은 매우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는 마음이 간질간질해진 느낌이 들어 고개를 숙이고 몰래 웃었다.윤이건은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자 심장이 빠르게 뛰어 뻗으려던 손이 멈추고 말았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얇은 입술은 점점 이진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고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떠들어대자 이진은 기분이 매우 착잡하여 마이크를 들고 그들더러 조용하라고 소리치고 싶었다.다행히도 이때의 날씨는 아직 너무 춥지 않았기에 호수 물의 온도도 너무 낮진 않았다. 그런데도 이진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고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후 윤이건은 아이를 안고 호수 밖으로 헤엄쳐 나왔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그제야 다가가 윤이건과 아이를 끌어올렸다.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물에 뛰어들어가 아이를 구한다면 힘들 것이니 윤이건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이진은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긴 했다.윤이건의 품에서 아이를 건네받은 이진은 재빨리 아이를 풀밭에 올려놓고 구급조치를 시작했다. 이쪽의 소란으로 인해 한시혁 쪽의 관심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사람들은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고 그들 쪽으로 걸어왔는데 한시혁은 마침 이진이 등지고 무릎 꿇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신분과 이미지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데 전념하고 있는 이진의 모습을 보자 한시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한시혁은 얼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 기능을 켜고 이진의 뒷모습을 향해 여러 장을 연속으로 찍었다.아직 점심이 전이라 햇빛은 따뜻하기만 할 뿐 뜨겁지 않았다.게다가 모진호의 풍경과 햇빛에 의해 굴절된 나무들의 그림자로 인해 그 장면은 무척 따뜻해 보였다.게다가 이진의 행동은 더욱 두드러져 핸드폰으로 찍어도 엄청나게 예쁘게 찍혔다.한편 이진은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인공호흡을 했다. 방금의 긴장된 마음과 걱정된 마음이 사라지자 갑작스레 밀려오는 피로는 그녀의 눈을 약간 붉어지게 했다.그녀는 이마 앞의 잔머리가 양쪽 볼에 붙어 낭패스러운 모습이었고 윤이건은 한쪽에 서서 거칠게 숨을 헐떡였지만 눈은 계속 이진을 바라보았다.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은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도 못했다. 아이의 엄마는 한쪽에 무릎 꿇은 채 울고
차가 계속 흔들거리자 정희도 점점 졸려와 눈을 뜨지 못했다.차 안에는 유독 한시혁만이 깨어 있었다.백미러를 통해 뒤에 있는 두 사람을 보자 한시혁은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호텔로 돌아온 후, 윤이건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진을 따라 그녀의 방으로 돌아갔다.이진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녀가 샤워를 마친 후 욕실에서 나오자 윤이건이 소파 위에 앉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이진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려왔다.이 남자의 시끄러운 모습에 적응되었는지 그가 갑자기 이렇게 조용해지자 그녀는 조금 어색했다.“뜨거운 물로 샤워하시면 좀 나아질 거예요.”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는데 약간의 명령스러운 말투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가 걱정되었을 뿐이다.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윤이건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진을 향해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욕실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30분 정도 지나자 욕실에서 나왔다.타월로 갈아입으니 그는 다시 기운이 넘쳐 보였다.이진은 그를 보더니 드라이기를 들고는 그에게 손짓을 했다.윤이건은 이진이 그의 머리를 말려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뭐지? 직접 내 머리를 말려준다고?’ 윤이건은 한시혁 못지않게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윤이건은 시간이 될 때마다 틈틈이 헬스를 해왔기에 근육 정도는 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그러나 차가운 호수에서 한참을 헤엄치다가 아이를 끌고 올라오니 확실히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피곤한 것 빼고는 불편한 점은 없었다. 이진의 뜻밖의 관심과 걱정은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는데 아이를 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내 머리는 그냥 내버려 둬도 마를 건데 굳이 말릴 필요가 있을까?”“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요.”이진은 모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한 번 또 한 번 달래는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윤이건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계속 깐죽거렸다가 그의 성격이 화끈한 부인을 화나게 만들기
모진호에서 돌아온 후 이진은 한시혁에게 부탁해 정희와 임만만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이 환자를 데리고 별장으로 되돌아갔다.하인을 시켜 약을 가져온 후 체온을 재니 다행히도 감기로 인한 미열일 뿐이었다.“몸은 좀 어때요?”이진은 한쪽에 서서 윤이건이 약을 먹는 것을 보더니 마음이 착잡했다. 그는 윤이건의 나약한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그에게 나약한 모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그가 아픈 이유는 바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차가운 호수에 뛰어들어 알지도 못하는 아이를 구했기 때문이다.‘꽤 따뜻한 사람이었네.’이진은 가볍게 웃으며 부엌에 들어섰다.윤이건은 이진을 보더니 단번에 정신을 차리고는 얼른 일어나 부엌으로 따라들어갔는데 이진의 바쁜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자기야,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배즙.”그가 몸이 불편한 데다가 사람을 구했기에 이진도 그의 호칭을 따지진 않았다.윤이건은 이진의 대답을 듣자 미소를 지었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부엌 입구에 기댄 채 서있었는데 머리는 어질어질했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배즙이 완성되자 윤이건은 이진이 그에게 한 그릇을 떠주는 것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모습은 마치 사탕을 달라는 어린아이 같았다.“왜 그렇게 쳐다봐요? 따뜻할 때 빨리 마셔요.”“내가 지금 손에 힘이 안 들어가거든. 만에 하나 그릇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자기가 힘들게 끓여준 배즙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하인들이 뒷정리까지 해야 되겠지.”이 말을 듣자 이진은 이를 악물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그래서 뭘 원하는 거죠?”“자기가 먹여줘.”평소에 그가 이런 말을 꺼냈다면 이진은 가차 없이 배즙을 윤이건의 머리에 쏟았을 것인데 지금의 그녀는 참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먼저 일을 벌였으니 억지로라도 그의 요구를 만족할 수밖에 없다.그녀는 의자를 하나 끌고 오더니 윤이건의 맞은편에 앉고는 배즙 한 그릇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그에게 먹여
한시혁이 올린 게시물의 열기가 식지 않음에 따라 정훈의 실시간 검색어도 덩달아 치솟았다. 시간이 얼마 정도 지나자 ‘정훈은 여자다’라는 뉴스가 한시혁의 신곡 발표를 압도했다.처음 보았을 때 윤이건은 아직 자신이 체온이 회복되지 않은 건 줄 알았다. 마음속으로 계속 그녀를 생각하고 있어서 무엇을 보아도 그녀로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점심이 되어 몸이 확실히 회복된 후 다시 열어보았는데 그 익숙한 뒷모습은 틀림없이 이진이었다. 이런 생각에 윤이건의 입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설마 이진이 정말 작곡가 정훈인가?’사실 윤이건도 자주 정훈이 만든 곡을 들었다. 그의 곡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태하고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그러자 윤이건은 저도 모르게 지난번 외국에서의 피아노 콩쿠르가 생각났다.그날 이진은 무대 아래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는데, 그 후 무대에 올라 한 곡을 선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윤이건은 눈을 감고 그날의 리듬을 생각했는데 그의 기억대로라면 이진이 그날 연주한 곡은 바로 정훈의 곡이었다.이런 생각에 윤이건은 마음이 착잡했는데 분명 뜻밖의 소식에 놀란 것이다.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핸드폰을 들고 침실에서 나와 별장에서 이진을 찾았다. 마침 이진은 별장의 화원에 있었다.화원은 별장의 뒤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대문에서 화원으로 오는 길에 윤이건은 마침 이진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핸드폰에 있는 그 사진을 가지고 비교해 보자 그 뒷모습은 틀림없이 이진이었다.“날씨가 추워졌는데 왜 계속 꽃에 물을 주러 나오는 거야?”이진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윤이건은 쳐다보았는데 그의 안색이 한층 나아진 것을 보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날씨가 추워지면 꽃을 내버려 둬야 해요? 그런 도리가 없잖아요.”이진은 말을 하고는 몸을 돌리려고 했는데 윤이건이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이 사진 속의 여자가 너야?”한시혁이 올린 사진은 어느 정도 수준 있게 수정되어 있었는데 그는 이진의 뒤에 있던 일부 화면을 가상화
윤이건은 별장 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오후 내내 서재에 가두었다.그의 이런 행동은 도무지 자기를 징벌하는 것인지 이진을 징벌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오후 내내 고민을 해오자 윤이건은 이제부터 전략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밀고 당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계속 이렇게 들이미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한시혁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티저와 사진을 생각하자 윤이건은 가슴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어서 주먹을 꽉 쥐었다.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하인이 서재에 가서 윤이건을 부르려고 했는데 이진이 마침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이진은 서재 앞에 서서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가볍게 웃으며 문을 두드렸다.사실 그녀는 윤이건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분명 화가 엄청난 것이다.이 일은 둘째치고 윤이건의 신분을 보았을 때 감히 그를 속이려 드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을 거다.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이진은 어쩔 줄 몰라 했다.“아직 몸이 다 나으신 건 아니라 밥은 꼭 먹으셔야 해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자 이진은 잠시 기다리고는 뒤돌아섰다.그가 아무리 걱정되어도 그녀로써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순 없잖아.’굳이 이런 일로 어린애같이 굴 필요도 없었다.그녀는 1층 부엌에 들어가 하인을 찾아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따뜻한 국을 끓여놓으세요. 그리고 윤 대표님께서 혹시라도 배가 고프시다면 바로 먹을 수 있게 계속 따뜻하게 데워 놓으세요.”하인은 그녀의 말을 듣고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이진은 그저 야채만 조금 먹고는 방으로 돌아갔다.그녀가 뜻밖에도 입맛이 없는 건 아마도 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어와도 관계가 있었다.깊은 밤이 되자 아니나 다를까 윤이건은 서재에서 나와 부엌을 향했다. 하인은 그가 내려오는 소리를 듣고 얼른 불을 켜고 그의 식사를 준비해 줬다.“작은 사모님께서는 정말 도련님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역시 저녁에 음식을 드시러 내려오셨네요.”국을 마시고 있던 윤이건은 이 말을 듣고